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71 - 챕터 1180

1699 챕터

1172화

“당연하지.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뭐. 그런데… 최하준하고 맹지연은 어떻게 된 거야? 맹지연 코인 타는 건가?”윤서가 눈을 깜빡거리며 수영장 쪽을 바라보았다.그쪽에는 맹지연의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스물 남짓한 나이로 맹지연이 최하준을 데리고 가자 난리가 났다.“내가 어떻게 알아? 난 모르는 일이야.”여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재촉했다.“아, 됐고. 넌 얼른 정환 씨한테 가 봐.”“알았어, 알았어.윤서는 곧 자리를 떴다.정원의 긴 테이블에 케이크와 주스가 놓여있었다.여름은 주스를 하나 집어 들었다. 머리가 긴 여자애가 다가왔다. 보아하니 스물 남짓한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었다. 일진스러운 느낌이었다.“그쪽이 최하준 전처예요?”여자애가 자기 이름을 댔다.“난 진은지예요. 지연이가 내 절친이에요. 경고하는데 최하준은 내 친구가 찜했으니까 아줌마는 앞으로 좀 떨어지세요.”‘아줌마라고….스물 중반에 아줌마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별로네.’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상대를 위아래로 훑으며 가늠해 보았다.“10대니?”진은지는 깜짝 놀라서 정신을 못 차렸다. 여름은 웃었다.“나더러 아줌마라길래 10대인 줄 알았지. 나도 스물 조금 넘었거든.”진은지가 비웃었다.“아, 그러세요? 죄송한데요, 나이가 그거밖에 안 됐는지 몰랐네요. 워낙에 늙어 보여서.”“아니지. 내가 늙어 보이는 게 아니라 네가 유치한 거 거든.”여름은 평온한 얼굴로 반반했다. 이제 불여시 같은 인간을 하도 많이 상대해서 이 정도 하급 상대쯤은 우스웠다.“누가 유치하대, 이 사람이…”“너 그 차림새, 누가 봐도 일진룩이잖아?”여름이 말을 끊고 느른하게 말을 이었다.“그렇게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머리 비어 보인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아니?”“감히 날 욕해?”진은지는 너무 화가 났다.“내가 누군지 알아요?”“뭐래? 뒤집어씌우지 말자. 난 욕한 적 없거든. 그냥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전해준 것뿐인데.”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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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화

“……”하준의 입꼬리 근육이 실룩거렸다. 맹지연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맹지연은 끄떡도 않고 무작정 하준을 따라갔다.“하준 씨, 전처한테 가려는 거 아니죠?”“이거 봐요.”하준이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왜 여기 왔는지는 잘 아실 텐데. 그날 내가 목숨을 걸고 당신을 구해주고 이렇게 당할 줄 알았으면 구하지 않는 건데 그랬습니다.”맹지연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러잖아요. 나도 이렇게 남자를 따라다녀 본 건 처음이라고요.”“미안하지만 나는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만 모아서 줄을 세워도 서울부터 부산까지 세울 수 있습니다.”하준이 조롱하듯 말했다.“하지만 난 그런 여자들하고는 달라요.”맹지연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난 맹국진의 딸이라고요. 나하고 사귀기만 하면 팔자 펴는 거지. 사람들이 나랑 어떻게 든 한 줄 걸치고 싶어서 난리 난 거 못 봤어요? 똑똑한 분이니까 알아서 판단하세요. 기회는 바로 당신 눈앞에 있어요.”“나는 누구 도움을 받아서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하준은 싸늘하게 말하더니 쌩하니 가버렸다.맹지연은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오만하기 그지없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준이 더욱 좋아졌다.맹지연은 그동안 보았던 남자들과는 달랐다. 지연은 타고난 하준의 오만한 기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왜? 누가 우리 딸을 이렇게 울렸나?”맹 의원이 다가왔다. 자식이라고는 맹지연 하나뿐이라 늘 금이야 옥이야 하며 귀하게 키워왔다.“아빠, 최하준이 날 안 좋아해요.”맹지연이 입을 비죽거렸다.“아빠가 어떻게 좀 해줘 봐요. 난 꼭 최하준이랑 사귀고 싶어.”“아니, 우리 딸을 거부한다고?”맹 의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지연아, 다른 사람으로 상대를 바꿔 보는 건 어떻겠니? 하준 군이 매력적인 건 알겠다만 지금은 FTT가 예전 같지 않잖아. 지금의 최하준은 좀 기운다. 게다가 이혼한 경력도 있잖니?”“아니죠, 아빠. 최하준은 그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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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화

