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참 싫은 사람인데 겉으로 티를 낼 수 없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박시준은 남유주를 한번 바라보고는 박수혁과 성미려에게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남유주도 여기 남아 있기 싫었기에 인사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박수혁의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성미려는 인상을 찌푸린 채 한참 그대로 서 있었다.통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던 박수혁은 아직도 자리에 서 있는 성미려를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그럼 이만 가볼게요.”성미려는 가까스로 감정을 수습하고 웃으며 말했다.“마침 태한 그룹 근처에 볼 일이 좀 있는데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박수혁은 인상을 찡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러죠.”다른 협력사 대표였어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그들은 정문을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유주는 측문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밖으로 나와 차에 오르려던 박수혁과 성미려는 남유주의 옆에서 큐브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박시준을 발견했다.둘은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아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박수혁은 조금 불쾌감이 느껴졌다.자신을 볼 때면 고양이를 본 쥐처럼 잔뜩 쫄아 있었는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남유주에게는 저런 웃음을 보이다니!그는 어쩐지 아이에게 배신감이 들었다.좀 듣기 좋은 말 해줬다고 저리도 꼬리를 흔들다니!그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그들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은 둘만의 대화에 빠져 그가 다가오는지 모르고 있었다.남유주가 아이에게 물었다.“넌 왜 아빠를 그렇게 무서워해? 아니다. 이해할 수 있어. 그 사람만 보면 기분이 나빠지거든. 항상 빚쟁이처럼 인상을 구기고 있잖아. 그런데 성미려를 보고는 왜 그렇게 놀랐어?”박시준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의 새엄마가 될지도 모르는 분이잖아요. 그래서 그분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요. 아빠랑 그분이 결혼하면 가족이 될 테니까요.”남유주가 탄식을 내뱉었다.“불쌍한 녀석.”아이가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직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남유주에게 다가왔다.“저 사람들 요즘 매일 와요. 사장님한테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뭔가 합의점을 찾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올 것 같아요.”남유주는 싸늘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차라리 그 자리에서 이형욱이 죽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조혜미는 다가와서 그녀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말했다.“장사를 해? 내 아들 그렇게 만들고 장사할 생각을 했어? 꿈 깨! 내가 만족할만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나 여기서 못 나가!”도대체 재벌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시정잡배 같은 모습이었다.경찰 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어떻게든 남유주에게서 무언가 받아낼 심산이었다.남유주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결과요? 정당방위로 나왔잖아요.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기소하세요!”조혜미가 발을 탕탕 구르며 악을 썼다.“너 뭐가 그렇게 잘났어? 네가 돈으로 매수한 인간들이 우리 세연이 SNS 계정까지 정지 먹였더라? 세연이를 일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여자 비제이는 배를 어루만지며 우는 소리를 해댔다.“맞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 됐으니 당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거야!”남유주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너 인터넷에서 이상한 헛소문이나 퍼뜨리니까 계정이 정지를 당하지. 지금 경찰들 조사 결과에 불복하는 거야?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 너 전에 쇼핑몰에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옷을 팔아서 욕 오지게 먹었잖아? 그래서 신고 당한 것도 내 탓이야?”세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번에는 배를 끌어안고 신음했다.조혜미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아가, 화 풀어. 아기한테 안 좋아!”고개를 돌린 그녀는 남유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협박하듯 말했다.“우리 며느리랑 손자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절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남유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내가 와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당신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내가 그렇게 싫으면 계속
그 말을 들은 큰어머니는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남유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왜 이렇게 철이 없니? 방법을 제시해 줬는데 그것도 못 알아들어? 원래 네가 줘야 할 돈이야! 그 돈 안 주면 저쪽에서 너를 기소할 수도 있어!”협박 작전이었다.남유주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러니까 기소하라고 해요. 이제 두려울 거 없어요. 돈도 없고 변호사도 그 돈 안 줘도 된다고 했어요. 완전 불합리한 금액이거든요. 언제 준다는 날짜도 명시된 게 없으니 제가 백만 년 뒤에 준다면 어쩔 건데요?”큰어머니와 조혜미 일행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제가 그 집에서 죽도록 폭행을 당했을 때는 아무 말도 없으시더니 금전적 이익에 손해가 날 것 같으니까 지금 저한테 사과하고 돈을 주라는 거예요? 큰어머니,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염치가 없어요? 제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건 운이 좋아서였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이상한 소리하지 말아요! 저 인간들이랑 더 이상 엮이기 싫으니까요!”