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결합해!”“당신 꿈도 꾸지 마!”강이한이 재결합 얘기를 꺼낸 순간, 이유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강이한이... 재결합을 제안하다니!? 이 남자도 참 웃기네. 허허.’강이한은 이유영을 바라보았다.“그래. 그럼, 서재그룹이 파산하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너...!”이유영은 열이 받았다!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이유영은 강이한이 뼛속까지 무지막지하게 얘기가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왜? 싫어?”“당신도 알잖아. 우리 사이는 진작에 불가능해!”이유영이 이혼을 제기한 순간부터 두 사람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강이한은 지금 서주의 젊은 주인일 뿐만 아니라 신씨 가문의 약혼녀까지 두었다.근데 지금 여기서 이유영에게 재결합을 제안하다니!?이유영은 이 상황이 그저 웃기기만 했다.“유영아, 우린... 하나잖아.”강이한의 말투는 그윽했다.“...”‘하나라고!?’사람들은 부부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하지만 이 두 사람의 하나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다른 조건으로 바꿔봐!”화를 낸 뒤 이유영의 분노는 오히려 가라앉았다.강이한은 이유영의 굳건한 태도를 보며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난 다른 조건은 없어!”맞는 말이었다.강이한은 생을 건너서 온 것이었다. 바라는 건... 오직 이유영 하나뿐이었지 다른 바라는 건 없었다.이유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냉랭하게 강이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할 말이 없어!”이 말만 남기고 그녀는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하지만 두 발짝 걸어 나갔을 때 뒤에서 강이한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유영, 내가 만약 작정하고 정말 서재욱을 건드린다면 당신이 로열 글로벌을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지켜낼 수 없을 거야.”“...”이유영은 이 말에 마음이 썰렁해졌다.제 자리에 선 채 저도 모르게 멈칫거렸다.강이한이 한 말은 사실인 게 분명했다!강이한이 서주에서의 신분을 이유영도
강이한은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다!한참 동안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정이 왔을 때 이유영은 이미 떠났다. 이정은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강이한을 보며 말했다.“도련님.”강이한은 조금 정신을 되찾았지만, 온몸은 여전히 오한이 났다!입을 여는 순간 그의 말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무거움과 고통이 담겨있었다.“네가 말해봐. 난 지금 이유영을 강요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더 있어?”‘그래. 무슨 방법이 더 있을까?’이유영은 전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웃음을 지을 수 있었지만 유독 강이한에게는 쌀쌀하게 대했다. 심지어 그녀와 같은 방을 쓰는 것은 지나친 욕망이 되었다.강이한은 그녀를 강요하는 것 외에 그녀를 자기 곁에 남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강이한은 평생 이토록 무기력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유영에 대해...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다치게 했다! 근데도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그녀를 곁에 남게 하는 것을 바라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녀를 해치는 방식으로 곁에 남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유영은 머리가 띵해 나는 것만 같았다!강이한과 서재욱, 원래 서로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지금은... 서로 물어뜯고 있었다.그 흉악한 정도는 멀리 떨어져 있는 청하시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지금 파리에 덩달아 파동을 일으키는 지경이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을 보며 물었다.“강이한이 왜 갑자기 아무 상관 없는 서재그룹을 적대시하는 거야?”정국진도 이미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동안 기분이 제일 좋은 건 정국진과 임소미 두 사람이었다. 집에 경사가 났으니, 이유영도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소은지의 일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강이한이 이런 짓까지 벌이니 이유영은 정말 미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그게, 이것도 다 저 때문이에요!”이유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정국진을 바라보았다.정국진은 일이 이유영 때문에 생겼다는 소리를 듣더니 순간 표정이
