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찾은 육화가 천천히 눈을 뜨자 하서관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화화야, 괜찮아? 지금 어떤 것 같아?”“엄마, 저 괜찮아요. 모든 게 다 기억났어요.”“그럼 됐어.”“엄마, 우리 돌아가요. 우리 엽엽이 보여줄게요. 엽엽이도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난리였거든요.”“마침 잘됐네. 나도 우리 엽엽이 보고 싶던 참이었는데.”잠깐 대화를 나누던 두 모녀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을 나섰다. 하지만 문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이 확 열리더니 찬 바람이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상군묵이 서 있었다. 그를 본 육화는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여보, 여긴 어떻게 왔어? 회사에 있을 시간 아니야?”그녀는 상군묵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상군묵은 대답 대신 그녀를 힐끗 쳐다보다가 하서관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공손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어머님, 올 때 미리 말씀하셨으면 제가 사람들 보냈을 텐데 왜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자네가 많이 바쁘다고 해서 방해될까 봐 그랬지. 한집 식구끼리 그렇게 내외할 거 없어.”“네, 어머님. 제가 레스토랑 예약했는데 같이 식사나 하시죠.”하서관은 그의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물건을 두고 왔다는 걸 발견하고는 이내 몸을 틀었다.“두 사람 여기서 나 잠깐만 기다려. 뭘 좀 두고 와서.”육화는 엄마가 자리를 피하자마자 상군묵을 바라보더니 그의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여보.”그녀는 애교부리고 싶었고 서러움을 모두 토로하고 싶었다.그런데 상군묵은 오히려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냈다.“나한테 손대지마.”그의 말에 육화는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왜 이러지?’“여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침에는 괜찮았잖아.”그녀는 눈앞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아침에 헤어질 때 다정했었는데 지금은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으니.하지만 상군묵은 여전히 이를 꽉 악물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어머님이 오셨다는 거 왜
“나 이따 수술 잡혀서 밥은 됐네.”하서관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거절했다.“어머님, 식사 한 끼 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이에 상군묵은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하서관은 여전히 싱긋 웃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다음에 식사해.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까. 내 차 안에 엽엽이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으니 자네가 나 대신 전해주게.”“그래요.”상군묵은 끝내 하서관의 의견에 따르며 그녀를 따라갔다.그때 육화가 입을 열었다.“엄마, 저도 같이 가요.”하서관은 육화를 힐끗 바라봤다.“화화야, 넌 방금 최면 수술도 했으니 가서 휴식해.”최면 수술이라는 네 글자를 듣는 순간 상군묵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그때 옆에 있던 육화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자기야, 그럼 난 여기서 기다릴 테니 다녀와.”하서관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하던 상군묵은 육화와 멀어지자 이내 물었다.“어머님, 화화가 최면 수술했다는 거 무슨 말이에요?”그는 이런 소식을 분명 전해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그때 하서관이 가던 걸음을 멈췄다.“사실 화화가 3년 전 기억을 잃었네. 그래서 오늘 최면을 이용해 기억을 되찾는 수술을 진행했지.”‘기억을 잃었었다고?’상군묵은 넋을 잃은 채 하서관을 바라봤다. 사실 위층에 있을 때부터 그는 장모님이 자기를 일부러 육화와 떨어트려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걸 눈치챘다. 그때부터 상군묵은 장모님이 자기한테 무슨 할 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자네 혹시 화화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몰랐나?”상군묵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화가 기억을 잃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그렇다면 지난 3년 호화가 자네 앞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군. 