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31 - 챕터 1140

1699 챕터

1132화

그렇게 말하는 여름의 눈에서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여름이 울자 하준은 당황했다. 마음도 너무 아팠다.“울지 마. 난 당신을 괴롭힌 게 아니야. 그냥 입을 맞추고 싶었을 뿐이야. 키스가 싫으면 안 하면 되지.”뒤로 가면서 하준은 억울하다는 듯 세상 불쌍한 얼굴을 해 보였다.여름은 그 틈을 타서 하준을 확 밀쳐 멀리 떨어졌다. 다시는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하준은 앉아서 왼손으로 힘겹게 단추를 잠갔다.여름은 다시는 하준에게 희롱을 당하고 싶지 않아 아예 나가 버렸다.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보고서를 읽었다. 그러나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입가에 아직도 남아있는 하준의 온기가 여름을 더욱 무겁게 누르는 족쇄가 되었다. 그러나 하준의 입맞춤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양유진이 신체적으로 가까워지려고 할 때면 그렇게나 어색할 수가 없는데….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오래지 않아서 하준이 나왔다.여름은 일에 집중하는 척, 하준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는 듯한 모양을 해 보였다.지금 하준이 입만 뻥긋했다가는 그대로 하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어젯밤에 보았던 피임약을 하준이 다시 내밀자 여름은 완전히 심장이 터질 듯 화가 났다.“매일 와서 이딴 걸 먹일 셈이야? 어제도 먹었잖아? 이런 건 자꾸 먹으면 몸에 해롭다고!”하준의 팔이 굳어지더니 한참 만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오늘도 양유진이랑 잘지 모르니까….”여름은 노트북을 탁 닫았다. 한참을 아무 말이 없이 가만히 있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지금 내가 유진 씨 아이를 가질까 봐 이러는 거지? 그러면 이런 거 자꾸 먹으라고 할 필요 없어. 애진작에 유진 씨 애는 낳았거든.”하준이 부르르 떨더니 웃었다.“거짓말하지 마.”“거짓말 아니거든.”여름이 벌떡 일어서더니 결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나랑 유진 씨 사이에는 이미 아이가 있어. 내가 나가 살 때 종종 보러 왔었거든. 둘이 한잔하다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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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화

여름은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떻게 알았어?”하준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여름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보다도 양유진과의 사이에 그렇게 큰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훨씬 충격이었다.“아니야. 거짓말이라고 해. 당신은 지금 내게 거짓말하고 있어.”하준은 미친 듯 달려들어 여름의 어깨를 꽉 잡고 힘껏 흔들었다. 고통에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당신이 낳았다면 내 아이겠지, 아니야? 당신은 3년 전에 죽음까지고 꾸며냈던 사람이야.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원래 유산되지 않았던 거지? 그 아이는 내 아이잖아?”하준의 고함소리에 여름은 심장이 덜덜 떨렸다.눈물을 철철 흘리는 하준의 모습을 보니 누군가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 아팠다.한참 만에야 여름은 어렵사리 입을 열어 비웃음을 흘렸다.“잊어버렸나 본데. 우리 아이는 당신 손에 사라졌잖아. 그날 얼마나 출혈이 있었는지 기억 안 나?”하준은 멍해졌다.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몸은 기둥처럼 꼼짝 않았다.‘그래.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내 아이는 내 손에 사라져갔지.놓쳐 버렸어. 아껴주지 않아서 여름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거야.’두 줄기 눈물이 다시 하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마침내 하준은 ‘심장이 산산조각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어렵사리 찾아낸 눈곱만한 희망이 무참하게 짓밟혀 버렸다.하준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여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이거야, 최하준.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다시는 달라붙지 마.’여름은 두려웠다. 이렇게 하준과 계속 얽히다가는 완전히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신세가 될 것만 같았다.이제 여름은 더 이상 양유진을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하준을 상처 줄 수밖에 없다.******마침내 하준은 돌아갔다.비틀비틀 여름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가는 하준은 인사도 할 정신이 없었다.여름은 창가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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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화

