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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191 - Chapter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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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화

“실은 유진 씨를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 아마 조금 좋아하기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유진 씨가 날 위해서 해준 많은 일에 감동해서 나도 유진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내가 기댈 사람은 유진 씨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여름이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최근 제가 사실은 유진 씨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었어요. 유진 씨와 함께 있으면 늘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물론 제게도 책임이 있겠죠.”서경주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서경주 역시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했던 지라 지금 여름의 감정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그래, 네가 어떻게 하든 이 애비는 무조건 널 지지한다. 네가 앞으로 계속 결혼하지 않고 산다고 해도 나는 지지할 거다. 더구나 아내에게 손을 대는 녀석이라면 좋은 남편이라고 할 수 없지.”서경주도 은근히 딸 바보라 전에는 딸의 남편인 양유진을 무작정 좋아라 했지만 딸에게 손찌검을 하는 사위라니,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딸이 잘못을 했거나 말거나 소중한 자기 딸은 사랑만 받기를 바랐다.“마음은 감사해요.”여름은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하지만 이번 일은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가 유진 씨와 찬찬히 잘 풀어갈게요.”“그래. 알겠다.”아이들은 문 뒤에 숨어서 듣고 있다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얼른 살금살금 놀이방으로 돌아갔다.아이들의 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의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무한한 분노가 가득했다.“유진이 아저씨가 엄마에게 손을 댔다니!”“우리의 아저씨가 될 자격이 없네.”여울도 화가 났다.“우리 엄마를 때렸으니까 이제는 안 좋아할 거야. 미워!”“나도!”하늘이 작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엄마는 하늘에게 역린이었다. 예전에는 양유진을 존중했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자신이 아직 어린애라서 엄마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예전에 엄마와 양유진을 어떻게든 이어주려고 노력했던 자신을 떠올리니 더욱 마음이 괴로웠다.‘양유진 같은 인간은 엄마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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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3화

여울이 동의하는 참에 다시 하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울아, 방금 엄마가 유진이 아저씨랑 이혼하고 싶어 한다고 그랬어?”“아니. 난 이제 엄마한테 가봐야겠어요. 얼굴이 많이 아픈가 봐.”여울이 다시 매정하게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하준은 전면창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두 눈에서 한기가 넘쳐흘렀다.‘감히 여름이에게 손을 대다니 젠장, 내가 반드시 혼쭐을 내주고 말겠어.’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보다 여름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바로 주혁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처에 좋은 약을 받아서 서경주의 별장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해서야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와. 약 가져왔어. 주혁이가 그러는데 아주 잘 듣는 거래. 이거 바르면 하루 이틀이면 나을 거랬어.”여름은 여울이가 몰래 보고했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챘다. 두통이 올라왔다.“나도 약 바를 줄 알아. 신경 끄셔.”“이게 더 좋은 약이야.”하준이 고집스럽게 말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 거보다 당신이 가져온 약이 더 좋은지 어떻게 알아? 온 세상에 이주혁만 좋은 약 갖고 있는 줄 알겠네. 제발 나한테서 좀 떨어져 줄래? 당신하고 얽혀서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그날 나랑 샤워실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양유진이 손댄 거지?”하준이 갑자기 이 사이로 말을 뱉었다.여름은 움찔했다.양유진이 자신에게 손댄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냥 멋대로 추측한 걸까, 아니면 여울이가 문밖에서 엿듣고 일렀나?’“멋대로 추측하지 마. 당신이랑은 아무 관계…”“거짓말하지 마. 어제 점심때 화신으로 갔더니 엄 실장이 당신 출근 안 했다던데. 그제 저녁에 맞아서 출근 못 한 거 아니야?”하준은 점점 더 자책감이 들고 화도 났다.“양유진 자식, 내가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지금 당장 가서 그냥…”“최하준, 미쳤어?”다급해진 여름이 험한 소리를 했다.“아니, 안 미쳤거든. 내가 아무리 쓸모 없는 녀석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치는 꼴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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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4화

