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551 - Chapter 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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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1화 맹인 남자친구
남유주는 노트북을 가져왔지만 비밀번호가 잠겨 있었다.박수혁은 주저없이 그녀에게 비밀번호를 말해주고는 한마디 덧붙였다.“금고 비밀번호도 이거야. 잘 기억해 둬.”남유주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금고 비밀번호까지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공유해?”그녀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박수혁은 그녀가 자신이 줬던 카드를 되돌려 보낸 사실을 떠올렸다.이 여자는 왜 금전에 흥미가 없을까?그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으나 다행히 붕대가 표정을 가리고 있어서 남유주는 발견하지 못했다.“그건 아니지. 내가 믿는 사람에게만 공유해.”남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남유주는 웃으며 메일을 열었다.아직 읽지 않은 메일이 몇 통 있었다.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된 메일도 있었다.다행히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기에 읽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단어는 분명히 그녀가 아는 단어인데 조합하면 알아듣지 못할 문장이었다.그녀는 기계적으로 읽기만 할 뿐, 해석을 해줄 수 없었다.남유주는 유창하지 못한 외국어로 메일을 읽었다. 다행히 박수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전혀 비웃거나 그러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그는 남유주에게 답장을 부탁하는 대신, 이한석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방향을 설명했다.내부 기밀 관련 얘기도 그녀가 듣는 앞에서 거리낌없이 했다.남유주가 오히려 불편했다.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그녀는 그들이 헤어진 이유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남유주가 그의 핸드폰을 몰래 봤는데 그 안에 회사 기밀이 들어 있다고 그가 화를 낸 게 화근이었다.그런데 그의 노트북과 우편함에 기밀이 더 많은 것 같았다.‘이런 걸 막 보여줘도 괜찮나?’하지만 입밖으로 묻지는 않았다.그때 일을 떠올려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서로가 최선을 다해 그날의 일을 피해가고 있었다.박수혁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두 시간 정도 더 업무를 처리했다.방 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그도 분위기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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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2화 좋은 소식
이한석도 긴장한 표정으로 입구만 살피고 있었다.“유주 씨, 너무 걱정 말아요. 세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전문가들만 모셨으니까 괜찮을 거예요.”남유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실력 좋은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도 있잖아요. 이러다가 정말 앞을 못 보게 될까 봐 걱정이네요.”이한석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전문가에게 여쭤봤는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거래요. 하지만 망막이 손상되었으면 문제가 심각해요. 해외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요. 국내는 기증자가 많지도 않고 치료가 너무 제한적이에요. 평생 앞을 못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한쪽 눈이라도 살려야죠.”가장 높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다면 그는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남유주는 등골이 서늘했다.한참이 지난 뒤, 그녀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제 한쪽 눈을 그 사람한테 나눠줄 거예요.”이한석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저는 대표님이 다친 뒤에 유주 씨가 도망을 택할 줄 알았어요. 만약 대표님께서 이 말을 들었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거예요.”남유주는 벽에 등을 기대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화해했어요.”이한석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축하해요.”이한석이 웃으며 말했다.그 역시 박수혁과 그녀의 화해를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두 사람이 헤어지고 박수혁은 점점 짜증이 많아지고 성격도 더 포악해졌다.드디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축하할 일은 아니죠.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깐요.”남유주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이한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두 사람 헤어지고 회사 분위기가 정말 살벌했어요. 이번 달에 해고당한 직원만 셋이에요. 기획실 직원들만 죽어나죠. 유주 씨랑 만나면서 전에는 정말 직원들 실수에 관대했거든요. 두 사람이 화해해서 태한 직원으로써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남유주는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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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3화 간병인 해볼래요?
