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불염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어 장한을 밀었다. 하지만 가느다란 손이 상대의 가슴팍에 닿은 순간 흠칫 놀랐다. 그녀는 그제야 장한이 상의를 입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그러던 그때 그녀의 귓가에 나자믹한 목소리가 울렸다.“지금 나 만지는 거야?”“…….”잘생기고도 얄미운 장한의 얼굴과 마주한 순간 임불염은 이를 갈며 손을 뒤로 뺐다.“오해야. 그런 적 없어.”장한은 눈을 내리깔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임불염을 빤히 바라봤다.“말 한마디면 했던 일이 없어지나? 분명 나 만졌잖아. 그렇게 만지고 도망칠 생각을 다 하다니 내가 만만해 보여?”“그럼 어떻게 할 건데?”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를 노려보는 임불염을 보자 장한은 피식 웃더니 수영복을 입은 그녀를 느긋하게 훑어봤다.“아!”그의 노골적인 눈빛에 임불염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온천 물속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드러냈다.몸에 걸치고 있던 망토도 화화가 빼앗아 가는 바람에 몸을 가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함부로 남의 몸 훑어보는 게 예의가 아니란 것도 모르나 봐?”임불염은 가는 팔로 가슴을 막으며 분노 가득한눈빛으로 장한을 쏘아댔지만 그는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농담조로 말했다.“본인이 그렇게 입었으면서 남이 보는 걸 뭐라고 하는 건 뭔데? 내가 장님도 아닌데 볼거리가 있으면 봐야지 안 그래?”임불염은 더 이상 장한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는지 곧바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벋어나려 했다.하지만 장한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더니 그녀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따라서 왼쪽으로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또 따라 움직이면서 그녀의 발을 묶어두었다.게다가 그녀는 머리만 빼꼼히 내민 상태고 장한은 꼿꼿이 서 있는 상태라서 그녀의 얼굴이 마침 울퉁불퉁한 장한의 복근과 마주쳤다.빨래판처럼 선명하게 난 복근에서 시선을 아래로 하자 장한의 치골 근육이 보였다. 그 순간 임불염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공에 맴돌더니 끝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었다.“대체 뭐
임불염은 장한이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혼이라니. 게다가 혼인신고도 안 했다니.’“이건 당신 일이니까 나한테 말해줄 필요 없어. 당신이 미혼이든 재혼했든 나랑은 상관없어.”“이탄한테 가지 마.”“그거 오지랖이야.”“오지랖? 당신 딸이 내 딸인데 그게 어떻게 오지랖이야? 내가 없었으면 월월이를 낳지도 못했을 거면서 센 척은.”장한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누가 센 척한다는 거야? 난 그저 당신이랑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솔직히 이혼이든 미혼이든 알고도 싶지 않았다고.’“3년 전 당신이 본인 입으로 내 앞에서 사라지겠다고 했잖아. 날 방해하지 않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임불염의 말에 장한은 입꼬리를 올렸다.“그런데 싫어. 후회돼. 난 내 딸 되찾고 싶어.”‘뭐라고? 월월이를 되찾고 싶다니? 월월이는 내 목숨과 같은 아이야. 절대 안 돼.’“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나랑 양육권 다툼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야? 나 당신한테 월월이 절대 못 넘겨. 그러니까 꿈 깨!”장한은 곧바로 임불염을 자기 품에 끌어들이더니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읊조렸다.“나도 싫어. 당신은 그대로 월월이 엄마 해. 우리 같이 키우자.”‘같이…… 키우자고?’장한의 제안에 임불염은 눈초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일순 그의 말을 소화하지 못했다.그러던 그때 염염과 함께 있던 귀부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사모님, 왜 그래요? 혹시 대위님과 싸웠어요?”염염과 귀부인이 함께 걸어오는 걸 발견하자 장한은 곧장 임불염을 끌고 바위 뒤에 숨었다. 임불염이 그를 벗어나려고 버둥댔지만 장한은 오히려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경고하듯 속삭였다.“쉿, 조용히 해.”솔직히 염불염은 자기가 이래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장한과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숨어다닐 필요가 없었으니까.하지만 염염의 괴팍한 성격을 떠올리자 역시나 마주치는 것보다는 이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그럼 이거 놔. 놓으면
