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01 - 챕터 1210

1699 챕터

1202화

“알겠습니다.”하준은 조용히 탄식했다. 언제가 제가 제일 잘난 줄 알았는데 역시나 아버지에 비하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나 내 아들이구나. 네가 재기할 때가 우리 부자의 복수가 시작되는 때다.”한병후의 눈에 뼈에 사무치는 한이 솟구쳤다.하준의 얇은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시고 나서 혹시… 관계를 가지신 적 있나요?”한병후는 뜨악했다. 잠시 후 눈에 고뇌가 스쳤다. “그런 일은 물어서 뭐 하려고 그러니? 언제 적 일인데, 기억도 안 난다. 게다가 최란을 생각하니 속이 거북하구나.”“어머니와 추동현 일 때문에요?”하준이 결국 그렇게 물었다.“당연하지. 그런 일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니? 혼전에야 란이와 추동현이 어떤 사이였건 상관없다. 그러나 결혼을 했으면 애를 생각해서라도 추동현하고는 거리를 두었어야지. 네 엄마는 너도 신경 쓰지 않고 매일 추동현하고 어울리고는 했다.”이미 오래된 일이라고는 해도 그 일을 언급하자 한병후는 여전히 화가 나서 이마에 푸른 심줄이 올라왔다.“나주에 내가 추동현을 손 봐준 일로 이혼을 하자고 하더구나. 몇 번을 싸우다가 나도 마음이 식어서 이혼을 해버렸던 거지.”“어머니와의 과거를 알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저는 두 분이 이혼하고 나서 관계를 가진 일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거든요. 예를 들어서 뭐 어머니가 취한 다음에라도….”한병후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뭐, 그런 일이 한 번 있기는 했다. 란이랑 크게 싸우고 안 좋은 소리를 몇 마디 했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네 엄마에게 상처가 됐을 것 같아서 가보니 취했더구나. 그래서 …크흠, 이미 다 지난 일이니까 그 애기는 그만하자.”한병후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하준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는지 알지 못했다.최란은 그때 술에 취해서 기억이 너무 모호해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니까, 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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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화

“아니다!”한병후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추동현 그 자식이 나쁜 놈이지.”“네, 정말 악랄합니다.”하준이 갑자기 핏발 선 눈을 들었다.“아버지, 양하가 마지막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만한 자가 있습니다. 잡아서 심문해 보면 알게 될 겁니다.”원래는 한동안 민정화를 건드릴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는 양하를 위해서 조금 서둘러 손을 쓰고 싶었다.******어느 허름한 아파트 단지.전성이 ‘밥 먹어~’라고 외친다.민정화가 살짝 나온 배를 붙잡고 안에서 나온다.화려하게 화장을 한 민정화를 보고 전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임신했는데 그렇게 색조 화장을 진하게 해도 괜찮아? 색조 화장품을 쓰면 피부도 많이 상할 텐데, 그리고 아기 생각도 해야지.”“아기 생각은 충분히 하고 있거든요. 아이라인도 안 그렸는데.”민정화가 언짢은 듯 말을 이었다.“게다가 임신해서 얼굴에 기미랑 뭐가 자꾸 올라온단 말이에요. 기미는 가리고 싶다고”“정화야….”“또 삼계탕이야? 이젠 질렸다고요.”정화가 부루퉁해서 소리쳤다.전성은 불둑거리는 태양혈을 누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전에는 민정화와 종일 붙어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저 발랄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지룡을 떠나 함께 살고 나서야 전성은 민정화와 성격이 정말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여왕님처럼 모셔도 민정화는 온갖 까탈을 부리고는 했다.그러나 이미 자기 아이를 가지고 있으니 남자로서 책임을 안 질 수도 없었다.전성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했다.“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오후에 가서 사 올게.”“응.”그제야 민정화는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이때 휴대 전화가 띠링 하고 울렸다. 추성의가 보낸 톡이었다.추성의는 추성호의 사촌 동생이다. 지금은 추신에서 사장 자리를 맡고 있어 위풍당당하다. 맞은 편에 앉은 마흔이 넘은 전성을 흘끗 쳐다보았다.마땅찮은 기분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전에는 전성의 위세가 온 사방에 떨쳤었다. 잘생기고 위풍당당한 남자였다. 그러나 지룡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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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화

