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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1화 맹인 남자친구

남유주는 노트북을 가져왔지만 비밀번호가 잠겨 있었다.

박수혁은 주저없이 그녀에게 비밀번호를 말해주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금고 비밀번호도 이거야. 잘 기억해 둬.”

남유주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금고 비밀번호까지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공유해?”

그녀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박수혁은 그녀가 자신이 줬던 카드를 되돌려 보낸 사실을 떠올렸다.

이 여자는 왜 금전에 흥미가 없을까?

그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으나 다행히 붕대가 표정을 가리고 있어서 남유주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건 아니지. 내가 믿는 사람에게만 공유해.”

남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남유주는 웃으며 메일을 열었다.

아직 읽지 않은 메일이 몇 통 있었다.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된 메일도 있었다.

다행히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기에 읽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단어는 분명히 그녀가 아는 단어인데 조합하면 알아듣지 못할 문장이었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읽기만 할 뿐, 해석을 해줄 수 없었다.

남유주는 유창하지 못한 외국어로 메일을 읽었다. 다행히 박수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전혀 비웃거나 그러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그는 남유주에게 답장을 부탁하는 대신, 이한석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내부 기밀 관련 얘기도 그녀가 듣는 앞에서 거리낌없이 했다.

남유주가 오히려 불편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헤어진 이유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남유주가 그의 핸드폰을 몰래 봤는데 그 안에 회사 기밀이 들어 있다고 그가 화를 낸 게 화근이었다.

그런데 그의 노트북과 우편함에 기밀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이런 걸 막 보여줘도 괜찮나?’

하지만 입밖으로 묻지는 않았다.

그때 일을 떠올려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최선을 다해 그날의 일을 피해가고 있었다.

박수혁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두 시간 정도 더 업무를 처리했다.

방 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그도 분위기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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