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1699 챕터

1212화

여름은 그 톡을 보고 나서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다.‘우리 둥이는 아직 어린애들인데 누군가가 노리다니.오늘은 운이 좋아 목숨을 구했다지만 내일 또 이런 이리 벌어지면?’여름이 원망과 증오의 시선으로 하준을 노려보았다.“내가 잘못했지. 당신하고 아이들을 같이 두는 게 아니었어. 최하준, 당신은 저승사자야. 아주 나하고는 상극이라고. 전에는 나를 해치더니 이제는 우리 쌍둥이를 노린다고? 왜 내가 이렇게 재수가 없는지 알아? 당신을 만났기 때문이야!”여름의 말이 송곳처럼 하준의 심장을 찔렀다.하준은 너무 마음이 아파 신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간신히 말을 이었다.“추신에서 여울이와 하늘이를 노린 게 아니야.”여름이 비웃었다.“방금 전성을 추신에 스파이로 심어 놨다며? 추신이 아닌데전성이 어떻게 사건의 진상을 알아?”“전서의 말로는 추동현의 배후에 비밀스러운 추종자가 있는데 내내 추동현을 위해서 비인간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대. 그 인맥풀에는 니아만의 킬러도 있는데….”여름은 ‘니아만’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전에 육민관이 예전에 백지안과 관계를 가지던 곽철규가 니아만의 킬러에게 죽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했다. 당시 여름은 백지안이 배후에 알 수 없는 세력이 있다고 느꼈다. 육민관이 나중에 직접 니아만으로 가서 조사를 진행해 보았으나 배후 인물을 밝혀내지 못했었다.“추동현에게 내가 눈에 가시라고는 해도 끽해야 날 죽이려고 들 거야.”하준이 진지하게 설명했다.“사실 추신과 FTT 사이에서 우리 FTT는 내내 밀리고 있어. 데이터를 도둑맞고 나서 윤형이는 추신 때문에 지적 장애가 되었고, 어머니는 추동현에게 이혼을 당했어. 그리고 양하는 살해당했지….”“뭐라는 거야? 양하 씨가 추신에 살해당하다니?”여름이 다시금 놀라운 소식에 경악했다.“추동성의 아들이잖아?”“아니야.”하준이 아픔을 꾹 참으며 답했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긴 한데, 양하는 사실 나와 친형제였어. 어머니가 그날 너무 취해서 상대가 추동현이라고 착각하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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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화

얼마나 잔인한 인간이기에 어린애도 가만두질 못한단 말인가!게다가 여울이와 하늘이는 자기 눈으로 직접 자라는 모습을 보았던 아이들인데.“증거 있어?”여름이 한참 만에야 경 입을 열었다.“없어.”하준이 고개를 저었다.“전성도 잠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정도 정보를 얻은 것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봐야지. 아직은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라 더 깊이 파기는 힘들 거야. 내가 양유진을 의심하는 이유는 요 몇 년 동안 추성호의 결혼식을 비롯한 추신의 주요 행사에 매번 양유진이 오는 걸 봤기 때문이야. 추성호와 다른 손님들은 비슷하지만 양유진은 외부인이라고. 달리 무슨 뒷배도 없으면서 지금의 수준으로 회사를 급작스럽게 키울 수 있었던 데는 암암리에 추신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여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오후에 양유진이 전수현과 뒹구는 영상을 본 데다 지금은 양유진이 추신과 결탁했다는 의심이라니.“그리고 양유진에게는 동기도 있지.”하준이 이어서 말했다.“맹지연의 생일날 내가 당신이랑 욕실에 있었던 일로 놈은 이성을 잃고 당신에게 손찌검을 할 정도였어. 얼마나 속에 잔인함을 숨기고 있는 놈인지 알 수 있잖아? 충분히 여울이와 하늘이를 해칠 생각도 할 수 있을 정도야. 일이 성사되면 나에게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돌보던 중 벌어진 사건이니 당신은 나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을 거야. 그러면 우리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되겠지.”여름의 입술이 결국 달달 떨렸다.여름은 영상 속에서 양유진이 채찍을 휘두르던 변태스러운 모습이 반복해서 떠올랐다.‘그래. 그런 변태라면 나와 최하준이 자기에게 미안할 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쉽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도 있을 거야.그렇게 가식적인 인간이니 그 다정한 얼굴 뒤에 뭘 더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지.게다가 오늘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하러 가자고 했을 때 내가 아이들은 오늘 최하준이 데리고 간다고 말해주었잖아?그때부터 손을 댈 결심을 했던 건 아닐까?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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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화

