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2631 챕터

제731화 정략 결혼

갑자기 나타난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과 김하늘 모두 꽤 놀란 눈치였다.“아까 간 거 아니었어?”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기다렸는데?”“왜?”이 추운 날 왜 기다린 거지? 소은정의 의아한 표정에 박수혁도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네 사촌동생이란 사람이 내 옷에 와인을 쏟았잖아...”“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하려던 그때 소은정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 여자 내 사촌동생 아니야. 재킷 값 받고 싶으면 그 여자한테 직접 연락해. 내가 모르는 사람 돈까지 내줘야 해?”임선의 추잡한 술수를 떠올린 소은정의 눈동자에는 혐오로 가득했다.예상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운 건 박수혁이었다. 소은정의 본가에서 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외모부터 총기까지 소은정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박수혁이 당황하든 말든 소은정은 그를 지나쳐 차에 타고 김하늘도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뒤를 따랐다.차에 탄 김하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박수혁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꽤 많이 실망한 것 같네?”“그렇게 비싼 재킷을 버리게 생겼으니 실망스럽겠지.”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잠시 후, 소은정과 김하늘은 사운드 클럽에 도착했다. 두 사람을 알아본 매니저가 다가왔다.“성 대표님 만나러 오신 거죠? 안쪽에 계십니다.”매니저의 말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강희도 왔다고?잠시 후, 성강희가 있다는 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소은정과 김하늘은 다시 멈칫했다. 문틈 사이로 성강희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나라 잃은 백성처럼 오열하는 소리에 소은정이 속삭였다.“강희 요즘 무슨 일 있어?”소은정의 질문에 김하늘은 고개를 저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로라를 보러 갈 거라는둥 잔뜩 들뜬 눈치던데 왜 저런대...“똑똑...”노크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없자 소은정은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술병이 소은정의 머리결을 스치고 지나갔다.“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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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잔인한 여자

성강희의 말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참 뒤에야 소은정이 물었다.“너희 집안 어른들은 개방적인 분들이셨잖아. 갑자기 정략결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성강희의 형이 사고로 세상을 뜬 뒤로 성태수는 두 쌍둥이 형제를 금이야 옥이야 키워왔었다. 잘못을 저질러도 차마 화도 못 내던 사람이 왜 갑자기...성강희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요즘 그룹 내부 상황이 별로 안 좋아. 할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하고 주주들간에 지분 경쟁이 시작됐는데... 대주주들 중 한 명이 다른 이사들 지분까지 전부 인수해서는 그집 딸이랑 결혼 안 하면 우리 그룹을 먹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하잖아...”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성일그룹 상황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지분 경쟁이 그렇게까지 번질 동안 눈치를 못 챌 수 있는 건가 싶었다.“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된 거야?”“난 회사일에 별로 관심없는 거 알지? 회사 주주들 전부 할아버지 오른팔들이었는데 그 자식들이 글쎄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어쩌냐... 할아버지한테는 얘기도 못 드렸어... 충격받아서 정말 쓰러지실까 봐...”시무룩한 성강희의 표정에 소은정과 김하늘은 성강희의 등을 토닥여줬다.위로를 받으니 서러움이 더 북받치는지 성강희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김하늘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소은정은 조심스레 물었다.“정략 결혼 상대는 누군데? 이... 이뻐?”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맞으니 일단 결혼부터 하고 다시 지분을 되찾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물은 말이었다.“나보다 1살 더 많아... 게다가 이혼녀래...”아이고... 불쌍한 강희... 강희 성격에 절대 고분고분 결혼은 안 하겠네.잠깐 고민하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사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소은정, 성강희 두 사람이 고개를 번쩍 들자 김하늘이 싱긋 미소 지었다.“더 대단한 집안 여자랑 결혼하면 되잖아. 그럼 저쪽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할테고 시간은 벌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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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스캔들 메이커

