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찾은 육화가 천천히 눈을 뜨자 하서관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화화야, 괜찮아? 지금 어떤 것 같아?”“엄마, 저 괜찮아요. 모든 게 다 기억났어요.”“그럼 됐어.”“엄마, 우리 돌아가요. 우리 엽엽이 보여줄게요. 엽엽이도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난리였거든요.”“마침 잘됐네. 나도 우리 엽엽이 보고 싶던 참이었는데.”잠깐 대화를 나누던 두 모녀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을 나섰다. 하지만 문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이 확 열리더니 찬 바람이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상군묵이 서 있었다. 그를 본 육화는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여보, 여긴 어떻게 왔어?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그녀는 상군묵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상군묵은 대답 대신 그녀를 힐끗 쳐다보다가 하서관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공손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어머님, 올 때 미리 말씀하셨으면 제가 사람들 보냈을 텐데 왜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자네가 많이 바쁘다고 해서 방해될까 봐 그랬지. 한집 식구끼리 그렇게 내외할 거 없어.”“네, 어머님. 제가 레스토랑 예약했는데 같이 식사나 하시죠.”하서관은 그의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물건을 두고 왔다는 걸 발견하고는 이내 몸을 틀었다.“두 사람 여기서 나 잠깐만 기다려. 뭘 좀 두고 와서.”육화는 엄마가 자리를 피하자마자 상군묵을 바라보더니 그의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여보.”그녀는 애교부리고 싶었고 서러움을 모두 토로하고 싶었다.그런데 상군묵은 오히려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냈다.“나한테 손대지마.”그의 말에 육화는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왜 이러지?’“여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침에는 괜찮았잖아.”그녀는 눈앞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아침에 헤어질 때 다정했었는데 지금은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으니.하지만 상군묵은 여전히 이를 꽉 악물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어머님이 오셨다는 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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