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01 - 챕터 1210

2631 챕터

제1201화 학교 폭파시켜 버릴 거야

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우연준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바로 5분 전에 문자를 보낸 것 같은데 말이야...“아, 뭐 살 게 있어서 근처에 있었습니다. 문자 보고 바로 온 거고요...”소은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들어와요.”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녀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크흠, 동하 씨, 더러워진 옷 챙겨서 나가요.”고개를 끄덕인 전동하가 말없이 자리를 뜨고 그제야 우연준도,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소은정의 입술에 남은 흔적을 발견한 우연준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앞으로 전 대표님께 더 공손하게 굴어야겠는 걸...“프로젝트에 급한 문제가 생겨서 지금 바로 처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우연준과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30분 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재에서 나온 우연준이 소은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잠시 후, 대충 씻고 침대 위에 누운 소은정은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전동하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전동하... 정말... 죽여버릴까?다음 날, 소은정은 거의 점심 때가 되어서야 부스스 눈을 떴다.바로 휴대폰부터 든 소은정은 급한 업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유롭게 침대에서 일어난 소은정은 마스크팩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화보 촬영 현장에 가봐야 한다는 이유로 급한 업무를 전부 소은호에게 맡겼기 때문이었다.물론 화보 현장에 가야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소은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게 있으니 그저 조심히 다녀오라고 했을 뿐이었다.출발 당일, 소은정과 전동하가 공항에 도착한 순간, 전동하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전동하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그 모습에 소은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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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차를 잘못 탔네

하지만 소은정은 추위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모닥불이라도 쬐었으면 좋겠다...이때 우연준의 휴대폰 액정과 함께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대표님, 택시 잡혔습니다. 어서 가시죠.”그제야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승차 구역에 도착한 소은정은 바로 앞에 검은색 링컨이 멈춰있는 걸 발견했다.열린 문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보이고 소은정은 온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은 느낌에 고민도 하지 않고 차에 탑승했다.하지만 뒤에 서 있던 우연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콜택시를 불렀는데 왜 저런 외제차가...한편 허리를 숙이고 차 안에 머리를 들이민 소은정의 시야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박수혁이었다.순간 소은정의 몸이 살짝 떨리고 우연준도 부랴부랴 한 마디 덧붙였다.“대표님, 저희가 부른 차가 아닌 것 같은데요...”하지만 상황 파악이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말없이 고개를 돌린 소은정이 우연준을 힐끗 바라보았다.한편, 차 안에 있던 또 다른 인물, 박수혁의 클라이언트는 다짜고짜 차에 탄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분은...”박수혁은 여느 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박수혁의 얼굴을 확인한 소은정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박수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좌석에 앉혔다.“문 닫아.”그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어느샌가 모습을 드러낸 이한석이 잠깐 망설이다 결국 박수혁의 분부대로 문을 닫았다.차에 앉은 소은정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죄송합니다. 차에 잘못 탔네요. 문 열어...”유창한 영어로 옆에 앉은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누던 박수혁은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소은정에게 물었다.“어디로 가는데. 내가 데려다줄게.”“됐어.”낯선 타향 땅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박수혁과 엮이는 게 더 끔찍하게 싫었던 소은정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따뜻하게 히터를 켰음에도 차안의 분위기는 기이하게도 차가웠다.그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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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입 다물어

이한석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애원까지 담겨있었다.소은정과의 연락이 끊긴 동안 박수혁의 기분은 그야말로 악마상태였다. 다른 것으로 정신을 마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리는 박수혁 때문에 수행비서인 이한석도 덩달아 끝나지 않는 야근의 굴레에 갇히고 말았다.하지만 운명의 장난인 걸까? 미국 출장에서 마침 소은정 대표를 마주치다니. 소은정의 얼굴을 본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 박수혁의 모습에 이한석은 기회다 싶었다.이한석을 힐끗 바라본 소은정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싫다고 하면 이 비서님만 된통 혼나겠지. 휴... 이 비서님이 무슨 죄야.“워싱턴 빌딩으로 가주세요.”그래. 내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싶다 이거지? 실컷 하게 해주지.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한석이 운전 기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차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했다.조수석에 앉은 이한석은 10분 뒤 예정이었던 미팅을 한 시간 뒤로 미루었다.워싱턴 빌딩은 미팅 장소와 완전히 반대 방향, 왕복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하지만 대표님 입장에선 그 어떤 미팅보다도 소은정 대표님이 더 중요할 테니까...백미러로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던 이한석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박수혁이 대놓고 묻진 않았지만 이한석은 몰래 소은정의 근황을 살피고 있었다.시상식에서 손호영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던 기사와 전동하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기사...뭐 어느 것 하나도 박수혁에게 보여줄만한 건 아니라 몰래 숨겨두고 있었지만...한편 혼자 남겨진 우연준은 워싱턴 빌딩에서 만나자는 소은정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부주의 때문에 소은정이 가장 극혐하는 박수혁의 차에 타고 말았다.행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불길한 예감에 몸을 부르르 떨던 우연준은 이한석에게 문자를 보냈다.“저희 대표님 잘 부탁드려요. 쉽진 않겠지만 박수혁 대표님이 경솔하게 움직이시지 않게 말려주시고요...”“지금 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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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전 와이프

