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391 - Chapter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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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1화 함정

아이는 태한 그룹의 유일한 핏줄이었다.그와 같이 있다가 사고를 당했으면 목숨을 바쳐 사죄해도 모자랄 판이었다.이한석은 침묵했다.잠시 후, 지배인이 문을 노크했다.문밖에는 앳되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사람들 틈에 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을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지배인이 말했다.“이쪽이 송호연 씨입니다.”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이한석은 지배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지배인이 험악한 표정으로 그 여직원에게 말했다.“시준 도련님이 방에 들어간 뒤로 그 방에 출입한 사람은 너밖에 없어. 애한테 뭘 먹인 거야?”송호연이 흠칫하며 부인했다.“별거 아니었어요. 애가 배가 고프다길래 식당 주방으로 가서 먹을 것을 좀 챙겨다 줬어요. 애가 밥을 다 먹은 뒤에 식기를 회수해서 제 자리로 돌아갔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지배인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주방장이 누구야? 설마 직원들 먹던 음식을 그대로 가져다줬어?”송호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하지만 지배인님께서 따로 음식을 챙겨드리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뭘 줘야할지 몰랐는걸요. 물어보니까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거면 된다고 해서 가져다드린 거예요. 시준 도련님 점심을 드신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라 많이 배고파 보이길래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는 걸로 가져다드렸죠. 제가 잘못한 건가요?”지배인은 한숨이 나왔다.딱히 그녀의 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송호연이 죄가 있다면 눈치가 좀 없는 거랄까.그는 이한석의 눈치를 살폈다.박시준이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는데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 건 명백한 실수였다.이한석이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물었다.“진통제도 그쪽이 줬습니까?”송호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먹고 얼마 안 지나서 배가 아프다고 해서요. 그래서 가지고 있던 진통제를 드렸죠.”“어떻게 시준 도련님한테 아무 약이나 줄 수 있어? 그러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거야?”지배인이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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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2화 말다툼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의심부터 들었다.설마 다른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닐까?그의 굳은 표정과 온몸에서 풍기는 압박감에 남유주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약간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의사랑 같이 왔어요. 가장 먼저 이상 증세를 발견한 사람이 저거든요. 그런데 박 대표님한테 연락했는데 연락을 안 받으시더라고요. 도대체 왜 연락을 안 받으신 거예요? 제가 데이트하는데 방해했나요? 아니면 회의 중인데 제가 무례하게 전화했나요?”“우린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박 대표님께는 정말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제가 박 대표님한테 다른 의도를 드러낸 적도 없을 텐데 그렇게 도둑 보듯이 저를 경계할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대표님의 친구가 되기에는 제가 한없이 부족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매번 연락을 피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대표님이 연락을 제때 받았어도 시준이 빨리 진료받고 지금쯤 상태가 안정되었을지도 몰라요!”박수혁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남유주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제가 괜한 소리를 했나요? 시준이 대표님 아들 아니에요? 어떻게 애가 아파서 응급실에 왔는데 밖에 지켜줄 어른 한 명 없어요? 대표님은 뒤늦게 도착했죠. 애한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가슴이 안 아파요?”“박수혁 씨, 당신은 정말 냉정한 사람이군요. 그러니까 시준이가 아프면서도 티를 안 내고 꾹 참고 있었죠. 당신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할까 봐, 어차피 말해도 귀찮다고 애한테 뭐라고 했을 것 같은데요?”남유주는 박시준이 안타까웠다.몸에 문제가 생겼는데 어린애가 진통제를 먹고 버티다니!혼자 방 안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주변에는 아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넘쳐난다.왜 어린아이의 눈빛이 그토록 외롭고 서글퍼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박수혁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았다.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가라앉았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원장이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뭔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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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3화 비웃음

