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쁜 년아, 형욱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애를 거의 산 송장을 만들었어? 여자 한 명 잘못 들여서 이 꼴이 날 줄 알았으면 애초에 널 며느리로 받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 재수없는 년, 먹여주고 입혀주고 흡혈귀 같은 너희 집 식구들 원하는 거 다 들어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한 중년 여자가 악다구니를 쓰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이형욱 어머니네요.”이한석이 말했다.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걸음을 멈추었다.그런데 조혜미보다 더 앙칼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썩 꺼지세요. 이형욱 같은 놈이 어디 가서 나 같은 여자랑 결혼하겠어요? 운 좋은 줄 모르고 난리네. 난 당신들 돈 쓴 적 없고 당신들이 나 먹여주고 입혀준 거 아니거든요? 어떻게 하나같이 입이 하수구보다 더 역겹냐! 지금 그쪽이 날 욕할 처지예요?”“남 씨 가문에서 그쪽들한테 돈 달라고 해서 그냥 줬어요? 내가 달라고 했어요? 내가 쓴 돈은 한푼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형욱 그 놈은 죽어도 싸거든요? 당장 오늘 밤에 죽어버렸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아들이 안쓰러우면 황천길까지 따라가지 그래요?”술을 마신 건지, 아니면 놀라서 이성을 잃은 건지 남유주는 거침없이 상대에게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이제 거리낄 것도 없었다.이형욱도 짜증나는데 그 엄마까지 찾아올 줄이야!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형사들도 말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주저하고 있었다.잘잘못을 따지기엔 너무 오래된 원한이고 피해자 가족이지만 굳이 편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한 형사가 박수혁을 발견하고 다급히 다가왔다.“박 대표님, 오셨습니까?”박수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변호사 곧 도착합니다. 일단은 변호사 얘기부터 들어보죠. 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그는 며칠 전에 자신을 욕하던 남유주가 떠올랐다.지금 그녀를 보러 갔다가 자신도 같이 욕을 먹을까 봐 가기가 꺼려졌다.형사들 보는 앞에서 그녀와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이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화 좀 하고 올 테니 여기서 대기하
조혜미는 큰소리로 떠들며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으려 했다.운전기사가 굳은 얼굴을 하고 다급히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조혜미는 어디서 나온 힘인지 운전기사의 멱살을 잡고 차로 밀쳤다.여자와 몸싸움을 벌이기 싫었던 운전기사는 넋을 놓고 있다가 조혜미한테 끌려갔다.“감히 나를 협박해? 당장 차에서 내려! 너도 그년이랑 같이 감방에서 썩어야 해! 절대 용서 못해!”이대로 소란을 피우다가는 정말 내일 아침뉴스에 보도될 판이었다.박수혁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운전기사는 조혜미를 혼자 상대하기 버거워 보였다.소리를 들은 이한석과 형사들이 밖으로 나왔다.“뭐 하는 겁니까!”조혜미는 형사를 보자 자신감이 차올랐다.그녀는 피해자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저 안에 있는 그년이랑 한패예요. 둘이 짜고 벌인 일이니 이 인간 당장 잡아들여요! 경찰에서 안 하면 언론에 까발리겠어요! 당신들 내 아들한테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내 아들은 지금 생사도 불분명하다고요! 저 인간들은 감방에서 벌을 받아야 해요!”형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만 보았다.한 형사가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저 사람 데리고 들어와.”그러자 형사가 다가가서 조혜미의 팔을 잡았다.조헤미는 악을 쓰며 저항했다.“이거 놔! 저 인간 잡아가라니까 나는 왜 잡아?”형사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경찰서 앞에서 소란을 벌인 건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합니다. 가시죠! 안으로 들어가서 소리 치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치세요!”조혜미는 미친 사람처럼 저항했다.“당신들 이래도 되는 거야?”“저분과 남유주 씨가 결혼 기간 내에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 있어요? 증거가 없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저쪽에서 당신을 역고소할 수도 있어요.”“나한테 그런 협박은 안 통해!”조혜미는 질질 끌려서 취조실로 들어갔다.이한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박수혁은 굉장히 화가 난 상태일 것이다.이한석
그는 갑자기 남유주를 비난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때 그는 아이를 이용해서 접근하는 게 역겹다고 말했던 것 같았다.남유주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무언가 찔리는 게 있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솔직한 사람이었기에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생각을 숨기고 가면을 쓴 사람은 성미려였다.그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려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비슷한 인생관을 가진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성미려는 너무 성급하고 지나치게 자만했다.그는 손을 뻗어 여성용 지갑을 집어들고 차갑게 말했다.“내일 퇴원 절차 처리할 거야. 앞으로는 다시 그 여자 만나지 마.”아마 지갑도 일부러 흘리고 간 것이 분명했다. 박수혁에게 자신이 아이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티를 내고 싶었을 것이다.성미려는 아이의 순수함을 교묘하게 이용했다.그 점이 더 혐오스러웠다.박시준은 전혀 아쉬워하는 내색 없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저한테 큐브를 선물한 그 이모… 지난번에 저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해도 될까요?”박수혁은 움찔하며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다음에. 그 이모 요즘 바빠.”“네.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박수혁이 무언가에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아이는 눈치챘다.오늘 자신을 보러 와준 것만으로도 기뻤다.박수혁은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차에 오른 그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오늘 퇴근 좀 늦게 해야겠어. 이거 성미려 씨한테 돌려줘. 그리고 지갑에 뭐 없어진 거 없나 잘 확인하고 없어진 게 있으면 배상해 준다고 해.”박수혁은 아들을 못 믿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그 여자들이 또 무슨 흉계를 꾸밀지 믿을 수 없었다.만일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박수혁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성미려에게 지갑을 돌려주러 갔다.박수혁의 운전기사가 찾는다는 얘기를 듣자 그녀는 다급히 그를 안으로 모시라고 시켰다.운전기사는 공손하게 지갑을 건네고 박수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성미려