전화기 건너편의 상혁은 하준의 말을 듣고 폭탄이라도 터진 듯 깜짝 놀랐다.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상혁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그게…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비탄에 잠겨 있던 하준은 흠칫했다.“……”‘내가 뭘 들은 거지? 이젠 환청이 들리나?지금 김 실장 말은, 내가 이해하고 있는 그 뜻이 맞는 거야?’무수한 풍랑을 겪어낸 하준이지만 지금은 너무 얼떨떨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건너편의 상혁은 더욱 당황했다.“죄송합니다. 저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그러니까… 하늘이가 내 아들이라는 거지?”갑자기 재빨리 머리가 돌아간 하준이 얼른 미끼를 던졌다.상혁은 대체 하준이 어쩌다가 하늘이의 정체까지 밝혀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 심장이 쪼그라 붙었다. 연신 사과만 했다.“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강 대표님께 물어보시죠.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절대로 입도 뻥긋하지 않겠다고 강 대표님께 약속을 드렸거든요.”상혁이 하는 말을 듣고 하준은 이미 80%는 확신하게 되었다. 하준은 상혁을 잘 알았다. 만약 하늘이 하준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상혁은 듣자마자 바로 부인했을 것이다.유치원에 있는 여름을 닮은 그 아이는 자기 아들이 확실해 보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준은 그 아이가 양유진과 강여름의 아이인 줄 알았다.그래서 완전히 멘탈이 붕괴된 나머지 죽어버릴까 싶기까지 했던 것이다.그런데 그게 다 여름의 거짓말이었다니….‘잠깐, 그때 여름이는 쌍둥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면 하나가 더 있어야 맞잖아?’머리가 번쩍했다. 갑자기 여울이가 떠올랐다.‘엄마가 없어 가엽다며 여름이가 특별히 잘 돌보아 주어서 여울이가 그렇게 따르는 줄 알았는데….여름이는 어땠지?여울이에게 너무 지나치게 잘해주지 않았나?’전에는 자기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못 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렇지만 두 아이가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데다 사이가 지나치게 좋았단 말이야. 게다가 강여름의 가짜 죽음에도 깊이 관여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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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화

여울이가 양하의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질투가 났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여울이가 자기 딸이라니…..어쩐지 아이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울이가 그렇게나 귀엽더라니.“말해 보게. 당시의 진상을 알아야겠어.”하준이 흥분해서 입을 열었다.상혁은 조금 놀랐다.“진상을 모르신다면서 어떻게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아셨습니까?”“그건 자네가 알 필요 없고.”하준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이미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제발 말해줘.”늘 오만하던 하준이 처음으로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자 상혁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사실 가짜 유산은 강 대표님께서 먼저 제안하셨습니다. 당시 회장님께서 아이들이 태어나면 백지안 님에게 키우게 하겠다고 한사코 고집을 부리셨으니까요. 그때 저도 백지안 님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제2, 제3의 유년시절 회장님이 됐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강 대표님의 바람을 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래도 버거워서 부회장님 도움을 받았습니다.상혁은 한숨을 쉬었다.“사실 부회장님께 감사하셔야 합니다. 부회장님께서강 대표님을 해외로 내보내고 최고의 의사를 붙여서 아이들을 지켜주셨던 겁니다. 모르셨겠지만 당시 강 대표님은 정신과 약을 많이 드셔서 아이들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출국 후 몇 달이나 입원 치료를 받으셨어요. 아이들도 조산이 되어서 인큐베이터에 2달이나 있다가 겨우 나왔을 정도입니다.그 말을 들으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제 보니 여름과 아이들이 받은 고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여름이 자신에게 그렇게 큰 원한을 품은 것도 당연하다 싶었다.여지껏 그렇게 양하가 마음에 안 들어 못된 소리도 많이 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은 양하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상혁이 말을 이었다.“이제야 말씀드리지만, 그때 회장님 태도에 정말 분노했었습니다. 회장님이 백지안 님과 사귀는 거야 이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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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화

