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2631 챕터

제261화 식량 신세

방금의 사고를, 이들은 박수혁의 고의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대표님…! 괜찮으세요?!”박수혁은 눈을 감은 채 미동없이 의자에 기대 있었다. 이한석은 그가 숨을 쉬는지 확실히 확인 하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고, 곧 소은해에게 감사를 전했다.“감사합니다 도련님, 대표님께서 몇 일째 잠을 못 주무셔서…….”소은해는 복잡한 표정을 띈 채 이한석을 흘끗 쳐다보았다.“데리고 돌아가세요. 여기는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이한석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으나 깨어난 박수혁에게서 어떤 화살이 돌아올지 두려웠다. 소은해는 곧바로 지상에 연락을 취했고 전화를 끊은 뒤 그에게 다시금 질문했다.“…무슨 할 말 있으십니까.”이한석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입을 열었다.“방금 하신 말…. 나쁜 뜻으로 하신 말이 아니신 거 압니다. 대표님 스스로 물러서게 하고 싶으셨겠죠….”소은해는 이한석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좋은 뜻은 아니었으나, 정말 악심이었던 것도 아니었다.“두 분 혼인 후에 의도치 않은 오해로 아가씨께 상처를 입혔지만…. 만회하려고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대표님 진심은 거짓이 아니고, 후회도, 감정도 진짜였다는 것 알아주세요….”이한석은 제 발언이 주제 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았다. 소은정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소은해는 몇 초간 침묵을 지켰고, 곧바로 도착한 헬리콥터에 주저 않고 몸을 실었다. 그들과 한참 떨어진 그제서야 하늘을 올려다본 소은해는 생각했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으나, 소은정와 박수혁이 천생연분이라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어찌됐건…. 박수혁이 소은정에게 진심이 있던 없던, 소은정이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스치는 바닷바람이 얼굴을 할퀴는 것만 같았다. 그의 반짝이던 눈동자는 암담함으로 물들어 있었다.……천천히 눈을 뜬 소은정이 처음 눈에 담은 것은 습기 어린 나뭇잎들이었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자 그제야 자신의 온몸이 무언가에 묶여 있음을 알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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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신발끈?

이 망할 섬에서 소은정은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러나 별 다른 꼼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덩치가 제일 큰 야인이 무어라 동작으로 지시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불을 가리키더니 곧이어 자신의 입가에 음식을 먹는 손짓을 해 보였다.통역 따위가 필요한가? 저들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 이보다 더 재수없는 죽음이 있을까?소은정은 제 앞에 바짝 다가선 야인의 눈을 바라보며 우는 얼굴보다도 못생긴 미소를 지어보였다.“먼저 실례 좀 할게요…. 그럼 안녕히…….”남은 힘을 쥐어짜내 벌떡 일어선 소은정은 냅다 뜀박질을 시작했으나 우스꽝스럽게도 이리저리 엮인 나무줄기에 걸려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지러움과 미미했던 열은 잠을 자니 그나마 괜찮았는데, 또 이렇게 크게 넘어지니 정말이지 머리가 핑핑 돌았다.그렇게 한참을 엎어져 있던 소은정에게로 다른 야인이 접근해왔다. 그는 자신 옆에 있던 신발을 신은 또 다른 야인에게 말을 걸며 대화를 이어갔다.근데…. 잠깐, 제 시선 끝에 닿는 야인들의 신발은 흙으로 싸여 희미했으나 분명 신발끈이었다. 순간 소은정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디서 난 힘인지 잽싸게 야인의 신발을 잡아 당겨댔다. 이 큰 덩치를 흔들 힘이 어디서 난 것인지 의문이었다.기어이 신발의 상표를 알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라스포티바의 운동화였다. 아웃도어 스포츠 장비로 세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였다.정말 자신과 같은 처지의 누군가가 이 섬에 있는 것일까?소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야인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탁하긴 커녕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야인은 그녀에게 윙크까지 해 보였다.“당신……!”야인이 아니였어!그녀가 무어라 말을 끝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가 제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불구덩이 쪽으로 이끌었다. 소은정은 자신이 박물관 표본에 있어야할 야만인들에게 잡아 먹혀 생을 마감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몰랐다.“그, 그만…. 살려주세요 제발…….”점점 더 많은 야인들이 그녀를 둘러쌌고, 방금 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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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네가 물어뜯어 봐!

