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영은 소은정의 외투를 받으며 감탄했다.“이 외투는 이탈리아 주문제작이죠? 전세계에서 똑같은 옷을 찾아볼수 없는것같아요.”양예영이 박수혁을 찾아가지 않은것은 의외였지만 소은정은 양예영이 보이는것처럼 얕고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순간, 호감도가 급증하여 예의있게 웃었다.“네, 맞아요. 좋아하면 디자이너 소개시켜줄게요.”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핸드메이드 디자이너이며 패션계의 아이콘이다. 매년 두사람만을 위해 옷을 만드는데 디자인 스타일은 모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양보다는 질을 추구한다. 옷 한벌 한벌이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한정판이다. 보통 브랜드는 비겨볼수도 없다.양예영은 기쁨마음도 잠시 금세 차분해졌다.“아니에요, 제 옷들은 모두 브랜드 협찬이라 주시는 옷만 입어야죠.”소은정은 웃으면서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양예영은 옷을 뒤에 있는 박수혁에게 건네주면서 말한다.“박대표님 수고가 많으십니다.”박수혁은 소은정을 바라보며 외투를 받아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한켠의 옷걸이에 걸어두었다.곁에 있는 채태현은 놀라서 바라본다. 자신은 옷깃조차도 스치지 못했다.소은정은 방금 일어난 에피소드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다.곁에는 추하나가 사례를 보며 소은정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말을 하려고 하는데 거대한 음영이 소은정의 곁에 앉았다.박수혁은 그렇게 많은 자리를 놔두고 하필이면 내 옆에 앉아야 하는지.이런!그의 몸에서 나는 차가운 향기는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그 사람처럼.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고 있을게 분명했다.소은정은 말을 삼가하고 침묵을 유지했다.박수혁은 천천히 그녀의 곁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준비한 샌드위치 먹었어?”소은정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자신만의 특유한 시크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친한척 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오히려 놀란듯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왜 그렇게 맛 없나 했더니 당신이 준비한 식사였구
소은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촬영 감독에게 영상 소재를 많이 뽑아 달라 당부하였다. 지금 채태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양예영은 S라인 자태를 뽐내며 채태현의 옆에 다가가 놀란 얼굴로 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채태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태현씨가 내려준 차는 더 특별한 것 같아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저도 가르쳐주세요. 하지만 예영이가 조금 둔해서...” 양예영이 채태현쪽으로 몸을 기대면서 말을 건넸고 방안은 조용해졌다. 채태현은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조각 같던 얼굴이 봉숭아 물을 머금은 듯하였다. “네... 네... 그래요.”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소은정이 눈을 깜빡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본을 지켜보던 추하나는 깜짝 놀라 눈앞의 남녀를 올려다보며 알 수 없다는 기색을 보였다. 채태현이 물을 부으면서 얘기했다. “물 온도는 80도가 적당해요.”“제가 도와드릴게요.”양예영이 손으로 포트를 잡으려 했고 채태현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뜨거워요! 조심...”두 사람의 손길이 스친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이 얼어붙었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손이 포개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손을 떼지 않았다.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포개진 손을 지켜보았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슬로우모션을 건 것처럼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듯 하였다. 이후에 들어온 도준호가 헛기침하고 나서야 두 사람이 재빨리 손을 풀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빨개졌고 메소드 연기 그 자체로 보였다. 모든 사람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박수혁은 만족한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박수혁의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양예영은 자기 행동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듯 옅은 웃음을 지었다. 박수혁이 소은정에게 다가갈 기회를 주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해 채태현에게 붙은 것이다. 도준호는 멈칫하더니 이내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하였다.