어쨌거나 강여름에게 심어둔 자신의 고상하기 그지없는 성인군자 이미지를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윤서 씨는 뭐 하나요? 가서 같이 놀지 그래요? 우리랑만 계속 같이 있으면 재미없지 않아요?”양유진이 미소를 지으며 여름이 자리를 뜨도록 유도해 보았다.“그래도 내가 아내로 따라왔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보기 좀 그렇죠.”여름은 곤란한 척하며 말했다.“그리고 최하준도 있어서 당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도 되고.”“아니에요. 난 여름 씨를 믿어요.”양유진이 진실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여름은 거의 믿을 뻔했다.여름이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어느 구석에 숨어서 보고 있었다면 양유진이 바로 맹 의원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해서 양유진에게 술을 따르고 불을 붙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모습은 계속해서 여름을 실망시켰을 것이다.양유진이 내내 여름 앞에서는 우아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보지 않는 곳에서는 여름이 모르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여기 계셨군요. 임윤서 님께서 계속 찾고 계십니다. 소개할 분이 있다고 하니 한 번 가보세요.”“알겠어요.”여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하는 사람을 따라 정원으로 갔다.후원에 큰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노는 사람도 있고 풀장 옆에서는 사람들이 바비큐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풀장을 지나는데 직원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잠깐만요, 신발 끈이 풀어져서요.”그 사람이 신발 끈을 묶는 사이에 누군가가 갑자기 여름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여름이 곁눈질로 재빠르게 움직임을 포착하고 여유롭게 웃으며 옆으로 피하는 바람에 직원이 풀장에 빠지고 말았다.거대한 물보라와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도와주세요!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여름은 무서운 척하며 소리를 질렀다.누군가가 바로 직원을 구해서 끌고 나왔다.하준은 여름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바로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괜찮아?”“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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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화

“어머나 맹지연이랑 최하준이랑 사귀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그런데 강여름은 이미 양유진이랑 결혼한 거 아니야?”“원래 남의 손에 든 떡이 커 보이는 법이잖니? 게다가 맹 의원 코인 타려는 최하준이 마뜩잖았나 보지.”“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겨가지고 심보는 되게 못됐네?”“……”한 마디 한 마디가 하준의 귀에 꽂히면서 하준이 눈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막 화를 내려는데 갑자기 여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내가 민 거 확실해요?”여름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 직원을 향했다.“당신이 나더러 윤서가 부른다고 해서 따라나섰잖아요. 그런데 풀장을 지나면서 갑자기 끝이 풀렸다길래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당신이 갑자기 나한테 돌진했잖아요? 그리고 물에 빠졌죠.”“뭐라는 거예요?”직원은 대충 둘러댔는데 여름이 하나하나 따지고 나오자 당황했다.“임윤서 님이 불렀다고 한 적 없거든요. 당신이 날 이리로 데리고 왔잖아요?”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이거 봐. 되는대로 마구 거짓말을 지어내다 보니까 잊어버렸나 본데, 풀장 근처에 온통 CCTV거든요. 진짜 내가 밀었는지 우리 한번 감시 영상을 돌려봅시다.”직원은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당황한 나머지 맹지연만 바라보았다.맹지연은 그 직원을 그냥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이런 우연이 있나? 오늘은 CCTV가 안 돌아가는 날이에요.”“그거참 공교롭네요. 이렇게 꼭 필요할 때는 어쩌면 그렇게 CCTV가 안 돌아가거나 중요한 부분이 잘리고 없는지.”여름이 유유히 한숨을 쉬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여긴 맹지연 씨네 집이니까 하라는 대로 할게요. 사과를 하라시면 사과를 하고요. 이분은 맹지연 씨네 직원이니까 아마도 내가 사과를 해야 마음이 편하시겠죠?”옆에서 보던 사람들도 생각이 멀쩡한 사람들인지라 여름의 행간을 읽었다. 맹지연이 자기 집의 백을 믿고 사람을 괴롭혀 놓고는 불리한 CCTV는 공개하지도 않겠다며 강여름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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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화