“이혼하려면 나도 방법은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여름은 말을 마치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하준은 좀 열 받았다. 양유진을 믿는다면 모를까, 양유진을 의심하면서도 이혼은 하지 않겠다니 너무나 자기 목숨을 너무 마구 대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강여름,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는 거야?”“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데?”여름이 담담히 반문했다.“당신은 우리 둥이나 잘 봐줘. 내 일에는 신경 쓰지 말고.”“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내가 당신을 신경 안 쓰면 누굴 신경 쓴단 말이야.”하준이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여름의 몸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두 손으로 여름의 두 볼을 잡았다. 자신의 넘치는 걱정을 숨길 생각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당신은 양유진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몰라. 양유진이 당신을 사랑하니까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틀렸어. 어린애에게까지 손을 대는 놈이야. 이 세상에 놈이 하지 못할 짓은 없어.”“어쨌든… 지금은 떠날 수 없어.”여름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하준의 얼굴을 피하면서 답했다.하준은 그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며 화가 나서 심장이 아플 지경이었다. “강여름, 당신이 자기 목숨을 이렇게 아끼지 않아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못된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그러면 그 새엄마가 둥이를 괴롭힐지도 몰라.”“최하준….”화가 나서 결국 여름은 하준을 노려보았다. 하준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러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들으니 너무나 무서웠다.“자기야, 꼭 나와 살아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당신이 평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하준이 자기 이마를 여름에게 댔다. 거의 애걸하다시피 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당신을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건 미안해.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는 건 싫어. 나도 당신이 없으면 안 되고.”남자의 숨결이 여름의 코끝을 간질였다.차 안에 창문이 모두 닫혀있어서인지 여름은 갑자기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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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화

애초에 곽철규의 죽음은 백지안과 관계있었다. 문제는 곽철규가 니아만의 킬러의 손에 죽었다는 것이었다. 추신과 곽철규는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백지안 배후의 세력은 추신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면 비밀스러운 추신의 추종자라는 쪽인지도 모른다.그런데 지금 최하준은 그 비밀스러운 추종자를 양유진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양유진은 백지안과 접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여름은 번뜩하고 지난번에 백지안이 납치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육민관과 백지안을 엮어서 동굴에 넣어두었었다.당시 여름은 육민관이 자신의 가장 믿을만한 조력자라 늘 잘 숨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어떻게 육민관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예전에는 그때 바에서 기자에게 육민관의 뒷모습을 찍히는 바람에 들킨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게 아니라 양유진이 일부러 육민관의 행적을 일부러 드러낸 거라면….그 뒤에 여름과 하준이 법정에서 싸울 때 사실 그렇게 크게 승산이 없었다. 그런데 양유진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시해 주어서 여름은 육민관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때 여름은 양유진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결혼을 승낙하게 되었던 것이다.그런데 이제 와서 되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이 백지안과 양유진이 짜고 치는 판에 자신이 끌려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꼼짝도 안 하고? 경찰서 다 왔어.”하준이 다가와서 여름의 안전벨트를 풀어주다가 여름이 정신 파는 것을 보고는 이마에 쪽 입을 맞추어 버렸다.여름은 그저 멍하니 하준을 바라보며 아직까지도 그 소름 끼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왜 그래?”하준은 여름이 너무 빤히 쳐다보자 너무나 유혹적이라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장소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고개를 숙여 여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최하준!”여름은 얼른 하준의 입술을 막아내고는 말했다.“내려.”한바탕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있던 하준은 살짝 당황했다.“……”여름이 차 문을 열고 내려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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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다시 잘 조사해 보겠습니다.”오 경사가 진지하게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까지 살해할 마음을 품을 정도라면 가차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경찰서에서 나올 때 여름의 얼굴은 사뭇 어두웠다. 하준은 여름이 화가 난 줄 알고 비위 맞추듯 말했다.“미안해. 전성이 보낸 톡은 경찰에게 보여줄 수 없었어. 괜히 적이 우리를 경계하게 만들 수도 있잖아? 추신은 지금 세가 어마어마해서 충분한 증거가 없이는 무너뜨릴 수 없어. 그때까지 전성의 신분은 노출되면 안 돼. 안 그랬다가는 양하의 죽음도 헛된 것이 될 거야.”“알아.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바보는 아니거든.”여름이 저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답했다.“경찰이 계속 조사를 한대도 뭐 그럴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건 모르지. 배후의 지시자를 찾아내지 못한대도 놈들에게 타격은 될 거야. 양유진이 움직인 건 추신의 킬러야. 경찰이 계속 파다 보면 분명 추동현도 누군가가 자기 등 뒤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래도 추동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여름은 흠칫해서 하준을 쳐다보았다.“당신도 아주 바보는 아니네?”“……”하준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여름이 지금 예전에 자신이 백지안에게 속아 넘어갔던 일을 비꼬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여름이니 그냥 이 정도로 대충 넘어가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가만두지 못했을 것이다.“자기야, 난 이제 예전과는 달라….”“백지안이 스티븐을 자기 변호사로 선임했다던데, 내일 재판 열리는 날이지?”여름이 갑자기 확 주제를 바꾸었다.“자기가 내 일에 그렇게 관심이 있었어?”하준이 은근하게 웃어 보였다.여름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그럼, 우리가 이혼할 때는 한 푼도 안 주고 내쫓더니 백지안하고 헤어질 때는 그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물어주었다는데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하준은 마침내 ‘도끼로 제 발등 찍는다’는 게 무슨 소린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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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화