소은정은 입과 코를 틀어막고 금방이라도 피를 쏟을 듯 기침을 해댔다. 그제야 죽은 척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던 소호랑이 그녀의 옷자락을 살살 긁어왔다.“엄마. 제 기록에는 지금 이게 일종의 제사라고 검색되는데요…!”그 소리에 덜컹,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나 정말 이미 죽은 거야?“소호랑, 넌 호랑이잖아…. 이 사람들 덮칠 수 없겠어?”소호랑은 몇 초 간 입을 꾹 다물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암묵적으로 20% 정도 공격성은 필수로 탑재되어 있다 했지만…. 난 새로 개조됐어요. 내 공격성은 제로예요! 직접 뛰어들어보세요…….”“…….”이 조그만 호랑이에게 된통 당한 소은정이었다.다시금 소호랑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제 주변에서 시끌거리던 이들의 움직임이 한 순간에 멎어 들었다. 표정 역시 단번에 엄숙 해졌다.삽시간에 조용해진 주변에 소은정은 소호랑에게 한 마디도 전할 수가 없었다. 소호랑의 존재를 저들에게 알려서는 안 됐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대화 상대였……. 는데, 이 호랑이가 없어졌다.장작이 타는 탁탁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음산함이 가득했다. 이 때, 가장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동그랗게 몰려 있던 인파가 길을 텄다.길 한 가운데로 얼굴이 주름으로 가득한 연로한 여인이 나뭇잎을 손바닥에 올린 채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곧 여인은 소은정의 눈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을 내뱉었으나, 알아들었으리가 만무하였다.그런 소은정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것인지 여인은 땅 위의 도구를 한 번 가리키더니 자신의 입을 한 번 가리켰다. 음식 이라는 뜻이겠지….곧 여인은 나무 줄기로 꽉 묶였던 소은정의 손목을 풀어 주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여인이 자리를 뜨자 다시금 소은정을 둥글게 에워쌌다.소은정이 고개를 숙여 바라본 곳에는 여인이 두고 간 나뭇잎 위 고기와 말린 생선, 과일 몇가지들이 있었다. 몇일 간 쫄쫄 굶은 소은정은 꿀꺽 침을 삼킨 뒤 위생 따위는 잊은 채 음식을 입에 쑤셔 넣었다.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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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궁지에 내몰렸을 때

소은정은 그를 의식하자마자 왜 인지 안도의 한숨이 푸욱 나왔다.큰 비가 밤하늘을 쓸어내려 어두침침한 바다는 차갑기까지 했다.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었다. 뼛속까지 시려웠다.뜀박질을 멈추고 숨을 좀 돌리려나 싶었는데, 뒤에서 수많은 발자국 소리가 쫓아왔다. 새카만 어둠 속 선명한 소리에 소은정과 가짜 야인이 번뜩 눈을 마주하였다. 이내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또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차가운 비 바람이 얼굴에 몰아치니 칼날처럼 너무나 따가웠다. 이 환경에서 뛰고 구르고 기어 다니고 있다니….야인들은 끝까지 그들을 쫓으며 누군가는 소은정에게 나뭇가지 등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미 여러 번 맞은 소은정은 이를 악 물고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나뭇가지과 가시덤불에 손이 몇 번이고 긁혔으나 무감각해진 듯 아픈 줄도 몰랐다.제 옆의 가짜 야인은 동작이 매우 재빠르고 민첩했다. 그런 그를 필사적으로 따라붙으며 달렸다. 야인 무리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뛰었다.그 때, 주변을 살필 수 없던 소은정이 굵고 튼튼한 나무 줄기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온몸으로 넘어진 그녀가 참지 못하고 얕은 비명을 질렀다.“괜찮……!”사는 게 우선이었으니, 다시 도망치기 위해 몸을 일으켜 한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몸이 순식간에 쑥 하고 땅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함정이었다.떨어지는 순간에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꽉 잡았고, 튼튼한 나무 줄기를 잡은 덕에 함정에 완전히 빠져 들어가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나무 껍질이 그녀의 손을 마구잡이로 찔러왔다.나무 줄기 덕에 즉사는 면했으나, 발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가짜 야인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구덩이 속에서 끌어 올렸다. 쉴 새 없이 도망가야 했으나 이 둘은 함정을 안 돌아볼 수가 없었다. 완전히 빠졌다면 어떻게 됐을지…. 소름이 돋았다.빳빳이 굳어 있던 그들의 침묵은 가짜 야인의 한 마디로 깨져 버렸다.“어서 달려…….”소은정은 비인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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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 역시 이방인이었어