하준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그대로 가녀린 여름을 품에 단단히 안아 버렸다.밤바람이 불어와 여름의 얇은 슬립자락이 흔들렸다.“자기야, 이혼해. 양유진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여름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힘껏 하준을 밀어냈다.“놔. 오밤중에 남녀가 이러고 있다가 누가 보기라고 하면 오해하기 딱 좋은 그림이라고. 또 누구 맞는 꼴이 보고 싶어서 이래?”여름의 말을 들으니 하준은 마음이 아팠다. 여름을 풀어주었다.내내 여름을 안고 있고 싶었지만 자기 때문에 여름이 다치는 것은 볼 수 없었다.“내가 이혼을 하더라도 당신 때문은 아닐 거라고, 알겠어? 혼자 김칫국 마시지 마.”여름은 일부러 싸늘한 얼굴로 딱딱하게 말했다.“나 혼자 착각하는 거 아니야. 자기야, 당신이 더 잘 알잖아? “하준이 여름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다른 남자였어도 당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도와줬을까?”그날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름은 부끄러워서 귀까지 빨개졌다.하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다 여울이랑 하늘이 때문에 그런 거거든! 애들 아빠니까.”“그래, 알아. 고마워, 여울이 하늘이 엄마.”하준은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뜨거운지 그대로 여름을 태워버릴 것 같았다.여름은 도저히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돌아서서 차 문을 열었다.“당신 상대할 시간 없어. 가서 자야겠어. 유진 씨 찾아갈 생각은 하지도 마. 그랬다가는 정말 완전히 오해받을 테니까.”“우리 사이에는 오해받고 말고 할 것도 없잖아?”하준이 싱글싱글 웃었다.“입 다물어!”여름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그러다 보니 다시 뺨이 얼얼해서 ‘스읍’하고 숨을 들이켰다.하준은 당황했다. 서경주의 별장 문 앞에 두고 와서 약이 없었다.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겪어 대체 뭘 어째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여름을 달래줄 뿐이었다.“많이 아파? 내가 불어줄게.”하준이 얼른 다가가서 여름이 뺨을 호호 불어주었다.여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뭐야, 아기 취급이냐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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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5화

어느 날 갑자기 하준도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면…여름은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하준은 여름의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다가 차에 타려고 했다. 이때 여름에게서 톡이 왔다.-유진 씨한테 가지 마. 약속해줘. 갔다가는 평생 나 못 보고 살 줄 알아.하준의 입술이 잔잔한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자기야,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실은 당신 마음속에 나는 특별한 존재잖아?’고개를 숙이고 답장을 썼다.-알겠어. 그러면 양유진을 잡으러 가지 않으면 평생 나 만나준다는 거지?톡을 보냈지만 여름은 답이 없었다.그러나 하준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여름이 답장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일단 양유진을 찾아가 결판을 내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진짜로 그냥 둔다면 그건 최하준이 아니다.‘성인군자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겠지? 내가 곧 다 네 본모습을 까발려 주지.’******별장으로 돌아온 여름은 결국 입구에서 그 약병을 주워들었다.살짝 발라보았더니 과연 다음날 부기가 싹 빠졌다.다음날 여름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진지하게 물었다.“어젯밤에 외할아버지랑 방에서 얘기할 때 밖에서 엿들었지?”“무… 무슨 얘기를… 했는데요?”여울이 더듬거리며 밖을 쳐다보았다. 평소에 거짓말을 그렇게 태연하게 하던 여울도 엄마의 매서운 눈앞에서는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하늘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밖을 보았다.“강하늘, 우리 하늘이는 정직한 아이지? 대답해 봐.”여름이 일부러 하늘이를 건드렸다.“죄송해요.”죄책감을 느낀 하늘이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그냥 누가 엄마를 때렸는지 알고 싶어서 그랬어요.”“그래서 뽀르르 아빠한테 가서 일렀어?”어젯밤 자기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여름은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아빠한테 뭐라고 얘기했어? 설마 내가 한 말을 다 옮긴 건 아니지?”“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여울이 힘껏 고개를 저었다.“절대로 엄마가 유진이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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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화