남유주가 대답하려는데 옆에 있던 강지민이 선수를 쳤다.“박 대표님이 얼마나 관대하신 분인데 설마 그러겠어요. 남유주 씨는 여기서 꽤 잘 지내는 것 같은데요? 불행한 사고가 오히려 기회가 된 케이스 아닌가요? 박 대표님 옆에서 간호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요.”남유주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지민 언니는 제가 부러운가 봐요. 이따가 박 대표님한테 얘기해 볼 테니 언니가 간병인 해볼래요?”강지민은 살짝 당황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남유주가 여기서 반박하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인터넷 여론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연예계 사람들도 그녀를 치켜세우는 분위기였다.면전에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그런데 간병인을 해보겠냐니!강지민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싫은 게 아니라 소문이 나면 팬들이 떠날 것 같아 두려웠다.눈치 빠른 손호영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을 전부터 눈여겨 보아왔다.그가 끼어들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 옆에 있던 곽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요. 왜 다투고들 그래요? 박 대표님 간병인하는 게 뭐가 어때서요? 대표님만 원한다면 나도 할 수 있어요!”남유주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참 재미 있는 사람이었다.곽 감독이 그녀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박 대표가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죠? 투자금 회수한다는 얘기는 없었어요?”남유주는 아직 그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괴롭히지는 않았고 여기서 간병인을 해달라고 했어요. 안 그러면 저 기소한다고 했는데 제가 무슨 돈으로 합의금을 내겠어요.”곽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을 거두었다.‘확실히 특별한 관계는 아니야. 안 그러면 기소 얘기가 나왔을 리 없지.’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마 박수혁이 그녀를 물고 늘어지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부자들이 더 쪼잔하다더니!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경호원들이 양측에서 지키고 있었다.그들은 남유주를 보고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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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4화 엑스트라
그녀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핸드폰이 울리자 그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수화기 너머로 곽 감독의 목소리가 전해졌다.“유주 씨, 다음 달에 촬영 들어가는데 유주 씨가 맡은 엑스트라 씬을 첫 촬영으로 잡았어요. 잊지 말고 와요.”“이렇게 급하게요?”“빨리 다 찍고 병원에서 박 대표님을 돌보라고 일부러 일정을 이렇게 잡았는데 불편해요?”고작 엑스트라 배우에게 거절할 권한이 있을까?“아니요. 괜찮아요. 늦지 않게 갈게요.”남유주는 전화를 끊고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그는 살짝 인상을 쓰고 있더니 시선을 느꼈는지 표정을 풀었다.“정말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싶은 거야? 그 업계 지저분해. 당신 성격에 하루도 못 버틸걸.”그는 그녀에게 지저분한 환경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여자 연예인들에 비하면 그녀는 아직도 순진했다.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투자금은 약속했던 대로 조달했다.사실 그녀가 아니었으면 곽 감독 드라마에 투자할 생각도 없었다.남유주는 자신을 얕잡아보는 듯한 그의 말이 거슬렸지만 자신과 연예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알아. 그냥 엑스트라 배역이야.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특별히 부탁한 건데 당연히 가야지. 아마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거야. 어차피 할 일도 없고 가게는 곧 문을 닫아야 하니까.”박수혁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이름을 불렀다.“유주야.”그녀는 다가가서 그의 무릎에 앉았다.“가게 문 닫게 한 것 때문에 화났어? 하지만 아주 예전부터 기획했던 프로젝트라서 어쩔 수 없었어. 보상금 금액이 마음에 안 들어? 8억은 기획팀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야.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내가 개인적으로 4억 더 챙겨줄까?”그는 그녀의 손을 입가로 가져가서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남유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박수혁은 기획팀에서 8억이라는 금액을 듣고 전원 반대했던 사실은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남유주의 요구가 너무 황당했지만 박수혁이 나섰기에 8억을 받을 수 있었다.남유주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품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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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5화 불청객
한수근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이렇게 하죠. 제가 가서 그쪽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고 다시 얘기해요.”남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우리 한 지배인은 믿음직하다니까!”한수근이 웃으며 말했다.“제 덕분에 사장 하기 편하죠? 월급이나 올려주세요!”“좋아! 문제없어!”서로 의견을 합친 두 사람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남유주는 올라가서 옷가지를 챙기고 반신욕까지 마친 뒤, 박수혁의 저택으로 갔다.미리 얘기해 뒀었기에 고용인들이 가져갈 옷을 포장까지 해서 준비해 놓고 있었다.“유주 씨, 최근 들어 작은 도련님이 유주 씨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고용인이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남유주는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연락처를 알고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건 시준이가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을 알고 일부러 연락을 안 했다는 얘기였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이따가 운전기사 시켜서 시준이 병원으로 보내요. 수혁 씨도 아들이 보고 싶을 테니까요.”“네, 지금 가서 얘기할게요.”남유주는 옷가지를 챙겨 저택을 나와 디저트 가게로 가서 디저트까지 샀다.병원에 돌아왔는데 1층 분위기가 이상했다.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고 경호 인력도 두 배로 추가했다.남유주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천천히 다가갔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곧장 병실로 달려갔다.