아까 연회장에서 박수혁과 꽤 오래 대화를 나누던 여자였다.분위기나 배경이나 그와 꽤 어울리는 여자였다.성화 그룹의 외동딸이자 현 성화 그룹 실질적인 오너.예쁜 얼굴에 학벌, 능력까지 어디 한군데 빠지는 게 없는 여자였다.박수혁은 되도 않는 교태를 부리면서 달려드는 여자는 극혐하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능력을 갖춘 여자에게는 꽤 관대했다.그녀들에게 소은정과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인정하기는 싫지만 이게 사실이었다.조금 전 연회에서 성미려는 유일하게 그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여자였다.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가 박수혁이 선택한 미래의 약혼녀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룹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재였다.그래서 성미려의 출현에 많은 여자들이 스스로 포기했다.두 사람의 다툼을 성미려가 못 들었을 리는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편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친근한 태도로 박수혁에게 말했다.“아까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준이가 아팠다면서요? 아빠가 보내서 문안 왔어요. 시준이는 지금 좀 어때요?”그녀는 적당한 선에서 그에게 관심을 표했다.그러더니 남유주에게도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참 미워할 수도 없는 여자였다.두 사람의 다툼은 그렇게 끝이 났다.박수혁은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성 회장님께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시준이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래야 돌아가서 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아서요.”박수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남유주를 무시한 채, 성미려를 데리고 병실로 향했다.남유주는 그들의 뒷모습을 힘껏 흘겨보고는 자리를 떴다.그런데 박수혁이 내던진 큐브가 눈에 띄었다.그녀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것을 집어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익숙한 얼굴이 내렸다.“남유주 씨?”이한석은 남유주를 반갑게 맞아주었다.그가 미소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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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4화 거짓

이한석은 목을 움츠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손에 든 큐브를 그에게 건넸다.“남유주 씨가 시준 도련님한테 준 선물이래요. 시준 도련님이 아주 좋아하는 물건이라고 하니까 침대머리에 놔둘까요?”물건을 힐끗 확인한 박수혁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유치한 걸 누가 좋아해? 애가 예의상 한 말이겠지! 그런 것도 분간 못해?”이한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민하시지?병실로 돌아오자 진료를 마친 의사는 돌아가고 원장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박 대표님, 성미려 씨는 조금전에 돌아갔습니다. 인사도 못 하고 간다고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박수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두 사람은 아직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상태였다.성미려가 먼저 달라고 하지 않았기에 굳이 주지 않았다. 이 점이 그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남유주가 했던 말을 떠올리니 또 화가 치밀었다.‘내가 죽어도 아무도 날 위해 울어주지 않을 거라고? 도움을 달라고 할 때는 전혀 안 그러더니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냈군!’그런데 성미려의 이름을 들은 이한석이 인상을 썼다.“성미려 씨요? 그게 누군데요?”비서인 그마저 현장 조사를 마치고 이제 도착했는데 그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니!게다가 박시준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내용은 기밀이었다.호텔 지배인과 남유주만 아는 사실을 벌써 알고 달려온 사람이 있다니!박수혁이 불쾌한 표정으로 이한석을 노려보았다.이한석은 일단 원장을 먼저 돌려보내기로 했다.“원장님은 일단 돌아가 계세요. 여긴 담당의사가 자주 와서 상태 체크하면 될 테니까 제가 차로 모시겠습니다.”원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번거롭게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저는 병원에서 지낼 거예요. 시준 도련님이 무사히 깨어나야 저도 안심이 될 것 같아서요.”“그건 안 되죠. 연세도 있으신데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 저희는 담당의사를 믿습니다.”원장은 박수혁의 눈치를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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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5화 고용인 교체

이한석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었다.“그럴 리가요. 도련님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곧장 연회장에서 병원으로 달려오셨어요. 사실 그분은 도련님을 아주 많이 걱정하고 계신답니다. 점차 좋아질 거예요. 우리 대표님한테 시간을 좀 더 주자고요!”박시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아침 식사는 전문 영양사가 준비한 영양죽이었다.“천천히 먹어요.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요. 아직은 다 회복된 게 아니라서 소화가 잘 안 될 거예요.”아이가 수저를 들고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주삿바늘을 꽂아서 손등에 생긴 퍼런 멍자국이 더 안쓰럽게 보였다.아이는 줄곧 그 큐브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이한석이 웃으며 물었다.“큐브가 그렇게 좋아요?”박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 이모가 선물로 주신 거예요.”박시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이유로 어제 연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대되었다.하지만 아무도 아이에게 꼭 맞는 선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남유주만 제외하고.“그 이모가 도련님을 구했어요. 그 이모 참 좋은 사람이죠?”박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제가 아프다고 하니까 물도 가져다주시고 의사도 불러주셨어요.”남유주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지 않아서 좋았다.그리고 아이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이한석은 한숨을 쉬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밥 먹고 있어요. 저는 회사 나가봐야 해요. 오늘 새로운 고용인이 올 거예요.”“전에 일하시던 분은요?”“그 사람들이 일을 못해서 대표님이 해고하고 새로 구하셨어요.”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한석은 아이가 혹시나 그 사람들 해고하지 말라고 말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하지만 걱정했던 반응은 아니었다.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복잡했다.옆에서 챙겨주던 고용인이 해고당했는데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는 건 평소에 정말 그들이 일을 못했다는 게 아닐까?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다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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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6화 만남