양유진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그날은 정말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요. 맹 의원 때 때문에 그랬고, 여름 씨와 최하준의 일을 알고 나서는 당신을 잃을까 봐 너무나 두려웠어요.”그렇게 말하다가 양유진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듯 가슴을 부여잡았다.“왜… 왜 이래요?”여름은 깜짝 놀랐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쉬면 나아요. 가슴이 갑자기 당겨서 그래요.”양유진이 괜찮은 척했다.그러나 여름은 양유진이 자기 때문에 신장 하나를 잃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여기저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그때 의사가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던 것이 떠올랐다.“여름 씨, 집으로 돌아와요. 네?”양유진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다시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예전처럼 다시 잘 지내봐요.”여름은 가만히 양유진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말했다.“일어나세요. 저녁에 들어갈게요.”양유진이 기쁜 눈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정말입니까?”“네.”여름은 눈을 내리깔았다.“저도 유진 씨를 탓할 생각은 없어요. 그날 일은 원래…”“말하지 않아도 돼요. 알아요. 여름 씨가 원해서 벌어진 일은 아닐 테니까요. 분명 최하준이 억지로 시켰겠지요.”양유진이 말을 자르더니 피하듯 말했다.“내가 목걸이를 걸어줘도 될까요?”여름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양유진이 목걸이를 걸어주도록 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서는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양유진은 그제야 나갔다.양유진이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여름은 육민관에게 전화를 걸었다.“혹시 집에 초소형 CCTV가 감춰져 있다면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찾아낼 수 있겠어?”육민관은 깜짝 놀랐다.“누님 집에 초소형 CCTV가 있겠어요?”“우리 집 말고.”여름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유진 씨 집 말이야. 물론 반드시 있다는 건 아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거야. 내가 유진 씨 방에서 뭘 좀 찾을 게 있는데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까 봐 그래.”육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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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화

“그렇겠구나. 아침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양유진이 친근하게 말했다.“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면 마침 내가 해외 쪽에 약방을 좀 조사할 사람이 필요하긴 한데….”“그건 안 되겠어요. 제가 유일하게 수족처럼 데리고 있는 애들이 민관이랑 우상이인데 너무 멀리 떨어지면 곤란해요.”여름이 위층에서 내려오면서 웃으며 양유진이 말을 끊었다.“그렇군요.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양유진은 여름을 보더니 웃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야기들 나누어요.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요.”그러더니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여름은 육민관의 곁으로 가더니 쓱 쳐다보고는 일부러 물었다.“그래서, 생각해둔 자리는 있어?”육민관이 작은 소리로 답했다.“거실, 식당, 누님 침실, 주방, 모두 초소형 감시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다른 곳은 안 가봤어요.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을 것 같아서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온 집안에 다 있는 것 같습니다.”여름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육민관에게 와서 봐달라고 하기는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지 정말 집에 그런 것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온 데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양유진의 집이니 본인이 아니고서 다른 사람이 이런 정도까지 설치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보아하니 여름이 들어오던 날부터 여름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양유진에게 감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함부로 양유진의 컴퓨터를 열어보거나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생각할수록 소름 끼쳤다.‘잠깐, 그렇다면 내가 샤워하는 것도…’“욕실에는 없었습니다.”육민관이 갑자기 창백해지는 여름의 얼굴을 보고 얼른 말했다.“……”여름은 깊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욕실에도 카메라가 있었다면 정말 양유진과 너 죽고 나 죽자를 시전 할 판이었다.“가장 카메라가 많은 곳은 거실, 식당, 복도, 그리고 누님 침실이었습니다.”육민관이 다시 말을 이었다.“아마도 누님 예상이 맞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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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화