아이의 정체를 강이한에게 알려주자니 이유영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재결합하는 건 더욱 싫었다!하지만 현재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얼른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쨌든 서재욱은 무고하니까...“제가 생각해 보고 알아서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내뱉었다.정국진의 눈 밑은 살짝 어두워졌다.따라서 이유영의 눈 밑도 몇 점 더 그윽해졌다.“유영아.”“네?”“너랑 강이한 사이의 감정 문제는 그 누구도 너희들을 도울 수 없어!”감정 문제는 결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이 점에 대해 이유영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 외삼촌과 외숙모는 친정 부모라고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 문제에서, 이유영 자신 빼고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었다.이유영은 정말 속으로 짜증 나 죽을 것만 같았다.아이를 파리로 데려오는 것은 그녀가 예전부터 꿈꿔온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파리로 데려오기만 하면 아이를 곁을 잘 지켜줄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일이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다.귀찮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기에 그녀는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아이의 곁을 지켜줄 시간이 나지 않았다!이 모든 것은 다 강이한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저도 알고 있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애써 가슴속의 짜증을 꾹꾹 눌렀다.외출할 때, 이유영은 아이를 안고 있는 임소미의 안색이 훨씬 좋아진 것을 보았다...진실을 알고 난 후 2년 동안, 외삼촌과 외숙모 두 사람은 정말 고달픈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지금 일이 다 잘 풀렸다.이유영이 집에 있고, 여진우도 되찾았으며 외손녀도 곁에 있으니, 임소미에게 있어서 지금이 최고의 삶이 아닐 수 없었다.“엄마, 엄마!”꼬맹이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안아달라고 했다.아이를 본 순간,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더욱 만감이 교차했다.“엄마.”“어디 나가려고?”“네.”“요즘 회사에도 안 나가는 것 같더니, 도
분명한 건, 여진우가 있으면 이유영을 보호해 줄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것이었다.이것은 이유영의 키와도 관련이 있었다. 전에 임소미와 정국진은 아담한 이유영을 보면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아무리 그녀가 독립적으로 로열 글로벌을 관리할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시시때때로 겁을 먹곤 하였다.지금 여진우의 복귀는 마치 그들에게 안정제를 놓아준 것처럼, 그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여진우가 이유영을 잘 보호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아직 제대로 걷진 못하네요.”바닥에 내려놓은 월이가 뒤뚱뒤뚱하는 것을 보니 이유영은 그저 자기 딸이 너무 귀엽게만 느껴졌다.임소미가 말했다.“아직 잠이 다 안 깨서 그래.”“오. 그래요.”임소미의 대답을 듣자, 아이를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빛은 더욱 부드러워졌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어쨌든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이유영은 아이의 곁을 많이 지켜주지 못했다.“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금방이면 돌아와요.”“일찍이 돌아와. 지금 월이가 얼마나 너를 찾는데. 널 못 보면 또 안 자겠다고 난리 일 걸.”“네. 알겠어요.”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서 나갔다.도원산에서, 이온유는 놀이동산의 한쪽에서 놀고 있었고 강이한은 옆의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손에 든 서류들을 보고 있었다.이유영은 바람처럼 가뿐한 아이를 딱 한 눈 보고는 눈길을 돌렸다.“오늘 학교에 안 가?”이유영의 말투는 별로 좋지 않았다.집사는 이에 깜짝 놀랐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멀지 않은 곳에서 재미나게 노는 이온유를 바라보며 눈 밑에는 일말의 연민이 스쳐 지나갔다.“사모님, 오늘 주말입니다.”비록 집사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속에는 분노가 조금 담겨있었다.이유영도 그걸 알아들었다.전에 반산월에 있을 때도 비록 우지와 우현은 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온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도원산의 사람들은 이온유를 더 좋아할 게 뻔했다.그래서 이유영의 싸늘한 말