하준은 대체 여름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가요.”여름은 괴로운 듯한 하준의 눈빛을 무시하고 양유진을 끌고 차로 가버렸다.양유진의 얇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란 듯 자상하게 여름에게 차 문을 열어주고 안전벨트까지 메 주었다.흡사 달콤한 신혼부부 같은 느낌이었다.하준은 화가 나서 주먹으로 차를 내리쳤다.양유진의 차가 곧 출발했다.차에서 양유진은 여름의 손을 꼭 쥐었다.“기쁘네요. 난 오늘 여름 씨가 여울이랑 하늘이랑 같이 있겠다고 할 줄 알았거든요.”“가보고 싶기야 하죠. 하지만 애들도 아빠가 있으니까 책임지고 돌봐야죠.”“그도 그렇네요.”양유진의 눈이 번뜩 빛났다.“아 참, 오늘 사고는 대체 어떻게 된 거랍니까?”“사고 차량 기사가 액셀러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힘껏 밟았다네요.”그 일을 언급하니 여름의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스쳤다.“그런데 최하준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해요. 그 차량 운전자의 아들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m국에 가서 갑자기 집과 차를 샀다잖아요? 듣고 보니 누군가의 지시로 그런 짓을 벌인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핸들을 톡톡 두드리던 양유진의 손가락이 살짝 오그라들었다. ‘최하준 자식. 꽤 빨리 찾아냈군.’“예전에 원한 관계를 많이 만들었으니 아이가 있다는 게 알려지지 않았어야 해요. 아예 아이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오면 어때요? 최하준 곁에 두는 건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요.”“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최하준이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최하준은 변호사라서 소송을 걸면 반드시 이길 거예요.”여름이 일부러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괜찮아요. 여름 씨만 원한다면 도와드릴게요.”양유진이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네. 생각 좀 해볼게요.”여름은 안심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준은 우울한 기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여울과 하늘이가 바로 뛰어나왔다. 하준이 혼자서 돌아온 것을 보고 실망해 마지않았다.“엄마는요? 오늘 우리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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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화