차윤은 민정화에게 다가와 찰싹 따귀를 때렸다.“차윤, 이게!”민정화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감히 내게 손을 대? 가만두지 않겠어. 잘 들어. 최하준은 이제 한물갔다고. 정상적으로 머리가 돌아간다면 하루빨리 그 수하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걸. 그대로 있다가는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널 없애 버릴 줄 알라고.”“거 말 많네.”차윤이 다시 반대쪽 뺨을 내리쳤다.민정화는 머리가 윙윙 울렸다. 너무 아파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성이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만해!”분노한 전성이 말렸다.“회장님, 정화 말이 맞습니다. 저희는 이미 지룡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지룡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 평생 지룡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다 해왔는데 지금 제 아내를 이렇게 괴롭히시다니요? 인간적으로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인간적으로 어떻게 이러냐고?”하준이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전성, 자네가 지룡을 위해서 적잖이 일해준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지룡에서 자네에 대한 대접도 섭섭지 않았을 거야. 그동안 최소한 수십억은 손에 만졌을 텐데? FTT에서는 그간 권력과 지위와 금전을 모두 충분히 제공했어. 그런데 그런 대접을 받고도 우리를 배신해?”순간 전성의 근육이 바짝 긴장했다.“… 그런 적 없습니다. 누명 씌우지…”“누명?”하준이 다시 웃었다. 시선이 다시 차윤에게로 향했다. 차윤이 다시 민정화를 쳤다.“차윤… 최하준….주...죽여 버리겠어.”너무 아파서 민정화는 더듬거리면서도 저주를 그치지 않았다.“그만둬!”전성이 흥분해서 소리쳤다.“회장님, 임신한 아이입니다. 해치지 마십시오.”“자네 아이를 가져서 그렇게 방자하게 날 기만 하도록 내버려 둔 건가?”하준이 갑자기 민정화의 턱을 움켜쥐었다.“아이는 걱정이 되나 보지?”전성의 얼굴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러지 마십시오. 제발….”“그렇다면 양하가 실종되던 날의 진상을 알아야겠다. 말하지 않겠다면, 뭐 그래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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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화

“그래서 민정화는 진작에 추신과 결탁한 상태였고, 데이터를 빼돌리고 양하에게 뒤집어씌운 것도 민정화였다?”하준이 압박하듯 물었다.“그건 모릅니다.”전성이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 자네는 알고 있어.”하준이 민정화의 입에서 재갈을 빼냈다.민정화는 너무 아파서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심지어 차윤이 손에 든 침을 보고는 두려운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아니야, 아니라고! 다 거짓말이야! 저 사람이 추신과 결탁한 거라고요. 난 아무 죄도 없어요. 다 전성이 혼자서 한 짓이에요. 전성이 추신에서 받은 것이 많았거든요.”전성은 온몸이 굳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렇게나 사랑했는데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여자를 쳐다보았다.하준은 전성을 흘긋 쳐다보더니 민정화의 휴대 전화를 꺼내 톡 어플을 열어 전성에게 들이밀었다.“아직 상황을 잘 파악 못한 것 같은데, 자네들이 밥을 먹기 전에 민정화는 추성의에게 꼬리를 치고 있었어.”전성은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대화의 내용을 가만히 보았다. 두 눈이 분노에 흔들렸다.“정화야, 어떻게 이런….”“거짓말이야! 난 그런 적 없어!”민정화가 놀라서 변명을 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어, 그 위쪽을 보면 늙은이는 이제 꼴 보기 싫다, 늙은이의 애 따위 지워버리고 싶다… 뭐 그런 내용도 있군.”하준이 톡을 읽어 내려갔다.전성의 근육이 온통 부들부들 떨렸다. 눈에 붉은 핏발이 섰다. 한참 만에야 비통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런 여자를 위해서 회장님을 배신하다니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그 전에 나는 진상을 알았으면 하는데.”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전성이 헛웃음을 웃었다.“처음에는 정화를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부회장님이 실종되고 나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정화를 데리고 일단 지룡을 떠나서 물어보았습니다. 순순히 인정하더군요. 제가 내내 FTT를 위해서 충성을 바치길 원치 않는다며 다 저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화가 났지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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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화