그 남자는 웃음을 빵 터트렸다. 목소리가 너무나 맑았다.그러나 이내 교활한 눈빛을 해 보였다.“안 알려 줄 건데?”“…….”어쨌거나, 긴장감에 빳빳하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소은정은 눈앞의 유일한 제 동료를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무언가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 진단 말이야…. 그녀는 다 벗은 상반신을 한 그의 팔뚝을 쿡쿡 건드리며 그를 따라 걸었다.“추우면 내 코트 줄까요?”정말 그가 얼어 죽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코트를 벗으려는 손짓은 그에 의해 저지 당하였다.“괜찮아. 난 안 추워.”소은정은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제 주머니 속 소호랑의 존재도 문득 떠올랐다.“전 소은정이에요. 당신은요?”이름을 들은 그는 살짝 동요하더니 그녀에게 반문했다.“소은해… 동생?”그에게서 들려오는 제 오빠의 이름에 눈이 번뜩 뜨였다.“우리 오빠를 알아요? 아는 사람이에요?”“아….”“….”“아니, 그동안 실검에 자주 떴잖아….”그의 대답은 또 다른 놀라움을 가져다주었다.“…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거에요?”실검으로 난리가 난 일이라면, 한달 남짓 된 일이었다.그는 미소를 띄운 채 나무를 계속해서 베어 댔다.“한 달쯤… 됐겠네.”한 달 만에 이렇게 야인 중의 일원이 된 거야?신발이 아니었다면 소은정은 그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제 동료를 찾은 것에 기쁨도 잠시, 소은정은 그가 한 달 째 표류 되어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한 달이 지나도 아무 구조나 소식이 없었단 얘기와 다를 게 없었다. 이 망할 곳을 자신은 언제가 되어야 떠날 수 있다는 거지?“그쪽 이름이 뭐에요? 알려줘요.””…박우혁.”“…막 지어낸 거 아니에요?”“박우혁이라니까?”“…혹시 박수혁 알아요? 박수혁이랑 무슨 관계 있는 건 아니죠?”그는 소은정의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내가 그 부잣집 도련님이랑 무슨 관계? 난 탐험 유튜버야…. 이걸로 먹고 살아.”하긴….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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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후회

