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있던 이한석은 조금 전에 결과가 나온 알코올 검진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박 대표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술에 비록 위험한 약물 성분이 많지 않았지만, 소량의 환각제가 섞여있었고 알코올 함량이 좀 높았습니다. 51도입니다."그는 그곳에서 직원들에게 재촉할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랐다.만약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모두 목이 잘릴 것이다!그는 술 안에 약물 성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경계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늦은 저녁 찾아와 보고했던 것이다.그는 피곤한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박수혁은 검진표를 받고 흘깃 보더니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의 눈에서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일말의 온기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왔다간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특별히 술 가져온 사람을 잊지마."어느 간덩이가 부은 놈이 감히 그의 금기를 건드린 걸까, 그렇다면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죽음뿐일 것이다.이한석은 정신이 번쩍 들어 이렇게 말했다."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친절하게 문을 닫고 떠났다.이한석은 오랜만에 박수혁이 이렇듯 화내는 걸 보고 식은 땀이 났다.박수혁은 거실로 들어가 음울한 눈빛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가 꿈에서 항상 그려왔었던 장면이었다.만약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원래 이 모든 것은 그의 소유였다. 하지만 그가 놓쳐버린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박수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프고 시큰거렸다.박수혁은 음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다가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 넘긴 후 입 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잘자, 여보. 내 곁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후 그는 방에서 나와 오늘 저녁 발생한 일을 조사했다.늦은 저녁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으며 짙은 어둠 속에 소슬한 기운
박수혁이 어떻게 소은정을 해친 사람을 놓아줄 수 있겠는가?그녀는 박수혁이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유한슬은 이미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전설 속에서만 들었던 박수혁이 음침하고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쥐 죽은 듯한 적막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고 식은땀에 온몸이 젖었다.그녀는 아까만 하여도 망상에 빠져있었는데,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이곳에 잡혀왔다.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박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연예계에서 나가겠습니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테니 한 번 만 용서해주세요......"박수혁은 한 걸음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남자의 광기 어린 눈빛에 유한슬은 소름이 끼쳤다.남자는 싸늘하고도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도 은정이를 해칠 수 없어. 누구도 안돼!"방안에 기운이 삽시간에 변했다.그는 돌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 널 쉽게 놓아줄 수 없다."유한슬은 겁 먹은 얼굴로 바라 보았다."......"박수혁은 이미 자리를 떴다.그처럼 점잖고 고귀한 사람은 굳이 그런 장면을 구경할 필요가 없었다. 분부 한 마디면 수많은 사람이 해결해줄 테니까.이한석은 뒤를 바짝 따랐다.그는 이미 이런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수혁은 소은정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자신조차 혹사할 정도였으니.그러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밖으로 나온 박수혁의 미간에 짙은 그늘이 졌다.이한석은 슬쩍 물어보았다."박 대표님, 어느 정도로 혼낼까요?"어디까지나 공중 인물이었으니 소문이 난다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박수혁은 담담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고 익숙하게 불을 붙였다. 그의 행동은 매우 점잖았지만 왠지 모를 거만함이 묻어났다.몇 초 후 그는 연기를 뿜으면서 매정하게 말했다."어느 손으로 은정이에게 술을 줬는지 물어봐. 그럼 그 손을......"이한석은 순간 고개를 들더
나른한 햇빛이 창문 사이로 기어들어와 소은정의 얼굴을 비췄다. 커튼의 그림자가 겹겹이 교차되어 바닥에 드리웠다.소은정은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직도 무거웠으며 정신이 맑아지지 않았다.그녀가 느긋하게 눈을 비비면서 떠보니 곧 환한 햇살에 익숙해졌다.밝은 아침, 따뜻한 방.하지만 그녀는 곧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눈을 크게 떴다.내가 취한 다음에 어떻게 했었지?기억이 나지 않아.보아하니 그 술은 정말 뒤끝이 강한 것 같았다. 항상 주량이 괜찮던 그녀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하다니?소은정이 고개를 숙여 보니 여전히 어제 입었던 옷이었고 조금 주름이 졌을 뿐이었다.순간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보아하니 그녀는 어제 취한 후에도 스스로 방에 돌아와 쉬었던 것 같았다!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흐리멍덩한 정신에 샤워를 하러 갔다.반 시간 후 소은정이 나오자 별안간 휴대폰이 울렸다.그녀가 다가가 휴대폰을 보니 도준호였다."도 대표님, 아침부터 저에게 업무를 보고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일을 안배하려는 거예요?""은정 아가씨, 소 대표님, 일이라니요? 박 대표님이 길하늬와 유한슬을 모두 쫓아냈어요. 두 사람의 빈자리를 누구로 채운단 말입니까?"그 한마디에 그녀는 깜짝 놀랐고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네? 왜서요?""제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아니면 소 대표님이 직접 박 대표님에게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요?"도준호는 우물쭈물했다.그는 어젯밤 노크한 일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좀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소은정은 전화를 끊은 후 옷을 갈아입고 박수혁을 찾아갔다.설마 어젯밤 여자 둘이 방문을 노크했다고 명성이 실추될까 걱정되어 그러는 건가?허, 가식적이긴!그들은 같은 층에 있었고 박수혁의 방은 바로 복도 끝이었다.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그녀가 방문을 노크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이한석이었다."은정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소은정은 평소처럼 평온하고 무덤덤하