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이 그녀를 막았다.못 보는 얼굴이었다.“누구시죠?”박수혁의 사람이 아닌 건 확실했다.아무도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안에서 노인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유주 씨죠? 들어오세요.”그제야 경호원들이 길을 비켜주었다.남유주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여전했는데 박수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창가에 앉아 있었다.그는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이쪽으로 와.”무덤덤한 목소리였다.그의 앞에는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흰머리에 볼이 푹 패여 있었지만 안색은 나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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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6화 잘했어
백명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입가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싸늘하고 냉정했다.한 사람에게서 전혀 반대의 두 가지 표정이 공존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남유주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그런 걸 신경 써요? 박수혁 씨랑 연애한다고 상대방 아버님에게까지 점수 따야 해요? 저 그런 맘에 없는 일 할 생각 없거든요? 만약 박수혁 씨가 저한테 그런 요구를 제기했다면 바로 등 돌리고 가버렸을 거예요.”백명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다.더 이상 겉치레용 예의조차도 지킬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았다.그는 그녀를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남유주가 웃으며 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수혁 씨 경호원 시켜서 짐들을 올려보내세요. 전 가정부도 아니고 짐까지 들고 날라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집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두렵지 않았다.박수혁과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다시 사랑을 시작한 이유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결혼은 전혀 고민해 본 적 없었다.박수혁이 프러포즈를 한다고 해도 받아줄지 고민해 봐야 한다.연애할 때에는 연애 자체에만 집중하면 되는 법이다.지금은 서로가 좋아서 함께하지만 싫어지면 쿨하게 떠나면 된다.절대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게 그녀가 정한 선이었다.백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남유주는 그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휑하니 가버렸다.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반면 남유주의 표정은 밝았다.박수혁이 지팡이 하나를 짚고 문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지만 전혀 맹인 같지는 않고 그냥 잘생긴 모델 같았다.남유주는 생긋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왜 나와 있어? 설마 우리가 한 대화 다 들었어?”박수혁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집사가 어떤 성격인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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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7화 배우 교체
남유주의 애교에 박수혁의 불쾌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촬영장에 도착하자 손호영의 매니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박수혁이 차에서 내리자,곽 감독까지 달려왔다.남유주는 조수석에서 내렸기에 두 사람 사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이렇게까지 거리를 두는데 오해하는 게 이상했다.박수혁은 곽 감독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갔다.남유주는 손호영의 매니저를 따라 촬영장으로 향했다.그런데 매니저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뭔가 할 말이 있는데 난감한 표정이었다.“유주 씨, 호영이는 안에서 메이크업 받고 있어요. 이따가 들어가서 인사라도 나눌래요?”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해요. 감독님….”“중요하지 않은 씬은 곽 감독님이 굳이 현장을 지휘하지 않아요. 조감독들이 알아서 찍거든요.”남유주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호영 씨한테 가볼게요.”“저기 안쪽입니다.”매니저는 위치만 알려주고 자리를 떠났다.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손호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곧 좋아하는 배우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들뜨고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문은 반쯤 열려 있었는데 안에서 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호영 씨, 이런 부탁은 나도 처음이긴 한데… 내 여동생이 연극영화과 출신이거든요. 올해 데뷔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 드라마랑 이미지가 맞는 것 같아서요. 비중 있는 배역은 나도 염치가 있으니 바라지도 않고 엑스트라 배역은 비중도 별로 없으니 내 동생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남유주는 걸음을 멈추었다.손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 이 배역은 남유주 씨한테 맡기기로 이미 약속이 돼 있었잖아요. 지민 선배도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 감독님도 다 만나고 오늘 촬영 일정까지 잡혔는데 교체하는 건 좀 실례지 않나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죠.”강지민이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하지만 유주 씨는 일반인이잖아요. 연기 쪽은 전문 교육을 받은 제 동생이 더 잘할 것 같아요. 게다가 그 아이는 배우가 되고 싶은 아이이고 호영 씨 팬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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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8화 감독은 아부쟁이