임불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 3년 동안 염염 씨를 건드리지 않은 원인이…… 신체적인 문제 때문이라니. 이제 30대 초반인데 어쩜…… 휴.’임불염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어떡해요? 대위님께서 계속 이혼을 고집하면 이혼해 줄 건가요?”귀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임불염은 염염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벌써 멀어졌기 때문이다.염염이 멀어지자 임불염은 이내 장한의 손에서 벗어나 그와 거리를 유지했다.“나 이만 가볼게.”“임불염.”장한은 그녀를 불러세웠다.“설마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무슨 말?”“아까 두 사람 대화를 들었잖아…….”장한의 암시적인 말에 임불염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얼른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걱정할 거 없어. 아까 대화 못 들은 거로 할 테니까. 마음에 두지도 않았을뿐더러 당신의 프라이버시를 밖에서 떠벌리고 다닐 생각 없어.”그 말에 장한은 일순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그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에 그는 성큼성큼 임불염 앞으로 다가갔다.“무슨 뜻이야? 내 프라이버시라니?”임불염은 뒤로 슬금실금 물러나다가 상대의 몸이 자기한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곧바로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겁 없고도 동정어린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그러니까…… 몸이 안 좋다는 거 절대로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거라고.”‘몸이 안 좋다고?’단정 짓는 한마디에 장한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터졌다.“내 몸이 안 좋다고? 그걸 어떻게 보아냈지?”밖에서 보는 사람마다 튼튼하다며 칭찬하는 몸인데 대체 어떻게 봤으면 안 좋다고 생각하는지 어이가 없었다.임불염은 상대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 놓을까 봐 빙빙 둘러댔지만 계속 집요하게 물어오는 장한을 보자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아까 당신 와이프가 친구한테 그랬잖아. 당신 몸이 안 좋아서 자기한테 반응하지 않는다고.”“…….”‘그 말을 이렇게 이해한다고? 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지?’“임불염!”장한은 옆에
“그건 걱정 말아요. 무조건 효과 있을 테니까.”귀부인의 말에 염염은 이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한편, 장한은 온천에서 나와 방으로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다.그때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인기척이 들려왔다.“누구야?”날카로운 눈빛으로 문 쪽을 바라봤더니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염염이었다.“여보, 나야.”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장한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왜 내 방에 들어왔어?”“다들 내가 당신 아내인 걸 알고 있잖아. 내가 호텔 매니저를 찾아갔더니 매니저가 당신 방 카드키를 주더라고 그래서 들어온 거야.”“우리 이혼했어. 앞으로 거리 지켜줬으면 좋겠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장한은 옷을 입고는 곧장 방을 나섰다.그런 그의 싸늘한 모습에 염염은 재빨리 달려가 그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오빠, 가지 마.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매몰차게 굴 수 있어?”장한은 가던 걸음을 멈추더니 눈을 내리깔았고 곧이어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나를 위해 희생했던 거 나도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있어. 당신과 결혼한 것도 그거에 대한 보상이었고. 그런데 방법이 틀렸더라. 결혼은 도구가 아니야. 지난 3년간 당신과 나 모두 행복하지 않았잖아. 우리 모두 서로에게 너무 가혹했어.”“그만 말해. 그렇게 거창한 이유 따위 필요 없어. 결국에는 임불염을 잊지 못해서 떠나는 거잖아. 혹시 그 여자랑 결혼하려는 거야?”염염의 다급한 말에 장한은 옆에 놓여 있던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그래. 나 그 여자 못 잊었어.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나 당신한테 미안한 건 사실이야. 그런데 내 마음은 이미 임불염한테 줬어. 만약 그 여자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어. 내가 가장 무서운 건 그 여자가 원하지 않는 거야. 물론 직접 말한 적 한 번도 없지만 나 그 여자 정말 사랑해.”장한의 말에 염염의 마음속에서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부정하더니 겨우 임불염을 사랑한다는
