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3511 - 챕터 3520

3641 챕터

3511장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들썩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원래 무학을 수련하는 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남궁나연을 우러러보았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두 학생의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자 남궁나연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의심이 커져갔다.그들은 이 두 학생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여기 있는 학생들은 다들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었고 그동안 국술당을 드나들면서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혹여라도 돈 때문에 없던 이야기를 있는 것처럼 연기할 일은 절대 없다.“그리고 정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실제로 무술을 막 수련하기 시작한 사람에게 여기 무도장에서 기본기를 연습시키고 있더군.”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이곳은 습기가 많은 지방이야.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체질을 연마하고 숨을 쉬다 보면 체내 습기가 높아지지.”“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몇 년 후면 모두 류마티즘에 걸릴지도 몰라.”“그때 가서 어떻게 무예를 계속 배울 수 있겠어? 또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겨룰 수 있겠어?”“모두들 집에 가서 한약을 달여먹으며 몸의 기운을 보충해야 해.”하현의 말에 몇몇 교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남궁나연이 실내 무도관은 너무 좁다며 옥외에서 학생들을 수련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지금 하현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당신! 근거 없는 말로 호도하지 마!”남궁나연이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우리 황금궁 제자들 중 실외에서 수련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당신은 근거 없는 말로 우리의 오랜 명성을 무너뜨리려 하는 거잖아?”“어디서 수작을 부려?!”“우리가 그동안 끌어올린 명성이야!”“당신이 끌어내린다고 한순간에 망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개자식! 당장 사과해!”근육질의 교관도 발을 내디디며 목판을 부숴버렸다.“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우린 바로 여기를 떠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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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2장

이 사람들은 세상 의기양양하게 걸어갔다.남궁나연 일행은 하현이 분명 후회할 거라고 믿었다.기껏해야 사흘, 아니 사흘도 되지 않아 그들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다 함께 돌아섰다.하현이 방금 한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남궁나연 일행이 더 믿을 만했기 때문이다.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던 두 학생마저 사라졌다.하현의 말이 맞지만 학생들은 남궁나연 일행이 각각의 재능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는 돈이 형편없이 적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만약 남궁나연을 잘 설득한다면 그들은 모두 진정한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교관들과 학생들이 자리를 뜨면서 국술당은 텅텅 비었다.큰 연무장은 고요함만이 가득 찼고 하현과 이희광만이 덩그러니 남았다.바람이 휙 불고 지나가자 도포자락이 펄럭펄럭 휘날리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났다.“당주, 이제...”이희광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는 하현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데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하현이 오자마자 인재들이 넘치던 국술당이 순식간에 텅 비어버릴 줄은 몰랐다.이희광은 슬슬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았다.무성에서 보기 힘든 평온을 오랜만에 즐겼다.이곳은 도끼파 본거지처럼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무성에 있는 자신만의 본거지라 마음이 평온했다.“당주, 정말로 사람들이 다 가버렸네요.”이희광은 하현 옆에 서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국술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차라리 아무도 없는 게 나아. 이참에 우리도 좀 쉬지 뭐.”하현은 느긋한 몸짓으로 다기를 찾아내어 보이차를 우려낸 뒤 천천히 찻잔을 집어 들었다.“지금 아무도 없을 때 가서 싹 다 정리해 버려.”이희광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니, 당주, 이러다가 우리 국술당 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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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3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만 씨 어르신 얘기를 하니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말이죠. 내가 여기 어렵사리 무성에서의 본거지를 찾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만 씨 어르신을 초대해서 식사라도 대접해야겠어요.”“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여기서 식사하는 건 어때요?”“내가 잠시 후에 만 씨 어르신께 전해 놓을게요.”하현의 말에 영지루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너무 좋아요. 나도 한동안 만 씨 아저씨랑 같이 식사를 못했거든요.”“괜찮으면 만천구 오빠랑 만천우 오빠도 함께 불러요.”영지루는 분명 하현과 만 씨 집안 형제들의 관계를 알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하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 다음 그는 진주희와 한여침에게도 각각 전화를 걸어 국술당으로 오라고 했다.하현 일행은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국술당을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지루, 만진해 일행을 초대하는 일로 분주했다.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하현과 영지루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입구 쪽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려왔다.만진해, 만천구, 만천우 세 부자가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만진해는 여전히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이었고 만천우는 역시나 예의 바른 공손한 모습이었다.만천구만 표정이 조금 편치 않아 보였다.아마도 아직 하현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여기에 별로 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영지루가 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온 것이다.하현은 당연히 만천구의 표정을 쓱 보고 그의 심정을 꿰뚫어 보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만천구, 천우 두 분 잘 오셨습니다.”“특히 만천구 선생. 이렇게 틈을 내어 함께 식사 자리에 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이제야 제 면이 좀 서는 것 같습니다.”“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두 가지 일 때문입니다.”만천구가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심호흡을 하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하나는 무성 체육관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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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4장