하준이 답장을 보냈다-오늘 왜 양유진하고 이혼해야 하는지 그렇게 말을 했는데 내 말을 뭘로 듣는 거야?-자기야, 당신이 애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돼. 뭔가 목적이 있어서 양유진 옆에 남가 있는 거지? 쌍둥이를 해치려고 했다는 증거를 잡기 위해서?-자기야, 그러지 말고 돌아와. 양유진이 눈치라도 채면 위험하다고.“……”여름은 가끔 하준이 정말 예리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유진이 아이들을 해치려고 했다는 증거만 잡으려는 게 아니라 한선우의 죽음에 양유진이 관련되어 있다면 반드시 직접 양유진을 감옥으로 보내고 싶었다.서도윤에게 약속한 일이기도 했다.여름은 아예 휴대 전화를 꺼 놓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다음 날 회사에 도착해 여름은 육민관을 불러올렸다.“양유진의 별장 사방에 감시 카메라인데 잠깐 카메라에 문제를 일으켜서 상대가 아무것도 못 보게 할 수 있을까? 양유진의 침실과 서재, 컴퓨터를 뒤져보고 싶거든.”“전기를 끊으면 되죠.”육민관이 말했다.“하지만 별장만 전기가 끊기면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일대의 전기를 다 끊어야겠죠.”“좋아.”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양유진이 어딜 다니는지 알아봐 줘. 그다음에 우리도 다시 행동 계획을 짜자. 시간은 이틀 줄게. 더는 못 끌어.”쌍둥이의 차 사고로 여름은 더 이상 양유진의 곁에 계속 머물면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양유진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점점 더 므흣해 지고 있었다.******법정.하준과 백지안 사이의 사건이 처음 법정 공방을 시작하는 날이다.10여 년을 함께 했던 연인이 이제는 위자료를 두고 법정에 서게 되었다.이번 재판에 언론의 관심이 크게 쏠렸다. 아침부터 법정 입구는 이미 기자로 바글바글했다.오전 10시. 송영식이 백지안과 함께 올라갔다. 두 사람 뒤로 국제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스티븐이 따라 올라갔다.하준은 검은 맞춤 양복을 입고 어두운 그린 넥타이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착용하고 있었다. 엄숙한 눈은 보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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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화

송영식도 심란한 얼굴이었다. 한때 하준의 베스트 프렌드였지만 지금은 백지안의 곁에 서 있었다.“하준아….”“아쉽네. 넌 내 마음속에 최악의 존대로 남아 있거든.”하준은 송영식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백지안에게만 냉담하게 답했다.“거 살벌하게 그런 소리를 하냐?”송영식이 화를 냈다.“연인이 아니게 되었다고 그렇게 원한을 품을 건 없잖아?”“영식이 너는 잘 지내나 보구나? 이런 애를 위해서 자식도 몰라라 하고 식구도 몰라라 하고?하준이 냉랭하게 받았다.송영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동안 송영식은 가족이 자신과 함께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번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지경까지 왔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백지안을 따르기로 했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수밖에 없었다.“나는 후회하지 않아.”“고마워.”백지안이 감동한 듯 눈물을 또륵 흘렸다.도저히 눈 뜨고 못 봐줄 꼴이었다. 한때 저런 인간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한스러웠다.“최 변호사,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시는 모양인데 이제 나와 만났으니 승소는 어렵겠군요.”스티븐이 갑자기 피식 웃었다.저라면 어떻게 화해할지 궁리하겠습니다.”하준은 담담히 스티븐을 쳐다보았다.“날 이기다니 언감생심이지. 다음 재판까지만 버텨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겠소.”말을 마치고 하준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법정으로 들어가 버렸다.그 오만한 모습에 스티븐은 화가 올라왔다.“반드시 당신을 꺾어 보이겠어.”곧 재판이 시작되었다.하준은 원고이면서 자신을 대표해 사건을 맡은 담당 변호사였다.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판사가 사건 경위를 간단하게 읽고 나자 스티븐이 일어섰다.“저는 의뢰인이 원고에게 위자료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의뢰인은 8살부터 최하준 씨를 알았습니다. 18세에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다들 아시다시피 최하준 씨는 정신 병력이 있지만 의뢰인은 그래도 싫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최하준 씨를 위해 의술을 배워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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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화

