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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유영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고 있자니 아까 소은지랑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조금 믿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한지음이란 여자를 위해 자신에게 손찌검을 했단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러는지부터 설명해 줘.”

유영이 말했다.

“뭐라고?”

“한지음이란 여자를 위해 나한테 폭력을 휘두를 때 당신 마음이 어땠는지 알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남자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올랐다.

그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내가 단지 그것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

“아니야?”

남자가 침묵했다.

하지만 그녀를 노려보는 눈빛에서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유영은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서로간의 신뢰가 이 정도로 무너진 걸까?

언젠가 그와 대립하게 될 줄 알았지만 이런 방식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돌아가봐야겠어.”

남자가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유영의 가슴은 차갑게 식었다. 이미 그를 완전히 내려놓기로 한 시점에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도 혐오스러웠다.

“말을 안 하면 내가 알아내지 못할 것 같아?”

남자가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이것으로 부족해?”

당연히 부족했다.

“조 비서!”

“예, 대표님.”

“가서 확인해 봐.”

뭘 확인하라는지는 당연히 물을 필요도 없었다.

유영은 점점 머리가 울렁거리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조형욱은 강이한 신변에서 수년간 일을 처리해 온 엘리트답게 순식간에 답을 알아냈다.

물론, 유영이 출국하는 걸 못 잡은 건 그의 실수였다.

잠시 후, 되돌아온 조형욱은 뭔가 달라진 눈빛으로 유영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말해.”

조형욱의 불안한 시선이 유영에게 닿았다. 그럴수록 강이한에게서 풍기는 압박감은 더해져만 갔다.

조형욱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전치 진단을 끊어줬다고 의사가 그러더군요.”

강이한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유영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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