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의 승리는 확실해!”“대하무맹은 우리의 조건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갈 길이 없어!”“이런 마당에 내가 뭘 두려워하겠어?”조한철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마오타이 한 잔을 들이켜고 입에서 술 냄새를 내뿜으며 말했다.“인도 쪽에서 보내온 고수들을 모두 준비시켜!”“기회를 봐서 용인서 그놈을 반드시 죽여버려!”“조 세자!”조현무는 얼굴을 가린 채 초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이번에 인도 쪽에서 대하에 잠입한 사람들은 모두 브라흐마 바찬이 손수 가르친 고수들이야!”“인원도 많지 않고 신분도 모두 관청에서 인정한 사람들이야.”“대하에 장기 잠복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소한 일로 신분이 탄로 나면 일을 그르치게 돼.”“특히 용인서에 대해서는 신중하는 게 좋아. 아무래도 용문 문주니까.”“그를 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용문 쪽에서 무슨 핑계를 대고 우릴 건드릴지 몰라.”“일이 그렇게 되어 혹시라도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인도의 한이 될 거야. 모든 게 엉망이 된다구!”“조 세자, 아랫사람의 충고도 때론 들어야 해. 대하에 그런 말도 있잖아. 군자는 십 년 안에 복수해도 늦지 않다고!”“퍽!”조한철은 일어서서 조현무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엎어뜨리며 말했다.“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내 안에 인도의 고귀한 제1계급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명심해! 당신은 나한테 있어서 언제까지나 하인일 뿐이야!”조현무는 조한철에게 걷어차여 칠팔 미터를 날아갔다.그러나 그는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배를 움켜쥔 채 일어나 주변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세자, 조현무의 말이 조금 듣기 싫긴 하지만 확실히 지금은 용인서를 죽일 때는 아니야.”조한철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자 아리따운 조 주작이 앞으로 나와 조한철에게 몸을 기대었다.조한철의 손이 그녀의 몸에 닿도록 내버려두면서 살며시 입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용인서라는 늙은 여우는 지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신분도
’총교관'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조한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대하 사람으로서 그는 총교관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비록 그가 총교관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총교관의 병사들, 무성 경찰서 일인자 만천우의 실력만 보더라도 총교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조한철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자 조 주작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당신은 귀중하고 보배로운 사람이야. 왜 함부로 항아리와 싸우려 하는 거야?”“옛말에 군자는 위험한 담 밑에 서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어!”“지금 우리 병력도 아주 강하고 서북 조 씨 가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충분해.”“그리고 당신은 대하의 젊은 세대에서 최고 일인자들 중 한 명이야.”“그렇지만 그런 사소한 일로 용문과 끝까지 싸울 필요는 없어.”“대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구!”“차라리 우리가 일을 끝내고 대하무맹과 하현을 완전히 폐위시킨 다음 인도로 돌아간 뒤 사람을 보내 용인서를 치는 게 낫다고 생각해.”“그때가 되면 우리 조 세자에게 미움을 사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모두들 알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조 주작은 마치 조한철의 인간적인 매력에 홀린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실 조 주작은 조한철과 몇 차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조한철이 결코 용인서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했다.다만 이번에 이렇게 체면을 구겼으니 조금이라도 기를 세워 주지 않으면 나중에 얼굴을 들 수 없어 두고두고 분노할 것이다.“세자, 주작의 말씀이 맞아. 우리는 지금 절대적인 우세에 있어. 대하무맹은 이미 물러설 곳이 없고 말이야!”“계략을 잘 세워서 싸워야 해!”“우리가 이런 시점에서 왜 그들과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해?”“죽기 살기로 싸우는 건 오히려 대하의 계략에 놀아나는 거야!”“어차피 그들은 물러설 곳도 없으니 우리한테 무릎을 꿇게 될 거라구!”“그러니 아직은 우리가
조한철이 이를 갈며 뼛속 깊은 원한을 되씹은 그다음 날.하현은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대하무맹의 사무실로 갔다.만진해 쪽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살피는 것 외에 어제 있었던 일을 만진해와 교류하기 위해서였다.어쨌든 하현이 조한철에 대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부잣집 도련님인 조한철이 어제와 같은 수모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용인서의 행동은 충동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조한철에게 가능한 한 빨리 숨겨 놓은 카드를 쓰라고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적의 준비가 미비할 때 공격하는 것이 여러모로 승산이 높은 일이었다.하현이 막 만진해의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만진해는 책상을 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개자식들! 하등의 쓸모가 없어!”“그 부맹주들은 모두 밥만 축내는 사람들이야?”“아니면 무학의 성지 사람들로서 세상 일에는 담을 쌓은 건가? 대하의 영광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말이야?”“이럴 때 내 옆에 서지 않고 어찌 한결같이 총부리를 들이대냔 말이야?!”“사람을 보내서 빨리 일을 해결하고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라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내가 무맹을 대표해 이런 얼토당토않는 조약에 서명한다면 나 만진해는 두고두고 천고의 죄인이 된다는 걸 그들이 설마 몰라서 이러는 거야?”“돌아가서 그들에게 말해! 무맹의 일은 내가 결정한다고!”“명예 맹주인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결정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해!”말을 하면서 만진해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몇몇 부하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라고 지시했다.“어르신, 무슨 일로 이렇게 화를 내십니까?”“이런 사소한 일은 아랫사람들이 해결하도록 하면 됩니다.”하현이 문을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만진해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무학의 성지에서 파견해 온 소위 무맹 부맹주들은 대부분 외문 장로들이라고 들었습니다.”“이 사람들은 무학의 성지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기껏해야 그들 자신의 의견을 표명
