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정말?!”조한철은 화가 나서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그러나 막상 손을 쓰려는 순간 그는 꾹 참았다.용인서 같은 인물이 감히 손을 썼으니 분명 계략을 마련해 놓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조한철이 계속 덤빈다면 용인서는 이를 핑계로 대고 바로 여기서 그를 죽일지도 모른다.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완벽하고 깔끔한 처리가 될 것이다.그러자 조한철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용문주님, 농담이에요!”“아까는 내가 그만 선을 넘은 것 같네요!”“한순간의 말실수였으니 용서해 주세요!”“이런 실수 앞으로는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퍽!”용인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팔을 뒤로 끌어당겼다가 힘껏 그의 뺨을 후려쳐서 순식간에 조한철의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왜? 아까는 아주 큰소리 잘만 치더니?!”“왜? 갑자기 뭔가 생각이 떠오른 건가? 내가 뭔가 계략을 준비해 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그래서 겁을 먹은 건가?”“아까는 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은 모양새던데? 아니야?”“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북 조 씨 가문 조 세자 아니었어?”“인도 황실의 피가 흐르는 인도 황실 후계자 아니었어?”“왜? 갑자기 나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간이 콩알만 해진거야?”“어서 반격해 보시지! 네놈이 반격했다가는 내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용문 문주를 암살하려 했다는 죄명을 씌워 옴짝달싹도 못하게 해 주지!”용인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조한철을 몰아세웠다.조한철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자꾸 떨렸다.원래 그는 용인서가 몸이 쇠약할 대로 쇠약해져서 별로 힘을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이 카리스마 강한 용문주는 여전히 전성기 때의 날카로움을 잃지 않은 호랑이 바로 그 모습이었다.조한철은 아직 젊었고 앞으로 할 것들이 많은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였다.그런데 어떻게 이유 없이 한순간에 다른 사람에게 죽임
조한철이 달갑지 않은 얼굴로 떠나는 것을 보고 하현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용인서를 쳐다보았다.역시 용문주는 달랐다.설령 천인합일에 실패해서 예전 실력의 절반도 안 되는 실력일지라도 지금 보여준 그의 실력은 여전히 강했다.4대 지주란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다.조한철이 감히 용인서를 화나게 하고 건드리려 했다는 건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다행히 조한철은 아직 머리가 돌아가는지 벼랑 끝에 몰린 자기 처지를 깨닫고 물러났다.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그는 이미 시체로 변했을 것이다.게다가 용문주를 암살하려는 명분마저 그에게 씌워진다면 정말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된다.“하현, 봤지?”“아무리 음험하고 간교한 상대라도 절대적인 실력자 앞에서는 종이호랑이나 다름없어.”떠나는 조한철을 보고 용인서는 안타깝다는 듯 눈을 찡긋했다.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용문주께서 오늘 저한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신 모양인 듯합니다.”“그러나 문주께서 오늘 준비하신 것이 예전만큼 배포가 크지도 대범하지도 못했습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번 수업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셨을 겁니다.”용인서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어쩔 수 없네. 사람이 늙으니 수단도 적어지고 담력도 예전 같지 않고 말이야.”“사람이 가진 게 많으니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예전 같으면 하현 당신도 이번 수업에서 충분히 만족했을 거야.”하현이 별로 탐탁지 않은 듯한 눈빛을 보이자 용천두가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예전 같으면 용 씨 가문 세 후계자가 든든히 있었기에 용인서는 스스로 아무리 강하게 몰아붙여도 두렵지가 않았을 것이다.이 일로 용인서는 용 씨 가문 세 후계자를 시험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용 씨 가문 세 후계자 중 남은 사람은 용천두밖에 없었고 용인서는 그마저도 죽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감히 전력을 다해 목숨을 걸지 못했다.어찌 보면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의 승리는 확실해!”“대하무맹은 우리의 조건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갈 길이 없어!”“이런 마당에 내가 뭘 두려워하겠어?”조한철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마오타이 한 잔을 들이켜고 입에서 술 냄새를 내뿜으며 말했다.“인도 쪽에서 보내온 고수들을 모두 준비시켜!”“기회를 봐서 용인서 그놈을 반드시 죽여버려!”“조 세자!”조현무는 얼굴을 가린 채 초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이번에 인도 쪽에서 대하에 잠입한 사람들은 모두 브라흐마 바찬이 손수 가르친 고수들이야!”“인원도 많지 않고 신분도 모두 관청에서 인정한 사람들이야.”“대하에 장기 잠복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소한 일로 신분이 탄로 나면 일을 그르치게 돼.”“특히 용인서에 대해서는 신중하는 게 좋아. 아무래도 용문 문주니까.”“그를 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용문 쪽에서 무슨 핑계를 대고 우릴 건드릴지 몰라.”“일이 그렇게 되어 혹시라도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인도의 한이 될 거야. 모든 게 엉망이 된다구!”“조 세자, 아랫사람의 충고도 때론 들어야 해. 대하에 그런 말도 있잖아. 군자는 십 년 안에 복수해도 늦지 않다고!”“퍽!”조한철은 일어서서 조현무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엎어뜨리며 말했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내 안에 인도의 고귀한 제1계급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명심해! 당신은 나한테 있어서 언제까지나 하인일 뿐이야!”조현무는 조한철에게 걷어차여 칠팔 미터를 날아갔다.그러나 그는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배를 움켜쥔 채 일어나 주변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세자, 조현무의 말이 조금 듣기 싫긴 하지만 확실히 지금은 용인서를 죽일 때는 아니야.”조한철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자 아리따운 조 주작이 앞으로 나와 조한철에게 몸을 기대었다.조한철의 손이 그녀의 몸에 닿도록 내버려두면서 살며시 입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용인서라는 늙은 여우는 지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신분도
