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2631 챕터

제601화 임기응변

그와 동시에 주변 환경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사람들의 얼굴에도 각기 다른 변화가 생겼고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소은정은 피하지 않았다. 마치 기자 회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두운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저와 박 사장님이 결혼했을 당시 본의 아니게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었어요. 결혼 생활의 가장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건 자신의 체면을 깎는 일이긴 하나 상의를 거쳐 다시 친구로, 파트너로 지내기로 했어요. 이는 절대 후회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소은정이 질문에 답할 때 박수혁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힘줄이 다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두세 마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리고 늘 기고만장하던 남자가 한 순간에 무너진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슬픔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매번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칼로 도려내듯 아팠고 심지어 숨 쉬기도 힘들었다.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어떠한가?이 실패한 결혼을 다시 돌이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그가 먼저 손을 놓으면 그녀가 더 멀리 갈까 봐, 혹은 그의 인생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 모습을 본 양예영은 지금이야말로 박수혁을 도울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도 이 매혹적인 얼굴로 한무리의 남자 중에서 감독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기 있는 남자의 마음을 잡지 못해 결국에는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는데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그녀는 헛기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은정 씨 저희와 신분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젊어요. 연인은 다 친구나 파트너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비록 지금 이혼하여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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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당당한 인간 쓰레기

그 생각에 길하늬는 요염한 눈빛으로 박수혁을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전 결혼이 사람의 자유를 속박한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면서 왜 그런 명분을 따지는 거죠? 서로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평생 함께할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해도 결국에는 이혼하게 돼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한 사람한테만 목을 맬 필요는 없죠. 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양예영은 숨을 들이쉬며 박수혁의 눈치를 몰래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눈빛이 날카로운 게 당장이라도 사람을 칠 기세였다!다행히 그녀는 그런 그를 말렸다.길하늬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소은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더러 계속 얘기하라고 했다.길하늬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하자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전 예영 언니랑 생각이 달라요. 우린 지금 찍을 작품이 있고 자원이 있고 인맥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있잖아요. 우리처럼 돈이 많은 여자들이 결혼의 득실을 굳이 따져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원없이 사랑하고 만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을 살면 되죠!”소은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늬 씨 말이 일리가 있어요.”추하나마저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양예영은 몰래 피식 웃었다.우쭐하기는. 수혁 씨 싸늘한 눈빛 못 봤어?길하늬는 “난 당신의 애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박수혁에게 할 기세였다.추하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끝에 앉은 유한슬을 쳐다보았다.“유한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유한슬은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대충 별거 아닌 얘기만 몇 마디 했다.곧이어 채태현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 자리에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들, 결혼하셨든 이혼하셨든 전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채태현의 행동을 보며 의아해했다.옆에 있던 양예영이 술잔을 들고 그와 건배했다.“고마워요, 채태현 씨. 채태현 씨처럼 다정하고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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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방 하나

길하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양예영은 우쭐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박수혁이 쉽게 넘어올 사람이었으면 그녀가 먼저 잡았을 것이고 길하늬가 끼어들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영리하게 계획을 바꾸었다!소은정은 무덤덤한 얼굴로 박수혁을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결혼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라고 했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평가하라고는 하지 않았어.”박수혁은 무서운 눈빛을 거두어들이고 몸을 옆으로 돌린 후 팔짱을 꼈다.“우리 결혼은 실패하지 않았어. 다만 나의 잘못으로 인해 잠깐 멈췄을 뿐이야. 네가 원한다면 우리 결혼 생활이 가장 완벽하다고 증명할 수 있어.”박수혁이 많은 사람 앞에서 진정성 있는 발언을 할 거라고는 다들 생각지 못했다.소은정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심하게 박수혁을 보았다.“호언장담하기는.”완벽하긴 개뿔?그녀는 이미 문어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길쭉길쭉한 뒷모습이 너무도 예뻤다.그런데 갑자기 박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호언장담 아니야!”소은정은 잠깐 움찔하더니 속으로 그를 욕하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젠장, 제 정신이 아니네!방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 하지만 박수혁이 난감해할까 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여 못 들은 것처럼 자기 일을 했다!녹화 한번 하기 힘드네!도준호가 짠 내용에 따르면 내일 추하나의 법률 사무소가 첫 번째 사건을 의뢰 받게 된다. 미리 내용을 파악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건이긴 했다.하여 저녁에 제작진 모두가 태한그룹 산하의 5성급 호텔에 묵으면서 수정하게 된 것이다.그리고 이 호텔에 묵는 이유는 광고주의 요구가 그러했기 때문이다.유일한 광고주로서 씀씀이가 호탕한 박수혁은 자신이 투자한 돈으로 다른 호텔에 묵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들을 잘 모시기 위하여 호텔 측에서는 미리 방을 비워두었다. 사장과 이한석이 상의를 거친 결과 박수혁은 여전히 로얄 스위트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아래층인 VIP 룸에 묵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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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한밤중의 노크

