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화

한편, 못 잔 잠을 보충하고 유영이 느긋하게 침실을 나섰을 때, 소은지는 이미 출근하고 집에 없었다.

식탁에는 친구가 남긴 메모가 붙여져 있었다.

[아침 준비했으니 데워서 먹어.]

용건만 적은 메모임에도 유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은지는 여전히 그녀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재벌 사모님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자기도 출근하느라 피곤할 텐데 아침까지 챙겨주다니.

그 마음에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외삼촌 정국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외삼촌.”

“조민정 씨를 청하에 보냈어. 앞으로는 네가 하려는 일을 도울 거야.”

조민정?

해외에 3개월 동안 같이 있으며 조민정이 정국진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에게 이 소식은 뜻밖이었다. 이렇게까지 배려해 줄 줄이야.

이제는 나가봐야 할 시간이었다.

“감사해요, 외삼촌.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고.”

“그 인간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지. 내 조카는 놈들이 마구 쥐고 흔들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말이야!”

예상치 못했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정국진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과거에는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라서 강이한에게 모든 걸 의지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유영은 꽤 배움이 빠른 사람이었다.

취직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굳이 강이한이 도와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먹고 살 일자리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이한의 입장은 달랐다.

“내 여자는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할 필요 없어!”

이게 그의 주장이었고 지금은 그 주장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요구였는지 알고 있다.

강이한과 결혼한 뒤로 사람들은 그녀가 돈을 보고 그와 결혼했다고 비난했지만 오히려 그녀를 새장 안에 가둔 사람은 강이한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쉽게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유영의 미성숙함도 있었다.

진영숙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유영을 압박한 것이었다. 유영이 강이한이 쳐준 울타리를 떠나면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