케이크를 자르고서 맹지연은 첫 조각을 강여름에게 건넸다.“사모님, 방금 우리 직원이 실례가 많았어요. 너그럽게 용서하세요.”일부러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면서 극존칭을 해서 여름이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어넣으려고 애썼다.다들 그 행간을 읽어냈다.여름은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었다.“전 벌써 다 잊어버렸어요. 고맙습니다. 맹지연 씨랑 친구분들은 절 이렇게 어른 대접을 해주려고 애를 쓰네요. 아까 친구분은 저더러 ‘아줌마’라고 하더라고요.”갑자기 지적을 당한 진은지는 화들짝 놀랐다.하준의 눈에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말을 받았다.“강여름 씨가 내 전처니 우린 동급이 아닌가? 그러면 맹지연 씨와 진은지 씨는 나에게 아저씨라고 불러야 맞겠군.”여름이 칭찬하듯 하준에게 시선을 넘겼다.‘이런 추임새 아주 좋은데?’하준은 여름의 검은 눈동자가 새초롬하게 자신을 훑고 지나가자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맹지연은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케이크를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꾹 참고 하준에게 애교를 부렸다.“좋아요. 그러면 앞으로 내가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좋네, ‘나의 아저씨’!”하준이 담담히 받았다.“안타깝지만 나는 ‘맹지연 씨의’ 아저씨는 아닙니다.”“괜찮아요. 그냥 그렇게 불러야지.”일단 한 번 터트리고 나더니 맹지연은 전혀 감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어서 내내 맹지연이 하준에게 지극정성을 들이자 숱한 젊은이들이 하준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보았다.“아저씨, 한 잔 받으세요.”맹지연이 와인을 따랐다.“내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요. 내 인생에서 제일 기쁜 생일이에요.”다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하준은 거절할 수가 없어서 결국 받아서 맹지연과 잔을 부딪히고 한 모금 마셨다.술잔을 내려놓고 보니 자리를 떠나는 여름의 뒷모습이 보였다. 손도 대지 않고 내려놓은 케이크만 놓여 있었다.하준은 얼른 쫓아가려고 했으나, 바로 맹지연과 친구들에게 막혀서 간신히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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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화

정원.하준은 어렵사리 맹지연의 포위에서 벗어나 후다닥 숨었다.그러나 곧 몸이 후끈해지는 것이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전에도 이런 느낌이 왔던 적이 있어서 하준은 술에 옳지 않은 것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십중팔구 맹지연이 한 짓이구먼. 나이도 어린것이 정말 부끄러운 줄을 모르네.’하준은 얼른 별장 입구로 향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니 맹지연의 친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나가려다가는 저들에게 걸릴 것이 분명했다.‘젠장!’몸은 점점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이때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돌아보니 송정환이었다. 놀란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니, 형님. 무슨 일이에요. 얼굴이 빨간데요.”“누가 술에 약을 탔습니다.”하준이 괴로운 듯 웃었다.송정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지연이가요?”“네.”하준은 심호흡을 했다. 이미 견디기가 매우 힘든 상태가 되었다.“아마 지금쯤 맹지연 씨가 사방으로 날 찾으러 다니고 있을 겁니다.”“따라오세요.”송졍환이 하준을 데리고 2층 객실로 갔다.“오늘 맹 의원님 네서 저에게 쉬라고 준 방입니다. 일단 샤워실을 좀 쓰세요.”“고맙습니다.”지금 이거저거 가릴 때가 아니었다. 온몸이 벌레에 물리는 기분이었다.일단 샤워실로 들어가 찬물로 얼굴을 씻었지만 몸의 열기는 해결이 안 됐다.송정환이 밖에서 샤워실 안 사정을 잠깐 보고 있다가 윤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래층.윤서는 송정환의 전화를 받고 여름에게 말했다.“정환이가 잠깐 너 올라오라는데. 너랑 양유진 얘기를 하려나 보다.”“그래.”여름이 올라갔는데 맹지연이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여름은 심장이 찌릿했다. ‘뭐지? 최하준을 찾고 있는 건가?’“여름아, 빨리.”윤서가 재촉했다.“알았어.”여름은 윤서를 따라 올라갔다.맹 의원의 별장은 매우 넓어서 2층에만도 방이 열 칸이 넘게 있었다.여름과 윤서는 가장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막 들어가자 송정환이 와서 문을 닫았다.“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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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화