’총교관'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조한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대하 사람으로서 그는 총교관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그가 총교관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총교관의 병사들, 무성 경찰서 일인자 만천우의 실력만 보더라도 총교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조한철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자 조 주작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당신은 귀중하고 보배로운 사람이야. 왜 함부로 항아리와 싸우려 하는 거야?”“옛말에 군자는 위험한 담 밑에 서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어!”“지금 우리 병력도 아주 강하고 서북 조 씨 가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충분해.”“그리고 당신은 대하의 젊은 세대에서 최고 일인자들 중 한 명이야.”“그렇지만 그런 사소한 일로 용문과 끝까지 싸울 필요는 없어.”“대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구!”“차라리 우리가 일을 끝내고 대하무맹과 하현을 완전히 폐위시킨 다음 인도로 돌아간 뒤 사람을 보내 용인서를 치는 게 낫다고 생각해.”“그때가 되면 우리 조 세자에게 미움을 사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두들 알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조 주작은 마치 조한철의 인간적인 매력에 홀린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실 조 주작은 조한철과 몇 차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조한철이 결코 용인서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다만 이번에 이렇게 체면을 구겼으니 조금이라도 기를 세워 주지 않으면 나중에 얼굴을 들 수 없어 두고두고 분노할 것이다.“세자, 주작의 말씀이 맞아. 우리는 지금 절대적인 우세에 있어. 대하무맹은 이미 물러설 곳이 없고 말이야!”“계략을 잘 세워서 싸워야 해!”“우리가 이런 시점에서 왜 그들과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해?”“죽기 살기로 싸우는 건 오히려 대하의 계략에 놀아나는 거야!”“어차피 그들은 물러설 곳도 없으니 우리한테 무릎을 꿇게 될 거라구!”“그러니 아직은 우리가
조한철이 이를 갈며 뼛속 깊은 원한을 되씹은 그다음 날.하현은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대하무맹의 사무실로 갔다.만진해 쪽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살피는 것 외에 어제 있었던 일을 만진해와 교류하기 위해서였다.어쨌든 하현이 조한철에 대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부잣집 도련님인 조한철이 어제와 같은 수모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용인서의 행동은 충동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조한철에게 가능한 한 빨리 숨겨 놓은 카드를 쓰라고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적의 준비가 미비할 때 공격하는 것이 여러모로 승산이 높은 일이었다.하현이 막 만진해의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만진해는 책상을 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개자식들! 하등의 쓸모가 없어!”“그 부맹주들은 모두 밥만 축내는 사람들이야?”“아니면 무학의 성지 사람들로서 세상 일에는 담을 쌓은 건가? 대하의 영광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말이야?”“이럴 때 내 옆에 서지 않고 어찌 한결같이 총부리를 들이대냔 말이야?!”“사람을 보내서 빨리 일을 해결하고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라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내가 무맹을 대표해 이런 얼토당토않는 조약에 서명한다면 나 만진해는 두고두고 천고의 죄인이 된다는 걸 그들이 설마 몰라서 이러는 거야?”“돌아가서 그들에게 말해! 무맹의 일은 내가 결정한다고!”“명예 맹주인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결정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해!”말을 하면서 만진해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몇몇 부하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라고 지시했다.“어르신, 무슨 일로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이런 사소한 일은 아랫사람들이 해결하도록 하면 됩니다.”하현이 문을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만진해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무학의 성지에서 파견해 온 소위 무맹 부맹주들은 대부분 외문 장로들이라고 들었습니다.”“이 사람들은 무학의 성지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그들 자신의 의견을 표명
