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 씨...”소은정이 바로 해명했다.“여긴 제 방이에요. 못 믿겠으면 들어와서 확인해 보시든가요.”유한슬은 애써 미소로 실망감을 감추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전...”지금 이 시간에 왜 외간 남자를 만나러 왔는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 남자는 소은정의 전 남편이지 않는가!어색함과 긴장감에 유한슬은 얼굴이 빨개지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묘한 침묵이 이어지고 소은정은 유한슬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래, 길하늬만 챙길 수는 없지.“박 대표님한테 연락드릴게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직접 하세요.”전 와이프로서 전 남편의 연애 사업에 이토록 적극적이라니. 소은정 스스로도 자신의 너그러움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이 휴대폰을 꺼내려하자 유한슬은 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아, 아니에요. 아, 생각해 보니 아직 대사 숙지가 다 안 끝났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말을 마치고 돌아선 유한슬은 들고 있던 술병을 소은정에게 건넸다.“이 술... 저희 가문 비법대로 제가 직접 빚은 거예요. 맛 좀 보세요.”그렇게 술잔과 술병을 안겨주곤 유한슬은 도망치 듯 자리를 떴다.술병과 술잔을 번갈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렸다.박수혁, 돌싱이지만 여전히 잘 나가나 봐. 여자들이 끊이지 않네. 이혼 전에는 인기가 더 좋았겠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든 소은정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과거에 인기가 얼마나 많았든 지금 인기가 얼마나 많든 어차피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방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유한슬이 주고 간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셔보았다. 깊은 향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달콤함과 알코올의 쓴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술이었다.온갖 좋은 술들을 다 마셔본 소은정이지만 독특한 풍미에 고개를 끄덕였다.유한슬, 이 정도면 박수혁을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이때 소파에 올려둔 아이패드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야? 갔어? 다들 박수혁이랑 뭐라도 해보려고 온 여자들이지? 쯧쯧, 남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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