소은정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팔을 구부린 채 옆으로 내민 그 모습은 고귀하면서도 나른해보였다.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화를 내는 소은정의 모습이 그의 눈에는 너무도 귀여웠다!그는 재빨리 방 키를 갖다댔다. “띡”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소은정은 방 안으로 들어가 대충 훑어보고는 몰래 웃음을 지었다.태한그룹 산하의 이 호텔은 본 도시에서 그래도 대표적인 호텔이다. 정계와 상업계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도 이 호텔에서 하는데 개진할 점이 뭐가 있겠는가?SC그룹에서 인수하면 참 좋을 텐데!소은정은 자리에 선 채 아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쉽군...미간을 찌푸리며 소은정의 반응을 살핀 박수혁은 살짝 의아했다.“마음에... 안 들어?”그는 손을 들어 비싼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가까운 옆도시의 국빈을 모시는 호텔로 가도 시간이 되나?소은정은 멈칫하더니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괜찮아.”그러고는 밖에 있는 자신의 짐을 들고 들어갔다.박수혁은 그녀의 안색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가 더 이상 불만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몰래 시름을 놓았다.평소 혼자 이곳에 머무를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말로 그저 그러한 호텔방 같았다!소은정이 방을 한 바퀴 다 둘러본 후에도 박수혁은 여전히 문앞에 서 있었다.순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왜? 여기서 쉬려고?”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온종일 바삐 돌아친 바람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벽에 기댄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도 돼?”소은정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그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좋아라 하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네가 함께 자고 싶은 그 여자 연예인 셋을 불러줄까?”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박수혁의 낯빛도 차가워졌다. 그녀가 농담하는 것 같지 않자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그녀를 확 덮쳐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그녀와 싸우면 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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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적극적

박수혁을 찾는다는 말에 도준호의 표정이 그제야 부드러워졌다.하긴, 여기서 지금 가장 높은 보스는 박수혁이니까 이혼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끌림이 있겠지.하하...아무래도 내가 생각이 많았네!도준호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그런데 길하늬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아무래도 카운터에 가봤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온 게 분명했다.“물어봤었는데 다들 박 사장님의 방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 사장님한테 물어본 거예요. 도 사장님, 박 사장님이랑 은정 씨는 다시 합칠 희망이 없어요. 우리 예능에 새로운 커플이 탄생하면 올해 가장 핫한 예능이 바로 우리 이 예능이 아니겠어요?”길하늬는 조심스럽게 도준호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핫해지는 걸 싫어하는 제작자가 어디 있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도준호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웃음도 점점 짙어졌다. 그는 별로 뜸들이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박 사장님은 맨 꼭대기층 로얄 스위트룸에 계세요!”길하늬는 방긋 웃는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냉큼 뛰어올라갔다.그녀가 간 후 도준호가 문을 닫았다.그러자 뒤에 있던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만약 박 사장님께서 아시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하지만 도준호는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길하늬 씨가 박 사장님 방에 들어가면 제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박수혁이 어떤 사람인지 길하늬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이참에 경험해보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도준호와 감독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길하늬처럼 포기를 모르는 여자가 더 있나 보다.그는 몸매가 가장 섹시한 양예영일 것이라 생각했다!도준호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바로 유한슬이었다!이건 좀 의외였다.유한슬도 길하늬처럼 섹시한 잠옷을 입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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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들의 잠옷