이유영을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빛에는 분노가 새어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이유영!”“내 말이 진짜야. 난 저 애랑 같이는 못 지내.”“너...”강이한은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아무리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아이의 앞에서 대놓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분노는 이미 강이한의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올랐으며 이성을 태워버리기 전이었다. 그는 이온유를 보며 말했다.“온유야, 먼저 가서 집사 할아버지랑 같이 놀아.”꼬맹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뒤돌아 서기전, 이온유는 아주 억울한 눈으로 이유영을 한눈 보고는 부리나케 도망쳐버렸다.이온유의 뒷모습은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아이가 집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강이한은 다시 눈길을 이유영에게 돌렸다. 그의 눈 밑에는 넘쳐날 것만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유영아. 너 온유한테 그렇게 대하면 안 돼...”비록 이미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이유영에게 말할 때 강이한의 말투는 여전히 참고 있었다.“왜 안 되는데?”“너와 지음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은 온유와 상관이 없어. 게다가 지음은...”여기까지 말한 뒤 강이한은 잠시 멈칫했으며 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마음 아픔이 역력했다.이유영은 말없이 강이한을 바라보면서 그가 뒤의 얘기를 마저 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강이한은 이미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모든 것은 이온유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생의 이유영은 진실을 알 리가 없었다.지난번 생에서 마지막에 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한지음이 어떻게 죽었는지 이유영은 다 알 길이 없었다!이번 생에는 모든 것들이 변했다!모든 궤적이 변했기에 이번 생에 한지음은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떴으며 유일하게 남긴 건 이온유 이 아이 하나뿐이었다.강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 온유는 고작 아야.”“내 말이 사실이야!”이유영은 정말로 이온유와 같이 지낼 수 없었다. 동시에 이것은 강이한에
이유영은 자기가 무슨 정신으로 백산 별장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임소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정국진이든 아니면 여진우든, 밖에 어떤 난리가 나도 두 사람은 아주 암묵적으로 임소미에게 얘기하지 않았다.“엄마.”“왔어?”이유영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보고 임소미도 안심이 되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네!”사실 이유영은 마음속은 이미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임소미가 아무것도 모르는 모습을 보니, 그녀도 마음속의 번뇌들을 열심히 거두었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주방으로 가서 내가 월이를 위해 끓인 음식이 잘 되었는지 봐줘.”“아, 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월이는 이미 이유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이 방면에 있어서 임소미는 정말 지극히 세심하게 월이를 돌보았다.이유영은 주방으로 가서 도우미에게 당부하고는 서재로 갔다.서재에는 여진우가 있었다.“아빠 어디 나갔어?”“응.”“사태가 많이 심각해?”이유영은 앞으로 다가가 여진우에게 물었다.전화로 강이한이 여진우의 회사까지 손을 댔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정말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강이한은 일단 미치기만 하면 폭풍우처럼 휘몰아쳤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변했다.“네가 신경 써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서재욱 씨 쪽이야. 그분 이미 파리로 오고 있대.”서재욱이 파리로 온다는 말을 들으니, 이유영은 골치가 더욱 아팠다.여진우는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알기론 서재욱은 아직도 자기가 왜 강이한의 표적이 되었는지 모르는 것 같던데!”“그럼 너는?”“강이한은 아마 내 정체를 모는 것 같아.”“...”‘이런 미친놈!’이유영은 지금 무슨 말로 강이한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강이한은 이유영을 핍박하는 것이 분명했다.지금의 이유영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네가 내 얘기를 명심했기를 바라.”여진우는 이유영을 보며 그윽하게 말했다.“나도 좋은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근데 그 사람이 좋은