바쁘게 몰아친 오전, 양예영의 플러팅에 대해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은정은 채태현이 양예영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이 커플이 될 수 있을까?생각해보면 나쁜 일도 아니다. 다만 도준호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언제 폭로할지 시기를 의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소은정은 생각했다. 그녀는 채태현을 이용해 박수혁이 사방에 깔아놓은 led 스크린의 돈을 벌어와야 한다. 그녀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박수혁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자기야, 어디 있어!”바깥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비켜!”강서진이었다. 자신을 막아서는 사람을 뿌리친 채 급하게 누군가를 찾는 듯하였다. 이내 발견한 듯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기야, 언제부터 배우로 직업을 바꾼 거야?”강서진을 본 도준호는 손을 흔들어 강서진을 내보내라는 신호를 주면서 촬영이 중단되었다. 강서진을 본 추하나는 놀란 듯했으나 이내 냉담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나가주세요.”순간 강서진의 얼굴이 굳었으나 이내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힘들지, 집에 가자. 원하는 거 내가 다 해줄게. 집에 가자, 응?”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은 강서진의 태도는 비굴했다. 결혼식장에서 파혼을 맞이했다는 것은 이미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인데 아직도 이렇게 매달린다니 정말 놀랄 일이었다. 추하나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비웃는 어투로 말했다. “서진씨, 저희는 이제 아무런 관계가 아니에요. 거긴 그쪽 집이지 제집이 아니에요.”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몇초간 머뭇거리던 강서진이 그녀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러면 따로 만나서 한마디만 할게. 일분이면 돼, 제발.”추하나는 강서진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옆에 있던 박수혁이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다들 촬영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오후에 계속하죠.”다들 촬영을 중단하고
강서진과 추하나가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호텔로 돌아온 소은정은 밀린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느긋한 오후였지만 회사에서 갑자기 처리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영상통화로 업무를 보아야 했다. 두 시간 후. 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기지개를 켜고 룸서비스를 시키려고 하였다. 전화기를 드는 순간 전화 소리가 들렸다. 박수혁? 전화를 받은 소은정이 물었다.“무슨 일이야?”“내려와, 급한 일이야.”박수혁의 냉담한 목소리를 듣고는 공적인 일이라고 판단한 소은정은 잠시 멈칫하더니전화를 끊고 이내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이 묵고 있는 호텔 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소은정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그쪽으로 다가갔다. 소은정을 본 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길을 터주었다. 시끌벅적한 방문 앞에 선 소은정은 박수혁과 눈이 마주쳤다. 박수혁은 차가운 안색으로 문밖에 서 있었고 주위의 사람들은 그의 기에 눌려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소은정을 본 박수혁은 소은정을 방 안으로 들어가라는 눈치를 주었다. 소은정의 가슴이 철렁하였다. 천천히 방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어두운 얼굴의 도준호와 감독이 보였다. 도준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감독과 작가들은 진지하게 의논하는 듯하였다. 여자의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방안에서 울려 퍼졌다. “은정 씨, 여기는 어떻게?”소은정을 본 도준호가 놀라면서 일어났다. 방안을 훑어보던 소은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차태현과 양예영이?양예영은 갈기갈기 찢긴 잠옷을 입고는 침대에 앉아 울고 있었고 몸에는 몸부림의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소은정을 놀라게 한 것은 채태현의 옷도 변변치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반바지만 입고 상반신은 노출 상태였다. 채태현의 얼굴은 울긋불긋해졌고 분노와 억울함이 얼굴에 보였다. 채태현이 바닥에 앉아있는 자세와 너저분해진 침대를 놓고 봤을 때 그는 침대에서
소은정의 극도로 차가운 목소리에 채태현은 그녀를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소은정이 문밖을 쳐다보자 얼른 다른 사람이 호텔 문을 닫았다. 박수혁과 이한석도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마치 그들이 어떻게 처리할지 알고 있는 듯하였다. 양예영은 울면서 겉옷을 걸치고 호텔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눈길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였다. “소 대표님, 도 대표님, 다 계시니 하는 말인데 채태현 지금 데뷔한 지 고작 몇 년입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여배우를 탐하다니요.”그 말을 듣고 있던 채태현은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뛰쳐나갔다. “당신이 먼저 나를 꼬시고 암시를 한 거잖아, 나를 좋아했던 거 아니야? 여기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증명해줄 수 있어!”“내가 암시했다고? 내가 당신한테 호감이 있었던 건 맞아, 하지만 프로그램 요구였어. 사적으로 연락할 마음은 일도 없었어. 알아?”양예영이 그를 째려보더니 씩씩거리면서 다가가 채태현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당신한테 웃으면 모두 당신이랑 자고 싶다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해? 시퍼런 대낮에 내 방에 찾아와 여기저기 만지면서 내가 싫다고 말했는데 놔주질 않았잖아!”채태현의 얼굴이 당근처럼 빨갛게 변했다. 그도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그건 내숭이야!”양예영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내숭이라고? 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뭐 내세울 거나 있어? 내가 이혼한 여자라지만 연예계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너 같은 사람 많이 만나봤어. 내 전남편은 돈이 있었고 전남친은 미모가 있었는데 너는 대체 뭐가 있어?”양예영의 말이 비수처럼 다가와 채태현의 마음에 꽂혔다. 이토록 많은 사람 앞에서 체면이 구겨진 것에 대해 타격이 컸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양예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소은정을 보고서는 말했다. “은정씨, 다 같은 여자라 말하는 거예요. 저 연예계에서 정말 힘들게 버텼어요. 이혼 후에 저희 사장님이 저를 뜨게 해주신다고 해서