하현 일행이 소리를 듣고 동시에 입구 쪽을 보았을 때 차량 행렬은 이미 멈추어 대문 앞을 가로막았다.이어 문이 열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벌떼 같은 기세로 주위를 둘러쌌다.이들 중에는 경홍근과 진 선배의 모습도 뚜렷이 보였다.다만 군중들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경홍근이 아니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였다.그의 몸집은 큰 편이 아니었지만 뱃살은 두둑한 편이었다.이마에는 기름기가 줄줄 흘러 번들거렸고 걸을 때마다 당당한 기운이 넘쳐흘렸다.한눈에 봐도 눈에 거슬릴 게 없는 사람 같았다.“하 씨! 당장 나와!”사람들이 국술당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 선배는 호가호위하며 큰소리를 질렀다.그의 뒤를 따르던 곱상한 여자들도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지난번에 당한 수모와 억울함을 이번에는 반드시 되갚아 줄 요량인 듯했다.“오늘 겨우 개업했는데 누가 이리 와서 시비를 거는 거야?”“이것 참 재미있군.”“여러분들은 천천히 들고 계세요.”하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일어서면서 이희광, 진주희, 한여침 세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자신을 따라 나오라는 뜻이었다.영지루와 만진해 일행은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어쨌든 그들은 손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라 주인과 같이 나가서 다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현은 국술당 정문으로 갔고 몰려든 사람들을 쭉 훑어보았다.군중들 맨 앞에 있는 경홍근 일행을 보고 하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아, 이게 누구신가? 상관아닙니까?”“어떻게 또 여기서 만나게 된 거죠?”“경찰서에서 이리도 빨리 나오시다니.”“난 지금 저녁을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아쉽게도 많이 준비하지 못해서 같이 식사하자는 말은 못 하겠군요.”“오늘은 그만 돌아가시죠.”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며 불청객들을 내쫓았다.“허참!”하현의 말을 들은 곱상한 여자들은 연신 헛웃음을 지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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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5장

”당신이 바로 그 전설로만 듣던 하현?”바로 그때 곱상한 여자들 틈에 둘러싸여 있던 대머리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침없이 거들먹거리며 걸어 나왔다.하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이분은 또 누구신가?”“이분은 연경에서 오신 방 감독관이야. 전국에 퍼져 있는 각 요원들을 감독하는 거물이시지!”“내가 특별히 정의를 되찾아 달라고 부탁해서 모셔온 분이야.”상관 경홍근은 하현을 쳐다보며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참, 당신은 감독관이라는 세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텐데 말이야.”“간단히 말해 방 감독관 앞에서는 무성 경찰서 수장이라고 해도 쩔쩔매야 한다는 거지!”경홍근은 약삭빠른 인물이었다.그는 방 감독관의 신분이 만천우보다 높다는 것을 넌지시 말하며 하현이 만천우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을 사전에 막으려는 수작을 부렸다.하현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 감독관?”“허풍이 너무 센 거 아닌가요?”“난 또 조한철이 직접 온 줄 알았네.”“깜짝 놀랄 뻔했잖아요!”경홍근은 냉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조 세자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당신 같은 소인배를 밟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하 씨! 잘 들어!”진 선배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끼어들었다.“당신의 그 후원자가 와도 당신을 도울 수 없어!”“못 믿겠으면 전화해서 물어봐! 당신을 구해 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라고!”곱상한 여자들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하현을 노려보았다.얼마나 대단한 말을 하는지 두고 보자는 심산인 것 같았다.하현은 그들의 눈빛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경찰서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난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규율과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야. 경찰서 사람들은 공적인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법의 정의를 수호할 뿐이지!”“당신 말대로 만 서장이 정말로 날 비호할 마음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당신들은 감옥에 있겠지. 여기서 으스대게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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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6장

