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을 찾는다는 말에 도준호의 표정이 그제야 부드러워졌다.하긴, 여기서 지금 가장 높은 보스는 박수혁이니까 이혼한 여자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끌림이 있겠지.하하...아무래도 내가 생각이 많았네!도준호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그런데 길하늬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아무래도 카운터에 가봤는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온 게 분명했다.“물어봤었는데 다들 박 사장님의 방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 사장님한테 물어본 거예요. 도 사장님, 박 사장님이랑 은정 씨는 다시 합칠 희망이 없어요. 우리 예능에 새로운 커플이 탄생하면 올해 가장 핫한 예능이 바로 우리 이 예능이 아니겠어요?”길하늬는 조심스럽게 도준호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핫해지는 걸 싫어하는 제작자가 어디 있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도준호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웃음도 점점 짙어졌다. 그는 별로 뜸들이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박 사장님은 맨 꼭대기층 로얄 스위트룸에 계세요!”길하늬는 방긋 웃는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냉큼 뛰어올라갔다.그녀가 간 후 도준호가 문을 닫았다.그러자 뒤에 있던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만약 박 사장님께서 아시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하지만 도준호는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길하늬 씨가 박 사장님 방에 들어가면 제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박수혁이 어떤 사람인지 길하늬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이참에 경험해보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도준호와 감독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길하늬처럼 포기를 모르는 여자가 더 있나 보다.그는 몸매가 가장 섹시한 양예영일 것이라 생각했다!도준호는 옷매무시를 다듬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바로 유한슬이었다!이건 좀 의외였다.유한슬도 길하늬처럼 섹시한 잠옷을 입고 있었
그러나 은정은 문을 열자마자 길하늬가 섹시한 블랙 잠옷 치마를 입고 넓은 어깨를 드러낸 것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치자 서로 깜짝 놀랐다. 특히 길하늬는 얼굴색이 새하얗고 정교한 화장으로도 당황하고 난감한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그가 꼬신 것이 소은정의 전 남편이었기에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본처를 본 것처럼 불안했던 것이다. 소은정은 순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옷차림새를 보면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래위를 훑어보는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길하늬는 땅에 난 틈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 소 사장님, 죄송합니다. 당신도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짓더니 곧 문을 열었다. "박수혁은 이 방이 아닙니다. 여기는 내 방이에요. 들어오시겠어요?" 길하늬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이미 현장에서 간통을 당했다는 느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어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더라도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이 바로 소은정이다. SC 그룹을 전부 소유한 어린 공주님이다. 그녀를 대하는 도준호의 조심스럽고 알량스러운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일부러 사람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녹화 도중 박 사장님이 기분을 잡치게 해서...”그는 소은정이 믿지 못할 가봐 횡설수설하며 설명하였다. 이 순간 그녀는 사실 놀라서 혼이 나갔다. 소은정은 그녀가 이렇게 애써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말을 해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는 관심도 없다. 질투할까 봐 그런가?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친절하게 휴대폰을 꺼냈다:"내가 박 사장에게 연락드릴게요. 직접 말씀하세요.”"제발..." 길하늬가 격동하여 말렸다. 얼굴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내일 말해도 마찬가지예요. 소 사장님에게 폐를 끼쳤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은정 씨...”소은정이 바로 해명했다.“여긴 제 방이에요. 못 믿겠으면 들어와서 확인해 보시든가요.”유한슬은 애써 미소로 실망감을 감추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전...”지금 이 시간에 왜 외간 남자를 만나러 왔는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 남자는 소은정의 전 남편이지 않는가!어색함과 긴장감에 유한슬은 얼굴이 빨개지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묘한 침묵이 이어지고 소은정은 유한슬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래, 길하늬만 챙길 수는 없지.“박 대표님한테 연락드릴게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직접 하세요.”전 와이프로서 전 남편의 연애 사업에 이토록 적극적이라니. 소은정 스스로도 자신의 너그러움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이 휴대폰을 꺼내려하자 유한슬은 더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아, 아니에요. 아, 생각해 보니 아직 대사 숙지가 다 안 끝났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말을 마치고 돌아선 유한슬은 들고 있던 술병을 소은정에게 건넸다.“이 술... 저희 가문 비법대로 제가 직접 빚은 거예요. 맛 좀 보세요.”그렇게 술잔과 술병을 안겨주곤 유한슬은 도망치 듯 자리를 떴다.술병과 술잔을 번갈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렸다.박수혁, 돌싱이지만 여전히 잘 나가나 봐. 여자들이 끊이지 않네. 이혼 전에는 인기가 더 좋았겠지?이런저런 생각을 하든 소은정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과거에 인기가 얼마나 많았든 지금 인기가 얼마나 많든 어차피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방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유한슬이 주고 간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셔보았다. 깊은 향이 목구멍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달콤함과 알코올의 쓴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술이었다.온갖 좋은 술들을 다 마셔본 소은정이지만 독특한 풍미에 고개를 끄덕였다.유한슬, 이 정도면 박수혁을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이때 소파에 올려둔 아이패드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야? 갔어? 다들 박수혁이랑 뭐라도 해보려고 온 여자들이지? 쯧쯧, 남자 보