“이런 일에 제가 끼어들었다가는 일이 커집니다. 우리 양가의 관계고 난처해지지만 형님 입장도 난처해진다고요.”송정환이 곤란한 듯 설명했다.“오늘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 데 지연이가 저런 짓을 한 걸 보면 걔네 부모님도 은근히 동의했다는 뜻이에요. 외동딸이다 보니 걔 부모님들이 아주 꼼짝을 못 하거든요. 저는 아버지가 그쪽 집안이랑 한 배를 탄 상태다 보니까 트러블을 일으키기 힘들어요.”여름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저 인간을 누가 불렀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초대한 사람이 해결하면 될 거 아녜요? 덕분이 맹 의원 코인 타고 좀 좋아?”어쨌든 최하준에게 벌어진 문제인데 왜 자신이 해결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이때 갑자기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하준은 이미 슈트는 벗어 던지고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나마 단추도 모두 다 풀어헤쳐져 매끈한 가슴이 다 드러났다. 벌건 얼굴에는 온통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두 눈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난 맹 의원 코인 타자고 파티에 온 게 아니야.”하준은 온몸이 벌레에 물리는 듯한 고통을 꾹 참으며 여름을 바라보았다.“어제… 당신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온 거야.”여름은 흠칫했다.하준이 시간이 되냐고 물었고 여름은 맹 의원의 딸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그러니까 결국 이 파티도 나 때문에 왔다고?’여름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에 하준은 다시 문을 닫았다. 문에 기대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밖에서 듣고 있자니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다 벌렁거렸다.윤서도 도저히 더는 들어주기 힘들었다.“어… 저기… 좀 도와주면 안 되냐?”“……”여름은 수치심에 윤서를 째려보았다. ‘야, 지금 저길 들어가서 뭘 도와주라는 거야?’“그래요.”송정환도 덧붙였다.“지연이가 지나다가 저 소릴 들으면 바로 들킬 거예요. 나중에 해독약을 주겠다고 하면 저렇게 정신이 나갈 상태에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니까요. 오늘 여기 보는 눈도 많으니 지연이는 형님에게 어떻게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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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화

“사람 찾잖아.”맹지연은 전혀 숨길 생각 없이 말했다.“최하준 씨 못 봤어?”임윤서가 담담히 답했다.“최 회장은 내내 당신이랑 같이 있지 않았나? 하루 종일 끼고 있던데, 우리가 어디서 최 회장을 만났겠어요?”맹지연이 입을 비죽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요.”송정환이 헛웃음을 웃었다.“야, 보아하니 최 회장이 딱히 널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사람 마음 억지로 안 되는 거야. 너 좋다는 남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나이도 많은 사람한테 죽자 살자 그러냐?”“그렇게 많지도 않아. 그래 봐야 10살인데 뭐.”맹지연이 콧방귀를 뀌었다.“어쨌든 난 꼭 최하준을 쟁취할 거야.”“아유, 난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최 회장 못 봤어.”송정환이 결국 손을 내저으며 맹지연을 쫓아 보냈다.최하준을 찾느라고 혈안이 된 맹지연도 송정환과 떠들고 있을 정신은 없어서 바로 다른 데로 사람을 찾으러 갔다.다시 문이 닫히자 윤서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다행히 맹지연이 크게 의심을 품고 욕실까지 뒤지지는 않아서 여름과 하준이 들키지는 않았다.그런데 어쩐 일인지 두 사람에게서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윤서가 살금살금 가서 몰래 들어 보려다가 송정환에게 목덜미가 잡혔다.“누나, 괜히 방해하지 말아요.”“맹지연도 갔으니까 이제 여름이 나오라고 하게.”윤서가 말했다.“됐어요. 나오고 싶었으면 벌써 나왔을 거예요.”송정환이 윙크를 해 보였다.“안 나오면 우리는 그냥 엄호만 해주고 있으면 돼요.”두 사람이 안에서 불타오르고 이는 동안 윤서는 정환과 밖에서 망을 봐준다는 생각을 하자 얼굴이 달아올랐다.송정환은 빨갛게 달아오른 윤서의 얼굴을 보니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몇 살 위인 누나인데도 발그레한 뺨을 보니 완전히 소녀 같았다.‘저런 사람이 누나라니 아쉽네.어쩐지 삼촌네 식구들이 영식이 형이 뭘 모른다고 그렇게 안타까워하더라니….’******욕실.여름이 떠밀려 들어오자 온몸이 화르륵 불타오르고 있던 하준은 여름을 품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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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0화