역시나 지룡의 리더를 맡았던 전성인지라 곧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추신에 스파이로 잠입하라는 말씀이죠?”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FTT 밑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답군.’“자네 집안은 대대손손 우리 가문을 위해 일해주었다. 우리도 자네들에게 적지 않은 비용과 마음을 썼어. 우리 가문이 무너지면 떠날 수는 있겠지만 배신은 용서할 수 없다. 배신자는 처단한다는 지룡의 규율을 알고 있을 거야. 자네가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우리 FTT가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다.”그 말을 들은 전성은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그래. 이게 다 내가 정화에게 정신이 나가서 벌어지 일이지.정화가 그런 짓을 하도록 내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FTT 랩실에서 데이터를 도둑맞을 일도 없고 정화가 부회장님을 해치는 일도 없었겠지.’“죄송합니다. 죗값을 받겠습니다.”전성이 증오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전에는 정화에게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제가 눈이 멀었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겠습니다. 저 전성은 앞으로 회장님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하준이 무표정하게 답했다.“오버하지 말라고. 날 배신한 자를 내가 곁에 둘 리 없잖아? 게다가 나는 자네도 믿지 않아. 이번 일만 깨끗하게 처리해 주면 자네 아이를 데리고 꺼질 수 있게 해주겠다. 실패하면, 자네들을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그 말을 들은 전성은 수치심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민정화가 다급히 말했다. 아무리 멍청이라도 지금 자기 목숨이 전성에게 달렸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민정화는 지금 죽음이 가장 두려웠다.죽음 앞에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민정화의 말을 들은 전성은 증오스러운 눈으로 민정화를 노려보았다.‘이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란 말인가, 저 여자를 위해서 나는 내 모든 양심까지도 다 져버렸는데.’하준이 민정화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전성이 스파이로 침투하는 동안 너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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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화

“절벽도 높고 파도도 거칠군요. 당시 양하는 다리가 골절된 상태였으니 생존 가능성은 없어 보이네요.”하준은 말하면서 점점 더 괴롭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병후 앞에 털썩 꿇어앉아 잔뜩 잠긴 목소리로 눈물을 떨구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양하를 잃고 말았습니다.”“아니다. 모두 네 탓을 할 수는 없지. 나에게 책임이 적지 않다. 예전에 내가 그렇게 란이만 두고 떠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네 엄마가 오해하지도 않았을 거고 추동현이 네 엄마를 이용할 기회도 없었을 텐데.”한병후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추동성은 정말 악랄한 작자로구나. 내가 자기 계획을 망쳤다고 양하를 자기 아들인 척하고는 수십 년을 속여가며 살았다니. 그 오해 때문에 너와 양하는 내내 다투는 사이게 되었고 결국은 형제 사이에 이런 비극마저 빚어지고 말았다. 그게 놈의 목적이었을 게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추신을 뿌리 뽑아 추동현이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겁니다.”그 순간 하준은 무한한 복수심에 이글이글 타올랐다.‘추동현, 양유진, 백지안….모두 다 나의 적이다.’******진영 그룹.양유진은 최근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내내 얼굴이 어두웠다.전수현이 커피를 내려 가져왔다. 양유진 등 뒤에 서서 어깨를 주무르더니 곧 점잖지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장소는 좀 가려.”양유진이 전수현이 손을 잡고 경고했다.“지난번에 한선우 사태를 겪고도 정신 못 차렸어?”“안심하세요. 문은 이미 잠갔으니까.”전수현이 질투가 담긴 말투로 귓가에 속삭였다.“자기 요즘 계속 백지안만 찾아가더라. 걔가 기술이 더 좋아요? 그래서 이제 나는 질렸어?”“질투하는 거냐?”양유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당연하지. 최소한 나에게는 첫 남자인데.”전수현이 뾰로통해서 중얼거렸다.말인즉슨 백지안에게 양유진은 첫 남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양유진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전수현은 짐짓 점잔을 빼는 양유진의 모습을 잘 알았다. 바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이때 갑자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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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화