화화가 왜 그렇게 모질게 자네와 자기 아들 엽엽이를 버려두고 사라졌다고 생각하나?”하서관의 말에 상군묵은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어머님, 저 솔직히 화화가 저를 진심으로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상군묵은 눈동자가 심하게 축소되었다. 그는 순간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갑작스럽게 알게 된 진실은 그가 알고 있던 모든 걸 뒤집어 버렸다. 그는 육화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 지금껏 계속 그를 버렸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를 미워했다.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그는 틀리다 못해 너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화화는 그동안 계속 자네를 사랑했네. 그것도 진심으로.”…….육화는 혼자서 한참 동안 상군묵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 뒤 나타난 상군묵은 눈시울이 붉어 있었다.“여보, 왜 그래?”그를 보는 순간 육화는 그의 기분이 떠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엄마가 설마 뭐라고 했나?’그녀가 속으로 온갖 추측을 하고 있을 그때 상군묵이 소파에 앉은 그녀 앞으로 다가오더니 무릎 한쪽을 꿇은 채로 바닥에 쪼그렸다그의 반응에 육화는 초롱초롱한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넘쳐흘렀다.사랑스러운 그녀의 두 손을 맞잡은 상군묵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화화, 심혈을 채취할 때 많이 아팠지?”‘그 일을 알아버렸나?’육화는 순간 어머니가 모든 사실을 그에게 일러줬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하나도 안 아팠어. 여기에 침을 꽂아 넣어 피를 조금 뽑아내는 거야. 흉터도 안 남았어.”자기의 심장을 가리키면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말하는 육화를 보자 상군목은 순간 목이 메어왔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고 말하는 순간 모래가 섞인 듯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미안해. 몰랐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당신이 나 구해줄 때도 엽엽이를 낳았을 때도 심지어 당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도 몰랐어. 난 그저 당신을 또 잃을까 봐 매일 불안 속에서 당신을 사랑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생각하면서 주위를 떠나지 못했어.”어렵사리 토해내는 상군묵의 말에 육화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살포시 감쌌다. 솔직히 그녀는 상군묵의 얼굴을 처음
오늘 염염은 웬 귀부인과 함께 온천에 놀러 왔다. 장한이 평소 곁에 없기에 그녀는 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야 했다.“사모님, 오늘 대위님은 왜 같이 안 왔어요?”“그이는 바빠서 시간이 없대요.”“시간이 없대도 이럴 때는 억지로라도 끌고 와야죠. 그리고 그 기회에 예쁜 비키니를 입은 모습도 보여주면 좋잖아요. 제가 오늘 엄청 예쁜 비키니를 가져왔는데 대위님도 보시면 사모님한테 반할걸요. 그렇게 또 침대까지 올라가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럼 제가 이따가 우리 그이하고 영상통화 해볼게요.”귀부인이 계속 윙크하며 꼬드기는 바람에 염염도 끝내 마음이 동했는지 대답했다.그런데 그때 고무공 하나가 갑자기 발 옆에 떨어져 주우려 하던 찰나 그녀의 위에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공 제 거예요. 저한테 줄 수 있어요?”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월월이었다.조금 전 공이 손에서 미끄러져 염염의 곁으로 튕겨 온 것이었다.염염은 귀여운 여자애를 보자 이내 눈을 반짝였다.“어디서 난 꼬마지? 너무 귀엽다. 어쩜 이렇게 예쁘지? 꼭 인형 같네.”그 소리에 다가온 귀부인도 월월을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그러게요. 저도 여자애를 많이 봤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애는 처음 보네요.”염염은 이내 월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꼬마야, 혹시 혼자 왔어?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엄마는 지금 외숙모랑 같이 있어요.”염염은 줄곧 장한과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어린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때문에 사랑스러운 월월이를 보자 바로 좋아하게 되었다.그녀는 월월이와 대화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때마침 엽엽이가 달려왔다.“월월아, 공 찾았어? 우리 가자.”“응, 그래.”공을 안고 떠나가는 월월이를 보자 염염은 마음이 허탈해졌다. 이윽고 자기도 이렇게 예쁜 딸을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보아하니 사모님도 아이를 좋아하시네요. 대위님과 사모님 두 분 모두 젊으니 조금만 힘내면 아이 금방 가질 수 있을 거예요.”귀부인의 위로에도