채태현은 그녀의 거절이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채태현이 그녀의 방으로 찾아갔을 때 양예영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반갑게 맞아 주었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스킨십을 하려고 할 때 양예영은 갑자기 부끄러워하면서 거절을 헸다.그가 양예영이 정말로 거절하고 있었다는 것을 채태현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거절하는 제스처가 커지면서 채태현은 그대로 양예영을 침대에 눕혀버렸고 그 순간 양예영이 소리를 질러 모든 사람을 불러낸 것이다. 채태현의 머리는 둔기에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늙은 여우한테 당하다니! 소은정은 아무 말 없이 도준호를 바라보았다. 도준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렇게 된 이상 차태현씨를 우리 회사에 계속 남길 수 없습니다. 회사로 돌아가면 계약 해지 신청을 할 것이니 처리해주시죠.”채태현은 당황하더니 고개를 들어 애원했다. “소대표님, 도대표님, 저 진짜 억울해요. 저는…”그는 불쌍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현재 애원할 수 있는 곳은 소은정 밖에 없다. 제일 능력 있는 여자이니 말이다. 소은정은 채태현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꺼지라는 눈빛을 보냈다. 채태현의 눈앞에 박수혁이 있었지만, 박수혁의 잊을 수 없는 경고를 받은 채태현이었기에 그는 도준호의 발목을 붙잡고 말했다. “도대표님, 저 진짜 잘할게요.”도준호는 손을 절레절레하면서 말했다. “늦었어.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아.”채태현은 다시 양예영을 바라보았다. “예영씨, 알잖아요. 저희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기대가 엄청 커요. 이런 스캔들은 서로 이미지에도 좋지 않고 장조한씨와 이은영씨도 곧 합류할 건데 그 둘과의 협업은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요.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방송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양예영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준호에게 얘기했다. “도대표님, 이 기회 놓치지 않겠습니다. 채태현만 내보내시고 저는 저희 예능에 남아있길 바라요. 그리고 프로그램팀에 이번 일을 설명하
채태현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박수혁은 손수건으로 여유롭게 손을 닦은 뒤 바닥에 툭 던져버렸다.소은정이 방을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박수혁을 비롯해 다들 채태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라 그 누구도 박수혁을 말리지 않았다.또 박수혁이 이렇게 나서 양예영의 편을 들어주는 걸 보고 다들 줄을 제대로 섰음에 안도감을 느꼈다.도준호가 형식적인 위로를 건네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박수혁은 바닥에서 나뒹구는 채태현을 보며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네 까짓 게 나한테 덤벼? “박 대표님...”박수혁도 방을 나서려던 그때 양예영이 그를 불러세웠다.“박 대표님 저기...”양예영이 말꼬리를 흐렸다.한편 바닥에 드러누운 채태현은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뭐야? 두 사람 아는 사이었어?박수혁의 포커페이스에 보기 드문 미소가 실렸다.“잘했어요. 하고 싶은 작품 있으면 이 비서한테 말해요.”말을 마친 박수혁은 미련없이 돌아섰다. 두 사람의 대화에 채태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양예영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박수혁을 백으로 둔 이상 앞으로 연예게 생활은 탄탄대로일 게 분명했다.박수혁 대신 소은정 주위에 몰려든 똥파리 하나 처리해준 게 단데 이런 헤택을 얻게 되다니. 옷까지 벗고 달려들었다가 모욕만 받은 채 나가떨어진 다른 두 사람의 신세를 생각하니 기분은 더 산뜻해졌다.아직도 바닥에 누워있는 채태현을 바라보던 양예영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채태현 씨, 아직 어려서 뭘 잘 모르나봐요. 소은정 대표님 같은 사람 곁에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양예영의 말에 채태현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소은정! 그래 이게 다 소은정 때문이야!처음부터 그를 노린 함정이었던 걸까?한편 방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멍청한 채태현 덕분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였다.이런 멍청한! 소은정이 한참 씩씪대던 그때 우연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대구에서 긴급 회의 열릴 예정인데 직접 가실 건가요
추하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준호에게 촬영을 무사히 마칠 것을 부탁한 소은정은 바로 대구로 향했다.이깟 프로그램 촬영보다 야근이 훨씬 더 재미있겠다 싶은 소은정이었다.과연 2시간도 안 돼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들끓기 시작했다.“신인 연예인 갑질!”“유명인 닮은꼴 신인 연예인 인성 폭로!”......현장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보니 소식이 유츨되는 걸 막을 수 없었다.휴, 이건 그냥 도준호에게 맡겨야겠다.어차피 사람들은 냄비 근성이라 다른 화제거리를 던져주면 주의를 돌리기 마련이니까.대구에 도착하고 우연준이 기사에게 연락하는 사이 소은정은 휴대폰을 뒤적거렸다.이때 누군가 다가오고 소은정의 액정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고개를 들어보니 전동하였다.“전 대표님?”지금쯤 해외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해외 쪽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요. 마침 오늘 회의도 있다고 해서 들어왔습니다.”전동하의 대답에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그녀와 같은 회의를 참석하러 온 거겠지.“귀국을 환영합니다.”이때 전동하가 길가에 세워둔 차량을 가리켰다.“같이 이동하시죠.”소은정이 살짝 망설이자 전동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소 대표님에게 여쭤볼 것도 있고 오늘 회의에 제가 발표해야 할 내용이 있는데 아직 준비가 안 돼서요.”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이 우연준에게 말했다.“우 비서는 기사님과 함께 움직여요. 난 전 대표님과 함께 갈 테니까.”“네.”우연준은 마침 전동하가 온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지사 직원들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대표님을 기다리게 만들고...한편 소은정이 차에 타자 전동하가 옆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이게 뭐예요?”“선물이에요.”“제 선물이요?”의아한 소은정의 표정에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네, 은정 씨 거랑 마이크 선물 좀 사봤어요.”마이크와 그녀를 동등한 존재를 보고 있다는 뜻이 담긴 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은 왠지 선물이 더 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