차가운 목소리로 묻긴 했지만 박수혁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아니야. 우 비서밖에 옆에 없었으니까 은정이가 착각하고 내 차에 탄 거잖아?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한편 소은정은 이한석이 건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커피가 식도와 위를 적시고 온기는 순식간에 팔다리로 퍼져나갔다.그제야 숨이 트이는 기분에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마지막으로 봤던 날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박수혁을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은 기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이니 형식적인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다른 사람들은 며칠 전에 왔어. 나랑 우 비서는 일 때문에 늦게 온 거고.”잠깐 멈칫하던 소은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데려다줘서 고마워.”그녀의 말에도 박수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릴 뿐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그의 모습에 소은정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딘가 이상하긴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나아. 예전처럼 차갑게 구는 게 더 낫다고.잘됐다. 드디어 내 인생에서 박수혁이라는 낙인을 지웠어.짧은 대화를 마지막으로 차 안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워싱턴 빌딩 앞에 차가 멈춰 서고 소은정이 말없이 내리려던 순간, 박수혁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저녁에 같이 밥 먹을래?”“출장으로 온 거라 바빠. 미안.”소은정의 깔끔한 거절에 박수혁은 스르륵 손의 힘을 풀었지만 그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지고 말았다.소은정 정도 되는 사람이 직접 차문을 열게 둘 수는 없는 노릇, 조수석에서 내린 이한석이 눈치껏 문을 열어주고 머리를 보호해 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조심하세요.”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차에서 내린 소은정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당당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고마워요. 그럼 이만.”고개를 숙인 이한석은 빌딩 안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우연준을 발견한 뒤에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여자가 내리고 클라이언트는 드디어 내내 그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질문을 내뱉었다.“박 대표님, 저분은...”입술을 꾹 다문 박수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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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마사지 서비스

자신의 실수로 소은정이 불편한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우연준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언제 도착한 거예요? 어떻게 나보다 더 빨리 왔죠?”“아, 지름길로 가라고 부탁했습니다. 팁 두둑히 얹어주고요.”우연준의 대답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빌딩의 중간 층은 오직 회원제로만 운영되는 호텔, 주로 엘리트 인사들이 출장 목적으로 묵는 곳이었다.우연준이 방문을 열자 따뜻한 기운과 은은한 향기가 물씬 밀려왔다.화려하지만 조잡하지 않은 인테리어와 거실 중간에 설치된 벽난로가 소은정의 마음에 꼭 들었다.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 소은정은 핸드백과 코트를 대충 내려놓고는 소파에 몸을 맡겼다.한편 부지런히 움직이며 그녀의 짐과 소지품을 깔끔하게 정리해 둔 우연준이 시간을 확인했다.“대표님, 화보 촬영은 내일 오전입니다. 세미씨는 두 시간 뒤에 호텔에 도착하신 답니다.”“알겠어요.”“저녁에 세미 씨와 측 직원들과 함께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우연준의 질문에 흠칫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일단 마사지사 불러줘요. 샤워하고 나서 마사지 받고 싶으니까.”이어 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세미 씨 성격에 형식적인 식사 자리는 싫어할 것 같고... 다른 걸로 준비해 줘요.”“알겠습니다.”우연준에게 손을 저은 소은정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몇 분 뒤, 밍기적거리며 일어난 소은정은 샤워를 마치고 30분 동안 반신욕을 한 뒤 다시 벽난로 앞에 있는 소파에 몸을 뉘었다.하, 이런 여유 진짜 너무 오랜만이야... 일만 없으면 더 완벽할 텐데...소은정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우연준이 대답을 하기도 전,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세미가 그를 밀어내고 소은정을 향해 달려들었다.“자기야, 오랜만이야...”세미의 품에 안긴 소은정은 코를 찌르는 듯한 향수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열정적인 포옹에서 겨우 벗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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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호감 키우기