여자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상군묵은 그저 지금 이 순간 육화가 너무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그는 상대가 자기를 언제나 생각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이윽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몸을 돌려 마주 보게 하고는 그녀의 빨간 입술에 입술을 눌렀다.“그럼 지금 자기한테 힘 다 쏟아부으면 되겠네. 그러면 잠시 뒤 그 여자들 볼 힘도 없을 거 아니야.”육화는 그의 말에 마음이 달콤했지만 애써 그를 밀어버렸다.“안 돼, 형님이 기다리셔.”“괜찮아. 누나도 우리가 요즘 둘째 만들려 한다는 거 다 알아.”“…….”‘어쩜 얼굴이 이렇게 두꺼워졌을까?’…….임불염이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육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왜 이렇게 느리지?”의아함을 느낀 그녀는 곧바로 육화의 방 앞에 다가가 노크를 준비했다. 하지만 때마침 방안에서 간드러진 육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자기, 너무 해…….”곧바로 동생이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피했다.그러던 그때 엽엽이와 월월이가 쪼르르 달려오며 상군묵을 불러댔다.“아빠…… 옷 갈아입었어? 아빠…….”알고 보니 상군묵이 엽엽이를 데리고 옷을 갈아입으러 왔다가 방으로 들어간 뒤로 아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거였다.임불염은 얼른 엽엽이의 입을 막으며 낮게 속삭였다.“쉿. 소리 내면 안 돼. 엄마랑 아빠가 방에서…… 중요한 일을 의논 중이니까 방해하면 안 돼. 알았지?”“엽엽이 오빠. 외삼촌과 외숙모가 무슨 일을 의논하고 있어?”월월이가 의아한 듯 끼어들었다.“아마도 내 여동생 만들어 주겠다고 의논하고 있을걸.”“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왜냐하면 두 사람 매일 이 일에 대해 의논하시거든. 그때만 되면 나더러 혼자 놀라고 해.”“오빠 너무 불쌍해.”“괜찮아. 나도 이제 습관 됐어. 가끔은 내가 주워 온 애가 아닌지 의심될 때가 있다니까.”꼬맹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임불염은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동생네 부부의 일에 끼어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두 사람의
자신하고 있던 염염은 장한의 얼굴에서 놀라운 표정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 “당신이 기쁘다면 어디에서 놀든 상관 안 해.”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내뱉은 딱딱한 말에 염염의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금의 실망은 방금 전의 기대와 정비례했다. ‘매번 한다는 말이 고작 당신이 기쁘면 된다는 것 밖에 없다니.’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딱딱한 목소리를 내뱉었다.“나 지금, 수원 온천에 와있어. 당신도 와서 같이 놀자.”“나 그럴 시간 없어. 혼자 놀아.”장한은 말하는 동시에 전화를 끊으려는 동작을 취했다.“전화 끊기만 해봐. 오늘 무조건 와. 안 그럼 화낼 거니까.”염염이의 잔소리가 잇따라 들려왔지만 무시한 채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엽엽이 오빠. 기다려.”전화기 너머로 앳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장한의 손은 순간 그 자리에 멈춰버렸고 거의 동시에 그 목소리의 주인이 월월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들어 본 순간 영상 너머로 역시나 월월이의 모습이 언뜻 지나가는 게 보였다.‘월월이도 수원 온천에 가 있다니.’“알았어. 기다려. 나 금방 갈 테니까.”장한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염염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환희를 느꼈고 마음속으로 달콤한 물결이 넘실거렸다.‘동의했어. 역시 장한 씨도 나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애교를 부리니 바로 달려오겠다고 하다니.’“대위님께서 역시 사모님을 총애하시나 봐요. 바쁜 와중에도 사모님 한마디에 바로 달려오겠다고 하시니. 세상에 대위님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역시 사모님밖에 없네요.”귀부인의 잇따른 아부에 염염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지프 한 대가 수원 온천 입구에 들어서더니 장한이 안에서 걸어내려왔다.그는 여전히 검은색 바람막이와 검은색 부츠를 신고 있었으며 그곳에 나타나기 무섭게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눈길들이 익숙한 듯 그는 긴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온천으로