“너도 밥 먹어. 내가 할게.”임소미는 이유영에게 양보해 줄리 없었다.“...”정국진이 말했다.“네 엄마는 지금 네가 자기랑 일 뺏는 거 싫어해!”‘그래요!’이유영은 임소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임소미가 이렇게 나올수록 정국진은 마음이 더 켕겼다. 정유라가 있고 난 후, 두 사람은 원래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었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자기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을 생각하자 정국진의 눈 밑에는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요 며칠 사이에 그는 이미 그 사람들을 산산조각 나게 짓부쉈다.이유영도 소식들을 전해 듣긴 했다. 양씨 가문의 무덤들이 다 뒤집어엎어졌고 아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미친 짓이라고...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유영은 월이를 안고 산책했다. 꼬맹이는 그녀의 품에서 꾸물꾸물하면서 엄마를 부르더니 작은 손가락으로 어여쁜 꽃을 가리켰다.“꺾으면 안 돼. 꺾으면 금방 시들어져서 안 예뻐.”꼬맹이는 이유영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꽃, 꽃.”한 글자인 단어를 아주 정확하게 내뱉었다.이유영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아이에 대한 총애를 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꽃을 꺾어서 월이에게 주었다.꼬맹이는 꽃을 손에 쥔 순간, 그것을 문질러 망가트렸다.“...”‘아이고 월이야, 뭐라고 말하면 좋지?’저녁에 이유영은 직접 월이에게 샤워를 해주었다. 월이가 있고 난 뒤, 이유영은 육아 방면에 관한 책과 관련 영상을 적지 않게 찾아보았다.하지만 매번 영상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볼 때마다, 이유영은 마음이 짠했다.많은 육아 영상에서 말하기를, 아이가 2살이 되기 전까지 엄마가 아이의 곁을 지키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였다.그럼, 아이에게 안전감을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게다가 엄마와 아빠가 각각 아이에게 가져다주는 영향이 다르다고 하였다. 장시간 동안 엄마와 같이 자란 아이는 엄마가 얼마나 많을 사랑을 퍼준다고 해도 어딘가에서 모자라는 부분이
이유영은 자기 몸에 올라와 있는 월이를 보며, 정말 강이한을 야외에 버려 늑대들의 먹이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유영아, 너 온유에게 그렇게 대해면 안 된다니까!”전화 안의 강이한의 말투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모든 인내심은 순간 얼어붙었다.마치 지금 이유영이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 무슨 무서운 일이 발생할 것만 같았다.“말했잖아. 난...!”“엄마. 아.”월이는 웅얼거리면서 작은 손으로 이유영의 핸드폰을 뺏어간 후 마구 누르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이유영은 전화를 끊어버린 꼬맹이를 보며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아이고 내 딸, 참 장하다!”이유영은 월이를 안고 뽀뽀를 하였다. 그녀는 꼬맹이가 언제 핸드폰을 뺏는 것을 배웠는지 몰랐다. 어쩐지 그동안 임소미가 퀘벡에 있으면서 핸드폰을 별로 안 들여다봤다 했다니, 다 월이가 핸드폰을 뺏어서 놀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이의 눈 각막은 유난히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전자제품을 많이 보면 안 되었다....전화 반대편의 강이한은 이미 화가 치솟아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그의 눈 밑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으며 독기가 가득 찼다.“이유영!”강이한은이를 꽉 깨물며 이 세글자를 내뱉었다.‘서재욱의 딸이랑 같이 있으라고 도원산에 올 시간이 없다는 거지? 좋아! 참 좋아.’강이한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으며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도련님.”...이날 밤, 이유영은 월이를 안고 아주 푹 잤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월이의 양 갈래머리는 이미 하룻밤의 모험을 거쳐 흐트러졌다.까치집 같게 생긴 꼬맹이의 머리를 보며 이유영은 아주 좋아 죽을 것만 같았다.“엄마.”월이는 몸을 뒤집어 일어나 앉고는 몽롱하게 이유영을 쳐다보았다. 이유영은 웃으며 꼬맹이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 여기에 있어.”“우유.”“아, 그래. 알겠어.”이유영은 바로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꼬맹이에게 우유를 타왔다.