딸의 기분을 이해한 성근석은 짜증을 꾹 참고 타이르듯 말했다.“그만해. 박수혁이 자기 애 퇴원시키는데 굳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있겠어? 이제 박시준한테 신경 끄고 차근차근 능력 있는 워킹우먼 이미지 좀 쌓아봐. 아빠 기대 저버리지 말고!”“걱정하지 마, 아빠!”성미려는 그제야 웃음을 지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한편, 남유주 사건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이형욱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언제 깨어날지도 알 수 없는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그의 가족들, 특히나 조혜미는 매일 경찰서를 찾아와서 난리를 피워댔다.하지만 지난번 소란으로 경찰서에서 3일이나 구금된 이후로 지난번처럼 억지를 피우지는 않았다.이어서 이형욱과 바람을 피웠던 인터넷 방송 비제이가 찾아왔다.그녀 역시 조혜미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인터넷에 사건의 경과를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게시했다.그들은 이형욱의 가정폭력 전과는 깨끗이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했다.남유주의 변호사는 거액의 보석금으로 그녀를 경찰서에서 빼내왔다.CCTV 판독 결과 이형욱이 먼저 그녀를 도발했다는 증거가 나왔다.그리고 폭력을 시도하려 했던 그의 행동에 남유주는 정당방위였다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하지만 마지막에 다시 맥주병을 휘두른 행위는 정당방위를 넘어선 행위였다.다행히 예전에 학대 받은 경험과 매일 협박 받은 증거가 있었기에 이 정도는 정당방위로 참작해 줄 수 있었다.사실 그녀는 경찰서를 나올 때까지만 해도 재판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어차피 사건 당일 날 그녀 역시 모든 걸 내던지겠다는 각오로 임했으니까.그때는 자신이 풀려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마중을 나온 이한석이 그녀를 보고 웃었다.“고생 많으셨어요, 남유주 씨.”“감사합니다, 이 비서님.”난유주는 초췌한 얼굴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나오게 되었으니 감사했다.“차로 가시죠.”이한석이 다가가서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유주는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차에 오른
남유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건 나도 몰라. 랜덤이어서 열어봐야 알아.”박시준은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다부지게 말했다.“저 꼭 열어볼 거예요.”분위기가 다시 좋아졌다.남유주와 박시준은 그 뒤로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새 가까워졌다.박시준은 매사에 조심스럽고 세심한 아이였지만 박수혁의 모습도 꽤 있었다.물론 아이는 박수혁보다 열 배는 더 사랑스러웠다.어째서인지 아이는 사람들을 약간씩 경계하는 게 보였다.아이는 민감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한지 아니면 불순한지 파악해냈다.그리고 선한 사람을 보면 기꺼이 마음을 내주었다.남유주가 웃으며 이한석에게 말했다.“이 비서님, 저는 가게에서 내릴게요. 집까지 갈 필요는 없어요.”이한석은 난감한 표정으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박수혁이 서류에서 눈을 떼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릴 운전기사로 생각해요?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밥 정도 사야 하는 건 예의 아닌가요?”밥을 사라!그 말에 남유주는 왜인지 짜증이 치밀었다.밥 한끼 정도 사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고 시준이가 보고 있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말투가 너무 기분 나빴다.“좋아요. 원래 그러려고 했어요. 아무렴요. 제 영광이죠.”박수혁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역시 겉과 속이 다른 여자였다.하지만 남유주는 박수혁을 너무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한끼 식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그들은 한 고급 레스토랑으로 직행했는데 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이한석은 일 때문에 회사로 돌아가고 박수혁과 박시준만 남았다.박시준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보이던 조심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아주 대범하게 박수혁을 따라 자리로 가서 앉았다.남유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역시 부자는 정말 남다르네요. 여긴 밥을 먹으러 온 자리가 아니라 분위기를 느끼러 온 것 같은데요?”레스토랑의 인테리어는 매우 화려했다. 입구에 놓인 장식용 청자기만 해도 값이 어마어마할 것이다.물론 남유주도 어린
남유주도 카드로 계산을 마쳤다.박수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벌써 계산했어요?”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사기로 했잖아요. 계산은 빨리빨리 해야죠.”물론 그녀가 나서서 계산하지 않아도 박수혁이 계산할 거라는 생각은 있었다.박수혁이 음침한 얼굴로 계산대 직원에게 말했다.“내가 계산한다고 조금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이분이 한사코 계산한다고 하셔서….”“이런 일로 기분 상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남유주 씨가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려고 계산했나 보죠.”옆에 있던 성미려가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더니 재빨리 남유주를 아래위로 스캔했다.창백한 얼굴에 차림새도 갖춰 입은 모습이 아니었다.성미려는 이상한 자부감이 생겼다.어차피 나랑은 게임이 안 되는 여자야.이런 고급 레스토랑을 오면서 저런 옷을 입고 오다니. 센스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계산한다고 위상이 달라지나?자존심 내세우려고 바득바득 계산한 그 모습이 한심했다.저럴 거면 그냥 오지 말지!물론 겉으로는 전혀 그런 내색을 내지 않았다.“남유주 씨, 식사하는데 저도 껴도 되죠? 오늘 예약했었는데 매니저님이 갑자기 예약이 취소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누가 취소하게 했나 와봤는데 박 대표님이셨네요. 그러면 저도 불만 없죠. 손님이랑 같이 계신 줄 알았으면 안 올걸 그랬어요.”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헀다.“별말씀을 다하시네요. 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는 거죠.”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그가 성미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들렸다.박수혁이 가는 자리에 성미려도 올 수 있다.남유주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지난번 병원에서 마주쳤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복도에서 의사와 박시준의 상태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성미려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비난했다.심한 욕은 한마디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상대의 자존심을 긁는 말이었다.최상위 가문