그러나 은정은 문을 열자마자 길하늬가 섹시한 블랙 잠옷 치마를 입고 넓은 어깨를 드러낸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치자 서로 깜짝 놀랐다. 특히 길하늬는 얼굴색이 새하얗고 정교한 화장으로도 당황하고 난감한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그가 꼬신 것이 소은정의 전 남편이었기에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본처를 본 것처럼 불안했던 것이다. 소은정은 순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옷차림새를 보면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래위를 훑어보는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길하늬는 땅에 난 틈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 소 사장님, 죄송합니다. 당신도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곧 문을 열었다. "박수혁은 이 방이 아닙니다. 여기는 내 방이에요. 들어오시겠어요?" 길하늬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이미 현장에서 간통을 당했다는 느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어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더라도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이 바로 소은정이다. SC 그룹을 전부 소유한 어린 공주님이다. 그녀를 대하는 도준호의 조심스럽고 알량스러운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일부러 사람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녹화 도중 박 사장님이 기분을 잡치게 해서...”그는 소은정이 믿지 못할 가봐 횡설수설하며 설명하였다. 이 순간 그녀는 사실 놀라서 혼이 나갔다. 소은정은 그녀가 이렇게 애써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말을 해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는 관심도 없다. 질투할까 봐 그런가?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친절하게 휴대폰을 꺼냈다:"내가 박 사장에게 연락드릴게요. 직접 말씀하세요.”"제발..." 길하늬가 격동하여 말렸다. 얼굴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내일 말해도 마찬가지예요. 소 사장님에게 폐를 끼쳤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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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음침한 술수

“은정 씨...”소은정이 바로 해명했다.“여긴 제 방이에요. 못 믿겠으면 들어와서 확인해 보시든가요.”유한슬은 애써 미소로 실망감을 감추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전...”지금 이 시간에 왜 외간 남자를 만나러 왔는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 남자는 소은정의 전 남편이지 않는가!어색함과 긴장감에 유한슬은 얼굴이 빨개지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묘한 침묵이 이어지고 소은정은 유한슬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래, 길하늬만 챙길 수는 없지.“박 대표님한테 연락드릴게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직접 하세요.”전 와이프로서 전 남편의 연애 사업에 이토록 적극적이라니. 소은정 스스로도 자신의 너그러움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이 휴대폰을 꺼내려하자 유한슬은 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아, 아니에요. 아, 생각해 보니 아직 대사 숙지가 다 안 끝났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말을 마치고 돌아선 유한슬은 들고 있던 술병을 소은정에게 건넸다.“이 술... 저희 가문 비법대로 제가 직접 빚은 거예요. 맛 좀 보세요.”그렇게 술잔과 술병을 안겨주곤 유한슬은 도망치 듯 자리를 떴다.술병과 술잔을 번갈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렸다.박수혁, 돌싱이지만 여전히 잘 나가나 봐. 여자들이 끊이지 않네. 이혼 전에는 인기가 더 좋았겠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든 소은정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과거에 인기가 얼마나 많았든 지금 인기가 얼마나 많든 어차피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방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유한슬이 주고 간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셔보았다. 깊은 향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달콤함과 알코올의 쓴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술이었다.온갖 좋은 술들을 다 마셔본 소은정이지만 독특한 풍미에 고개를 끄덕였다.유한슬, 이 정도면 박수혁을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이때 소파에 올려둔 아이패드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야? 갔어? 다들 박수혁이랑 뭐라도 해보려고 온 여자들이지? 쯧쯧, 남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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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건드리지 마

한유라의 전화를 받은 박수혁은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부랴부랴 방을 나섰다.하지만 벨을 눌러도 노크를 해봐도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 소리를 전부 듣고 있던 한유라가 소리쳤다.“박수혁 씨 바보죠? 일어나서 문이라도 열 수 있는 정도면 제가 그쪽한테 전화를 했겠어요? 얼른 가서 스페이스 카드나 찾아요!”한유라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박수혁은 왠지 울컥했지만 소은정을 구하는 게 먼저니 일단 꾹 참기로 했다.그리고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 박수혁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삐리릭.”한편, 수화기 저쪽에 있는 한유라는 미간을 찌푸렸다.스페이스 카드는 적어도 호텔 담당자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1초만에 바로 문을 딴 거지? 이상하네...호텔 방문을 여니 묘한 술 냄새가 박수혁의 코끝을 자극했다.잔뜩 취한 채 소파 위에 쓰러진 소은정을 미간을 찌푸리고 바라보던 박수혁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은정아...”아이패드로 박수혁의 모습을 확인한 한유라는 아예 원격으로 박수혁을 조종하기 시작했다.“이게 다 박수혁 씨 때문인 거 알죠! 그 술 여자들이 박수혁 그쪽한테 먹이려는 거였다고요. 안에 뭘 탔는지 참. 우리 은정이 주량이 얼마나 좋은 줄 알아요? 이렇게 몇 잔에 쓰러질 애가 아니라고요!”한유라가 박수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약이요?”한유라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박수혁이 관심을 보이자 한유라는 방금 전 일어났던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하기 시작했다.너 때문에 우리 은정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그 여자들 아예 다 벗다시피 하고 박수혁 당신을 만나러 왔다고요! 뭘 착각했는지 은정이 방으로 오긴 했지만. 그쪽이랑 뭐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술에 약도 탄 거 아니겠어요?”이 기회에 제대로 자빠뜨리려는 계획이었겠지.한유라의 설명에 박수혁의 숨이 가빠지고 검은 눈동자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일단 얼른 마신 술부터 다 토하게 하고 의사라도 불러요. 그리고 그 여자들도 혼내주고요. 아, 그렇다고 은정이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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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너를 성원할 거야