소은정이 세미를 향해 엄지를 내세웠다.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세미는 의자에 앉은 뒤 대충 담요를 덮었다.우아한 손놀림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세미가 고개를 돌렸다.“그 남자 사진은 봤어. 네가 점 찍어둔 애야?”세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소은정은 한참 뒤에야 세미가 말하는 남자의 정체가 손호영임을 눈치챘다.“아, 아니야. 우리 회사 신제품 CF 모델인데 인지도가 너무 떨어져서 화보로 화제성 좀 끌어보려고. 우리 세미님 인기 좀 빌리자!”그녀의 말에 세미가 피식 웃었다.“그래? 마음껏 빌려가. 생긴 게 마음에 들어서 봐준다.”역시. 세미라면 내 부탁 들어줄 줄 알았어.세미의 화끈한 대답에 소은정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냈다.“내가 소유하고 있는 섬인데 별장 청소도 다 해뒀으니까 네가 가봐. 너 섬으로 휴가 가는 거 좋아하잖아. 난 어차피 회사 일 때문에 휴가도 잘 못 가. 나 대신 실컷 즐겨.”토지 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세미의 표정이 확 밝아지더니 소은정에게 손키스를 날렸다.“은정아, 역시 웬만한 남자보다 네가 훨씬 더 낫다니까!”세미의 칭찬에 어깨를 으쓱하던 소은정이 소파에 앉았다.“내일 바로 촬영인데. 저녁에 파트너랑 미리 만나볼래?”“당연하지. 미리 만나야 감정도 돈독해지지.”오케이 제스처를 한 소은정은 루프탑 레스토랑을 예약했다.잠시 후, 세미는 소은정의 설득하에 코트 한 벌을 더 걸쳤다.누가 봐도 나 연예인이오 라는 차림의 세미와 함께 했다간 소은정도 다음 날 기사 톱 라인에 오를 것 같았으니까.소은정이 루프탑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손호영은 이미 창가쪽 자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하늘하늘 내려오는 눈꽃과 어두운 조명이 어우러져 창밖을 내다보는 손호영에게 왠지 모를 우울감을 더해 주었다.우연준이 레스토랑 전체를 대여한 덕분에 레스토랑에 손님이라곤 손호영 한 명뿐.손 대면 톡 깨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아름다움에 세미도 소은정도 조용히 눈을 감상하는 손호영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잠시 후, 직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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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은정이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입을 열었다.“호영 씨, 세미랑 같이 화보 촬영을 하는 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지 알죠? 이번 기회 잘 잡도록 해요.”“네, 알겠습니다.”손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식사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물론 세미가 가끔씩 선을 넘는 사적인 질문을 하며 손호영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때마다 소은정이 사이에서 중재를 하고 화제를 돌린 덕에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소은정은 오랜만에 만난 세미와 밀린 수다라도 나눌겸 자기 방에서 함께 잘 것을 권했지만 세미는 단호한 얼굴로 거절했다.“징그럽게 왜 여자랑 한 방을 써. 네 성적 취향은 잘 모르겠지만 난 남자만 좋아해. 괜히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려고.”“남녀가 같이 자면 더 이상하지 않아?”외국인들은 다 그런가 싶어 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지만 세미의 고집에 결국 새로 방을 잡아주었다.잠시 후, 소은정이 호텔 방으로 돌아오고 소파에 앉자마자 전동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마이크는 괜찮아요? 사고 친 거예요?”“사고 안 쳤으면 내가 직접 갈 필요도 없었겠죠?”전동하가 헛웃음을 지었다.“애들은 원래 사고 치면서 크는 거랬어요.”벽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은 소은정이었다.“하, 두 번 사고치면 아주 큰일나겠어요. 8살도 안 된 애가 폭발사고를 일으켰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폭발사고요?”그녀에게만큼은 항상 부드럽던 전동하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분노가 담겨있었다.“뭐 건물의 강도를 테스트해 보는 실험이었다라나? 화학약품으로 폭발물을 만들어냈는데 그 덕분에 방 두개가 아주 박살났어요.”충격에 잠긴 소은정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다... 다친 사람은 없죠?”“하, 그 와중에 사람들은 다 밖으로 대피시켰더라고요. 자기가 실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했다나 뭐라나...”그 광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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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마중