사방을 둘러본 박수혁은 눈에 들어오는 낯익은 진열품들에 깜짝 놀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큰 움직임에 링거 바늘이 살을 찢기 일보 직전이었다.“어딜 가려고 그러니…!”당장이라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박수혁에 박대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관리인과 하인 모두가 나서 박수혁을 막아섰다.“소은정…. 소은정을 찾으러 가야 돼…….”“이미 죽었다는 거 너도 알잖니….”그의 말은 청천벽력처럼 박수혁을 덮쳐왔다. 가장 듣기 싫던 그 말이었다. 궁지에 몰린 것만 같았다. 팽팽하던 이성의 끈이 탁, 하고 끊어졌다.“아니…. 안 죽었어! 그럴 리 없다고!”그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결코 소은정을 바다에 두고 올 수 없었다. 어떤 형태의 그녀를 찾게 되던, 그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어야만 했다.당장 뛰쳐나가려는 그의 모습에 박대한은 그의 하인에게 눈짓을 하였으며, 그의 하인들은 힘이 빠진 박수혁을 다시금 침대에 강제로 앉혔다.“대표님, 휴식을 취하셔야….”“당장 비켜!”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에 박대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가 그 아이에게 빚졌다는 거 안다. 그 애가 살아 있다면 네가 나가서 뭘 하든 막지 않겠지만, 그 애는 죽지 않았니! 우리가 나서서 장례라도 치뤄 주길 바라는 것이냐? 네가 그 애를 찾아다닌다고 나가 있던 동안 우리 회사 상황은 어땠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뭐가 됐든 찾으러 갈 겁니다. 내가 꼭 찾아야만 해요!”자신에게 소은정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직접 말할 것이다.반드시 사과와 애정을 정중히 표할 것이다.소은정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칼에 찔린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던 그의 마음을 누가 알까.제 눈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손자는, 훌륭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조만간 포브스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다.그런 아이가 계집애 하나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니.“이 방에서 절대 못 나가게 문 잘 단속해!”박대한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떠나려 하였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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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20여분을 넘게 걸으니 소은정은 다리가 저리고 물집이 생겼는지 여기저기가 따끔거려 왔다. 그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폭우가 그친 뒤였다.숲을 벗어나 멀리 걸어오니 질퍽해진 땅에 발도 쉽게 들 수 없었다. 그러나 제 앞의 남자는 그렇게 오래 걷고 뛰었는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것일까….연이은 암초들과 산비탈을 지나 도착한 곳에서 박우혁은 사람 반 크기의 커다란 돌을 치웠다. 그러자 웬 동굴이 나타났다.단군신화인가?소은정은 군말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으나 공간은 매우 협소했다. 성인 둘로 꽉 차는 공간에 바닷물이 스멀스멀 비집고 들어왔다.박우혁은 이랑곳 않고 벽에 뚫린 40센티 가량의 틈으로 들어갔고, 틈을 통과한 그가 안에서 소은정에게 손짓했다. 내키지 않았으나 그녀는 몸을 돌려 틈으로 비집고 들어섰고, 이내 펼쳐진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틈 너머 공간은 넓게 뚫려 있었으며, 건조하고 깨끗한 나뭇잎이 깔려 있어 조금 습한 것 빼고는 바깥보다 10배는 좋았다. 게다가 등불도 있었다.박우혁은 배낭을 꺼내 들었고, 소은정은 익숙한 라스포티바 브랜드에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배낭에서 남성용 바람막이 재킷을 꺼내 입었고, 같은 종류의 바지도 꺼내 입으려 허리를 굽혔으나 이내 소은정의 시선에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소은정은 또 어느 틈으로 그가 사라질까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 박우혁이 말을 건넸다.“계속 쳐다볼 건가?”소은정은 어리둥절하다 이내 그의 뜻을 깨닫고 황급히 몸을 돌렸다. 얼굴이 뜨거웠다.“목마를 텐데, 옆에 도구 있으니까 물 좀 담아오면 증류해서 마시자고.”그는 어색함을 풀어보려 일부러 말을 건넸다.“아, 좋아요.”소은정은 맑은 물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나뭇잎 몇 개를 엮은 ‘도구’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여기서 무얼 더 가리겠는가.소은정은 울적한 얼굴로 나가 옆 바위 틈에서 그나마 깨끗한 물을 그릇에 담았다. 박우혁은 어느새 옷을 갖춰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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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남극 탐험을 떠난 친구

남극?그의 친구라는 자가 저 야인들 속에서 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망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래. 이제 반나절 지났는 걸?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우혁은 자상하게도 준비했던 라이터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그럼…. 외부에 연락할 뭐라도 없어요?”박우혁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자비없이 말했다.“없어.”“여길 나갈 생각 안 해봤어요?”“해봤어. 소재 찾을 것도 다 찾았고…. 나 같은 바보가 여기 또 떨어지면 그 사람한테 빌붙어서 같이 나가려고 했지.”“…….”그 바보가 자신이었다.박우혁은 능숙한 동작으로 바닷물을 증류하였고, 자신이 먼저 맛을 본 뒤에 나머지를 모두 소은정에게 건네 주었다.“마셔. 물 한 모금도 못 마셨지?”“응. 한 모금도…….”그녀가 마지막으로 마신 것은 비행기에서 마신 장미 향의 샴페인이었다.깨끗하게 마셔 없앤 소은정이 박우혁을 처연히 바라보았다.“다 마셨어요…….”“지금은 끝, 다음에.”누가 이렇게 조금 떠오라고 한 건지, 몇 모금 마시지 싹 사라져버렸다.“그쪽은 좀 마셨어요?”소은정은 분명 그가 얼마 마시지 않은 것을 보았다.박우혁은 웃음을 띈 채 대답했다.“우리 같은 탐험가들은 이런 도구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사람이 극한 상황이라면 소변이라도 마시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러나 제 눈 앞의 곱게 자란 것처럼 보이는 소은정은 죽을지 언정 그것으로 목숨을 부지할 것 같진 않아 보였다.“그래서, 여태까지 이렇게 야인 분장을 하고 지낸 거예요?”소은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자신은 통구이로 만들려 했으면서, 왜 박우혁은 가만히 냅두었는가?그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적이 되지 않으려면, 동반자가 되는 수밖에. 지능이 그렇게 높지 않으니, 이방인이라 알아보지도 못하던걸.”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박우혁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지금쯤 재가 되었을 것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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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돈이면 돼