유한슬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시나무 떨 뜻 온몸을 떨었다."은정 아가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소은정은 의아한 얼굴로 서있었다.그녀는 한참 자세히 보고서야 그 여자가 유한슬이라는 걸 발견했다. 어젯밤 갓 만난 가녀린 여자였다......어떻게 된 일이지?그녀는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박수혁은 짙은 한기를 머금은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그의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며 주위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하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소파를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유한슬, 어제 네가 소 대표의 술에 뭘 탔는지 말해."그의 한 마디에 방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소은정은 낯빛이 변하더니 별안간 눈빛이 차가워졌다."뭘 탔다고?"소은정은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분노를 참았다."무슨 뜻이야? 어젯밤 나에게 건네줬던 술에 약을 탔어?"유한슬은 너무 놀라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그저 숨이 넘어갈 듯이 울기만 했다.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어금니를 꽉 악물더니 협박조로 이렇게 말했다."말해.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하는지 가르쳐 줄까?"유한슬은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소은정은 눈을 가늘게 떴고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유한슬은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감히 남자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소은정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은정 아가씨, 죄송합니다. 제가 제 분수를 모르고 아가씨 술에 소량의 환각제를 탔습니다. 제가 주제넘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넓은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그녀는 원래 최음제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약은 너무 저급적이었고 먹으면 곧 몸과 대뇌에 반응이 생겼다.그리하여 유한슬은 자신에게 퇴로를 남기기 위해 환각제를 선택했던 것이다. 마셔도 몸에 반응이 생기지 않았다.방안에는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그리고 유한슬의 낮은 흐느낌 소리만이 들려왔다.유한슬
소은정은 1초 동안 침묵하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예계에서 매장시켜!"박수혁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역시 그의 예상이 옳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은 얼마나 선량한가!유한슬이 안도의 숨을 내쉬기 전에 그는 보디가드에게 말했다."데리고 나가.""네."박수혁은 짙은 눈썹을 꾹꾹 눌렀다."그리고 아프리카에는 교육 시설이 부족하니 유한슬을 아프리카에 보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착하게 살면 되겠어. 다시는 돌아오지마."유한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를 잃었다. 그녀는 무척추동물처럼 바닥에 쓰러져 꺼이꺼이 흐느껴 울었다.이는 그녀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출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었다.박수혁은 정말 미치광이였다......보디가드는 그녀에게 사정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질질 끌고 나갔다.소은정은 이 징벌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박수혁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방안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소은정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달콤하게 자는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발생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그것도 박수혁이 그녀를 도와 처리해준 것이다.그가 또 그녀를 한 번 구해준 셈이었다.순간 그녀는 아까 자신이 들어오기 바쁘게 그와 따졌던 것이 기억나 좀 후회되었다. 소은정은 자신이 참 나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자신을 도운 사람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가?그녀는 생각하다가 헛기침을 한 후 먼저 입을 열었다."저기, 박 대표, 고마워. 또 날 한 번 도와줘서."박수혁은 음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깃 보았다."그 다음엔?""......"박수혁은 그녀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 건데?""아까 이미 고맙다고 말했잖아?""......" 소은정은 모두 대표 급인 사람인데 너무 쩨쩨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면 어떤 답례를 받고 싶은 건데? 사양하지 말고 마음껏 말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면 좋겠어."그녀는 확실히 박수혁이 고마웠지만 선을