박수혁은 마구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지그시 누르고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은정... 자기야... 아가야..." 소은정은 짜증스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줄곧 파리 소리가 맴돌아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단지 자고 싶을 뿐이다! 소호랑도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하는 것은 하늘에서 벼락을 맞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째 눈앞에 파리들은 뻔뻔스럽게 마구 날아다니며 짖고 있는가? 그녀의 기상 후 내는 짜증은 얼마나 심한가! 소은정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애써 무거운 눈꺼풀을 쳐들었다. 정말 평생 최대의 힘을 다 썼다!흐릿한 가운데 그 영준하고 완벽한 이목구비가 눈이 익었다. 누구세요? 박수혁인가? 아니면 채태현인가? 의식이 흐리멍덩한 그녀는 독경처럼 띄엄띄엄 들려오는 그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손을 들어 힘껏 긁더니 입을 닥쳐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은 긁힌 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박수혁은 안색이 어두워졌는데, 눈빛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술을 마셨는데도 이토록 화를 내었단 말인가? 감히 손까지 대니? 그는 자신의 목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 줄 틈도 없이 따끔따끔한 고통만 느꼈다. 됐어, 참자! 그녀가 토하려는 기색이나 열이 나거나 하는 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다시 그녀를 안아 침실 침대에 눕혔다. 그러나 박수혁은 소홀히 대하지 못하고 즉시 이한석을 보내 그 술병과 술잔을 가지고 밤새도록 화학실험을 하게 하였다.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는 시종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또 호텔 안의 의사를 불러와서 자세히 검사하게 했다. 의사는 대충대충 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검사를 마친 후에야 박수혁에게 회답하였다. "소 아가씨가 과음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꿀물을 먹이면 됩니다."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알았소, 나가 보게 …"라고 하였다.의사가 떠나자 박수혁은 말없이 한쪽에 앉아서 침대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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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퉤, 박수혁 개자식

소은정은 박수혁과 꼭 같은 얼굴을 만져보니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그녀는 경박하게 몇 차례 만진 후 남자의 볼을 토닥였다.좋아, 이 외모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겠군! 말한 것은 실행해, 절대 식언하지 않아.그냥 남자배우 아니야? 스폰해 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나오자마자 옆에 있던 남자의 눈동자가 갑자기 음험해지고 얼굴도 음침해지며 온몸에 짙은 한기가 감돌았던 것이다.박수혁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자신을 마주 대하게 했다.그 목소리는 악마의 유혹과 같이 지극히 온유하였다."은정, 다시 한번 봐 봐. 내가 누구야?" 그의 목소리에는 엄동설한의 추위가 배어 있다.설사 그녀를 위해 굽실거려도 그가 그녀의 세계에 정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그는 도리에 어긋나므로 타협하고 양보하며 받들고 달래 주고 양보하려 하는 것이다.그러나 상업계에서는 사납고 맹렬한 행동에 익숙해져 뼛속까지 차갑고 매서운 독기가 우위를 점했다.그의 사랑은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절대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가두어 두는 게 좋다.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그녀를 얻는 것도 좋다.박수혁은 뼛속까지 냉담하여 인정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소은정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 하나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만약 회유하는 방법이 소용이 없다면 그는 자신의 강경한 수단을 써서 그녀를 자기 곁에 두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그녀의 얼굴에서 한 가닥 회개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였다.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은 그저 옅은 홍조를 띠고 있었고 게으른 실눈은 잠을 청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강력하게 그녀의 턱을 세게 잡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불만에 차서 눈살을 찌푸리며 뿌리치려 하지만 할 수 없었다.그는 오늘 밤 답을 요구했다.박수혁은 눈빛이 새빨갛게 물들었으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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