큰어머니는 그녀의 기세에 밀려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조혜미가 씩씩거리며 다시 다가왔다.“너 지금 우리 가문을 모욕했니?”그녀는 손을 들어 남유주의 귀뺨을 치려고 했지만 남유주는 재빨리 상대의 손목을 꽉 잡았다.평생 운동이라는 걸 해본 적 없고 먹고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 살아온 조혜미가 남유주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그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남유주를 노려보았다.하지만 남유주가 서서히 힘을 주자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남유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조혜미에게 말했다.“조혜미 씨, 당신 아들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제 몸에 손댈 생각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조혜미를 밀쳐서 소파에 쓰러뜨렸다.병원에 누워 있는 아들을 생각하니 조혜미는 등골이 오싹했다.“우리 나라는 법치 국가야. 너 애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나와 우리 며느리 그리고 손자는 의지할 가장을 잃었어. 이건 어떻게 책임질 거야?”남유주
남유주의 목소리는 굉장히 차분했다.하지만 세연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녀는 배를 끌어안고 소파에 다가가서 앉았다.이형욱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을 줄이야!하마터면 모든 게 들통날 뻔했다.그녀는 이형욱의 폭력성과 고약한 성미를 잘 알고 있었다.만약 결과지를 받아서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을 알았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세연은 두려운 표정으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차가운 톤의 형광등 불빛이 남유주의 차가운 얼굴을 비추었다.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세연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세연이 이 상황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척했던 것처럼.잠시 침묵이 흘렀다.세연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었다.남유주는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을 쥐고 있었다.이 일이 밝혀지면 조혜미도 본성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이형욱의 유산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아이 양육비를 홀로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 네가 조 여사를 좀 책임지고 다시는 여기 오지 못하게 해. 그러면 네 비밀은 지켜질 거야.”세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분은 돈 받을 때까지 계속 올 기세던걸. 이형욱 씨 회사도 당장은 현금화할 수 없으니….”남유주가 말했다.“회사를 팔 필요 없어. 네가 애만 낳으면 그 회사는 너와 그 아이의 차지가 될 테니까. 회사의 오너가 인터넷 비제이보다 체면이 서지 않겠어? 돈은….”남유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형욱 계좌에 있는 돈 인출해서 내가 준 거라고 해. 어차피 그 계좌에 원래 얼마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세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사람 이형욱이 항상 말하던 맞아도 가만히 있던 나약하고 무능력한 전처가 맞아?세연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은정과 김하늘은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김하늘은 최근에 한 편의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휴식기를 가지고 있었다.소은정이 새봄이와 준서를 데리고 나타나자 김하늘은 깜짝 놀랐다."어떻게 애들을 데려와!”김하늘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새봄이와 준서는 작은 가방을 메고 얌전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작은 눈동자는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처음 보는 신세계에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소은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세상 구경시켜주려고 데리고 왔지. 성인이 되고 나서 낯선 남자랑 처음 오게 할 수는 없잖아?"그녀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동생을 데리고 숙제하러 가. 간식거리 가져다줄게.”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새봄이과 함께 테이블로 향했다.김하늘은 냉큼 약속을 잡았던 친구들에게 연락해 약속을 취소했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불평했다."오랜만에 제대로 쉴 생각이었는데.”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 "이틀 후에 같이 스키 타러 가자.”"갑자기 스키를 탄다고?”"남편 생일이라 선물로 주려고 스키장 하나 샀거든. 거기서 휴가 보내면 좋을 것 같은데!”김하늘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물었다."동하 씨, 그 다리로는 아마 스키를 탈 수 없을 것 같은데? 생일 선물 때문에 상처받는 거 아니야?”소은정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그도 분명 좋아할 거야!"새봄이가 다가와서 소은정의 옷을 잡아당기며 칭얼거렸다."엄마, 이 숙제 너무 어려워요! 하나도 모르겠어요!"소은정은 새봄이의 손에서 숙제를 건네받았다. 불어로 가득했다. 그녀에게는 간단했지만 어린 새봄이에게 설명해주자고 하니 너무 번거로웠다.그녀는 결국 새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엄마가 대신해줄게. 하지만 다음부터는 새봄이가 직접 해야 해!"새봄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아이들의 숙제를 완성했다.준서도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얼마