그의 다정한 말에 코 끝이 시큰해져왔다.“다들 분명 내가 죽은 줄 알겠지…. 아빠랑 오빠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을까…….”박우혁은 절망에 빠진 그녀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해.”마주친 그의 눈동자는 달빛이 비춘 밤 바다와 같았다.“역사상에도 바다를 헤엄쳐서 횡단했다는 기록이 많아.”“입 좀 다물래요?”“그럴까?”소은정은 얼마만의 편안한 잠자리인지,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들어버렸다.소호랑은 주변에 위험이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서야 코트 주머니에서 비적비적 걸어 나왔다. 홀로 동굴 안을 구경하는 소호랑을 단숨에 집어 올린 박우혁이 말했다.“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나 보네…….”새끼 호랑이의 네 다리가 공중에서 마구 휘날렸다.“이거 놔. 난 호랑이야! 애완견 아니야!”박우혁의 눈이 반짝 빛났다.“오, 말하는 가짜 호랑이?”“난 진짜야!”박우혁은 처음 보는 신기한 생명체에 이번에는 꼬리를 마치 쥐를 들 듯 쥐며 흔들거렸다. 소호랑은 큰 소리로 소은정을 불렀다.“이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해요!”박우혁은 순간 소호랑의 입을 틀어 막았다. 큰 소리에 찡그리던 소은정의 얼굴이 다시금 평온을 되찾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쓰읍. 큰 소리내면 안 돼.”그가 손을 놓자 소호랑은 재빨리 높은 돌 위로 튀어 올라 그를 내려다보았다. 당당한 눈빛이었으나 온몸이 지저분 해져 이전의 깨끗하고 귀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난 당신 알아요! 1인 미디어인으로 탐험 다큐멘터리 5회 연속 국제대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계시죠. 박대한 회장님의 외손자 분이시죠!”다른 것도 놀라웠지만 마지막 한 마디에는 정말 눈을 번쩍 뜨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잘 알고 있네…….”“그럼요. 인터넷에 모든 소식은 다 알고 있거든요!”박우혁은 방긋 웃으며 작은 호랑이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박수혁은 내 삼촌 쪽이지. 네 주인에겐 비밀이다. 그렇지 않으면……. 흠, 그 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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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충동적인 기부는 금물

소은정은 그에게 돈이 필요할 것임을 진작 알고 있었다. 돈이 궁한 게 아니라면 이런 일을 하지도 않았겠지.그녀는 그의 어깨를 톡톡 토닥였다.“그래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 걱정 말아요!”박우혁은 순간 울컥하여 눈물을 흘릴 뻔했다.“내 남은 인생 너한테 감사하며 살게…….”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형제가 하나 더 늘었다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그 시각 소은찬.그는 소은정의 소식을 듣자마자 실험실에서 나와 개인용 비행기를 불러 사고가 난 해역으로 향했다. 소은호가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은 아직 확답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인데….이 와중에 자신이 예의있다 생각하는 몇몇 이들이 소은정의 집을 알아내 꽃다발을 보내었다. 소은호는 이를 완전히 차단하였다. 누가 뭘 보내던 무조건 돌려보내라는 명령이었다.인터넷에서도 그녀의 사망 소식은 금기시되었고, 검색 엔진에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해두었다. 이 가족이 소은정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소은찬의 비행기는 장장 열시간을 날아 소은호가 탄 선박에 다다랐다. 바다 위에는 비행기의 잔해가 떠다니고 있었다. 산산조각 난 비행기에 사람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만무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소은해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소은찬이 크루즈에 올라타자마자 마주한 것은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며 술을 들이켜는 소은해의 모습이었다.우연준은 예상치도 못한 소은찬의 등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둘째 도련님….”“…. 그만 마셔. 아버지가 우리 재산을 전부 기부할 거래. 네 재산도….”소은해는 퀭한 눈을 하고는 힘 없이 되받아 쳤다.“그럼 그렇게 하라고 해…….”“막내가 돌아왔는데 우리가 빈털터리가 돼 있으면 안 되잖아….”“그래…. 그건 그런데…. 은정이가 돌아올까…?”소은해가 벌떡 일어나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정말, 정말 우리 은정이가 돌아올 수 있을까?”“내 친구가 비행기에 있던 시스템을 해킹 했어. 지금 확인해 볼 거야, 진정해….”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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