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로 그 전설의 하현?”브라흐마 아티 일행은 하현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아본 게 분명했다.선두에 선 사람이 하현인 것을 알아본 그의 일행들은 모두 똑바로 서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들이 평소에 생각하던 거물들의 거만한 이미지가 하현에게는 보이지 않고 별로 특별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이자 그들의 눈에는 갑자기 깔보는 기색이 떠올랐다.이런 인물이 링 위에서 몇 번 이겼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재주가 있겠는가?진정한 어른은 때리고 죽이며 싸우는 게 아니라 머리로 싸우는 사람이 아닌가?때리고 죽이는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좋지 않은가?이윽고 브라흐마 아티는 한껏 깔보던 눈빛을 거두어들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대하무맹을 대표해서 우리와 협상하러 온 거야?”구평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진해 맹주, 이게 무슨 뜻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할 수 있어요?”“내가 이미 결정했어요. 지금부터 하현이 나와 우리 대하무맹을 대표합니다.”“그가 한 말은 바로 내가 한 말이나 다름없어요.”“그가 승낙한 것은 내가 승낙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남아일언은 중천금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습니다.”굳은 표정으로 만진해가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이 어떤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그는 하현을 무한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이 말을 듣고 미야모토 잇신 일행은 모두 하현을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들은 모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만진해가 오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라도 삐끗하면 영원히 오명을 쓴다는 걸 잘 아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들은 생각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 하현이라는 새파란 놈을 앞세워 죄를 인정하고 협상을 체결하려고 하는 것임이 틀림없다고 여겼다.어쨌든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4대 무맹 대표들의 눈에 하현과 대하무맹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것 외에 다른 운명이
한 직원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높였다.“너무 막무가내 아닙니까? 무슨 말만 하면 천억 천억 하십니까? 천억이 무슨 뉘 집 개 이름입니까?”“퍽!”“누가 너더러 끼어들랬어?”기세등등한 브라흐마 아티는 이 직원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현을 노려보며 사나운 미소를 만면에 그리며 말했다.“당신들 대하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 있잖아?”“경제 발전이 빨라서 이제 곧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 아니냐고?”“당신들은 이제 돈방석에 앉게 될 거잖아?”“천억이 뭐 대수야?”“그냥 그 정도면 식은 죽 먹기잖아!”말을 하면서 브라흐마 아티는 손을 뻗어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고 싶었다.“하현, 흥정할 생각은 하지도 마. 감히 한마디라도 곱게 하지 않으면 당신, 제대로 쓴맛을 보게 될 거야!”“퍽!”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브라흐마 아티의 얼굴에 손바닥을 휘갈겼다.“우리 대하 땅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있고 광활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이 있어. 흙만큼 많은 돈이 있지. 하지만 그게 당신들 인도 사람들이랑 무슨 관계가 있지?”“천억은커녕 한 푼도 못 줘!”“앗!”하현의 호통에 브라흐마 아티는 얼굴을 감싸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바닥에 넘어진 그의 얼굴이 서서히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브라흐마 아티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뭐라고 반응할 수가 없었다.때리고 싶었던 건 오히려 자신인데 어떻게 하다가 지금 자신이 이런 꼴이 되었는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그러는 중에 그의 얼굴을 더욱더 퉁퉁 부어올랐고 참을 수 없는 아픔이 뒤따랐다.온 장내가 충격에 휩싸였고 모두가 하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팔걸이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던 조한철마저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그는 하현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4대 무맹이 힘을 합쳐 대하무맹을 겨냥하러 온 자리이지 않는가?4대 무맹의 말 한마디가 대하
브라흐마 아티는 이때 더욱 짙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자, 이제 우리가 조 세자의 체면을 세워 줄 필요도 없게 되었으니 그럼 우리 마음대로 하면 되겠군!”“하현이 한 행동 때문에 배상액은 이전의 열 배는 되어야겠어!”“다른 조건은 변함이 없지만 하현 저 자는 반드시 인도 황실에 가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해!”“만진해 맹주님, 자 이제 선택하세요. 당신들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폭풍우에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지금은 국경의 작은 대하 무도관이 약탈당하고 일반인들이 추방당했을 뿐이죠.”“그러나 만약 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그때가 되어서 당신들이 대하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미야모토 잇신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당신들은 이 조건을 수락하는 게 좋을 겁니다.”“대하와 우리 섬나라 양국은 아주 거래가 왕성한 사이입니다. 이번에 하현이 저렇게 뻔뻔하게 굴지 않았으면 우리 섬나라 무맹도 이런 식으로 우방을 압박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이번에는 원청산이 옆에서 끼어들었다.“남양무맹은 화목함을 귀한 덕목으로 여기죠.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대하무맹이 선을 넘었어요.”강진남도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보탰다.“자, 당신들 이제 그만 버티세요. 우리가 이렇게 온 이유는 당신들 대하무맹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우리의 통제 아래에서 숨죽이며 비참하게 살거나 분노한 대하 민중들에게 오명을 뒤집어쓰거나!”“선택은 당신들에게 달렸습니다!”원청산과 강진남의 말속에 조롱 섞인 비아냥이 가득했다.특히 하현을 보는 그들의 눈에는 마치 곧 죽을 멍청이를 놀리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이런 상황을 만들기까지는 어렵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이렇게 바보 같은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지금 누가 봐도 우세한 위치를 점하