세 사람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어색한 적막감이 찾아왔다. 성미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소은정이 기분 나쁜 말을 하더라도 성미려는 소은정한테 성질을 내서는 안 되었다. 소은정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김하늘은 무표정으로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성미려를 바라보았다. 성미려에 대한 경계심을 해제할 수 없었다.운이 나쁜 것인지 성미려의 카드 패는 잘 나가다가도 결국 마지막 판에는 항상 이기지 못했다.반면, 남유주의 입꼬리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한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새봄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자기의 팔을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엄마, 아빠한테서 전화 왔어요."잠시 당황하던 소은정은 새봄이의 키즈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걱정에 잠겼다.'내 핸드폰은 어쩌고 여기로 전화한 거지?'순간,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했다는 걸 깜빡한 소은정은 급히 새봄이의 키즈폰에 귀를 댔다."여보세요?""다 놀았으면 이제 돌아오는 게 어때요?"전동하의 따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함을 억누르며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전동하는 한없이 나긋했고 다정했다.어두운 밤의 짙은 안개처럼 좀처럼 그의 기분을 쉽게 간파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가 소은정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대하고 애지중지하는지 엿보였다.소은정은 아쉬운 표정으로 손에 든 카드에 눈길을 돌렸다.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더 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바로 갈 거예요. 당신 술자리는 끝났어요? 내가 데리러 갈까요?""술 안 마셨어요?"소은정이 와인바에 온 걸 전동하는 알고 있었다.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두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는데 당연히 안 마시죠!""잘했어요. 집에 오면 칭찬해 줄게요. 입구에서 기다릴게요."전동하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소은정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소은정이 전동하와 통화를 끝내자 새봄이가 냉큼 전동하와 통화를 시작했다.아이는 하루 동안 있었던 사소
소은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다음은 없길 바랐다. 지금같은 분위기가 딱 좋았다.집으로 돌아온 소은정은 서재로 들어갔고 이모님은 과일을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전동하는 러시아어를 보충해 주겠다고 자청했다. 결국 야간 공부가 다시 시작되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소은정은 할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공부 시간이 종료되었는지 이모님이 하품하며 말했다."아이들은 자러 갔고 대표님은 씻으러 가셨어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모님도 일찍 쉬세요."이모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기지개를 켜더니 천천히 침실로 향했다.전동하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다리는 꾸준히 회복되고 있었다. 처음 귀국했을 때 이유 없이 아팠던 현상은 많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팡이를 벗어나긴 했지만 빨리 걷는 건 아직 어려웠다. 하지만 전동하의 이런 상태는 소은정에게 큰 기쁨이었다.그녀는 전동하가 자격지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아무도 전동하를 특별히 신경 써주지 않았다. 전동하에게 열등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였다.새봄이와 준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 실수로 그의 다리를 밟았다. 두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입을 호 벌리고 입김을 불어 주었다.전동하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부드럽게 아이들을 타이른 뒤 보냈지만, 오히려 소은정이 아이들을 붙잡고 훈계를 했다.화장실 문에 기대선 그녀의 뒤로 문이 벌컥 열렸고 전동하가 가운 차림으로 나왔다. "화장실 쓰려고요?"전동하는 둘만 있는 게 아닌 이상 항상 갖춰 입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가운만 걸치고 나오자 소은정도 많이 당황했다. 네이비 가운이 그의 탄탄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커다란 키에 우람진 몸매는 당장에라도 가운을 벗기고 싶은 충동이 들게 만들었다.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나왔다. 당황한 소은정과 시선이 닿은 전동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혹시 나 기다린거
박수혁은 얼굴을 찌푸렸다. 귓가로 오정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직접 송호연 씨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박수혁은 말없이 얼굴을 구겼다. 그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우선 서두르지 말고 송호연이 오경 그룹에 어떻게 들어간 건지 알아봐."이한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만약 오경그룹이 정말로 박시준을 건드린 거라면, 그건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송호연을 오경 그룹에 출근하게 하는 건 세상 모두에게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송호연과 오경 그룹이 아무 사이가 아니고 단순히 우연이 생긴 일이라기엔 너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오경 그룹도 그날 초대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이한석은 곧장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오경 그룹의 인사팀 담당자에게 연락했고 회사의 임원이 송호연을 회사에 입사시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면접도 거치지 않고 입사를 한 건 둘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박수혁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망설이지 않고 바로 오경 그룹과 협력을 종료했다. 이번 협력의 실패로 타격을 입는 건 태한 그룹이 아닌 오경 그룹이었다. 자금줄이 끊긴 오경 그룹은 박수혁을 만나기 위해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박수혁은 출장을 갔다는 핑계를 댔다.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경 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상황은 나날이 나빠졌다.태한 그룹은 다른 협력도 끊어내기 시작했고 오경 그룹의 그 잘나가는 사위들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경 그룹은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희망인 막내딸을 내세워 방어막으로 쓰려 했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그들은 심지어 박수혁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도 몰랐다.콘퍼런스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관련 부문이 주최한 행사에는 많은 사업가가 참가했다. 공교롭게도 소은정도 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그녀는 화려한 이목구비와 적절한 유머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언제나 그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