하준을 데리러 가는 길.상혁은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역시나 여름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름은 회의 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쨌든 상혁은 하준을 데리고 글렌데리얼 호텔로 갔다. 가디언 이사장이 그곳에 장기 거주 중이었다. 상혁은 사전에 상대의 비서와 약속을 잡아두었었다.호텔에 들어가자 하준은 추성호가 비서를 데리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 나오던 추성호는 하준을 보더니 조롱의 빛을 띠었다.“당신도 가디언 이사장을 만나겠다고 온 것은 아니었겠지?”추성호가 위아래로 하준을 훑어보더니 가소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주 개나 소나 다 오는구먼. 제가 뭐나 되는 줄 알고.”상혁이 울컥해서 앞으로 나서려는 데 하준이 팔로 가로 막더니 담담히 입을 열었다.“너무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행운이 늘 네 편은 아닐 테니까.”추성호의 눈빛이 변하더니 코웃음 쳤다.“웃기시네. 지난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당신은 언젠가는 내 손에 죽게 될 거야.”하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추성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우리 사이의 빚은 내가 하나하나 다 받아 낼 거야.”“흥, 뜬구름 잡기는. 가디언 그룹과 손을 잡아서 FTT 재기를 노리는 모양인데 꿈 깨시지. 가디언 회장은 절대 당신을 만나주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괜히 사람 괴롭히지 말고 돌아가.”그러더니 추성호는 호텔 매니저를 불렀다.“네, 무슨 일이십니까?”매이저가 바로 달려와서 공손히 물었다.“저 인간이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의 VIP를 방해하러 가려고 하니 올라가지 못하게 잘 살펴보라고.”추성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상혁은 화가 났다.“우리는 이미 약속을 잡아 두었습니다.”“약속? 당신들이?”추성호가 비웃었다.“거짓말도 적당히 해야지. 얼마나 많은 재벌가에서 가디언의 이사장을 만나러 왔다가 거절당했는지 알아? 그런데 겨우 FTT 따위가 가디언 이사장과 약속을 잡았다니 누가 믿어?”“알아들었으면 당장 꺼지라고.”추성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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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화

상혁은 하준과 함께 위로 올라갔다.프리제덴셜 스위트 룸에 도착하자 기사가 상혁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최 회장님과 독대하고 싶어 하십니다.”“자네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지.”하준의 눈에 살짝 의혹의 빛이 스치긴 했지만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검은 가죽 소파에 짙은 네이비 목욕 가운을 입은 덩치 큰 사람이 앉아있었다.남자는 마흔쯤 되어 보였는데 이목구비에서 강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험상궂은 느낌이고 어떻게 보면 기품이 느껴지는 미남자였다.남자는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들고 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은 처음으로 그 남자의 모습을 또렷이 되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디서 만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제가 전에 만나 뵌 적이 있었던가요?” 하준이 떠보듯 물었다.남자는 목구멍을 울리며 낮은 소리로 웃더니 커피잔을 내려놓고 저음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만났었지. 한병후라고 하면 기억하려는지?”한병후.오래도록 누군가가 거론하는 일이 없었던 이름이었다.심지어 오래도록 하준은 기억 속에서 지웠던 사람이었다.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하준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란 사실조차 잊고 살아왔다.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이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하준은 절망했을 뿐이었다. 그저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다.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는 하준의 눈은 평온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격랑이 일었다. 한참 만에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이제서 뭐 하러 돌아오셨나요? 진작에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요.”한병후의 날카로운 눈에 죄책감이 서렸다.“미안하구나….”“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저는 아버지가 없습니다.하준이 대차게 한병후의 말을 끊으며 눈에 힘을 주었다.“내 아버지는 어렸을 때 이미 돌아가셨습니다.”그러더니 돌아서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그 남자가 있는 곳에 한시라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딸과 아들이 생기더니 20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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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화