브라흐마 아티는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봉투를 열었다.그는 하현이 무얼 내놓든 간에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태도를 견지할 자신이 있었다.이번에 그는 어떻게 해서든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아야 했다.그것은 고귀한 인도인이라는 자긍심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조한철이 이번에 그에게 큰 혜택을 위해서도 꼭 해내야만 한다.그리고 그 달콤한 혜택은 하현이 섣불리 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다른 어떤 뒷거래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러나 봉투를 여는 순간 봉투 안을 들여다본 브라흐마 아티의 안색이 갑자기 굳어졌다.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봉투 안의 종이를 본 브라흐마 아티는 불안한 기색으로 봉투 안을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그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다.그러나 미야모토 잇신 일행이 다가와서 봉투 안을 보려고 하자 브라흐마 아티는 얼른 봉투를 닫아 버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가방을 들여다보세요.”미야모토 잇신, 원청산, 그리고 강진남은 동시에 멍한 눈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죽 가방을 꺼내 보았다.그러자 가방 안에 든 것을 보고 모두 안색이 새까맣게 변했다.그리고 나서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파렴치한 놈 같으니라구!”“이런 걸 어디서 구했어?”지금 이 순간 무맹 대표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만진해와 구평도 일행조차도 놀란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지만 브라흐마 아티 일행은 혹시라도 이것이 남의 손에 들어갈까 봐 전전긍긍하며 서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거물들끼리 왜 그리 놀라고 그래요?!”“이러면 재미없죠!”하현은 싱긋 웃으며 사청인이 건네준 용정차를 받아 가볍게 한 모금 입을 축였다.“사실 네 분이 들고 계신 물건은 모두 비슷해요.”“당신들이 속한 무맹에서 가장 살상력을 갖춘 몇 가지 기술의 가장 큰 허점을 말
각 무맹의 묘수는 기본적으로 비밀에 부쳐져 있다.각 맹주와 핵심 제자들만이 이 묘수를 알 수가 있다.하지만 하현은 4대 무맹의 묘수를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묘수의 허점까지 꿰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현, 이 개자식! 당신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기밀을 훔쳤어?”브라흐마 아티는 손에 든 종이를 움켜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인도 무맹의 모든 묘수와 허점까지 어떻게 알았냐고?”“당신! 이런 짓 하는 거 그건 범죄야!”“만진해, 구평도! 당신들이 이건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한 가지라도 해명되지 않는 게 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골칫거리를 대하에게 안겨줄 거예요!”브라흐마 아티의 말을 듣고 미야모토 잇신은 살벌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분명 그들 또한 하현이 뭔가 해명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무맹의 묘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강하게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못했다.문제는 비핵심 제자들의 손에는 닿을 수도 없는 절대적인 자료를 하현이 도대체 어떻게 도둑질해서 손에 넣었냐는 것이다!이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하현이 어딘가에서 정보를 훔쳐 한두 개 묘수를 배운다고 해도 그 허점까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었을까?그게 더 무서운 일이었다!“해명?”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브라흐마 아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의 출생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강신술이나 권법을 단련했을 거예요.”“그래서 당신의 허점은 단전, 정수리, 그리고...”하현이 자신 있게 하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브라흐마 아티의 안색이 급변했고 잠시 후 그는 달려들어 하현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만!”“제발 그만!”브라흐마 아티는 자신의 묘수와 허점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다.방금 하현이 단지 두 개의 허점을 밝혔을 뿐인데 브라흐마 아티는 혼비백산했다.만약에 하현이
조한철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고 일그러진 얼굴로 하현을 쏘아보았다.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이 당장이라도 하현을 잡아먹을 듯했다.아무리 생각해도 하현이 어떻게 다른 무맹들의 허점을 파악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런 안목에 이런 실력이라니!도저히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이었다!조한철의 상식으로는 지금과 같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무학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절대적인 실력을 가질 수는 없었다.그러나 하현은 무맹들의 허점을 아주 쉽게 손에 넣고 그것들을 가지고 4대 무맹들을 상대하고 나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하현과 끝까지 싸우려고 덤비겠는가?조한철은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래, 하현.