‘비서가 향수를 너무 진하게 뿌리지 않나? 유진 씨는 이래도 별 상관이 없나?’사실 향수는 너무 인공적인 향이라서 아무리 명품 향수라고 해도 여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어쩐 일인지 여름의 눈에 양유진이 점점 더… 천박해 보이기 시작하니 이상한 일이었다.“여름 씨도 알다시피 저는 단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양유진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그래도 일부러 이렇게 사 왔는데요?”여름은 일부러 부루퉁한 얼굴을 했다.“유진 씨 입으로도 모처럼만에 왔다고 했으면서.”“알았어요, 알았어. 와이프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마셔야죠.”양유진이 바로 여름의 기분을 맞추며 밀크티를 받아 들고 꿀꺽꿀꺽 마셨다.“맛있네요. 와이프가 가져와서 그런가 유난히 더 달콤한데요.”말끝마다 와이프, 와이프거리는데도 여름이 딱히 싫어하지 않자 양유진은 꽤 흡족했다.“여름 씨, 정말 의외네요. 나는 아직 화가 나 있을 줄 알았거든요.”“말했잖아요. 나도 미안했다고.”여름이 민망한 얼굴을 했다.“지나간 얘기는 우리 그만 해요. 아 참, 여기 걸레 있어요? 밖에서 흙을 좀 밟고 들어와서 그러는데 화장실에 가서 좀 닦을게요.”“있어요.”양유진은 전수현이 휴게실 안에 숨어 있는 게 걸려서 바로 따라 들어왔다.양유진이 그렇게 바짝 따라 들어올 줄 몰랐던 여름은 할 수 없이 정말 신발을 닦았다.“저 실은 배가 아파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가서 일 보고 계세요.”여름은 화장실 문을 잠그고 문에 바짝 기대서 1분쯤 기다렸다. 양유진이 떠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희미하게 옷장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이어서 신발 소리가 잔뜩 소리를 죽인 발소리가 들렸다. 여름이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았을 정도였다.여름은 방금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문이 잠겨있었던 것과 사무실에서 전수현의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설마 유진 씨와 전수현 사이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 전수현을 옷장에 숨겼었나?그런데 내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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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화

육민관이 흠칫했다.“그럴 리가요.”“여자의 유감이야.”여름이 담담히 말했다.“책장에 설치한 건 제대로 놓지를 못해서 곧 발각될 것 같아. 그 전에 증거가 될만한 영상이 찍히면 좋겠는데.”육민관이 고개를 끄덕거렸다.여름은 시간이 좀 걸려야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바로 카메라에 아주 핫한 씬이 잡히고 말았다.육민관은 노트북을 들고 그대로 여름을 찾아와 보여주었다.오전에 여름이 앉았던 소파에서 양유진과 전수현이 뒹굴고 있었다.‘이게 과연 그 우아하던 군자의 실체란 말인가? 3년 동안 내게 한결같은 순정을 바치던 그 남자라고?’양유진의 일그러진 모습에 여름은 속이 메스꺼웠다.“더한 것도 있어요.”육민관이 영상을 바꿨다. 여름이 휴게실에 두었던 카메라였다.양유진은 손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전수현은 어서 해달라는 듯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후에 두 사람이 벌이는 짓은 거의 짐승 같았다.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얼른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육민관이 심란한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아무래도 누님의 추측이 맞는 듯합니다. 나는 양유진이 군자에 여색을 멀리하고 너그러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모두 다 가식이었던 거예요. 전에는 내가 미행하는 걸 다 알고 움직였던 게 분명해요.”여름은 이제 알 것 같았다. 그때 양유진은 육민관의 미행을 알면서도 여름에게는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다. 여름은 양유진과 부부라지만 실은 완전히 낯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날… 한선우가 나를 찾아오겠다고 했을 때, 양유진과 전수현 사이를 알게 되었던 거 아닐까? 양유진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선우가 날 찾아온다니까….”육민관이 부르르 떨었다.“그렇게까지? 그런 일로 자기 조카 목숨까지 뺐는다고요?”“……”여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모르지. 하지만 정말 그런 거라면 양유진은 정말 천하의 나쁜 인간이지.’“어쩌면 그거 말고도 더 아는 게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나는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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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화