하준은 완전히 놀란 얼굴이었다.추동현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그런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왜 그렇게 당신을 죽이려고 했나요? 당시 어머니는 이미 굉장히 추동현과 살고 싶어 했을 텐데요.”“내가 그자의 계획을 망쳤거든.”한병후가 복잡한 듯 입을 열었다.“30여 년 전, 나와 란, 추동현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당시 네 엄마는 온 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좋아했었지. 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반면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어. 당시 네 엄마랑 알게 된 건 학생회 활동 때문이었어. 그때 추동현의 집안은 우리 집보다는 좀 나았지. 한번은 모임이 있었는데 추동현이 네 엄마의 술에 뭘 좀 탔다.하준의 미간이 일그러졌다.“하지만 어머니는 그대 당신이 비열한 수단으로….”“난 네 엄마를 발판으로 내 신분을 상승시킬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한병후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그대 다 추동현의 짓이었다. 그날 네 엄마의 술은 실수로 내가 마셔버렸고, 추동현은 다른 사람에게 잡혀있고…. 어쩌다 보니 그날 엄마와의 사이에서 네가 생겼다. 네 엄마 친정에서는 당장 데릴사위로 들어오라고 난리였지.”하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그 뒤에 결혼을 했다는 것은 하준도 알았다.당시 한병후는 가정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시 수석 입학생이었다. 입학 후 성적도 좋았을 뿐 아니라 각종 수상 경력까지 더 해지면서 나름 꽤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러니 최란의 집에서도 그만하면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게 추동현의 계획을 망쳤다는 겁니까?”“그렇지.”한병후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추동현은 자기가 FTT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들어가 버렸던 거지. 당시 추동현은 란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자 날 굉장히 미워했다. 결혼 후에 여느 부부가 그렇듯 우리도 좀 다투게 되었었는데 그때 추동성이 번번이 끼어들었다. 그렇게 추동성이 중간에서 이간질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이혼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야.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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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화

하준의 얇은 입술이 살짝 떨렸다. 이제는 한병후가 원망스럽지 않았다.어렸을 때는 자기만 사는 게 힘든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친부의 삶이라도 더 나을 것이 없었다.“아니다. 미안한 사람은 나지. 내 자식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했으니.”한병후가 자책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그나마 다행이라면 4~5년 고생하고 나서 Y국으로 몰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쪽에서 이름과 성을 모두 바꿔 새로운 신분을 얻어 네가 보고 싶어 돌아온 적이 있단다. 그런데 네가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그 뒤에 Y국에서 죽도록 고생한 끝에 사업을 시작해 가디언 그룹을 만들었지. 그때는 네가 이미 국내 최고의 거부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비로서 회사를 더 키워서 우리 부자가 협력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얼마 전 FTT의 변고를 듣게 되었지.”“그러면… 아버지께서 저희 별장을 낙찰 받은 겁니까?”하준이 물었다.“그래.”한병후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더니 콧방귀를 뛰었다.“널 도우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FTT 별장 따위 살 생각은 안 했을 거다.”그 말을 들으니 한병후가 아직도 얼마나 자기 어머니를 미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아버지, 왜 진작 아는 척을 안 하셨습니까? 지난번에 서명산에서 제가 차를 들이받지 않았습니까?”하준이 웃었다.“신중하게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한병후가 웃었다.“그리고 FTT에서 내내 가디언과 협력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서 널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랬더니 이렇게 느지막이 찾아 왔구나.”하준은 민망했다. 한동안 정신 줄을 놓고 있어 투지도, 일할 생각도 없었다.“추동현은 아버지가 가디언의 이사장이라는 건 모를 겁니다. 방금 추성호도 뵈러 왔더군요.”하준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아직 추동현이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한병후가 고개를 저었다.“지금이라면 나라도 추신을 정면으로 상대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어. 추신이 랜들과 협력하고 있으니까.”“그렇죠.”하준이 차갑게 말했다.“추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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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화