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무맹들의 허점을 들춰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당신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잔꾀를 부려 정보를 손에 넣었다고 뭐가 달라져?”“이것 때문에 무맹 대표들이 겁먹지는 않을 거야.”“또한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이 이런 정보를 누설한다고 해서 당신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거야!”“당신이 보기에 비장의 무기 같아도 몇몇 대표들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어!”“물론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하현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내민 자료들이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하지만 방금 보여준 것들을 한 글자도 남김없이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당신 생각해 봐. 이 사람들마다 적수가 몇 명이고 원수가 몇 명이나 될까?”“몇몇 무맹 사람들은 평소에 오만방자하게 날뛰며 다니는 데 익숙하니 아마 미움을 산 사람도 적지 않을 거야.”“예전에는 아무도 감히 당신들한테 반항하지 못했겠지.”“그런데 이 자료가 공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글쎄. 우리 대하무맹을 제압하고 귀국하는 길에 당신네 4대 무맹이 적들한테 무참히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당신들도
”당신이 정말로 그걸 공표하면 4대 무맹이 멸망할지도 몰라.”“하지만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죽일 거야!”미야모토 잇신도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원청산과 강진남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안색은 말할 수 없이 침울했다.“흥! 마치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네 4대 무맹은 날 죽이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군!”하현의 입가가 한쪽으로 쏠리며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내가 수련한 모든 무학의 기술을 공개하고 인도 황실에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았어?”“당신들의 요구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크게 다른 점이 있어?”“어떻게 당신들이 하는 일을 합당하고 내가 하면 극악무도한 죄가 되는 거야?”“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는 말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눈빛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자, 당신들이 감히 날 위협했다는 건 당신들이 날 상대할 수단과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어디, 그게 뭔지 한번 구경이나 하자구! 내가 놀라나 안 놀라나 한번 지켜봐!”하현의 말에 4대 무맹 대표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조한철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곧바로 튀어나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함부로 굴지 마!”“당신이 이렇게 하는 건 우리 대하를 다른 모든 나라의 적으로 만드는 짓이야!”“내 말 똑똑히 들어! 나 조한철! 절대 이 일을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거야! 절대 허락할 수 없어!”“뭐? 허락할 수 없다고?!”하현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조 세자께서 왜 허락하지 않는다는 거죠? 나리!”“흥! 입으로만? 아니면 날 때리기라도 할 건가?”“자, 자, 자. 오늘 여기 내가 가만히 앉아 있을 테니 어디 한번 마음껏 날 때려 봐! 맹세코 난 절대 당신한테 손도 까딱하지 않을게!”“그렇지만 이것만 알아둬! 날 한 대 때리면 인도의 허점을 공개할 거야!”“두 대 때리면 섬나라의 허점을 공개하겠어!”“세 번 때리면 모두
”퍽!”“당신은 서북 조 씨 가문 후계자에 인도 황실 계승자야!”“당신이 이를 거들먹거리고 온 천지를 기고만장해서 함부로 날뛰더니 이렇게 움츠러들 때도 있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조한철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 돼지머리처럼 만들어 놓았다.“개자식!”열몇 대나 맞은 조한철은 얼굴을 감싸쥐고 비틀거리며 물러섰다.그의 얼굴은 부르터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순간 그는 허리춤에 있던 화기를 만지작거리며 하현을 죽이려고 했다.그러나 이를 본 브라흐마 아티 일행은 화들짝 놀라며 그를 말렸다.“조 세자! 안 돼!”조한철이 체면을 잃는 것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대하에 위세를 떨치러 온 것이지 스스로 죽으러 온 것은 아니었다.“닥쳐! 당신들 모두 입 닥쳐!”조한철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당신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잊었어?”“다 죽여버릴 거야! 오늘 다 죽여버릴 거라고!”하현에게 수십 대나 뺨을 맞은 그였다.조한철은 오로지 하현을 죽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그는 하현의 이마에 총을 겨누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그만하라고 했잖아! 내 말 못 들었어?!”브라흐마 아티는 강경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만약 당신이 감히 우리 인도 무맹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면 황실에서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잊지 마. 당신의 후계자 서열 순서로는 황태자 앞에서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할 테니까!”‘황태자'라는 세 글자에 조한철의 오른손이 갑자기 움찔거렸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의 손가락에 힘이 풀렸다.의심할 여지 없이 황태자는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다.살상력은 비할 데 없이 어마어마했다.절대로 조한철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상대였다.“쏴? 쏴 보라고?”하현이 실실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그는 손을 뻗어 조한철의 총을 잡아채며 다른 한 손으로 조한철의 뺨을 때렸다.“자, 어디 한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