한유라의 전화를 받은 박수혁은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부랴부랴 방을 나섰다.하지만 벨을 눌러도 노크를 해봐도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 소리를 전부 듣고 있던 한유라가 소리쳤다.“박수혁 씨 바보죠? 일어나서 문이라도 열 수 있는 정도면 제가 그쪽한테 전화를 했겠어요? 얼른 가서 스페이스 카드나 찾아요!”한유라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박수혁은 왠지 울컥했지만 소은정을 구하는 게 먼저니 일단 꾹 참기로 했다.그리고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 박수혁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삐리릭.”한편, 수화기 저쪽에 있는 한유라는 미간을 찌푸렸다.스페이스 카드는 적어도 호텔 담당자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1초만에 바로 문을 딴 거지? 이상하네...호텔 방문을 여니 묘한 술 냄새가 박수혁의 코끝을 자극했다.잔뜩 취한 채 소파 위에 쓰러진 소은정을 미간을 찌푸리고 바라보던 박수혁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은정아...”아이패드로 박수혁의 모습을 확인한 한유라는 아예 원격으로 박수혁을 조종하기 시작했다.“이게 다 박수혁 씨 때문인 거 알죠! 그 술 여자들이 박수혁 그쪽한테 먹이려는 거였다고요. 안에 뭘 탔는지 참. 우리 은정이 주량이 얼마나 좋은 줄 알아요? 이렇게 몇 잔에 쓰러질 애가 아니라고요!”한유라가 박수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약이요?”한유라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박수혁이 관심을 보이자 한유라는 방금 전 일어났던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하기 시작했다.너 때문에 우리 은정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그 여자들 아예 다 벗다시피 하고 박수혁 당신을 만나러 왔다고요! 뭘 착각했는지 은정이 방으로 오긴 했지만. 그쪽이랑 뭐 어떻게 해 볼 생각으로 술에 약도 탄 거 아니겠어요?”이 기회에 제대로 자빠뜨리려는 계획이었겠지.한유라의 설명에 박수혁의 숨이 가빠지고 검은 눈동자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일단 얼른 마신 술부터 다 토하게 하고 의사라도 불러요. 그리고 그 여자들도 혼내주고요. 아, 그렇다고 은정이 몸에
박수혁은 마구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지그시 누르고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은정... 자기야... 아가야..." 소은정은 짜증스레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줄곧 파리 소리가 맴돌아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단지 자고 싶을 뿐이다! 소호랑도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하는 것은 하늘에서 벼락을 맞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째 눈앞에 파리들은 뻔뻔스럽게 마구 날아다니며 짖고 있는가? 그녀의 기상 후 내는 짜증은 얼마나 심한가! 소은정은 더는 참을 수 없어 애써 무거운 눈꺼풀을 쳐들었다. 정말 평생 최대의 힘을 다 썼다!흐릿한 가운데 그 영준하고 완벽한 이목구비가 눈이 익었다. 누구세요? 박수혁인가? 아니면 채태현인가? 의식이 흐리멍덩한 그녀는 독경처럼 띄엄띄엄 들려오는 그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손을 들어 힘껏 긁더니 입을 닥쳐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은 긁힌 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박수혁은 안색이 어두워졌는데, 눈빛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술을 마셨는데도 이토록 화를 내었단 말인가? 감히 손까지 대니? 그는 자신의 목에 난 상처를 쓰다듬어 줄 틈도 없이 따끔따끔한 고통만 느꼈다. 됐어, 참자! 그녀가 토하려는 기색이나 열이 나거나 하는 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다시 그녀를 안아 침실 침대에 눕혔다. 그러나 박수혁은 소홀히 대하지 못하고 즉시 이한석을 보내 그 술병과 술잔을 가지고 밤새도록 화학실험을 하게 하였다.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는 시종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또 호텔 안의 의사를 불러와서 자세히 검사하게 했다. 의사는 대충대충 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검사를 마친 후에야 박수혁에게 회답하였다. "소 아가씨가 과음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꿀물을 먹이면 됩니다."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알았소, 나가 보게 …"라고 하였다.의사가 떠나자 박수혁은 말없이 한쪽에 앉아서 침대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이