성미려는 약간 움찔하다가 다시 웃으며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시준이 너 정말 사랑스럽게 생겼구나. 박 대표님이랑 많이 닮았어. TV에 나오는 아역들보다 네가 더 예뻐!”성근석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이한석은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들은 그 뒤로도 십여 분 동안 아이를 칭찬했다. 박시준이 부담스러운 티를 안 내서 다행이었다.어린 아이지만 불편한 내색도 하지 않고 말도 예의 바르게 했다.성근석은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섰다.나가기 전, 그는 성미려에게 말했다.“박 대표는 할 일이 많고 우린 최근에 태한이랑 같이 진행하는 사업도 많으니 네가 옆에서 잘 도와줘. 시준이한테도 더 신경 써주고. 남자가 집에 신경 쓰이는 일이 없어야 사업도 잘 되는 법이야.”성미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아빠. 안 그래도 시준이 보러 자주 오려고 했어요. 이 아이가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그래, 그럼 다행이고.”말을 마친 성근석은 박시준에게 인사를 건넨 뒤, 밖으로 나갔다.박시준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으나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이한석은 그 모습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성근석이 자리를 뜨자 성미려는 이한석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비서님, 무슨 상황 생기면 저한테 바로 연락해요. 박 대표님은 다망하신 분이니까 제가 잘 도울게요.”이한석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저희야 감사하죠. 어제 도련님을 걱정해서 문안 오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도련님이 병원에 호송된 건 저희 빼고는 아무도 몰랐거든요!”성미려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이내 태연하게 대처했다.“호텔 지배인한테 들었어요. 그분이 저희 아빠의 매제거든요. 저한테는 이모부이기도 하죠.”이는 이한석이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였다.그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성미려까지 배웅한 뒤, 그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점심이었다. 회사에 할 일이 많았기에 계속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성근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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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7화 고열

박수혁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죄송한데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그는 이한석에게 눈짓을 한 뒤, 먼저 식당을 빠져나갔다.이한석은 고객사 직원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박수혁은 이미 차에 타고 있었다.이한석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는 바로 출발했다.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애 상황은 지금 어떤데?”술기운이 올라온 박수혁이 차 창을 열며 물었다.“갑자기 열이 난다고 하는데 아마 수입제 약품에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그쪽으로는 먼저 사람을 보냈어요.”물론 누굴 보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박수혁이 사실을 알고 남유주에게 연락해서 또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을까 봐서였다.오늘 밤은 유독 공기가 찼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이한석은 손에 땀이 났다.그들은 전속력으로 달려 두 시간 뒤에 병원에 도착했다.박수혁은 급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응급실에서 아이가 실려 나오고 있었다.의사들이 밖에서 무언가 의논하고 있다가 박수혁을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어떻게 됐나요?”“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약을 먹고 열도 내리고 잠들었습니다. 30분에 한번씩 상태를 관찰할 거예요.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 다른 장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어요.”박수혁은 음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이한석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제가 보낸 사람은요? 사인하라고 사람 보냈었는데요.”“안에서 도련님 돌보고 있어요.”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박수혁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안에 뜻밖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성미려 씨?”성미려가 병상 옆에 앉아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른 입술을 면봉으로 닦아주고 있었다.고개를 든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빨리 오셨네요? 안 그래도 여기 상황은 안정됐으니 올 필요 없다고 연락하려고 했었거든요. 많이 피곤하시죠?”그녀는 시선을 박수혁에게 고정하고 있었다.성미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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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8화 흔치 않은 기회

남유주는 앙칼진 목소리로 차갑게 비아냥거렸다.“제가 눈이 멀어서 그런 사람을 마음에 품겠어요? 걱정 붙들어 매라고 하세요. 아무나 만나도 그 사람은 안 만나니까!”이한석은 난감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평소에 유순하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거칠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이혼한 뒤로 그녀는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박수혁에게까지 화를 낼 정도라니.하지만 상사의 말이 듣기 거북한 게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그에게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이한석은 그녀를 이해했다.“많이 속상하셨겠네요. 성미려 씨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죠? 그래도 제가 도움을 부탁드린 사람인데!”“괜찮아요, 이 비서님. 어차피 이 비서님 얼굴 봐서 간 거니까 상관없어요.”남유주의 통쾌한 답변에 이한석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고마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식사 한번 살게요.”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그는 병실로 들어가며 전화를 끊었다.박수혁은 병상 옆에 앉아 큐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이한석은 그가 홧김에 그것을 쓰레기통에 처박을까 봐 걱정했다.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박시준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이 붉은 것을 보니 아직도 미열이 있는 듯했다.박수혁은 큐브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이한석은 그를 따라가서 거실에 마주 앉았다.“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박수혁은 어두운 창밖을 지그시 내다보며 그에게 물었다.“집까지 모실 줄 알았는데 왜 벌써 돌아왔어?”이한석이 움찔했다.상사가 무언가 불만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성미려 씨로 선택하신 겁니까?”“이 비서가 준 서류만 보면 가장 어울리는 상대가 그쪽 아닌가?”냉기가 뚝뚝 흐르는 싸늘한 말투였다.그는 마치 사업 얘기를 하듯이 결혼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적당히 선을 지키고 박시준을 잘 챙기는 것 같고 성격도 좋아 보였다.그게 박수혁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였다.이한석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서류 한 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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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9화 악마