여름은 고소하다는 듯 중얼거렸다.“천하의 최하준이 여자에게 압박을 당하는 날이 다 있고? 보아하니 아주 괴로우신 것 같은데 아예…몸으로 때우는 건 어때? 맹지연 신분도 대단한데. 나중에 쟤네 아빠가 국무총…”여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준의 입술이 다시 여름의 입술을 덮었다. 짝 소리가 나도록 엉덩이를 치기도 했다.여름은 부끄러움에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잡아먹을 듯 하준을 노려보았다.“최하준, 감히 날 때려?”“사람이 농담을 해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 법이야. 난 당신만 사랑한다고. 맹지연이 내 재산을 다 날려버리겠다고 해도 난 그 문제에 있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야.”하준이 여름의 귀에 얼굴을 묻고 낮은 소리로 고백을 이어갔다.“그 많은 일을 겪고 나서야 나는 이제 권력도 돈도 얼마나 뜬구름 같은 건지 알았어. 내가 정말 아낄만한 가치가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야.”하준의 잠긴 목소리와 호흡에 여름은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결국 짜증스럽게 한 마디 뱉었다.“아쉽게도 너무 늦게 알았어. 당신은 이미 날 놓쳐버렸다고.”“늦지 않았어.”하준은 여름에게 머리를 비볐다.“당신이 정말 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면 방금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내 꼴을 보고 당신인 스스로 그물로 걸어 들어온 거라고.”여름은 부끄러움에 하준을 밀쳤다.“송정환 씨가 밀어서 그냥 밀려 들어온 거거든.”“알 게 뭐야. 어쨌든 지금 날 구할 사람은 당신뿐이야.”괴로움에 온통 벌겋게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지경인 하준의 얼굴을 보고 여름은 갑자기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자기야, 가지 마. 자기가 가고 나면 난 죽어버릴지도 몰라.”하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여름의 손을 자신의 남성에 올려놓았다.여름은 눈이 커졌다. 맹지연의 계략에 걸려들어 약을 먹었는데도 하준의 그곳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여름은 갑자기 하준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하준이 씁쓸하게 웃으며 여름을 바라보았다.“자기야, 나 너무 괴롭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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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화

“내가 먼저 나갈래.”윤서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기 있기 너무 민망해서.”“누나는 임신했으니까 위에 있다고 해도 엄마가 이해할 테니까 내가 막아줄 수 있지만 내가 쉬고 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보러 올 거라고.”송정환이 격려하듯 윤서를 바라보았다.“파이팅! 누나는 그래도 경험이 있잖아. 나는 아니거든. 난 아직 순수한 청년이라고.”“……”윤서는 헛기침을 했다.윤서는 울고 싶은 심정으로 계속 반항해 보았다.******한편 맹지연은 온 건물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하준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머리끝까지 화가 났다.하준에게 먹인 약이 십중팔구 발작하기 시작했을 텐데 그 꼴로는 아무 데도 못 갔을 것이다.만약 하준이 도저히 참지 못해서 다른 여자를 찾아 풀어버린다면 그야말로 분통 터질 일이 되는 것이다.“아 참, 너희들 강여름은 봤어?”갑자기 맹지연이 물었다.“어, 그러고 보니까 난 못 본 것 같아.”진은지가 대뜸 말했다.“최하준이 설마 강여름을 찾아서…”“닥쳐!”맹지연이 진은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강여름이 그 정도로 뻔뻔하다면 내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입구도 사람을 보내서 지키고 있으니까 최하준은 분명 여기 있어.”“아까 송정환 방으로 찾으러 갔을 때 임윤서도 있었잖아? 임윤서랑 강여름이 친구고, 그 집안이랑 최하준 집안이 사이가 좋다니까 혹시 그때 송정환이 강여름과 최하준을 커버해 주고 있었던 거 아닐까?”진은지가 말했다.진은지의 말이 일리가 있다 싶은 생각이 들어 맹지연은 눈앞이 번쩍했다.“다시 가보자.”맹지연이 서둘러 2층으로 달려갔다.이번에는 노크도 없이 그대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소파에서 윤서와 여름이 과일을 먹으며 떠들고 있었다. 맹지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윤서가 깜짝 놀라서 가슴을 쳤다.“어머나, 무슨 짓이죠? 아무리 당신 집이라고 해도 남의 방에 들어올 때는 기척은 하고 들어와야죠.”“사모님은 왜 여기 계시죠?”맹지연이 여름을 자세히 살폈다. 한 손은 늘어뜨리고 한 손으로는 턱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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