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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끝은 무엇일까?
후회의 끝은 무엇일까?
작가: 뒤집기

제1화

“질투심에 눈이 먼 여자가 요즘은 조용하네? 갑자기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대? 아니면 드디어 철이 들었나? 역시 벌을 줘야 정신을 차리는군.”

이때, 옆에 있던 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가영 씨가 아직 갇혀 있는 것 같은데...”

구호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원상태로 돌아왔다.

“며칠 더 반성하게 놔둬.”

비서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표님, 가영 씨를 감금한 방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던데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구호준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고약하다고? 당연한 거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잖아. 최소한의 에너지를 축적하려고 똥오줌도 기꺼이 섭취할 사람인데 냄새가 안 나면 이상하지.”

비서가 한마디 보태려고 했으나 구호준이 말을 끊었다.

눈살을 찌푸린 모습은 혐오감이 역력했다.

“알았으니까 그만 얘기해! 내일이면 풀어줄게. 그동안 충분히 반성했으니 성질도 많이 죽었을 거야. 나중에 세라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면 이번 사건은 없었던 일로 쳐줄 테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세라가 맨발로 걸어 들어왔다.

구호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세라야, 아직도 악몽 꿔? 걱정하지 마. 손가영에게 아주 혹독한 벌을 내렸으니 네가 당한 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고통스러울 거야.”

그리고 이세라를 안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역시 내 생각을 해주는 건 호준 오빠밖에 없다니까.”

이세라는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가영 언니도 잘못을 뉘우쳤을 거예요. 저도 단지 언니가 사과하길 바랄 뿐, 벌까지 받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설마 제 탓하는 건 아니겠죠?”

다정한 남녀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지만 인기척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고통에 절망스러운 순간 비좁고 끔찍한 캐리어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밖에서 바라본 캐리어의 표면은 이미 피에 흠뻑 젖었다.

게다가 캐리어가 들어 있는 옷장은 커다란 자물쇠로 잠갔고, 마치 안에 가둬둔 사람을 영원히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싶었다.

비록 영혼으로 변했지만 소름 끼치는 장면을 보자 겁에 질려 눈을 감아버렸다.

한편, 구호준은 이세라를 나지막이 위로하고 있었다.

“또 악몽 꿨어? 괜찮아. 네 곁에 항상 있어줄게.”

그리고 이세라의 얼굴을 살포시 쓸어내렸다.

“세라야, 많이 힘들지? 그거 알아? 손가영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똥오줌도 마다하지 않고 먹었어. 본인의 목숨을 그렇게 아끼면서 감히 너한테 해코지하다니, 아주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이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구호준의 말처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건 사실이었다.

캐리어는 워낙 작았고, 나를 쑤셔 넣으려고 그는 손가락까지 부러뜨렸다.

결국 극심한 고통을 견디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나를 캐리어에 쑤셔 넣을 때 이미 임신했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었다.

뒤틀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있은 탓에 배가 짓눌려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고, 나는 점점 이성을 잃어갔지만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강렬한 생존 욕구를 느꼈다.

나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발버둥 쳤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톱으로 지퍼를 열었다.

하지만 정작 무자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렇게 무서워? 세라는 그때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고통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보고 이번 기회에 교훈을 얻어.”

결국 기진맥진한 채 억울한 누명을 인정하고 한 번만 봐 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러나 아랫배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온몸에 맥이 탁 풀렸다.

비몽사몽 한 가운데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시끄럽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반성하고 조용해질 때까지 옷장에 가둬 놔.”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빌면서 커다란 자물쇠가 잠기는 걸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내 마지막 한 줄기 빛까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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