“이상함이라니?”염염의 말에 장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오히려 염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지?’그녀는 분명 귀부인이 준 스프레이를 몸에 뿌렸었는데, 물론 무색무취라지만 장한이 한 번 맡으면 아무런 반응이 없을 리가 없었다.게다가 아까 일부러 장한을 끌어안기까지 했으니 냄새를 못 맡을 가능성은 만무했다.염염은 불안한 듯 장한을 위아래로 살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온했고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꿰뚫어 볼 듯 쳐다봤다.“설마 나 몰래 더러운 수단까지 사용한 거야?”“아…… 아니야!”“아니어야 할 거야. 내 한계에 도전하지 마.”“가지 마!”말을 마친 장한이 또다시 방을 나서려고 하자 염염은 또다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하지만 장한은 매정하게 자기 옷소매를 잡아당기더니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순간 혼자 남게 된 염염은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왜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건데? 대체 왜?’귀부인이 분명 효과 있을 거라며 건네주던 스프레이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마지막 밤을 보내려던 계획도 무산되고 말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렇게 포기하자니 너무 억울하고 분통했다.…….복도로 나온 장한은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염염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했지만 그는 사실 이미 그녀의 수법에 걸려들었다.뜨거워 오르는 몸의 열기와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욕정에 당장이라도 잠식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그는 염염이 이렇게 비열한 수단까지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안 겪어본 일이 없는 그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건 그래도 염염을 믿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 계기로 마지막 믿음마저 완전히 깨졌다.그러던 그때.“보스. 왜 그러십니까?”마침 다가온 부하들은 한눈에 그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걱정스레 물었다.“약에 당했어. 당장 해독제 찾아와.”“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보스한테 그런 짓을! 말씀하시면 저희가
임불염은 월월이가 혼자 샤워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곧바로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섰다.“월월아, 샤워하면서 왜 엄마 부르지도 않았어?”말하는 동시에 그녀는 외투를 벗어 벽에 걸었다.방금 전 육화와 함께 수영복을 갈아 입은지라 그녀는 지금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안에서 여전히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물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수원 온천의 욕실 벽은 모두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사람의 실루엣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때문에 임불염은 당연히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이윽고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길게 풀어헤친 머리를 집게로 말아 올리고는 맨발로 안에 들어갔다.“월월아, 엄마 들어간다.”하지만 말하면서 유리문을 여는 순간 그녀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 순간 그녀의 눈 속에 들어온 사람은 귀여운 딸 월월이가 아니라 늘씬하고 다부진 몸매를 갖고 있는 남자의 몸이었다.게다가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렸고 눈앞에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그녀 앞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장한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장한이 자기 방에 그것도 욕실에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당…… 당신이 왜 여기 있어?”장한은 어안이 벙벙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툭 내뱉었다.“월월이가 데려왔어.”‘뭐? 월월이가?’이윽고 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임불염, 눈 호강 제대로 했어? 대체 언제까지 쳐다볼 생각이야?”그제야 임불염은 상대가 자기 방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이 변태! 누가 보고 싶댔어?”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 지르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하지만 장한이 한발 빠르게 그녀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겼다.순간 차가운 물이 머리에 쏟아지며 머리를 축축하게 적시자 임불염은 놀란 듯 꽥 소리 질렀다.그때 장한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입을 막으며 소리를 막아버렸다.“소리는 왜 질러?”