”세 가지 요구 사항이 있어!”“첫째, 천억을 배상해!”“둘째, 머리를 세 번 조아린 뒤 한 손을 끊어. 그리고 상관한테 사과해!”“셋째, 당신의 아내와 처제가 한 달 동안 우리를 보필해야 해. 하루라도 빠지면 안 돼.”방 감독관은 손가락 세 개를 내밀며 입가에 냉소를 떠올렸다.“물론, 당신이 거절할 수도 있어!”“하지만 만약 당신이 거절한다면 난 당신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서 천천히 얘기를 좀 나눠야 할 것 같아!”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슬금슬금 앞으로 나왔다.눈빛이 매섭고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그들은 언제든지 하현을 잡아죽이고 국술당을 부숴버릴 태세였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방 감독관, 당신이 나한테 무례한 언행을 했다면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있었을 거야.”“하지만 당신은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고 있어. 이건 죽음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야!”“이 자식이!”진 선배가 앞으로 나서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방 감독관님이 하는 말이 뭐? 남을 업신여겨?”“당신 죽고 싶어 그래? 감히 방 감독관에게 그런 말을 해? 이 개자식이!”“똑똑히 들어! 당신이 스스럼없이 만천우를 움직였듯 우린 지금 방 감독관님을 불러서 당신 머리 꼭대기 위에 얹었어. 그래 기분이 어때?”“이래도 승복하지 못하겠어?”“승복하지 않으면 뭘 어쩔 거야? 버텨 봐야 무슨 소용이냐고?”“어차피 데릴사위인 주제에 쥐꼬리만 한 세력 가지고 이리저리 판을 흔들고 다니니까 뭐라고 된 줄 알아?”“미친놈! 미쳐도 곱게 미쳐!”“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내 뺨을 때리고 상관 선생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감히 지회장의 부인한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해?”“당신이 그렇게 대단해?”“능력이 있으면 오늘도 한 번 때려보시지? 어?”“때리라고 하잖아? 왜? 감히 못 때리겠어?”말을 하면서 진 선배는 일부러 하현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위세를 믿고 도발하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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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7장

순간 방 감독관은 화가 하늘로 치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 씨 이놈이 감독관인 자신을 장식물로 생각하는 것인가?그는 감독관일 뿐만 아니라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방 씨 가문 출신이다!어디서든 절대 자신을 모욕하는 행동을 본 적이 없다!그 누구도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았다!“이 개자식이!”“지금 뭐 하는 거야?”“어디서 함부로 손을 써!”방 감독관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고 맹수의 사나운 피가 흐르는 사람처럼 얼굴이 일그러졌다.“하현! 날 뭘로 보고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날 눈앞에서 보고도 이런 짓을 벌여?”그의 호통과 함께 사방에 있던 수십 명의 제복 입을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하현을 에워쌌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당신들 방금 못 들었어? 이렇게 많은 눈들이 있는데 못 본 거야?”“진 씨 이놈이 제발 좀 때려달라고 얼굴을 들이밀었잖아?!”“난 그저 그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줬을 뿐이야. 그게 뭐 잘못된 거야?”“개자식아! 네놈이 결국 날 돌게 만드는군! 뒷감당은 할 수 있겠지? 어?”방 감독관은 몸에 지니고 있던 총을 만지작거리며 안전장치를 풀어 하현을 향해 겨누었다.“당신 정식으로 내가 제압해 주지!”“저항할 테면 해 봐!”“하지만 네놈이 저항한다면 난 절대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방 감독관은 오늘 하현을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하현을 죽이지 않으면 조한철에게 할 말이 없게 된다.게다가 이런 하찮은 인물도 밟아 죽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조직 안의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자칫 잘못하다간 대하 상류층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그것은 10대 가문의 수치로 남게 될 것이다.그가 데리고 온 남자들은 하나같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가 총을 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그들의 총구가 물샘틈없이 하현을 빼곡하게 에워쌌다.여차하면 하현을 향해 총탄이 빗발칠 태세였다.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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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8장