”아, 아빠.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 저에 관한 스캔들 기사가 뜰 거예요. 그룹 주가에는 영향이 가지 않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소찬식이 의아한 표정에 잠시 고민하던 소은정은 결국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소은정의 설명을 듣고 한참 침묵하던 소찬식이 한숨을 내쉬었다.“휴, 그 어르신 가장 아끼는 손주를 잃고 회사고 뭐고 나몰라라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네... 그래, 너랑 강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도울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와. 은해, 너도.”아버지의 말에 소은정과 소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SC그룹,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가려던 소은정은 프런트 직원에게 가로막힌 성강희를 발견했다.어제 오열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늘은 멀끔하게 꾸민 모습이었다. 게다가 커다란 꽃다발까지...하지만 어딘지 껄렁해 보이는 모습과 의심스러운 꽃다발까지 들고 있으니 직원들은 그의 앞을 막아 설 수박에 없었다.소은정의 등장에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성강희가 두 팔을 벌렸다.“자기야, 너무 보고 싶었어...”그 모습에 프런트 직원은 바로 경비원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감히 우리 대표님을!하지만 다음 순간, 번호를 누르려던 직원의 손이 어색하게 굳고 말았다. 소은정이 환한 미소와 함께 성강희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었다.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항상 침착하고 차가운 냉미녀 우리 소 대표님이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분이셨나?건물 로비에서 사람들의 시선 따윈 상관없다는 듯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오고 가는 직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쯤이면 볼 사람들은 다 봤겠다 싶을 때에야 두 사람은 포옹을 멈추고 손을 꼭 잡은 채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기자들한테는 연락 돌렸어?”한숨을 내쉰 소은정의 질문에 성강희가 휴대폰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제대로 찍혔으니까.”15분 뒤, 성강희가 그룹을 떠나고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각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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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네가 인간이야?

박수혁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져만 갔다.생각 같아선 지금이라도 당장 소은정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두고만 싶었다.분노로 이마의 핏줄이 터질 듯 팽장하고 박수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한참을 침묵하던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내려. 언론사를 전부 인수해서라도 전부 내리라고.”“네...”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뜨는 한 박수혁의 분노는 그대로일 것이고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최측근인 그뿐이니 박수혁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약 20분 뒤, 연예계 유명 잉꼬 부부가 사실은 쇼윈도 부부였으며 사실은 각자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뉴스가 새롭게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소은정과 성강희의 스캔들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하지만 이 정도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을 거란 생각에 소은정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성일그룹 주가가 하루만에 치솟은 것만 봐도 스캔들 뉴스가 효력을 제대로 발휘했음을 알 수 있었다.한편, 다시 이성을 되찾은 박수혁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요즘 성강희도 소은정에 대한 마음을 접은 눈치던데 왜 갑자기 이런 기사가 난 거지?박수혁은 다시 이한석을 불러들여 사건의 자초지종을 제대로 알아보라고 명령했다.성일그룹.대표 사무실에 앉아있는 성강희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소은정과의 스캔들 기사가 발표되고 귀찮은 주주들도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테니까.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기사를 살펴보려던 그때, 성강희도 두 사람의 기사가 저 멀리 밀린 걸 발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언론사에 물어 박수혁이 개입했음을 알게 된 성강희는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아주 오래 전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지만 한 번도 걸지 않았던 박수혁의 전화번호를 클릭했다.“박수혁 씨, 이게 지금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전동하 씨가 은정이한테 들러붙을 때 내가 그쪽 편을 얼마나 들었는데! 이렇게 다 된 죽에 코를 풀어요?!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입니까?!”죽어도 1살 연상의 이혼녀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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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완벽한 여자