“감히 양 대표가 직접 한 밥을 먹기는 민망했나 보죠.”여름이 빙그레 웃었다.그 잘생긴 얼굴이 환하게 웃을수록 여름은 속으로 더욱 떨렸다.처음 알았을 때부터 양유진은 늘 따뜻한 얼굴을 하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이 지경이라니.‘도중에 사람이 변한 걸까, 아니면 내내 이렇게 위장을 하고 있었던 걸까?한선우가 정말 양유진의 손에 죽었다면 자기 조카도 전혀 망설이지 않고 죽여버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가?이렇게 무서운 사람이 과연 사랑할 줄 알기는 하려나?나에 대한 사랑은 진심일까?아니면 정말 최하준 말처럼 양유진은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꾹 참고 이는 것일까? 나도 최하준의 어머니 같은 신세가 되는 걸까?’그런 생각이 마구 스쳐 지나갔다.만약 지금 여름의 추측이 맞다면 여름의 마지막은 최란보다 훨씬 비참한 꼴이 될 것이다.추동현은 아무리 나쁜 놈이었어도 최소한 제 식구는 감쌀 줄 아는 자다.“민관이는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니 나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여름 씨의 가족은 나에게도 가족이고, 여름 씨의 친구는 나에게도 친구죠.”양유진은 여름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예전 같았으면 감동하고 죄책감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위선적이라서 구역질이 났다.그러나 지금은 양유진의 연기에 맞추어 줄 때다. 결국은 누구의 연기력이 뛰어난지의 싸움이 될 것이다.“좀 도와드려요?”여름이 화제를 바꾸었다.“괜찮아요. 여름 씨는 가만히 앉아서 음식만 기다리면 됩니다.”양유진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밤에 여름이 침실에서 일을 하는데 하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울이가 그러는데 당신 다시 양유진의 집으로 들어갔다며?”매우 괴로운 듯한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손찌검까지 하는 녀석의 곁으로 돌아간 거야?”“유진 씨는, 내 남편이니까. 그리고 여기가 내 집이니까.”여름은 티 나지 않게 콘센트 쪽을 의식하며 가만히 말했다.“자기야, 한 번 손대는 녀석은 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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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화

차윤이 가만히 말을 이었다.“그동안 전성은 매일 민정화와 함께 지냈습니다. 가끔 데리고 산전 검사를 가거나 마트에 가거나 했습니다. 너무 가까이는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전성은 미행을 따돌리는 기술이 워낙 좋아서요.”“그래서, 뭐 찾아낸 건 없고?”하준은 실망했다. ‘내 추측이 틀린 건가?’“있습니다.”차윤이 말을 이었다.“어제 전성, 민정화가 추성의와 함께 개인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감히 따라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추성의와 추성호가 나타나더니 식당 안에서 1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탁자 위에 놓인 하준의 손이 서서히 둥그렇게 말리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그게 우연일 리는 없어.”차윤이 심란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나중에 추성의와 추성호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전성과 민정화도 나왔습니다. 민정화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더군요.”“보아하니 내 추측이 대충 맞는 것 같군.”하준의 얇은 입술이 싸늘하게 다물어졌다. 하준이 그렇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를 했음에도 지룡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하준은 내내 양하가 FTT를 배신했다고 생각했는데 양하는 그저 겉으로 보이게 만들어 놓은 덫이고 배후의 인물이 양하도 함정에 빠지게 설정해 놓았던 것이다.민정화는 추신과 결탁한 것이 분명했다. 전성도 사정을 아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알았다 해도 민정화의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하준을 속였을 가능성이 있었다.게다가 양하의 실종과 그 두 사람은 관계가 있다. 전성은 분명 하준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양하의 실종은 정말 추신과 매우 관계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하지만 양하는 추동현의 아들인데, 자기 아들도 가만히 안 뒀다는 말인가?’차윤이 매우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저도 민정화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와 정화는 어려서부터 같은 훈련 캠프를 거쳐 자랐습니다. 전에는 그래도 사이가 꽤 좋았는데 백지안을 따라다니고 나서부터는 점점 이야기도 나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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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화