”무엇보다 관건은 말이야. 구평도 그 여우가 다른 부맹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거야. 게다가 내가 머뭇거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라고 호도하고 있어.”“나더러 빨리 그들의 조건에 응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4대 무맹이 계속 치고 들어올 텐데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여기까지 말하고 난 만진해는 탁자를 탁 치며 말을 이었다.“개자식들! 가끔은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다니까!”하지만 만진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가 정말로 엎어버리면 도량이 좁고 근시안적인 구평도가 마음대로 상대의 굴욕적인 조건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었기 때문이다.일이 그렇게 된다면 대하무맹은 유명무실해지고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할 것이 뻔했다.그리고 만진해는 천하의 죄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그 조건들은 4대 무맹이 제시한 것이 아니라 조한철 그놈이 제시한 걸 거예요.”하현은 어제 있었던 일을 간단히 털어놓았다.조한철이 용인서 앞에서 체면을 잃어서 복수를 하고 싶으나 감히 직접적으로 복수를 할 수는 없으니 대하무맹을 상대로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서북 조 씨 가문 조 세자.”“인도 황실 후계자 중 한 명이라지.”“그렇게 할 만도 하지.”만진해는 한숨을 내쉬었다.“무엇보다 조한철이란 녀석은 아주 치사해.”“분명히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마치 그가 구국자인 것처럼 일을 꾸몄군.”“흑돌도 자기가 하고 백돌도 자기가 하는 형국이구만.”“지금 아무 진실도 모르는 일부 군중들이 그를 마지막 해결사로 보고 있어.”“우리는 아주 악명으로 자자하고.”“게다가 모레가 최후통첩 기한이야.”“상대방은 분명히 말하지 않았지만 모레까지 우리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마 국외에서 더 큰 규모의 약탈 행위가 발생할 거야!”“그때가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테고 분노한 민중들은 들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최후통첩의 마지막 날 오후가 되었다.하현은 오후 네 시에 무맹 청사에 도착했다.하현의 곁을 따라다니는 사람은 사청인이었다.조금도 미모가 퇴색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이 놀라움을 자아내었다.그러나 여전한 얼굴이었지만 요염함은 사라지고 커리어 우먼다운 세련미가 한층 더해진 것 같았다.하현이 그녀를 곁에 가까이 남겨둔 이유는 그녀의 무성 인맥과 그녀의 침착한 성격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그리고 오늘 그녀를 이 자리에 데리고 온 것도 그녀가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하현, 이제 오는군.”하현이 탄 차가 멈추자 소식을 들은 만진해는 한 무리의 직원들을 이끌고 마중나와 있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오래 기다리셨죠?”“아니, 나도 방금 왔어. 오래 기다린 건 저놈들이지.”만진해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에게 말했다.“무맹 대표들이 펄쩍펄쩍 날뛰고 성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저렇게 한 시간 가까이나 기다릴 줄은 몰랐어.”하현은 별다른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들이 어떻게 박차고 나가겠습니까?”“우리 대하무맹을 제대로 짓밟지도 못했고 저 하현의 얼굴도 뭉개버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가겠어요? 그러면 지금까지 했던 그 많은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거잖습니까?”“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거죠.”“조한철이 오랫동안 와신상담을 한 이유가 바로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죠!” “아마 분명히 저 위에 있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 대하를 아주 역겨운 벌레 보듯 하는 눈빛으로요.”“다른 사람들이 박차고 가려 해도 조한철이 기를 쓰고 말렸을 겁니다.”만진해는 감탄해 마지않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대단하네! 자네는 현장에 없었지만 마치 이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는군!”“자네 말대로 그 대표들이 몇 번이나 박차고 일어서려고 했었어.”“그런데 조한철이 퉁명스럽게 한마디하며 말렸지.”“그래
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손짓을 하며 만진해와 사청인을 데리고 천천히 대하무맹 회의실로 향했다.그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누군가가 탁자를 세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쾅!”큰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고성이 들려왔다.“만진해는? 그 사람이 대하무맹의 맹주 아니야?”“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대하무맹의 맹주가 우리보다 위세가 더 대단하다는 거야?”“최후통첩 시간이 임박했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이렇게 한다고 우리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대하무맹이 한 짓은 이미 우리를 화나게 했어!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두고 보자구!”