방 감독관은 진주희가 용문 집법당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고 미움을 사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하현을 제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조한철 쪽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진주희는 방 감독관이 하는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방 감독관은 오늘 밤 끝까지 갈 생각을 하신 듯합니다.”방 감독관은 살짝 흔들리는 눈빛을 띠었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주희, 난 그래도 예의를 차려 당신을 부당주라고 불렀는데 말이야.”“이건 분명히 알아야 해. 당신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관여할 수 없는 일이 있어!”“예를 들자면 이런 거야. 당신은 내 일에 관여할 자격이 못 된다는 거지.”진주희는 이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방 감독관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제가 뭔가 당신 일에 간섭하러 여기 온 줄 아세요? 아니요, 전혀요! 난 단지 서로 아는 사이이고 해서 당신한테 주의를 주려고 온 것뿐이에요.”“살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 갈림길에서 천국과 지옥으로 갈리게 될 때도 있어요.”“한 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게 인생이구요...”방 감독관은 언짢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슥슥 긁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내뱉었다.“도대체 이 사람의 정체가 뭐야?”진주희는 하현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원하기만 한다면 난 이 남자의 여자가 될 수도 있어요.”이 말은 하현이 그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경홍근과 진 선배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부러움과 질투심에 얼굴이 벌게졌다.이런 매력적인 여자가 뜻밖에도 이 개자식을 마음에 두고 있다니!방 감독관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어쭈 대단한데!”“당신이 부당주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새파란 놈을 옆에 끼고 키우다니!”“게다가 뭣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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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9장

방 감독관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때 만천구가 앞으로 나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현은 내 동생의 친한 친구예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우리 아버지의 은인이라는 거예요.”“게다가 지금 진주희와 한여침이 그의 곁에 있어요.”“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옆에 섰으니 이제 그만 그의 면을 좀 세워 주시죠?”“이것으로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아버지를 모셔오죠, 어떻습니까?”“아니면 당신이 보호해야 할 그분을 모셔오든가?”‘그분'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 방 감독관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려 극도로 얼어붙었다.얼어붙은 방 감독관의 얼굴을 뒤로하고 만천구는 냉소를 떠올리며 손바닥을 휘둘러 방 감독관을 땅바닥에 넘어뜨렸다.“앗!”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방 감독관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이빨까지 빠져버렸다.만약 경홍근이 얼른 가서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이것으로 보아 만천구는 정말로 하현의 편에 선 것이 분명했다.만천구는 힘도 대단해서 방 감독관을 조금도 봐주지 않고 한방에 날려버렸다.제복을 입은 수십 명의 부하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방 감독관님, 괜찮으십니까?”곱상한 여자들은 도끼눈을 하고 만천구를 째려보았다.“방 감독관이 어떤 신분인지 알아요?”여자들은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눈을 부라렸다.그들은 눈앞의 이 중년 남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방 감독관을 한 방에 쓰러뜨릴 수가 있는가?순간 그녀들은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온 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방 감독관? 흥!”만천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1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방 감독관이었어.”“하지만 이제부터 그는 더 이상 방 감독관이 아니야.”만 씨 가문 단독으로는 이 일을 결정할 수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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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0장

그녀는 비록 지성과 미모를 겸비하고 신분도 높았지만 자신이 기껏해야 방 감독관의 노리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방 감독관보다는 오히려 만천우 일행을 더 미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녀는 본능적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신이 오늘 이런 수모와 치욕을 당한 것은 모두 이 허여멀건한 하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 남자가 없었다면 그녀는 자신을 아끼는 방 감독관에게 발길질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원수! 천하의 못된 놈!하현은 그녀가 자신에 대해 이런 한을 품은 지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알아차렸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에게 아첨하는 이런 여자는 방해물만 될 뿐이다.방 감독관은 자신의 얼굴을 쓱 문지른 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만천구 일행을 바라보았다.“만 선생, 그리고 여러분. 죄송합니다.”“이 천한 여자가 눈이 멀어 함부로 당신들을 건드렸습니다.”“대신 사과드립니다.”말을 하면서 방 감독관은 뜻밖에도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그는 10대 최고 가문인 방 씨 가문 출신으로 거물 중의 거물이라 할 수 있고 인맥도 상당했다.그렇지 않았으면 감독관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리고 방 씨 가문에서 그를 이 자리에 옹위한 것은 용위의 힘을 빌려 방 씨 가문에 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방 씨 가문조차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들이 정성껏 준비한 감독관이라는 직책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은!만 씨 가문만의 능력으론 부족할지 모르나 최근에 무성에 나타난 분이 방 감독관을 해임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말 한마디면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그러자 방 감독관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만 선생, 당신들과 그분은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지나가는 일입니까?”방 감독관은 분명 방금 전 만천구한테 뺨을 맞은 일을 완전히 잊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우리가 마침 여기 무성에 왔는데 버젓이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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