“그래. 여울이가 막 들어왔을 때 동현 씨가 여울이에게 준 용돈이 너무 적더라. 시조카에게 주는 용돈보다 적어서 양하도 마음이 안 좋았던 모양이야. 어려서부터 동현 씨가 자기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더라며 서운해했거든.”최란은 말을 하면서 점점 더 양하가 보고 싶은지 괴로워했다.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런데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추동현이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아서 어머니가 낳은 자식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다고요? 자기 자식의 목숨까지 빼앗을 정도로?”최란의 눈에 고뇌와 슬픔이 스쳤다.“나도 어떻게 된 일이지 모르는 채로 처음부터 끝까지 추동현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한 거야. 하지만 양하는 동현 씨의 아들이 확실해.”“그러니까… 그날 밤 일어났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세요. 그날 함께 보낸 것이 추동현이라고 생각하시지만 그때 어머니를 증오했으니까 혹시나 다른 남자를 보내서….”하준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최란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적당히 해야지. 내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최란은 말하다 말고 뭔가 떠오른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날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시긴 했어. 그래서 사실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는데 어쨌든 깨어 보니까 옆에 추동현에 옆에서 자고 있더라고….”그렇게 말하고 나서 최란은 당황했다.“내가 추동현에게 속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니?”“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어요. 민정화와 추동현이 결탁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민정화는 전성이랑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전성이 민정화를 감싸느라고 그날 양하를 내던지러 갔을 때 민정화가 추신 쪽에 상황을 알렸고 추신에서… 사람을 보내서 양하를 해친 게 아닌가 추정합니다.”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눈을 감았다. 꽤나 잔인한 내용이라 스스로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였다.최란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양하가 실종된 지 오래되었다고는 해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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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화

“그랬지.”최란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은 그때 네 아빠와 이혼하고 나도 그렇게 빨리 재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 그날 네 아빠랑 대판 싸우고 술을 마시고 나서 추동현이랑 보내게 된 거야.”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완전히 넋이 나간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아들로서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그날 밤에 그 사람이 아버지였을 수도 있겠네요.”하준의 말에 최란은 완전히 놀라서 우는 것도 잊었다.“그… 그럴 리가.”“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저는 일이 있어서 좀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여울이랑 하늘이 좀 부탁드릴게요.”하준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멍하니 있는 최란을 남겨주고 나갔다.하준은 차를 몰고 한병후가 구매한 지 얼마 안 되는 별장으로 갔다. FTT 산장이 지금은 자신의 소유가 되긴 했지만 너무 눈에 띄는 곳이라서 일단 한동안은 그곳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냐?”한병후는 수면 가운을 입고 잘 준비를 하다가 하준이 왔다는 소리에 다시 내려왔다.“오늘 뉴스를 보니까 가디언이 추신과 협력한다는 기사가 났길래요.”하준이 무거운 말투로 물었다.“그래.”한병수가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나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추동현과 협상 자리에는 사장이 나갔지. 추신이 지금은 국내 최고의 그룹이라고 하지만 주력 브랜드가 그렇게 힘이 있진 않지. 반도체 분야도 랜들이 지원을 해주어서 사실상 추신에서 버는 건 중개료 정도다. 추신은 아직 그쪽 기술이 부족해. 물류는 벨레스를 먹어서 해결했겠다, 이제는 가디언의 기술을 도입하길 원하고 있어. 그러면 자체적인 상품을 개발해 낼 수 있을 테니까. 현재는 아직 기초적인 협상 단계다. 추신에서 출자해 기술단지를 세우고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더구나.”하준은 바로 알아듣고 눈을 빛냈다.“그렇지만 기술은 저와 협력하기로 하셨죠. FTT에서 먼저 시작했으니 나중에 추신보다 앞서서 제품을 출시해 버리면 추신은 투자금을 그대로 날리게 되는 거군요.”“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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