월이는 우유를 받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내가 당신의 약혼녀라고 해서 무조건 약혼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박연준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이유영은 정말 강인한 여자였다.박연준은 그녀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결국 박연준은 이유영을 품에 꽉 안았다.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유영아, 넌 정말 마녀 같아.”그래, 이건 마녀다.이유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박연준은 어쩔 수가 없었다.사실 10년이나 지나오면서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철저히 실망했다. 그리고 강이한은 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느꼈다.하지만 왜 박연준도 비슷한 느낌일까.“장혜주한테 더 조사하지 말라고 해.”박연준은 이유영을 더욱 세게 안고 얘기했다.“너랑 강이한 다 나보고 조사하지 말라고 하니까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무슨 일인지.”“그런 말 못 들어봤어?”“뭐.”“호기심이 죄라고.”가끔은 모르는 게 상책이다,그래서 박연준은 굳이 알 필요가 없으면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미 몇 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호기심을 갖지 않았을 때도 죄는 없었지만 죽을 뻔했지.”‘사실은 죽은 거지만.’저번 생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었다. 자기 옆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말이다.“유영아!”“두 사람이 이렇게 나올수록 난 더 알아야겠어. 두 사람이 이렇게 뜻이 맞는 일이 뭣 때문인지.”“...”“아니면, 내가 두 사람의 한계를 건드린 거야?”한계.강이한과 박연준의 동일한 한계가 도대체 무엇인지.만약 그렇다면 정말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한계가 아니야.”그의 말투는 매우 진중했다.이 순간, 이유영은 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박연준의 말투에서 아픔을 느낀 것만 같았다.‘아픔? 왜 아픈 거지? 도대체 뭐가?’“네가 내 한계야.”박연준의 말투는 더욱 의미심장해졌다.“...”그 순간 이유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윽고 표정도 차가워졌다.‘말은 잘
‘못 한다고?’못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거다. 한지음은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이온유는 강이한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을 어떻게 쉽게 내어주겠는가이유영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유영아, 꼭 그래야겠어?”이온유의 일을 말하는 것이다.이온유가 그의 곁에 있을 때부터, 이유영은 더욱 끈질겨졌다. 이온유는 그저 아이일 뿐인데 말이다.이유영은 이온유에 대한 증오가 아주 깊었다. 하지만 이온유가 이유영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아는 강이한은 순간 가슴이 저렸다.이유영은 강이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그녀와 이온유의 사이가 어떤지는 이미 강이한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지금도 대답을 못 하는 것이겠지....점심.박연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식탁 앞에 앉은 이유영은 고용인이 가져온, 백산 별장에서 자주 마시던 국을 마셨다. 식탁 위에는 이유영을 위한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이건 뭐지? 아삭아삭한 게 맛있네.”이유영은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자세히 보니 점심의 음식들은 이유영이 처음 먹는 음식 같았다. 다만 맛을 내려고 신중을 가한 것이 보였다.“연꽃 뿌리입니다. 입에 맞는가요?”“음, 맛이 괜찮네. 이렇게 먹을 수도 있는 거구나.”이유영이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제야 연근처럼 구멍이 보이는 듯했다.“주인님께서 보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요.”고용인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유영이 마음에 들어 하자 그들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이유영은 밖에서 내리는 비를 보면서 얘기했다.“이런 날씨에 이런 것이 자라다니, 의외네.”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연꽃은 날이 좋은 곳에서만 자란다. 게다가 더운 곳에서 잘 자란다.연근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지만 연근은 날이 좋은 곳에서만 자라는데...“이건 모두 청하에서 가져온 겁니다.”“...”‘청하?’그 애기를 들은 이유영은 놀라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박연준은 돌아와서 이유영이 점심을 잘 먹었다는 말을 듣자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오