“다른 테이블은 선결제가 아니던데요. 왜 우리한테만 이러시는 거예요? 우리가 돈도 안 낼까 봐 그래요?”사람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하며 소란을 피웠다.분위기가 점점 팽팽하게 굳어가고 있었다.다행히 음악소리 덕분에 그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않았다.남유주는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구역질이 올라왔다.그녀는 겉으로는 차분한 표정으로 이형욱에게 말했다.“당신 며칠째 연속 와서 돈도 안 내고 술 마셨잖아. 앞으로 공짜로 마실 거면 여기 오지 마.”그녀는 이형욱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리고 어디 가게에서 술 마시든 술값을 지불하는 건 당연해요. 이혼까지 한 마당에 무슨 정이 있다고 그래요? 전처 가게에 와서 진상 부리는 게 더 추하지 않나요?”그러자 그의 친구들도 수치심을 느꼈는지 발끈하며 달려들었다.“이 대표, 이 사람이 그 온순해서 때려도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는 전처 맞아요? 이혼하고 아주 사람이 바뀌었네!”“그러니까요! 저거 우리 무시하는 거 맞죠?”이형욱은 사람들의 말을 듣자 자존심이 상해서 들고 있던 잔을 바닥에 던지고는 험악하게 그녀를 쏘아보았다.“네가 나한테 돈 얘기할 자격 있어? 지난 번에 너 때문에 내가 사고를 당하고 의료비랑 입원비 한푼도 못 받았는데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주겠다던 위자료도 안 줬잖아. 그 술 좀 마셨다고 지금 나한테 일일이 따지는 거야?”“잘 들어. 계약서에 넌 이미 사인했고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돈을 주면 나도 이런 거지 같은 곳 오고 싶지 않아!”이미 술에 취한 이형욱은 수치심도 모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그가 곧 주먹을 날릴 거라는 걸 안 봐도 예측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그랬으니까.그의 주먹이 남유주를 향해 뻗은 순간, 그녀는 이성을 잃어버렸다.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액이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다.너무 오래 참았다. 이 결혼은 그녀의 모든 인내심을 소멸시켜 버렸다.이혼한 뒤에도 초라하게 전남편에게 맞으며 절망 속에 살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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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0화 조사

깊은 밤, 형사들은 사건기록을 통해 며칠 전 병원 앞 사고 당사자가 남유주라는 것을 알아냈다.그리고 그녀가 박수혁과 꽤 밀접한 관계라는 것도 눈치챘다.그들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연락을 받은 이한석도 무척 당황했다.“이 비서님, 이 사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솔직히 간섭하지 않는 게 좋긴 합니다만. 박 대표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이한석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사실 우리 대표님과 남유주 씨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닙니다. 몇 번 도움을 드린 적 있는데 그것뿐이죠. 일단 조사 진행해 주시고 제가 박 대표님께 의중을 여쭙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네. 진전이 있으면 저희도 바로 연락드릴게요.”이한석은 착잡한 마음으로 이 일을 박수혁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했다.그는 오늘 저녁 성근석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아마 지금쯤 레스토랑에 있을 것이다.이한석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차를 끌고 레스토랑으로 갔다.그는 사실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남유주가 지난번처럼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박수혁에게 연락해서 그의 의사를 물어볼 생각이었다.하지만 남유주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마치 아무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30분 뒤, 그는 결국 레스토랑의 맨 위층으로 올라갔다.분위기가 아주 좋은 곳인데 손님은 별로 없었다.박수혁은 성미려와 같이 밥을 먹고 있었고 성근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성근석이 딸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 것이다.박수혁은 여전이 서늘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데이트에나 적합한 장소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절대 맞은편의 여자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성미려는 애써 화제를 찾아 그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했지만 박수혁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이한석은 한숨이 나왔다. 박수혁이 성미려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보였다.하지만 그가 남유주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그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다가갔다.“두분 식사하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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