임불염이 고개를 든 순간 장한의 잘생긴 얼굴이 그녀 앞에 확대되었다.‘이 사람이 여긴 어떻게 왔지?’힘 있는 팔이 자기 허리를 두르고 있는 데다 꽁꽁 싸맨 옷 너머로 흘러나오는 남자의 아우라에 임불염은 흠칫 놀랐다. 이러한 접촉이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이내 상대에게서 멀어지려고 그를 밀어버렸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발아래에 고여있는 물 때문에 남자와 거리를 유지하기 바쁘게 또다시 미끄러졌다.“아!”‘젠장, 오늘 무슨 날인가? 재수가 없으려니까. 하루에 두 번이나 넘어지는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속으로 재수 없는 운수를 탓하며 또다시 바닥에 부딪힐 미래를 그리고 있던 그때 장한이 또다시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힘 있는 팔이 날씬하고도 나른한 허리에 둘리는 순간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잇새로 흘러나왔다.“괜찮아?”“응.”임불염은 말하면서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남자의 얼굴 때문에 그녀가 고래를 드는 순간 입술이 저도 모르게 남자의 뺨을 스쳤다. ‘이 상황에 뽀뽀가 웬 말이야.’임불염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하지만 장한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눈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뜨겁고도 위험한 장한의 눈빛과 달리 임불염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이내 반응한 그녀는 손으로 남자의 가슴을 밀쳐냈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하지만 장한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임불염의 나른한 몸이 자기 품에 안겨있는 데다 고개를 살짝 숙이면 맡을 수 있는 향긋한 냄새에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예전과 너무나 똑같아 자꾸만 기억을 건드렸다.그는 눈을 내리깐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남자의 말에 임불염의 얼굴이 일순 달아올라 새하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상대가 자기를 일부러 놀리고 있다는 걸 자각한 순간 그녀는 이 상황이 불편했다.“이거 놔. 당신 유부남이라는 거 잊지 마.”임불염은 낮게 경고했다.하지
딸의 말에 임불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엄마, 여자는 누구나 연애하는 거랬어요. 그러니까 저 상관하지 말고 엄마도 마음껏 연애해요. 저도 아까 아저씨 마음에 들거든요.”‘월월이가 장한을 마음에 들어 하나?’솔직히 그녀는 진작에 눈치챘었다. 월월이는 엘리베이터에서 장한과 처음 마주칠 때부터 작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고 그 뒤로 매번 그와 마주칠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짓곤 했다. 그것만으로도 월월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월월아, 오늘 장한 아저씨 말고도 다른 아저씨 많이 만나봤잖아. 이탄 아저씨도 있고. 그들 중에서는 누가 제일 좋아?”임불염은 일부러 이탄의 이름을 콕 집어 월월이더러 선택하게 했다. “이탄 아저씨도 좋지만 난 그래도 장한 아저씨가 좋아요. 장한 아저씨가 아빠였으면 좋겠어요.”월월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한을 선택했다.‘음…… 그래.’임불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던 그때 상군묵과 육화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 육화는 검은색 수영복 대신 보수적인 수영복으로 이미 갈아입었다.하지만 얼굴이 발그스름 한게 방금 사랑을 듬뿍 받은 여자라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형님,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어요? 겉에 왜 또 옷을 걸쳤어요?”육화는 꽁꽁 싸맨 임불염을 보는 순간 의아한 듯 물었다.사실 임불염은 이미 옷을 갈아입었지만 펑퍼짐한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응. 그런데 그냥 이렇게 입으려고.”“형님, 여기 둘러봐요. 망토를 걸친 사람이 또 어디 있나? 얼른 벗어요. 몸매도 좋으면서 드러내야죠.”육화와 임불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장한은 멀지 않는 곳에서 계속 임불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진 뒤에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그때 마침 염염과 귀부인이 그에게로 걸어왔고 염염은 그를 보는 순간 얼른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자기 왔어? 역시 나 생각하는 건 자기밖에 없다니까. 자기가 올 줄 알았어.”장한은 그런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쳐냈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