소은정은 박수혁과 꼭 같은 얼굴을 만져보니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그녀는 경박하게 몇 차례 만진 후 남자의 볼을 토닥였다.좋아, 이 외모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겠군! 말한 것은 실행해, 절대 식언하지 않아.그냥 남자배우 아니야? 스폰해 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나오자마자 옆에 있던 남자의 눈동자가 갑자기 음험해지고 얼굴도 음침해지며 온몸에 짙은 한기가 감돌았던 것이다.박수혁은 냉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턱을 손으로 잡고 자신을 마주 대하게 했다.그 목소리는 악마의 유혹과 같이 지극히 온유하였다."은정, 다시 한번 봐 봐. 내가 누구야?" 그의 목소리에는 엄동설한의 추위가 배어 있다.설사 그녀를 위해 굽실거려도 그가 그녀의 세계에 정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그는 도리에 어긋나므로 타협하고 양보하며 받들고 달래 주고 양보하려 하는 것이다.그러나 상업계에서는 사납고 맹렬한 행동에 익숙해져 뼛속까지 차갑고 매서운 독기가 우위를 점했다.그의 사랑은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을 절대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가두어 두는 게 좋다.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그녀를 얻는 것도 좋다.박수혁은 뼛속까지 냉담하여 인정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소은정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 하나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만약 회유하는 방법이 소용이 없다면 그는 자신의 강경한 수단을 써서 그녀를 자기 곁에 두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그녀의 얼굴에서 한 가닥 회개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였다.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은 그저 옅은 홍조를 띠고 있었고 게으른 실눈은 잠을 청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강력하게 그녀의 턱을 세게 잡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불만에 차서 눈살을 찌푸리며 뿌리치려 하지만 할 수 없었다.그는 오늘 밤 답을 요구했다.박수혁은 눈빛이 새빨갛게 물들었으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는
바로 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있던 이한석은 조금 전에 결과가 나온 알코올 검진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박 대표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술에 비록 위험한 약물 성분이 많지 않았지만, 소량의 환각제가 섞여있었고 알코올 함량이 좀 높았습니다. 51도입니다."그는 그곳에서 직원들에게 재촉할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랐다.만약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모두 목이 잘릴 것이다!그는 술 안에 약물 성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경계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늦은 저녁 찾아와 보고했던 것이다.그는 피곤한 얼굴로 박수혁을 바라 보았다.박수혁은 검진표를 받고 흘깃 보더니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의 눈에서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일말의 온기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왔다간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특별히 술 가져온 사람을 잊지마."어느 간덩이가 부은 놈이 감히 그의 금기를 건드린 걸까, 그렇다면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죽음뿐일 것이다.이한석은 정신이 번쩍 들어 이렇게 말했다."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친절하게 문을 닫고 떠났다.이한석은 오랜만에 박수혁이 이렇듯 화내는 걸 보고 식은 땀이 났다.박수혁은 거실로 들어가 음울한 눈빛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가 꿈에서 항상 그려왔었던 장면이었다.만약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원래 이 모든 것은 그의 소유였다. 하지만 그가 놓쳐버린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박수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프고 시큰거렸다.박수혁은 음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다가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 넘긴 후 입 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잘자, 여보. 내 곁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후 그는 방에서 나와 오늘 저녁 발생한 일을 조사했다.늦은 저녁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으며 짙은 어둠 속에 소슬한 기운
박수혁이 어떻게 소은정을 해친 사람을 놓아줄 수 있겠는가?그녀는 박수혁이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었다......유한슬은 이미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전설 속에서만 들었던 박수혁이 음침하고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쥐 죽은 듯한 적막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고 식은땀에 온몸이 젖었다.그녀는 아까만 하여도 망상에 빠져있었는데,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이곳에 잡혀왔다.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박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연예계에서 나가겠습니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테니 한 번 만 용서해주세요......"박수혁은 한 걸음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남자의 광기 어린 눈빛에 유한슬은 소름이 끼쳤다.남자는 싸늘하고도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도 은정이를 해칠 수 없어. 누구도 안돼!"방안에 기운이 삽시간에 변했다.그는 돌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 널 쉽게 놓아줄 수 없다."유한슬은 겁 먹은 얼굴로 바라 보았다."......"박수혁은 이미 자리를 떴다.그처럼 점잖고 고귀한 사람은 굳이 그런 장면을 구경할 필요가 없었다. 분부 한 마디면 수많은 사람이 해결해줄 테니까.이한석은 뒤를 바짝 따랐다.그는 이미 이런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수혁은 소은정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자신조차 혹사할 정도였으니.그러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밖으로 나온 박수혁의 미간에 짙은 그늘이 졌다.이한석은 슬쩍 물어보았다."박 대표님, 어느 정도로 혼낼까요?"어디까지나 공중 인물이었으니 소문이 난다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박수혁은 담담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냈고 익숙하게 불을 붙였다. 그의 행동은 매우 점잖았지만 왠지 모를 거만함이 묻어났다.몇 초 후 그는 연기를 뿜으면서 매정하게 말했다."어느 손으로 은정이에게 술을 줬는지 물어봐. 그럼 그 손을......"이한석은 순간 고개를 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