소은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소은해의 마세라티를 끌고 거리를 나섰다.직원들도 기사를 확인했는지 성일그룹에 도착하고 회장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그 누구도 소은정의 앞을 막지 않았다.성강희의 사무실을 연 소은정은 그녀가 처음 보는 남녀 두 명과 성강희의 어머니 현숙명도 함께 있는 걸 발견하고 살짝 멈칫했다.망설이는 소은정의 모습에 성강희가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섰다.“은정아, 왜 이제야 왔어? 같이 밥 먹기로 했잖아. 레스토랑 예약까지 했다고.”성강희의 말에 소은정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엥? 밥이라니? 그냥 기사들 사진 찍기 좋게 함께 있는 모습만 보여주기로 한 거 아니었나?성강희가 소은정을 향해 윙크를 날리고 남자 옆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가 그녀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강희 씨, 정말 소은정 대표랑 사귀기로 한 거야? 나보다 더 좋은 집안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이거냐고!”주연화는 이혼 전부터 파티에서 성강희를 만나고 멋진 그의 외모에 한눈에 반했었다. 완벽한 외모에 젠틀한 성격까지 배만 잔뜩 나온 남편보다 백 배는 더 멋진 왕자님처럼 보였었다.그래서 부랴부랴 이혼을 하고 아버지이자 성일그룹 주주인 주석재를 설득해 성강희와의 결혼 계획을 꾸미기 시작했던 것이다.예상대로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고 모든 계획이 성공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때, 생각지 못한 스캔들 기사로 인해 주연화의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여자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자리에 앉은 여자가 바로 주연화이며 그 옆에 앉은 남자가 바로 성일그룹 대주주 주석재임을 눈치챘다.뭐, 내가 그쪽보다 돈이 더 많긴 하지.앙칼진 주연화 달리 주석재는 소은정을 본 순간 왠지 모를 압박감에 딸을 나무랐다.“예의없게 왜 그래.”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소은정 대표님이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성일그룹을 이 정도로 뒤흔들 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터, 하지만 오랫동안 모시던 성강희의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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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쪼잔한 거 맞아

현숙명도 요즘 회사 일로 속을 많이 끓였는지 전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울분을 쏟아내는 듯한 현숙명의 말에 주연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혐오 가득한 현숙명의 표정과 잔뜩 굳은 얼굴의 소은정을 번갈아 바라보던 주석재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뒤 주연화의 팔을 끌고 사무실을 나섰다.성강희를 협박해 결혼을 받아들이게 할 수는 있지만 뭘 하든 소은정 앞에서 할 수는 없었다. 괜히 추잡한 술수를 들켰다간 정말 뼈도 못 추스를 수도 있으니까.두 사람이 자리를 뜨고 현숙명은 힘이 빠진 듯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눈시울을 붉혔다.“은정아, 정말 고마워. 너랑 강희...”현숙명은 한때 성강희와 소은정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모진 말까지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집안, 외모, 인성, 능력... 소은정 정도 되는 여자는 둘도 없는 좋은 며느릿감이다. 이혼 경력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하지만 주연화를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경고를 내뱉던 현숙명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소은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아버지도 할아버님이랑 절친한 사이시고 저랑 강희도 소꿉친구이니 도울 수 있으면 최대한 도와야죠.”두 사람이 정말 사귀느 사이가 아님을 암시하는 소은정의 말에 현숙명은 어색하게 웃은 뒤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은정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는 건데...게다가 지금 성일그룹은 난장판이라 정식으로 소씨 일가에 정략결혼을 제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한편, 성강희는 두 사람의 대화에 숨은 묘한 뜻을 눈치채지 못한 듯 소은정의 팔을 끌어당겼다.“네가 와서 다행이야. 주석재 그 자식이 가짜 스캔들 아니냐고 막 따지는 거 있지? 하, 나 참 어이가 없어서.”“주석재 쪽에서도 분명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까 넌 지분을 되찾는데만 집중해.”두 사람이 일 얘기를 시작하자 현숙명은 말없이 사무실을 나섰다.“걱정하지 마. 주석재 뒷조사는 이미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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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돌려서 말하지 마