박수혁의 방에서 나온 소은정은 중요한 일을 잊지않고 아래층에 있는 도준호를 찾아갔다.대외로 이 사실을 함구하여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도준호만 혼자 계속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있다.길하늬와 유한슬의 매니지먼트도 정식으로 퇴출성명을 제출하였다. 아마 박수혁의 지시가 있었을것이다.그들은 지금 누구를 모셔와야 손해를 최소화시킬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어제 하루종일 촬영했는데 벌써 두사람을 교체했다. 다행인것은 하루만 촬영해 다른 사람을 데려와 재촬영할수 있다.하지만 소은정은 재촬영할 계획이 없다. 같은 게임도 한번 더 하면 재미가 없듯이 재촬영은 가짜인게 너무 티가 난다.소은정은 다른 배우들처럼 전문적으로 연기할수 없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도 있다.도준호는 오래전 이혼한 여배우, 감히 연예계의 큰누나라고 할수 있는 장조한과 연락이 닿았다. 장조한은 보통 예능에서는 볼수없는 인물이다.도준호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장조한은 며칠후 와서 촬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소은해는 소은정 대신 이은영이라는 젊은 여배우에게 연락했다.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았는데 남편과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연예계 잉꼬부부이다.며칠전 남편이 바람피는 장면이 폭로되었는데 그녀는 남편을 믿는다고 입장을 밝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자기까지 속이다니!현재 이은영의 이혼소식은 들리지 않고있다. 그녀는 이 프로에 참가해 정식으로 이혼소식을 발표하려 한다. 파파라치에게 찍히거나 다른 사람이 폭로될바에야 이번 기회를 이용해 스스로 밝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한다.사실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다.대타인 두사람 모두 참가한다는 승낙을 받고 나서야 모두들 한시름 놓았다.도준호는 추후 쉽게 편집하기 위해 다른 부분을 먼저 선택해 촬영하려한다.방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간단하게 정리하고 핸드폰을 꺼냈는데 한유라의 부재중전화를 보게된다.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은 핸드폰이 언제 무음으로 설정되었는지 생각한다.“드디어 받았네. 나 급해죽는줄 알았잖아......”한유라가 급
비록 박수혁은 소은정을 구해줬지만 나쁜 버릇은 고치지 않았다.허, Led전광판에 감사인사? 모든 사람들이 둘 사이 관계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소은정은 어이없었다.“그 여자도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만. 감히 너한테 약 탄 술을 먹여? 내가 손 봐줄가?”소은정은 담담하게 말했다.“마음은 고마운데 괜찮아. 내가 이미 해결했어.”연예계 퇴출보다 더 심한 방법으로!“잘했어.”......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배가 고팠다. 하지만 도준호가 그룹톡에 모두를 @해 다음 장소로 빨리 모이라고 했다.도준호는 남을 부려먹는데 일가견이 있다.소은정은 천천히 호텔 문앞까지 걸어가자 다들 이미 차 타고 떠났다.도준호는 눈치 있게 문앞에서 소은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은정이 도준호를 흘겨보며 차에 타자 도준호는 그녀에게 샌드위치랑 우유를 건넸다. 소은정의 안색이 그제야 조금 풀려 샌드위치랑 우유를 받아들고 한입 물었다.“이 브랜드 샌드위치는 줄서서 사야 하지 않아요?”“박대표님이 저한테 주셨어요. 그쪽 주라고.”소은정은 잠시 멈칫했다.“......”박수혁이 내가 이 브랜드 샌드위치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지?감동도 잠시 이 도시의 모든 led전광판 1분의 사용비용은 족히 10억원이 넘는다.갑자기 손에 들린 샌드위치가 그렇게 먹음직스럽지 않았다.아침은 우연일거야!도준호는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감탄했다.“박대표님 성격도 좋으시지.아침 사러 가시다니. 직접 줄서서 사오셨다고 들었어요.”소은정은 냉랭하게 도준호를 봐라봤다. 그는 허심하게 잘못을 뉘우쳤다.“사실 어제밤 길하늬와 유한슬이 날 찾아왔어요. 박수혁이 펜트하우스에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려줬구요......”소은정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눈빛이 차가워졌다.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으며 픽 웃었다.“당신 생각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군요.”알고보니 도준호가 저지른 일이었다. 일찍 알았더라면 죽어도 박수혁의 펜트하우스에 가지 않는건데. 악몽보다 더 끔찍했다.다행히 환각제만 탔을뿐 다른 약품
양예영은 소은정의 외투를 받으며 감탄했다.“이 외투는 이탈리아 주문제작이죠? 전세계에서 똑같은 옷을 찾아볼수 없는것같아요.”양예영이 박수혁을 찾아가지 않은것은 의외였지만 소은정은 양예영이 보이는것처럼 얕고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순간, 호감도가 급증하여 예의있게 웃었다.“네, 맞아요. 좋아하면 디자이너 소개시켜줄게요.”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핸드메이드 디자이너이며 패션계의 아이콘이다. 매년 두사람만을 위해 옷을 만드는데 디자인 스타일은 모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양보다는 질을 추구한다. 옷 한벌 한벌이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한정판이다. 보통 브랜드는 비겨볼수도 없다.양예영은 기쁨마음도 잠시 금세 차분해졌다.“아니에요, 제 옷들은 모두 브랜드 협찬이라 주시는 옷만 입어야죠.”소은정은 웃으면서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양예영은 옷을 뒤에 있는 박수혁에게 건네주면서 말한다.“박대표님 수고가 많으십니다.”박수혁은 소은정을 바라보며 외투를 받아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한켠의 옷걸이에 걸어두었다.곁에 있는 채태현은 놀라서 바라본다. 자신은 옷깃조차도 스치지 못했다.소은정은 방금 일어난 에피소드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다.곁에는 추하나가 사례를 보며 소은정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말을 하려고 하는데 거대한 음영이 소은정의 곁에 앉았다.박수혁은 그렇게 많은 자리를 놔두고 하필이면 내 옆에 앉아야 하는지.이런!그의 몸에서 나는 차가운 향기는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그 사람처럼.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고 있을게 분명했다.소은정은 말을 삼가하고 침묵을 유지했다.박수혁은 천천히 그녀의 곁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준비한 샌드위치 먹었어?”소은정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자신만의 특유한 시크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친한척 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오히려 놀란듯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왜 그렇게 맛 없나 했더니 당신이 준비한 식사였구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