육미관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양유진이 전화를 걸었다.“여름 씨,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요. 같이 하늘이 데리러 가죠.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저녁 먹고 애들이랑 실내 놀이터 가요.”여름은 머리가 쭈뼛 섰다.전수현의 몸에서 내려오자마자 자신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려고 전화를 하다니, 얼마나 위선적인가?“오늘은 어려워요. 최하준이 아이들 데리고 본가에 간다고 했거든요.”“아이들을 그냥 그 집에 보낼 셈이에요?”양유진이 실망한 듯 물었다.“왜요? 최하준이 애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애들이 보고 싶어하니 굳이 막고 싶지는 않아요.”여름이 일부러 한숨을 쉬는 척했다.“그러면 우리 영화나 보러 가요.”양유진이 적극적으로 물었다. 아마도 오늘 여름이 먼저 밀크티를 가지고 찾아갔던 것을 다시 자신과의 결혼 생활을 잘 이어가 보겠다는 의지로 여긴 모양이었다.“그래요.”여름이 동의했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지.’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양유진이 전화를 끊고는 음산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양유진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최하준이 오늘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에서 돌아간다. 가서 맛 좀 보여줘.”‘엘리베이터 추락에서도 살아남다니 정말 목숨줄이 질긴 놈이라니까.그렇다면 놈이 가장 아끼는 것을 빼앗아야지. 인간을 죽이려면 먼저 놈의 심장부터 찌르는 거야. 어디 앞으로 또 강여름을 건드릴 수 있는지 보자.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건드릴 수 있는지 말이야.애새끼들이야 그렇게 내가 비위를 맞춰주고 했는데도 결국은 최하준의 새끼들이라고 보고 싶다고 했으니 날 탓하면 안 된다고.’******오후 5시.하준이 아이들을 받아서 본가로 출발했다. “아빠, 딸기 케이크 먹고 싶어. 그 가게 맛있던데. 전에 엄마가 케이크 사줬던 데.”“안 돼. 거기는 주차가 안 된단 말이야.”골치 아픈 하준이 말했다.“아 몰라, 나는 먹고 싶다고.”여울이 입을 비죽거리며 훌쩍거렸다.하준은 할 수 없이 길가에 차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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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화

하준은 쫓지 않았다. 일단은 쌍둥이를 보호하는 일이 급했고 목격자도 많은데다 CCTV도 있는 구역이었다. 경찰이 곧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곧 누군가가 신고해서 경찰은 바로 출동했다. 하준이 진술을 하는 동안 여울이 울면서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아, 엄마…엉엉….”여름은 여울의 우는 소리에 기겁했다.“아가, 무슨 일이야?”“무서워. 어떤 차가 박았어. 나랑 하늘이랑 죽을 뻔했어요. 다행히 아빠가 우리를 살려줬어.”여울이는 내내 훌쩍였다.엶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어디야? 엄마가 바로 갈게. 아빠 전화 받으라고 해.”“아빠는 지금 경찰 아저씨랑 얘기하는데요. 전에 엄마가 우리 케이크 사줬던 가게.”여울은 점점 더 크게 울었다. 여름은 마음이 다급했다.“아가, 걱정하지 마. 엄마가 바로 갈게.”여름은 전화를 끊었다. 양유진은 아무 티도 내지 않았지만 핸들을 꽉 잡고 있었다. “애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어디에요? 바로 데려다줄게요.”“네.”여름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양유진에게 가게 이름을 불렀다.양유진은 곧 차를 돌렸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해서 길이 너무 막혔다. 차로는 더 이상 갈 수 없자 여름이 안전 벨트를 풀었다.“여기서부터는 그냥 걸어갈게요.”그러더니 양유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름은 후다닥 내려서 뛰어갔다.양유진은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곧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이 멍청이! 왜 또 실패했소?”“최하준이 갑자기 가게에서 나오더니 애들을 안고 탈출했소.”그 사람이 말했다.“아마도 차가 달려오는 게 보였나 보지.”“핑계 대기는!”양유진이 화를 냈다.“뒤처리는 깔끔하게 했겠지?”“걱정 마시오. 아무 문제 없을 거요.”양유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났다. 또 기회도 돈도 날려 먹었다.‘최하준, 대체 무슨 명줄이 이리도 길어!’******여름은 한참을 달려서 겨우 참담한 현장에 도착했다. 하준의 차는 완전히 박살 났다.“엄마!”여울과 하늘이 여름을 보고는 와락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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