이때 강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또 다른 할 말 있어? 없으면 갈게. 난 바빠서.”말을 마친 이유영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다.발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손목에서 힘이 느껴졌다.이유영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여진우의 사람더러 멈추라고 해.”결국 강이한은 말을 내뱉고 말았다.이유영이 이런 태도로 서주에 나타나 강이한과 박연준에게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더욱 많은 일들이 있었다.예를 들면 박연준이 이유영을 이용한 일이라거나,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접근하지 못한 원인이라거나...하지만 이런 상황이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이유영은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러니 강이한이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캠퍼스의 무궁화나무 아래서 강이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모르겠으나...하지만 이 뒤의 일은 그 무궁화와 관련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그럼 네가 직접 알려줄래?”이유영이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그 미소는 부드러워 보였지만 강이한에게는 두려움을 안겨다 주었다.그녀의 눈빛은 이토록 집요했다.게다가 여진우의 사람이니 이 일을 무조건 조사해 낼 것이다.그해의 일에 대해서... 그분은 그 일이 좋지 않다고 느껴 신분과 존재를 모두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물론 서주에서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 사람은 없지만 일어났던 일은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이유영은 강이한이 손목을 더욱 세게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 뒤에 아무 사건도 없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유영아!”이유영이 손목을 빼낸 순간, 강이한이 이유영을 또다시 불러세웠다.“말하지 않을 거면 시간 낭비하지 마.”“서주에 남을 거면 내 곁으로 와.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네가 지금 하는 일, 너한테 위험해.”강이한이 또박또박 얘기했다.“걱정해 줘서 고마워.”“나한테 복수하려고?”이유영이 발을 내디딘 순간, 강이한이 다시 물었다.“...”“내 곁으로 오면 네가 뭘 하든지 말리
자동차 안.이유영은 결국 나와서 강이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손톱을 갈고 있었다.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강이한의 곁에 있으면서, 이유영은 항상 여유로웠으니까.“그 소식은 엔데스 현우가 알려준 거야?”결국 강이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 말투에서 강이한이 많이 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소식? 무슨 소식?’아마도 서류의 일일 것이다. 전에 전기봉을 엔데스 명우에게 팔아넘겼는데, 지금은...? 이유영이 박연준에게나 강이한에게나 다 잔인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쳐다보았다.“그래.”이유영은 빠르게 대답했다.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강이한을 쳐다보았다.밝은 표정의 이유영을 보고 강이한은 표정이 굳었다.“너, 무슨 깡으로 인정하는 거야.”“인정해야지.”이유영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어두운 그의 표정을 보면서 이유영이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었지?”“...”“난 솔직한 사람이라 안 할 건 안 하고 한 건 인정한다고. 10년이나 봐 왔는데 아직도 모르겠어?”“...”그 질문에 강이한은 숨통이 옥죄어오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모든 힘을 다해서 보복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그녀에 대한 강이한의 오해를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그래, 이유영은 이런 방법으로 강이한에게 경고하는 것이다.전에는 한지음을 위해서, 저번 생이든 이번 생이든 한지음을 위해서 항상 이유영을 짓밟지 않았던가.강이한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이유영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었다.“왜? 이번에도 내가 부인하길 바라? 아니면, 내가 부인하면 믿을 거야?”‘믿는다고? 모든 일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믿는다는 거지?’이유영의 말에 강이한의 세계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지금은 속이 시원해졌어?”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유영이 서류를 찢어버린 덕에 강이한과 박연준은 골치 아픈 일만 많아졌다.“...”‘속 시원하냐고?’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그들에게 골치 아픈 일을 조금