마침 다가온 집사가 두 사람의 낚시 도구를 받아들었다.정장만 고집하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목 라인이 살짝 드러나는 캐주얼한 의상을 입은 박수혁은 평소와는 다른 매력을 자랑했다.마침 2층에서 내려오는 소은정을 발견한 박수혁이 미소를 지었다.“은정아, 이런 우연이 다 있네.”역시, 나랑 은정이는 인연이라니까.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여긴 내 집인가 내가 있는 건 당연한 거고...”이때 손을 씻고 욕실에서 나온 소찬식이 먼저 말했다.“박 대표 여기까지 왔는데 저녁 식사나 하고 가지.”“네, 감사합니다.”소은정과의 식사라니, 당연히 오케이지.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혁을 노려본 뒤 주방으로 걸어가 물 한 잔을 따랐다.박수혁의 곁을 스치는 순간, 단아한 쟈스민 향이 코끝을 스치고 박수혁은 뭐에 홀린 듯 소은정의 뒤를 따랐다.“목이 마르네...”소은정이 멈칫하던 그때, 박수혁이 긴 팔을 뻗어 소은정이 들고 있는 컵을 빼앗더니 단숨에 원샷을 해버렸다.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소은해가 씩씩거리며 주방으로 달려왔다.“물 마시는 건 괜찮은데 왜 두 사람 다 내 컵에 따라마시고 난리야!”뭐? 저 사람 컵이었어?방금 전까지 꿀처럼 달콤하던 물이 구정물처럼 느껴지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오빠한테 주려고 따른 건데... 왜 그랬어?” 소은해는 두 사람을 노려보다 컵을 낚아챈 뒤 다시 씩씩대며 2층으로 올라갔다.김하늘과 커플로 맞춘 컵이라 버릴 수도 없고 제대로 소독이라도 할 생각이었다.작은 소동이 일고 살짝 망설이던 박수혁이 물었다.“회사로 갔었는데 오늘 일찍 퇴근했다더라. 어디 갔었어?”내가 어딜 가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최근 박수혁에게서 받은 도움을 생각하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켜버렸다.“강희 만나러 갔는데?”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그래, 차라리 질투하게 만드는 거야. 그럼 알아서 나가겠지.소은정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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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널 만난 핑계

어쩐지, 평소라면 펄쩍 뛰었을 박수혁이 그렇게 침착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전부 알아내고 그녀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어차피 다 들켜버린 듯하니 질투심을 유발해 박수혁을 떼어내려는 전략은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고 소은정은 노트북을 덮고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럼 친구가 그런 상황인데 가만히 있어? 어쨌든 고마워. 강희 대신 인사하는 거야.”소은정의 말에 피식 웃던 박수혁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서렸다.“아니야. 성강희 대표 형이 내 전우이기도 하고 성일그룹이 그렇게 무너지는 건 나도 원하지 않아. 성강희 그 자식 제대로 경영 수업부터 받으라고 해. 이사가 이런 짓을 하는 동안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고? 그 자식 어디 모자란 거 아니야?”맞다. 성강희의 형이 박수혁과 함께 복무했었다고 했었지?“그럼 우리 집에 온 것도...”설마 달랑 USB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굳이?박수혁의 깊은 눈동자에 소은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비쳤다.“뭐, 핑계지 뭐. 이렇게라도 널 보고 싶으니까.”갑작스러운 고백에 소은정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호수처럼 깊은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소은정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왔으면 밥이나 먹고 가.”박수혁, 저런 멘트는 어디서 배우는 거야? 느끼해...1층으로 내려가니 집사는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소은해는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목소리를 들어보니 역시나 김하늘이었다.장난기가 발동한 소은해는 카메라를 돌려 나란히 2층에서 내려오는 박수혁, 소은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김하늘의 눈이 동그래지고 소은해는 눈을 찡긋 한 뒤 다시 식탁으로 휴대폰을 흘렸다.“하늘아, 다음에는 너도 우리 집으로 와. 우리 아빠 요즘 맨날 낚시다니잖아. 어차피 처치곤란이라 같이 먹어줄...”이때 나타난 소찬식이 소은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네 연애질에 이 애비까지 이용하려는 거야?”아버지의 등장에 영상통화를 부랴부랴 종료한 소은해가 헤실거리며 소찬식의 의자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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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현금 2억