“게다가 제가 할 말도 다 했고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니 괜찮아요. 아까 강지민 씨 얼굴 붉어진 거 봤어요? 전 손해 본 거 없으니 그냥 이렇게 해요. 안 그래도 가게 운영도 있고 굳이 이런 곳에 정력을 쏟고 싶지도 않아요.”손호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이건 너무 불공정하잖아요. 전날에 미리 말했으면 여기까지 안 와도 됐을 텐데.”남유주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강지민 씨가 대단하다는 거죠.”일부러 촬영장까지 오게 한 뒤에 수모를 주려는 것이다.그 나이 먹고 아직도 여우짓을 일삼는 걸 보면 젊었을 때는 더했을 것 같았다.그러니 어렸을 때 뜨지 못하고 나이 들어 이혼하고 겨우 인지도를 쌓았지!하지만 네티즌의 동정표는 일시적인 것이고 평생 갈 수는 없었다.손호영은 여배우들 사이의 질투와 시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역겹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미안해요, 유주 씨. 내 생각이 짧았어요.”“그런 말 하지 마세요, 호영 씨. 저를 신경 써주셔서 고마운걸요!”손호영의 매니저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호영아, 메이크업 아티스트분 오셨어.”남유주가 말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나중에 식사라도 같이 해요.”“무르기 없기에요!”남유주는 환한 미소를 짓고는 휴게실을 나섰다.손호영 매니저가 다가와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유주 씨, 상황은 다 아셨죠?”남유주는 고개를 갸웃하며 매니저에게 물었다.“매니저님은 진작에 알고 계셨네요?”매니저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며칠 전에 지나가다가 들었어요. 강지민 매니저가 하는 말로는 진작에 그 배역을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봐요. 비록 씬은 하나뿐인데 매력이 넘치잖아요. 그런데 호영이가 미리 유주 씨를 점찍어 둔 거예요. 강지민 씨는 오늘 감독님께 말씀드린 것 같은데 감독님은 호영 씨 기분을 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더라고요.”남유주는 그제야 강지민이 골프장에서부터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행동들이 떠올랐다.결국 손호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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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9화 나가리
남유주는 그대로 그의 팔짱을 끼고 곽 감독을 향해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그 모습을 본 곽 감독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앞이 새카매졌다.이렇게 되면 모든 게 헛수고였다!“잠깐만요, 대표님. 다시 의논해 보시죠. 강지민 씨 동생을 돌려보내겠습니다. 원래 남유주 씨가 맡기로 했던 배역이니 당연히 유주 씨가 맡아야지요.”그는 다급히 달려가서 박수혁의 앞을 가로막았다.박수혁이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는 내가 결정해. 곽 감독, 솔직히 말해 난 당신 작품에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어. 어차피 이 드라마로 벌어들인 돈으로 내 여자에게 옷 한 벌 사줄 돈도 안 되니까. 그럼에도 투자를 결정했던 건 내 사람이 당신 작품에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한가해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았어?”곽 감독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는 말이었다.남유주마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박수혁이 외부인 앞에서 당당하게 그들의 관계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남유주의 손을 꽉 잡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배역을 교체했으니 투자할 가치를 못 느낀 거지. 좋은 감독, 좋은 작품은 널렸어.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고.”남유주는 그의 말투에서 거대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대표님, 저는 두 분 관계를 몰랐어요. 그냥 손호영 씨가 친한 팬이라고 소개하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죠. 남유주 씨는 두 분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했거든요.”곽 감독이 억울한 표명으로 해명했지만 남유주는 점점 짜증이 치밀었다.박수혁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가자.”그는 곽 감독의 해명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이 멍청한 인간은 그까짓 여배우 체면 세워주려다가 큰돈을 잃은 격이었다.남유주도 여기서 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곽 감독의 뻔뻔함은 지난번에도 경험했기에 다시 경험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박수혁을 따라 차에 올랐다. 곽 감독이 뒤따라오며 뭐라고 지껄였지만, 경호원이 나서서 그를 멀리 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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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0화 여우짓
그녀는 비록 연극영화과 출신이었지만 기교에만 능하고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표정이나 동작도 어딘가 어색하고 가장 중요한 건 얼굴이 매력적이지 않았다.일반인들 틈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지 않을 외모였다.실력이 없으면 겸손할 법도 한데 그녀는 성격도 까칠하기까지 했다.언니인 강지민을 등에 업고 조감독에게도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세 번째 NG가 났을 때 조감독이 한 번만 더 가자고 하자 여자는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조감독이 신인을 괴롭힌다며 울음을 터트렸다.조감독은 너무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옆에서 지켜보던 강지민이 동생을 달래고는 조감독에게 말했다.“아직도 멀었나요? 한 씬일 뿐인데 대충 하고 넘기죠? 너무 잘 나와서 여자주인공보다 더 튀면 안 좋잖아요!”그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조감독이 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이번 씬은 패배작으로 기억될 것이다.원래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에 남아 있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인데 카메라를 한번 쳐다보고 뒤돌아서면 끝이었다.짧은 시간에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야 하는데 강지민 동생의 연기로는 눈을 감기게 할것 같았다.조감독은 한숨을 쉬며 잠깐 쉬었다 다시 가자고 했다.강지민은 동생을 데리고 옆으로 가서 쉬기로 했다.어려서부터 사랑만 받고 자라서 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언니가 강지민이라 기고만장한 건지, 동생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많이 힘들어?”“아니, 힘들지는 않아. 아까 스텝들 얘기 들어 보니까 남유주 그 여자 박수혁 대표랑 같은 차를 타고 왔다던데? 둘이 무슨 사이는 아니겠지?”이 나이대의 어린 여자들은 수다를 좋아했다.강지민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박 대표 눈에 그런 애가 들어오겠어? 지금 거기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운전기사랑 같이 조수석을 타고 왔대. 내가 배역 교체되었다고 나가라고 하니까 찍소리 못하고 나가는 것 좀 봐.”동생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언니.”“고맙기는.”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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