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명예에 별다른 뜻이 없는 하현은 소문주라는 자리가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용인서가 여전히 문주이고 용문의 대소사는 문주가 관할한다.하현은 단주 소문주일 뿐 실제로는 별로 큰 영향력이 없는 자리로 여겼다.그런데 모든 전권을 위임하겠다니?하현이 어안이 벙벙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용인서가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현, 자네가 이 늙은이에게 응한 이상 이번에는 절대 거절할 수 없네!”“이번 일은 해외 4대 무맹과 맞서는 일이야.”“그들과 강호에서 싸우게 된 이상 용문의 역량을 빼놓고선 절대 맞설 수 없어!”“이제부터 용문의 모든 역량과 인맥은 자네를 위해 쓰겠네!”“이제 자네 몸은 자네만의 것이 아니야!”“용문을 망신시켜서야 되겠는가?”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알아들었어요. 더 이상 절 설득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릿광대 몇 명 해치우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때론 운용하고 싶지 않은 인맥도 있고 이상하게 받고 싶지 않은 전화도 있다.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일이 다 그렇게 되려고 그때 마침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용인서는 하현의 말을 들으며 빙긋이 웃었다.“자, 그럼 나는 느긋하게 눈이나 비비며 자네가 어떻게 이 풍랑을 가라앉히는지 결정적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겠네.”“아이고, 하현 아냐? 아, 이제 소문주라지?”“왜? 속수무책으로 당하나 싶었는데 용인서가 이렇게 나서서 구해주니 천군만마라도 얻은 것 같아?”“설마 용인서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건 모르는 거 아니지?”“이빨 빠진 호랑이가 어떻게 이번 고비에서 당신을 구해줄 수 있겠어?”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하현의 체면은 둘째치고 용인서의 체면도 무시한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하현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조한철이 십여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을 대동하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들어왔다.그는 하현의 표정을 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