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화

어두운 불빛 아래 방 한가운데 검붉은 핏자국이 배어 나온 캐리어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기괴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음기가 제일 강한 귀신으로서 두려울 게 뭐 있겠는가?

물론 워낙 겁이 많은 성격이라 처참하게 죽은 자기 모습을 목격하니 설령 내 시체일지언정 무섭기 마련이다.

구호준은 가운데로 걸어가 캐리어 앞에 멈추어 섰다.

나는 그의 곁을 맴돌면서 덜덜 떠는 두 다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왠지 모르게 겁을 주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 목덜미에 숨을 불어넣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고, 마침 캐리어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시체를 깔고 앉는 바람에 더욱더 보기 흉하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바짝 긴장한 얼굴로 허공을 두리번거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놀란 가슴을 달랬다.

“만약 나한테 장난친 게 발각된다면 네 살갗을 싹 다 벗겨버릴 거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체가 벌써 부패하기 시작했는데 피부를 벗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이지 않겠는가?

물론 구호준은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꿈에도 몰랐다. 이내 캐리어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두 눈이 빨개져서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아마도 시체에서 나는 악취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사실 난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줄은 몰랐다.

“손가영, 네가 이렇게 쉽게 죽을 리 없잖아.”

단호한 말투는 마치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기 위한 듯싶었지만, 캐리어를 열까 말까 망설이는 손은 저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나는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강철 체력을 가지거나 초능력자도 아닌 단지 평범한 임산부가 그런 봉변을 당하고도 살아있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캐리어 뚜껑을 열어젖혔다.

나도 끔찍한 모습을 비로소 직시하게 되었다.

맙소사! 썩어 문드러진 얼굴은 그가 깔고 앉는 바람에 움푹 패어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죽어서도 나에게 모욕감을 주다니!

구호준은 넋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