“너...”“유영아, 네가 밥을 잘 먹었으면 해서 난 엄청 애를 썼어.”그의 말투는 여전히 온화했다.이유영의 분노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불쾌했다.“먹어, 응?”박연준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네가 먹던 걸 내가 왜 먹어.”이유영은 그릇을 옆으로 비켜두었다.그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고용인들의 시선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지금 주인님을 거절한 거야?’그 눈빛에 이유영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박연준에게 얘기했다.“오해할 만한 행동하지 마. 우리가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잖아.”말을 마친 후, 숟가락을 내려놓은 후 일어났다.화가 난 이유영의 모습을 본 박연준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박연준은 일부러 이른 짓을 한 거다.요즘 이유영이 너무 심심해 보여서 가끔 이렇게 장난을 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침 식사가 끝난 후.박연준은 또 나갔다.이유영은 본인 때문에 서주가 시끄러워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전에 문기원이 돌아왔다.그는 예쁘장한 선물함을 들고 와서 얘기했다.“아가씨, 이건 연준 님께서 드리는 겁니다. 저녁에 같이 연회에 참석하자고 하시네요.”“안 가요.”이유영은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그녀는 이런 연회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빠른 거절에 문기원이 약간 멍해졌다.이윽고 표정을 풀더니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이온유 씨는 일주일 뒤 퇴원합니다. 그분이 이온유 씨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더군요.”“당신...!”이유영은 이를 꽉 깨물고 문기원을 쳐다보았다.“오늘 밤의 연회는 연준 님에게 중요한 연회입니다. 잘 준비해 주세요.”말을 마친 문기원은 이유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갔다.이유영은 그 선물함을 쳐다보았다.문기원은 이온유의 일을 얘기하면서 귀띔해 준 것이다. 이온유 때문에, 이유영이 서주에 온 것이니까.그리고
“여진우의 사람들이 뭘 알아낸 거야.”강이한의 말투는 꽤 불쾌했다.문기원이 말한 것처럼 지금 가장 골치가 아픈 건 강이한이니까. 여진우의 사람들 실력은 인정해 줘야 했다.사실 강이한이나 박연준이나 다 여진우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여진우의 사람이 무언가를 알아내서 바로 이유영에게 얘기한다면... 게다가 지금은 박연준의 사람까지 철수한 상태가 아닌가.“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도 아마 이한 님과 박연준이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여진우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바로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그러니까, 무조건 알고 있을 거라는 거네.”“네.”이시욱이 머리를 끄덕였다.확인해 보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강이한은 또 담배 몇 모금을 빨아들였다.지금 서재에는 온통 담배 연기뿐이어서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지금 이유영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여진우의 사람 중 누가 있냐는 뜻이었다.강이한과 박연준 모두 여진우의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니까 말이다.이시욱이 대답했다.“장혜주입니다.”“...”장혜주.그 이름을 들으니 머리가 아팠다.이건 여진우의 사람들 중 가장 철옹성 같은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진우를 위해 장혜주에게 다가갔다가 화를 입었다.여진우가 장혜주를 이유영에게 붙여주다니. 이유영을 보호해 주려는 건지 아니면 박연준과 강이한에게 보복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아,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강이한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시욱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진지하게 얘기했다.지금 강이한에게 있어서 골치 아픈 건 이유영의 일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사람도 있었다.이유영처럼 중요한 사람이었다.“말해.”그 말투에는 어느새 짜증이 약간 묻어났다.“병원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수술은 잘 성공했다고 합니다. 괜찮으면 다음 주에 퇴원해도 된다고 합니다.”이온유의 수술이 성공했다.