한병후가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더니 커피를 마셨다.가만히 한병후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한병후가 초조한듯 다시 입을 열었다.“10여 년 전에 내가 니아만에 갔을 때 어떤 여자를 만났다. 니아만의 진정한 안주인이지. 강여름 씨와 아주 닮았단다.”하준은 모골이 송연했다. 순식간에 그 미스터리가 풀렸다.“그분이 여름이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한병후가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여름이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외에서 태풍을 만나 실종되었다고 들었습니다.”“처음에는 나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와서 너와 여름 씨 사이를 보고 여름 씨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한병후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틀림없다. 10여 년 전에 그 여자는 서른 정도였을 거야. 가시 돋친 장미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평생 그 얼굴을 잊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얼마나 전설적인 삶을 살았는지, 셀레만 제도의 주인이기도 하지. 셀레만 제도에서 석유와 철광을 개발했어. 이후에 니아만의 차진욱과 결혼했어. 차진욱은 니아만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전 세계 해상 운송을 꽉 잡고 있지. 뿐만 아니라 차씨 가문이 CB BANK는 전 세계에 지점을 자기 있어.”“차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하준의 목젖이 힘겹게 꿀꺽 움직였다.하준도 한때는 국내 최고의 재벌이었다.그러니 다른 사람들 보다 이런 쪽으로는 아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비록 내년 전 세계 거부 명단이 발표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이다. 진정한 최고의 거부는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다. 이들은 매우 드러나지 않게 지내기 때문에 언론에 이름도 공개가 되지 않았다.CB그룹은 그런 전재였다.심지어 예전의 FTT라 하더라도 CB그룹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일 정도였다.그러나 그나마 아는 것은 CB그룹뿐이고 차진욱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다.“차진욱이 CB그룹의 최고 결정권자다.”한병후가 말을 이었다.“그 두 사람의 결혼은 강대 강의 결합이었다. 결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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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화

하준은 흠칫했다. 그렇다. 대뜸 여름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지 않으셨고 셀레만 제도의 주인이자 니아만의 안 주인이 되어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넣으셨으며 재가하셔서 다른 자식도 있다고 말한다면 여름은 자신을 사기꾼 취급할 게 틀림없었다.한병후가 위로했다.“양유진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든 그자가 강여름 씨와 계속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첫째, 만약 방금 내 말이 사실이라면 양유진의 CB그룹에 빨대를 꽂으려고 들 것이고 신세가 펴는 순간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용 가치가 끝나면 강여름 씨의 신세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그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하준은 괴로운 듯 주먹을 꽉 쥐었다.“반드시 여름이를 되찾아 오겠습니다. 저는 여름이가 그저 평온하게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 오늘 알게 되었는데 여름이가 저와의 사이에 생긴 아들딸을 낳아서 키우고 있었더라고요.”“그러냐?”한병후가 깜짝 놀라더니 곧 미소를 띠었다.“잘됐구나. 나중에 한 번 보자꾸나.”“여울이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아들은…. 아마도 지금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할 겁니다.”하준이 웃었다.“아버지 일은… 어머니께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한병후의 표정이 확 변했다. 한참 만에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말해도 좋다만 굳이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구나. 그때 내가 란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 같구나.”하준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한병후가 부탁했다.“나에 관해서는 한동안 비밀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가면 대외적으로는 우리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물론 가디언은 전력으로 기술 이전을 해서 FTT가 이 난관을 뚫고 나가도록 도울 게다.”“고맙습니다.”하준은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물론 하준은 자기 혼자 힘으로도 재기할 자신이 있었지만 한병후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일어설 수 있을 터였다.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에서 나오는 하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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