임불염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대체 뭐 하자는 거야?”“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나 그 여자랑 헤어졌어. 앞으로 남남이라고. 난 그저 내 딸과 당신을 원해. 임불염, 나랑 결혼하자.”그의 말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임불염은 그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월월이를 데리고 그와 함께 생활할 생각도 없었고 그와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나 당신이랑 결혼 안 해.”그녀의 칼 같은 거절에 장현이 눈살을 찌푸렸다.“왜지? 설마 이탄을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당신을 안 좋아한다는 게 중요하지.”그 한 마디에 장한의 얼굴이 차갑게 식어버리더니 임불염을 매섭게 쏘아봤다.‘나를 안 좋아한다고?’‘왜 나를 이렇게 보지? 내가 뭐 자기를 좋아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두 사람의 분위기는 일순 무거워졌다. 하지만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슬립 원피스 때문에 야릇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졌다.“이거 놔.”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임불염은 이내 버둥거리며 장한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장한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빨간 입술을 막아버렸다.그는 더 이상 임불염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읍!”갑작스러운 전개에 임불염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장한을 바라봤다.‘왜 갑자기 키스하지?’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장한의 가슴을 힘껏 치며 그를 밀어냈다.“이거 놔! 당장 놓으라고!”하지만 그녀가 입을 벌리는 순간 장한은 더욱 맹렬하게 키스를 퍼부으며 임불염의 숨결을 앗아갔다.그리고 그 순간 몸의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장한도 정상적인 남자인 데다 3년 동안 여자를 한 번도 건드린 적 없었고 또 약물의 효과마저 더해져 욕망의 파도가 아랫배에서 일렁이는 바람에 참을 수 없었다. 이윽고 그의 입맞춤은 임불염의 얼굴을 지나 새하얀 귓볼에 떨어졌다.“임불염, 넌 내 거야!”상대를 밀어내려고 뻗은 손이 장한의 몸에 닿았을 때 그의 뜨거운 온도에
그녀의 한마디는 장한의 동작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고스란히 그녀를 향했다.그런 그의 눈빛에도 임불염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내가 틀린 말 했어? 당신이 예전에 나한테 어떻게 했어? 본인의 욕심 때문에 내 인생 망쳤잖아. 나를 술집에 보내 다른 사람 접대하게 한 것도 모자라 내 다리도 부러트렸었잖아. 설마 그 과거를 모두 없는 셈 치고 다시 시작하겠다고는 못하겠지?”그녀의 말에 두 사람의 분위기는 일순 무겁게 가라앉았다.임불염은 주먹을 그러쥐고 머리 위로 흐르는 찬물도 무시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장한, 나랑 결혼하겠다고? 다시 시작하자고? 나한테 그렇게 했으면서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들을 내뱉는 거야? 내 명이 질기지만 않았어도 나 수천 번도 죽었을 거야. 나 당하고도 좋아하는 변태적인 성향 아니야. 난 내 인생을 망친 사람과 절대 결혼 안 해!”장한은 임불염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는 늘 지금처럼 연약한 것 같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강했다. 온화하고 총명한 데다 언제나 늘 참고 견뎠다.예전에 그는 임불염한테서 염염의 그림자만 찾았었다. 하지만 그녀와 지내면서 점차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염염이 아닌 데다 그 누구의 대타도 그림자도 아니라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임불염이다.아마 그도 임불염의 그런 모습에 끌렸던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됐든 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장한은 고개를 숙여 쉴 새 없이 말을 뱉어내는 임불염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눌렀다. 하지만 그녀가 인정사적 없이 깨무는 바람에 금방 입을 뗐다.“습!”갑자기 전해지는 고통에 입술을 만져보니 역시나 피가 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나지막하게 웃었다.“임불염,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데?”“그걸 몰라서 물어?”임불염의 날카로운 눈빛에 장한은 막막해 났다.“모르겠어. 누구도 나한테 그런 거 안 가르쳐줬거든. 그러니까 당신이 가르쳐 줘.”그에게 어릴 때 기억이라곤 아버지가 사무실에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