말을 하면 할 수록 어이가 없는지 전동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게다가 내일 바로 등교하겠대요. 상처는커녕 이번 사건으로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면서 되게 좋아하던데요?”하, 이게 요즘 애들의 패기인가?소은정도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마이크가 씩씩하다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기특하네... 위험할 줄 알고 사람들은 미리 대피시키고.“음,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이크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인지하고 있을 거예요. 너무 많이 혼내지 말아요. 어렸을 때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른이 되면 그렇게 살고 싶어도 못 하니까.”그 뒤로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아, 오늘 우연히 협력사 대표를 만났는데 박수혁 대표도 미국에 갔다면서요? 설마... 만날 일은 없겠죠?”전동하가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비록 소은정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기울여진 듯했지만 박수혁 성격에 소은정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불안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전동하의 날카로운 질문에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아... 그게 이미 만났어요.”그리고 공항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소은정의 말이 끝났음에도 전동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내가 같이 갔어야 하는데... 이게 다 마이크 그 자식 때문이야!“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녁에는 세미랑 손호영 씨랑 같이 식사했고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동하 씨 전화를 받았고요.”소은정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전동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그냥 그렇게 보냈다고? 박수혁답지 않은데.“내가 워낙 차갑게 나오니까 알아서 포기한 거겠죠. 아, 그게...”미간을 찌푸리던 소은정이 세미와 손호영 사이의 묘한 기류에 대해 얘기하려던 그때.누군가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우연준이 뭔가 주려고 온 건가 싶어 휴대폰을 든 채로 방문을 연 소은정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당신이 왜 여기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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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꺼지라며

전기섭이 좋은 의도로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건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전기섭은 전인그룹의 대외적인 상속자, 비록 그 진짜 정체는 막장 그 자체였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전씨 일가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란 늦둥이 아들이었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원하는 걸 손에 넣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터, 그런 그가 한국에서 여자에게 차인 것도 모자라 그가 가장 경멸하는 사생아 조카와 사귄다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갈만도 했다.게다가 전동하는 전기섭을 감금하고 때리기까지 했으니 전동하에 대한 전기섭의 증오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미국으로 돌아온 뒤로 전기섭은 평소 인연을 맺고 지냈던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 전동하의 미국 자산을 빼앗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돈도 전부 빼앗고 주가 조작으로 감옥에까지 처넣으려 했지만 언제부터 눈치를 챈 건지 오히려 전동하에게 반격을 당하고 말았다.복수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자신과 친구들이 쏟아부은 투자금도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어 사라졌다. 전인그룹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손해는 아니었지만 전기섭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과 불신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다.게다가 이번 작전에 참여했던 친구들 중 두 사람은 아예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얼마 남지 않은 인맥이라도 건지기 위해 전기섭은 사비로 그 구멍을 메꿔줄 수밖에 없었다.평생 돈 걱정이라곤 해보지 않은 전기섭이 처음으로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던 시간이었다.겨우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칼을 갈고 있던 전기섭에게 소은정이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의 어두운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소은정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경멸이 다시 전기섭의 자존심을 갉아먹기 시작했다.알코올의 기운이 전기섭의 마지막 이성을 끊어버리고 전기섭은 거칠게 호텔문을 열기 시작했다.“아니면 나랑 단둘이 마시고 싶은 거예요? 그냥 방에서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소은정... 오늘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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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두 가지 선택

말을 마친 전기섭이 다시 거세게 문을 차며 호텔방으로 들어왔다.드디어 방에 진입한 전기섭은 주인이라도 된양 방의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한편,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던 전동하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전기섭, 은정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그제야 휴대폰을 든 소은정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 경찰에 신고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전인그룹은 정계와의 유착관계도 긴밀한 그룹이다.괜히 경찰에 신고를 했다간 상황이 오히려 더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말을 마친 소은정은 전화를 끊고 말없이 호텔 방문을 닫은 뒤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는 눈빛으로 전기섭을 바라보았다.어느새 셔츠 단추를 푼 전기섭은 나름 자부심으로 느끼는 근육 라인을 살짝 드러냈지만 소은정은 이 모든 게 역겹게 느껴질 따름이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술장 앞으로 걸어가며 짐짓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전 대표님이 지금 여기 계신 걸 또 누가 알고 있죠?”한편, 전기섭은 그제야 소은정이 꼬리를 내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여기로 오기 전 수행비서 한 명을 제외하고 경호원은 한 명도 대동하지 않았다는 정보는 이미 입수한 상황.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앙칼진 여자도 재밌지만 난 고분고분한 계집이 더 좋단 말이지...싱긋 미소를 지은 전기섭은 소은정의 옷자락 너머를 꿰뚫어 볼 수 있기라도 하 듯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탐욕 가득한 시선으로 훑어보았다.“아무도 몰라요. 친구들이랑 한 잔 하다 생각난 김에 온 거라. 사실 친구들한테 은정 씨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뭐, 내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그의 대답에 피식 웃던 소은정이 전기섭에게 술잔을 건넨 뒤 넘칠 듯 양주를 따라주었다.찰랑거리는 술잔을 바라보던 전기섭이 미간을 찌푸렸다.“못 마시겠으면 말고요.”소은정의 자극에 전기섭은 술잔에 가득 담긴 술을 단번에 원샷했다. 술기운에 눈동자와 얼굴이 순식간에 더 벌겋게 달아올랐다.소은정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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