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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보름 후, 악취를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경찰이 찾아왔고 멍한 얼굴로 시신 옆에 주저앉은 구호준을 발견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서 그는 체포되었고, 회사 건물 밖으로 끌려 나가는 와중에 몸부림치며 반항했다.

“가영과 나를 갈라놓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경찰차에 억지로 올라탄 이후에도 고함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사실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단지 여태껏 그를 사랑했던 증거를 조금씩 보여줬을 뿐이다.

이는 영혼이 되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임테기를 확인했다.

제정신이 아닌 구호준을 보며 이세라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결국 그를 버리기로 마음먹고 회사 내부 정보를 팔아넘겨 경쟁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비록 화가 났지만 구호준은 자존심 때문에 차마 굴복할 수 없었다.

내가 지치지도 않고 괴롭힌 탓에 그는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욕실에 두었던 임테기가 양치 컵에 떨어지자 끝내 참지 못하고 나를 가둔 방으로 달려가 고래고래 외치면서 시체를 끌어안고 물었다.

“가영아, 이제 그만 화 풀고 얼른 돌아오면 안 돼?”

나는 마침내 정신을 차렸고, 더는 스스로 속이지 않았다.

구호준이 갑자기 사랑에 눈을 뜬 건 아니고, 단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기댈 수 있는 익숙한 안식처를 찾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무력감과 광기를 느꼈을 뿐이다.

무려 10년 동안 이어온 인연인데 그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또한 안정감을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도구처럼 필요할 때만 쓰이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고작 화풀이하려고 내 목숨을 앗아간 이상 영혼의 마지막 힘까지 다해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설령 연기가 되어 사라지거나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언정!

법정에 출석할 때까지도 그는 임테기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지금의 몰골이 괜스레 낯설게 느껴졌지만 내 마음속 응어리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판결이 끝나자 문득 입을 열었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손가영의 배 속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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