분명히, 이 일에 대해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제대로 된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문기원이 이전에 분석한 것처럼 되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강이한이다.“...”‘박연준의 사람을 철수시킨다고? 그러니까 이 일은 박연준에게...’돌아서서 박연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술에 취한 박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아, 뭐가 밝혀지든 잊지 마, 너는 내 약혼자야.” 이유영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의 말에 대해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이유영은 박연준에게서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지만 서주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소름이 끼쳤다! ‘강이한, 그래!’박연준은 이유영 앞에서 꽤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바로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서재.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여러 번 피웠지만 마음속의 답답함은 가라앉지 않는다.“강이한이 너무 조급한 것 같습니다.” 문기원이 찡그린 얼굴로 박연준에게 말했다.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유영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괜찮아, 어차피 언젠가 알게 될 거야.” 술에 취한 목소리 속에 약간의 후회가 섞여 있었다. 문기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연준 님.”“문기원.” “예.” “우리는 처음부터 그녀를 서주에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해.” 박연준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 깊은 목소리에서 문기원은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연준 님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올 줄 몰랐겠죠.” ‘지금 같은 상황?’ 박연준이 웃었다! 그의 눈빛 속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때는 어땠을까? 지금은 또 어떤 걸까!? 그러니 결국 이 사람이 어떤 계획을 세우든, 가능한 한 사람과 연관되거나 직접 접촉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지금처럼 변한 이유영의 모습은 예전의 그녀와 완전히 반대였다. 그녀의 끈기와 고집은 남자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지금 가
장혜주의 전화를 끊은 후이유영은 온몸이 오싹해졌다. 박연준과 강이한의 사람들이 다 방해하고 있다고? 두 사람 모두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고 싶어 하는 걸까? 왜 그런 걸까? 강이한은 그렇다고 쳐도 박연준까지? 그들이 이러할수록 이유영은 더욱 알고 싶어졌다. ‘과연 이 모든 일의 진실은 무엇일까...?’밤이 되자 박연준이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이유영은 흰색 잠옷을 입고 계단에 서 있었다.박연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그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이었고, 이유영에게는... 그저 불쾌한 가면일 뿐이었다.“유영아, 이쪽으로 와줄래?” 박연준이 손짓을 했다.이유영은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박연준은 그녀가 계단에서 움직이지 않자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곳에 서 있지 말고, 나에게 와.” 그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마치 연인 사이처럼 말이다.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이유영에겐 독이 든 술처럼 느껴졌다. 박연준은 결국 그녀 앞에 서서 그녀의 가늘고 여린 허리를 끌어안았다.“살이 빠졌네.”“왜 방해한 거야?” 이유영이 차갑게 물었다.장혜주의 전화를 받은 이후, 이유영의 머릿속은 그동안의 수많은 장면들로 가득 찼다. 모든 장면은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결국 현실은 이렇게 고통스러웠다.강이한이 한지음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가 처음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때 강이한은 그녀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바보 같았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생각했다. 박연준은... 모든 일들이 그렇게 그럴듯하게 진행되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매 순간이 다소 기묘한 우연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우연들이 박연준의 이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이유영을 안고 있는 박연준은 분명 술에 취해 있었지만, 이유영이 그 질문을 던졌을 때 순간 굳어버렸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유영을 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끊겨버렸어, 상대방이 너무 교활해.” 소은지가 말했다. “...”‘그래서 이 사흘 동안 박연준을 보지 못한 이유가, 박연준이 요즘 바빠서였구나.’이 삼일 동안 강이한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엔데스 명우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지금 그 문서를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박연준과 강이한 쪽을 주시하게 만들어 두 사람은 더욱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소은지도 지금 상황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 문서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영아, 후회할 거야?” 소은지가 물었다. “...”‘후회?’ 그녀는 소은지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과 그녀는 10년을 함께했다. 그리고 박연준은 그녀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였던 사람이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누가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겠는가? 이유영은 아니었다! “소은지, 너는 이해하지 못해.” “아니, 나는 이해해! 너의 이 감정이 어떤지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걱정되는 거야!” 소은지가 무겁게 말했다. “...”‘전후 관계를 말하는 건가?’ 소은지는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의 시작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소은지는 이 감정을 좋게 보지 않았다. 부유한 가문 사이의 신분 차별과 어릴 적 자란 환경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소은지는 이혼 변호사로서 이런 헤어짐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처음에는 뜨겁게 사랑했지만, 헤어질 때는 미친 듯이 싸웠다. 하지만 이유영과 강이한같은 상황은 드물었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너무 얽히고설킨 것이다.“그만하자,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이유영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후회할까? 후회한다.강이한과의 시작을 후회했다. 소은지와의 통화를 막 끊자마자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장혜주의 번호였다! 이유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유영 님.” “소식이 있어?” 전에 강이한과 박연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