성미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참 싫은 사람인데 겉으로 티를 낼 수 없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박시준은 남유주를 한번 바라보고는 박수혁과 성미려에게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남유주도 여기 남아 있기 싫었기에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박수혁의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성미려는 인상을 찌푸린 채 한참 그대로 서 있었다.통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던 박수혁은 아직도 자리에 서 있는 성미려를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그럼 이만 가볼게요.”성미려는 가까스로 감정을 수습하고 웃으며 말했다.“마침 태한 그룹 근처에 볼 일이 좀 있는데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박수혁은 인상을 찡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러죠.”다른 협력사 대표였어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그들은 정문을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유주는 측문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밖으로 나와 차에 오르려던 박수혁과 성미려는 남유주의 옆에서 큐브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박시준을 발견했다.둘은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아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박수혁은 조금 불쾌감이 느껴졌다.자신을 볼 때면 고양이를 본 쥐처럼 잔뜩 쫄아 있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남유주에게는 저런 웃음을 보이다니!그는 어쩐지 아이에게 배신감이 들었다.좀 듣기 좋은 말 해줬다고 저리도 꼬리를 흔들다니!그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그들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은 둘만의 대화에 빠져 그가 다가오는지 모르고 있었다.남유주가 아이에게 물었다.“넌 왜 아빠를 그렇게 무서워해? 아니다. 이해할 수 있어. 그 사람만 보면 기분이 나빠지거든. 항상 빚쟁이처럼 인상을 구기고 있잖아. 그런데 성미려를 보고는 왜 그렇게 놀랐어?”박시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의 새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잖아요. 그래서 그분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요. 아빠랑 그분이 결혼하면 가족이 될 테니까요.”남유주가 탄식을 내뱉었다.“불쌍한 녀석.”아이가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직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남유주에게 다가왔다.“저 사람들 요즘 매일 와요. 사장님한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뭔가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올 것 같아요.”남유주는 싸늘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차라리 그 자리에서 이형욱이 죽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조혜미는 다가와서 그녀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말했다.“장사를 해? 내 아들 그렇게 만들고 장사할 생각을 했어? 꿈 깨! 내가 만족할만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나 여기서 못 나가!”도대체 재벌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시정잡배 같은 모습이었다.경찰 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어떻게든 남유주에게서 무언가 받아낼 심산이었다.남유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결과요? 정당방위로 나왔잖아요.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기소하세요!”조혜미가 발을 탕탕 구르며 악을 썼다.“너 뭐가 그렇게 잘났어? 네가 돈으로 매수한 인간들이 우리 세연이 SNS 계정까지 정지 먹였더라? 세연이를 일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여자 비제이는 배를 어루만지며 우는 소리를 해댔다.“맞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 됐으니 당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거야!”남유주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너 인터넷에서 이상한 헛소문이나 퍼뜨리니까 계정이 정지를 당하지. 지금 경찰들 조사 결과에 불복하는 거야?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너 전에 쇼핑몰에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옷을 팔아서 욕 오지게 먹었잖아? 그래서 신고 당한 것도 내 탓이야?”세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번에는 배를 끌어안고 신음했다.조혜미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아가, 화 풀어. 아기한테 안 좋아!”고개를 돌린 그녀는 남유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협박하듯 말했다.“우리 며느리랑 손자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절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남유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내가 와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당신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내가 그렇게 싫으면 계속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