위기를 넘긴 후 성강희는 전문 경영인을 초빙했고 자신도 경영 수업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되고 소은정, 성강희의 스캔들도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흐릿해져 가던 그때...또 다시 사건이 터졌다.이른 아침 이건의 전화를 받은 소은정은 부랴부랴 S시로 향했다.지성그룹 건물 앞, 빼곡하게 모인 사람들을 발견한 소은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이건이 말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네...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은 물론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차까지 도착한 상황이었다.소은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우연준의 전화에 이건은 마스크에 모자까지 쓴 모습으로 다급하게 달려왔다.부랴부랴 차에 탄 이건이 고개를 숙였다.“대표님...”사건이 터지고 이건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바로 소은정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어린 소은정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소은정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최선을 다하셨다는 거 알아요. 지금 무슨 상황이죠?”소은정의 말에 이건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자초지종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장일성 그 자식이 글쎄... 자기가 부리던 조직원들을 선동한 것 같습니다. 자기들도 정식 직원들처럼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이렇게 버티고 있어요. 그 소식을 들은 다른 직원들도 뭐라도 떨어질까 싶어 우르르 몰려든 거고요.”잠시 침묵하던 소은정이 물었다.“협상은 안 해보셨나요?”“사람 욕심에 끝이 있나요. 저 자식들 어떻게든 회사 돈을 뽑아먹으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협상은 결국 결렬됐고요.”“며칠 뒤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에요. 그 전에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질 겁니다.”한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미지다. 대부분 대중들 역시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들이니 무조건 시위대 편을 들 게 분명하고 이 사실이 매체에까지 알려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지도 모른다.잠시 고민하던 소은정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우 비서님, 지금 당장 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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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완급조절

소은정의 돌발 행동에 주위가 조용해졌다.“그래요, 제가 소은정입니다. 전 장일성도 이현도 아니에요. 여러분들께 그 어떤 금전적인 약속도 한 적이 없죠. 국가의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지성그룹에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 전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러분들께 밀린 월급은 전부 지급했죠. 적어도 자기 살겠다고 여러분들을 나몰라라하고 도망친 장일성, 이현보다는 훨씬 더 양심적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합니다.”소은정의 강력한 포스와 차분한 말투에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때 시위대 일원이 소리를 질렀다.“월급은 애초에 줘야 하는 거고 우리도 그 10명처럼 퇴직금을 원합니다. 똑같은 지성그룹 직원인데 왜 우리는 그 돈을 못 받는 겁니까!”“그러니까! 지금 사람 무시하는 겁니까!”“이 정도 돈으로 무마하려는 겁니까!”하지만 소은정은 그들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시위대 일원들을 노려보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여러분들은 장일성의 개인적인 조직원들입니다. 지성그룹과는 그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어요. 제가 SC그룹의 대표인 것도 재벌 2세인 것도 사실이지만 여러분들의 무리한 요구를 일일이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대우에 불만을 느끼신다면 절 고소하셔도 불만은 없습니다.”소은정의 냉정한 말에 시위대는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불만섞인 목소리가 치솟던 그때 소은정은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여러분들의 힘든 사정은 저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 현금을 준비한 거예요. 50분 정도 모이신 것 같으니 일인당 200만원은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바로 주민등록증 번호를 등록하고 돈 받아가세요.”소은정의 말에 사람들이 눈을 반짝였다. 시위 2일만에 200만원이라니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또 다시 이런 식으로 불법 시위를 감행한다면 오늘 같은 자비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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