“우리는 반드시 제재의 수위를 최고로 올려 대하무맹을 분열시키고 무학의 성지라는 말을 입 밖에도 내지 못하게 할 거야!”“아마도 대하 사람들이 대하무맹 사람들을 보고 한 입에 잡아 뜯어 죽이려고 들겠지!”회의실 안에서 탁자를 두드리며 성을 내고 있는 사람은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인이었다.분명 인도 무맹 대표 브라흐마 아티일 것이다.지금 브라흐마 아티는 구평도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이름표가 놓인 원탁이 있었고 원탁을 둘러싸고 몇 명이 앉아 있었다.콧수염을 기른 섬나라 사람은 섬나라 무맹 대표 미야모토 잇신이었다.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은 극동무맹 대표 강진남이었다.양복을 입은 남양 남자가 바로 남양무맹 대표 원청산이었다.그들 4대 무맹의 대표 외에도 조한철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조한철은 화를 내는 무맹 대표들 사이에서 웃는 듯 마는 듯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현장에는 이 사람들이 데려온 수십 명의 수행원들이 있었는데 이 수행원들의 관자놀이가 불뚝 솟아 있는 것이 모두들 한 세대의 고수임이 분명해 보였다.각 무맹을 따라다니는 그들의 눈빛이 사나운 맹수의 그것과 닮아 있었고 가만히 있어도 강한 기세가 저절로 풍겨져 나왔다.그들은 구평도 일행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개만도
”당신이 바로 그 전설의 하현?”브라흐마 아티 일행은 하현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아본 게 분명했다.선두에 선 사람이 하현인 것을 알아본 그의 일행들은 모두 똑바로 서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들이 평소에 생각하던 거물들의 거만한 이미지가 하현에게는 보이지 않고 별로 특별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이자 그들의 눈에는 갑자기 깔보는 기색이 떠올랐다.이런 인물이 링 위에서 몇 번 이겼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재주가 있겠는가?진정한 어른은 때리고 죽이며 싸우는 게 아니라 머리로 싸우는 사람이 아닌가?때리고 죽이는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좋지 않은가?이윽고 브라흐마 아티는 한껏 깔보던 눈빛을 거두어들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대하무맹을 대표해서 우리와 협상하러 온 거야?”구평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진해 맹주, 이게 무슨 뜻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어요?”“내가 이미 결정했어요. 지금부터 하현이 나와 우리 대하무맹을 대표합니다.”“그가 한 말은 바로 내가 한 말이나 다름없어요.”“그가 승낙한 것은 내가 승낙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남아일언은 중천금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습니다.”굳은 표정으로 만진해가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이 어떤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그는 하현을 무한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이 말을 듣고 미야모토 잇신 일행은 모두 하현을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들은 모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만진해가 오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라도 삐끗하면 영원히 오명을 쓴다는 걸 잘 아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들은 생각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 하현이라는 새파란 놈을 앞세워 죄를 인정하고 협상을 체결하려고 하는 것임이 틀림없다고 여겼다.어쨌든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4대 무맹 대표들의 눈에 하현과 대하무맹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것 외에 다른 운명이
한 직원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높였다.“너무 막무가내 아닙니까? 무슨 말만 하면 천억 천억 하십니까? 천억이 무슨 뉘 집 개 이름입니까?”“퍽!”“누가 너더러 끼어들랬어?”기세등등한 브라흐마 아티는 이 직원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현을 노려보며 사나운 미소를 만면에 그리며 말했다.“당신들 대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 있잖아?”“경제 발전이 빨라서 이제 곧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 아니냐고?”“당신들은 이제 돈방석에 앉게 될 거잖아?”“천억이 뭐 대수야?”“그냥 그 정도면 식은 죽 먹기잖아!”말을 하면서 브라흐마 아티는 손을 뻗어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고 싶었다.“하현, 흥정할 생각은 하지도 마. 감히 한마디라도 곱게 하지 않으면 당신, 제대로 쓴맛을 보게 될 거야!”“퍽!”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브라흐마 아티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갈겼다.“우리 대하 땅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있고 광활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이 있어. 흙만큼 많은 돈이 있지. 하지만 그게 당신들 인도 사람들이랑 무슨 관계가 있지?”“천억은커녕 한 푼도 못 줘!”“앗!”하현의 호통에 브라흐마 아티는 얼굴을 감싸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바닥에 넘어진 그의 얼굴이 서서히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브라흐마 아티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뭐라고 반응할 수가 없었다.때리고 싶었던 건 오히려 자신인데 어떻게 하다가 지금 자신이 이런 꼴이 되었는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그러는 중에 그의 얼굴을 더욱더 퉁퉁 부어올랐고 참을 수 없는 아픔이 뒤따랐다.온 장내가 충격에 휩싸였고 모두가 하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팔걸이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던 조한철마저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그는 하현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4대 무맹이 힘을 합쳐 대하무맹을 겨냥하러 온 자리이지 않는가?4대 무맹의 말 한마디가 대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