”무엇보다 관건은 말이야. 구평도 그 여우가 다른 부맹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거야. 게다가 내가 머뭇거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라고 호도하고 있어.”“나더러 빨리 그들의 조건에 응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4대 무맹이 계속 치고 들어올 텐데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여기까지 말하고 난 만진해는 탁자를 탁 치며 말을 이었다.“개자식들! 가끔은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다니까!”하지만 만진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가 정말로 엎어버리면 도량이 좁고 근시안적인 구평도가 마음대로 상대의 굴욕적인 조건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었기 때문이다.일이 그렇게 된다면 대하무맹은 유명무실해지고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할 것이 뻔했다.그리고 만진해는 천하의 죄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그 조건들은 4대 무맹이 제시한 것이 아니라 조한철 그놈이 제시한 걸 거예요.”하현은 어제 있었던 일을 간단히 털어놓았다.조한철이 용인서 앞에서 체면을 잃어서 복수를 하고 싶으나 감히 직접적으로 복수를 할 수는 없으니 대하무맹을 상대로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서북 조 씨 가문 조 세자.”“인도 황실 후계자 중 한 명이라지.”“그렇게 할 만도 하지.”만진해는 한숨을 내쉬었다.“무엇보다 조한철이란 녀석은 아주 치사해.”“분명히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마치 그가 구국자인 것처럼 일을 꾸몄군.”“흑돌도 자기가 하고 백돌도 자기가 하는 형국이구만.”“지금 아무 진실도 모르는 일부 군중들이 그를 마지막 해결사로 보고 있어.”“우리는 아주 악명으로 자자하고.”“게다가 모레가 최후통첩 기한이야.”“상대방은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모레까지 우리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마 국외에서 더 큰 규모의 약탈 행위가 발생할 거야!”“그때가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테고 분노한 민중들은 들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최후통첩의 마지막 날 오후가 되었다.하현은 오후 네 시에 무맹 청사에 도착했다.하현의 곁을 따라다니는 사람은 사청인이었다.조금도 미모가 퇴색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이 놀라움을 자아내었다.그러나 여전한 얼굴이었지만 요염함은 사라지고 커리어 우먼다운 세련미가 한층 더해진 것 같았다.하현이 그녀를 곁에 가까이 남겨둔 이유는 그녀의 무성 인맥과 그녀의 침착한 성격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그리고 오늘 그녀를 이 자리에 데리고 온 것도 그녀가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하현, 이제 오는군.”하현이 탄 차가 멈추자 소식을 들은 만진해는 한 무리의 직원들을 이끌고 마중나와 있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오래 기다리셨죠?”“아니, 나도 방금 왔어. 오래 기다린 건 저놈들이지.”만진해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에게 말했다.“무맹 대표들이 펄쩍펄쩍 날뛰고 성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저렇게 한 시간 가까이나 기다릴 줄은 몰랐어.”하현은 별다른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이 어떻게 박차고 나가겠습니까?”“우리 대하무맹을 제대로 짓밟지도 못했고 저 하현의 얼굴도 뭉개버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가겠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했던 그 많은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거잖습니까?”“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거죠.”“조한철이 오랫동안 와신상담을 한 이유가 바로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죠!” “아마 분명히 저 위에 있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 대하를 아주 역겨운 벌레 보듯 하는 눈빛으로요.”“다른 사람들이 박차고 가려 해도 조한철이 기를 쓰고 말렸을 겁니다.”만진해는 감탄해 마지않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대단하네! 자네는 현장에 없었지만 마치 이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는군!”“자네 말대로 그 대표들이 몇 번이나 박차고 일어서려고 했었어.”“그런데 조한철이 퉁명스럽게 한마디하며 말렸지.”“그래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손짓을 하며 만진해와 사청인을 데리고 천천히 대하무맹 회의실로 향했다.그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누군가가 탁자를 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쾅!”큰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고성이 들려왔다.“만진해는? 그 사람이 대하무맹의 맹주 아니야?”“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대하무맹의 맹주가 우리보다 위세가 더 대단하다는 거야?”“최후통첩 시간이 임박했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이렇게 한다고 우리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대하무맹이 한 짓은 이미 우리를 화나게 했어!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두고 보자구!”“우리는 반드시 제재의 수위를 최고로 올려 대하무맹을 분열시키고 무학의 성지라는 말을 입 밖에도 내지 못하게 할 거야!”“아마도 대하 사람들이 대하무맹 사람들을 보고 한 입에 잡아 뜯어 죽이려고 들겠지!”회의실 안에서 탁자를 두드리며 성을 내고 있는 사람은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인이었다.분명 인도 무맹 대표 브라흐마 아티일 것이다.지금 브라흐마 아티는 구평도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이름표가 놓인 원탁이 있었고 원탁을 둘러싸고 몇 명이 앉아 있었다.콧수염을 기른 섬나라 사람은 섬나라 무맹 대표 미야모토 잇신이었다.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은 극동무맹 대표 강진남이었다.양복을 입은 남양 남자가 바로 남양무맹 대표 원청산이었다.그들 4대 무맹의 대표 외에도 조한철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조한철은 화를 내는 무맹 대표들 사이에서 웃는 듯 마는 듯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현장에는 이 사람들이 데려온 수십 명의 수행원들이 있었는데 이 수행원들의 관자놀이가 불뚝 솟아 있는 것이 모두들 한 세대의 고수임이 분명해 보였다.각 무맹을 따라다니는 그들의 눈빛이 사나운 맹수의 그것과 닮아 있었고 가만히 있어도 강한 기세가 저절로 풍겨져 나왔다.그들은 구평도 일행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개만도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