“우리가 결혼식을 하던 날 경찰이 그 일로 백지안 씨를 체포하는 바람에 저는 백지안 씨와의 결혼을 취소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백지안 씨의 청춘을 낭비하게 만든 게 아닙니다. 저야말로 백지안 씨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겁니다.”하나하나 증거가 제시되자 판사는 증거를 들여다보고는 백지안을 한번씩 쳐다봤다.백지안은 당황했다. 스티븐이 일어서서 하준을 노려보았다.“성적인 장애가 있어 백지안 씨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온라인에 밝히셨던데요?”“네, 의료 기록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하준이 고개를 들었다.스티븐이 차갑게 피식 웃었다.“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백지안 씨와 최하준 씨가 사귀는 동안 전처인 강여름 씨에게 사후피임약을 사주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성관계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인데 백지안 씨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는 건 순전히 거짓말이 아닙니까?”판사가 얼굴을 찡그렸다.“피고인 변호사, 증거 있습니까?”“있습니다. 이것은 최하준 씨가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은 기록입니다. 뒤에 보시면 여러 차례 처방 받은 기록이 있습니다. 즉 성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증거입니다.”스티븐이 덧붙였다.“최하준 씨는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스티븐이라는 녀석 좀 하는데? 사후 피임약 처방 기록을 뽑아 왔을 줄이야?’하준은 고개를 들었다.“저는 백지안 씨에게는 손댄 적이 없습니다. 매번 시도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속이 뒤집혀서 구역질이 올라왔거든요.”스티븐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백지안 씨를 10년이 넘게 가지고 놀면서 결국에는 백지안 씨를 보면 구역질이 났다니, 최하준 씨. 궤변을 늘어놓으시는군요. 백지안 씨가 왜 곽철규를 만났겠습니까? 강여름 씨가 귀국한 뒤로 최하준 씨는 강여름 씨와 밀회를 가지며 관계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백지안 씨는 같은 방법으로 보복하려고 했던 겁니다.”“그때까지는 강여름과 정식 부부인 상태였습니다….”“참으로 염치가 없군요. 강여름 씨가 죽었던 것으로 알려진 3년 동안 백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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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화

‘결국 하준이에게 몇억정도 받고 떨어지라니? 하준이를 거지로 생각하는 건가?’백지안은 하준이 서슬퍼렇게 사람을 압박하는 태도에 짜증이 났던 것이다.“난 최하준이 이제 아주 꼴 보기 싫거든. 그렇게 많은 돈을 넘겨줘서 다시 재기하는 꼴을 볼 수는 없지. 게다가 10%는 변호사 수임료로 줘야 한단 말이야. 아무 것도 모르면서.”“……”영식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어째서인지 백지안이 분명 바로 옆에 있는데도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갑자기 자신은 백지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기도 했다. 백지안은 그저 하준에게 상처를 받아서 성격이 좀 변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어쩐지 이런 백지안의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다.“저 앞에 쇼핑몰에서 내려줘. 쇼핑 좀 하게. 그리고 혼자 좀 있고 싶다.”백지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양유진과 잠자리를 가지고 나서부터 백지안은 점점 더 송영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그러나 일단은 송영식이라는 큰 나무를 놓고 싶은 생각도 업었다.송영식은 뻘쭘해서 입술을 깨물었다.백지안의 말투를 보니 쇼핑몰에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괴로운 마음에 눈을 내리깔았다가 시동을 걸었다. 차는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백지안은 차문을 열더니 그대로 쇼핑몰로 들어갔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송영식은 멀어져가는 백지안의 뒷모습을 보며 몸과 마음이 같이 허전해졌다.오늘은 백지안의 재판 때문에 회사에는 하루 종일 휴가를 신청해 두었다. 종일 백지안과 함께 있어줄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지안은 이렇게 자기를 내팽개치고는 떠났다.혼자 가만히 차에 앉아 있자니 이제부터 뭘 해야 좋을지 몰라 멍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전에는 하준이, 주혁이가 있었고 들러붙어 노는 어중이떠중이 친구들도 있었고, 그리고 형제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과 관계를 끊었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주변에 같이 술 한잔할 친구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전유미의 개인 차량이 쇼핑몰 주차장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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