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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6화 잘했어

백명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은 싸늘하고 냉정했다.

한 사람에게서 전혀 반대의 두 가지 표정이 공존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남유주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그런 걸 신경 써요? 박수혁 씨랑 연애한다고 상대방 아버님에게까지 점수 따야 해요? 저 그런 맘에 없는 일 할 생각 없거든요? 만약 박수혁 씨가 저한테 그런 요구를 제기했다면 바로 등 돌리고 가버렸을 거예요.”

백명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다.

더 이상 겉치레용 예의조차도 지킬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

남유주가 웃으며 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수혁 씨 경호원 시켜서 짐들을 올려보내세요. 전 가정부도 아니고 짐까지 들고 날라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집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두렵지 않았다.

박수혁과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사랑을 시작한 이유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은 전혀 고민해 본 적 없었다.

박수혁이 프러포즈를 한다고 해도 받아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연애할 때에는 연애 자체에만 집중하면 되는 법이다.

지금은 서로가 좋아서 함께하지만 싫어지면 쿨하게 떠나면 된다.

절대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그녀가 정한 선이었다.

백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유주는 그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고 휑하니 가버렸다.

예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반면 남유주의 표정은 밝았다.

박수혁이 지팡이 하나를 짚고 문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지만 전혀 맹인 같지는 않고 그냥 잘생긴 모델 같았다.

남유주는 생긋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왜 나와 있어? 설마 우리가 한 대화 다 들었어?”

박수혁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가 어떤 성격인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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