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8화

Author: 진헤이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1-03 19:00:00
한 시간 뒤.

유영은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병상에 누워 있었다. 전에 강이한 때문에 다쳤던 팔이 결국 또 탈골되었다.

“푹 쉬고 조심하셔야 해요. 한번 탈골된 뼈는 재발하기 쉬워요.”

의사가 그녀의 팔에 깁스를 해주며 당부했다.

유영은 극심한 고통 때문에 대답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강이한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치료가 끝난 뒤, 의사와 간호사는 병실을 나갔다.

병실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유영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고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강이한이 명령하듯 말했다.

“앞으로 운전대 절대 잡지 마.”

다행히 경차랑 부딪혀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상대 차량이 트럭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유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대답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내 말 안 들려?”

유영은 드디어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

“뭐라?”

강이한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깝치는 모습이 가소로우면서도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숨을 고르고 뭔가 얘기를 꺼내려던 찰나, 조형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말해.”

“대표님, 산 사람의 망막을 기증 받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아무리 돈이 궁한 사람이라도 그런 제안을 받을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청하시는 원래 장기 기증이 활성화된 도시가 아닙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기증 동의를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지음의 망막 이식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유영도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됐다.

그녀는 조용히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착잡함, 안타까움,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유영은 그 배후에 숨은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강이한은 말없이 유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이 가물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9화

    그는 유영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확신했기에 망막을 되돌려주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핸드폰이 울리며 유영이 상념에서 깨어났다.조민정이었다.“미안해요. 지금 병원이라 오늘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괜찮아요. 이미 알고 있어요.”정유라의 말에 유연이 흠칫 놀랐다. 이렇게 빨리 그쪽까지 소식이 들어갔을 줄이야.역시 괜히 정국진 오른팔이 아니었다. 소식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유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담담한 목소리가 전해졌다.“많이 다쳤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아니에요. 내가 그쪽으로 지금 갈게요.”“그럴 필요는 없어요. 일단 다친 곳 잘 치료하고 이쪽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이제 다 나았어요. 정말 괜찮아요.”유영이 고집스럽게 말했다.정국진까지 나서서 밀어주는데 스스로 더 강해져야 그 도움에 보답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유능한 직원을 보내준 그의 마음에 미안할 지경이었다.파리에서 그토록 잘나가던 조민정을 국내로 불러들였으면 그 책임을 져야 했다. 그녀가 괜히 시간 낭비하게 할 수 없었다.유영은 고집스럽게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문을 나서는데 마주 오던 강이한과 마주치고 말았다.“어딜 가?”남자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싸늘했다.의사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 외출하겠다는 거지?“나랑 얘기 좀 해.”유영이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강이한은 그녀를 압박하여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유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유영은 병상에 앉고 강이한도 의자를 끌어와서 그녀와 마주하고 앉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착잡했다.그리고 유영은 그런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결국 얘기하려는 건가?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유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볼게.”“수술 말인데….”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뒤돌아선 그녀의 눈에는 사무치는 증오가 그대로 드러났다.결국 이

    Last Updated : 2024-01-0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0화

    그녀에게서 증오를 그도 느꼈다.하지만 이미 결단을 내린 이상 굽힐 수 없었다.“평생 시력을 잃고 살아가게 하지 않을 거야. 일시적인 거야. 한지음 씨는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어. 이번 수술만 무사히 마치면 당신에게 적합한 기증자를 내가 꼭 찾아줄 거야….”짝!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영은 손을 번쩍 들어 남자의 뺨을 때렸다.일시적?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뱉을 수 있을까?유영은 마지막으로 남자를 힐끗 바라보고는 뒤돌아섰다.“난 망막을 기증할 이유 없어. 못 들은 걸로 할게.”말을 마친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떠는 남자를 남겨둔 채, 병실을 나갔다.결국 그에게서 그 말을 듣고 말았다.더 이상 그에게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10년을 함께해 온 정을 뿌리칠 만큼 그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꼈던 걸까?아니면 진짜 다른 말 못할 이유가 있었을까?유영은 스스로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강이한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유영은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핸드폰이 울려서 받으니 절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은지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유영아.”“은지야, 너 괜찮은 거지?”강이한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가슴이 철렁했다.강이한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또라이였다. 결국 그 피해가 소은지에게까지 간 걸까?“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넌 집이야?”“나도… 곧 갈 거야.”“가는 길에 장 봐서 갈게. 내가 오늘은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기대해.”소은지는 애써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유영의 짐작대로라면 그녀는 아마 로펌에서 해고 통지서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결국… 칼을 빼들었구나!하긴, 그녀에게조차 이렇듯 잔인하게 대하는 사람이 그녀의 주변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었을 리는 없었다.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한참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증오로 가득한 눈동자에 물기가 돌았고 투명하고 광 나던 피부는

    Last Updated : 2024-01-03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1화

    단순히 협박에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유영은 어떤 말로 지금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대답을 삼갔다.강이한을 죽여 버리고 싶을 마큼 증오가 차올랐다. 과거에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도 가지 않았다.유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은지야, 넌 이제 내 일에서 손을 떼.”“바보야. 내가 아니면 누가 너 도와주겠어?”소은지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걱정 마. 이미 컨택이 온 로펌이 있어. 곧 새로운 로펌으로 옮길 거야. 소송은 끝까지 내가 책임질게.”소은지에게 유영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친구였다.지금 안 도와주면 강이한 옆에서 또 무슨 꼴을 당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손등에 무언가가 툭툭 떨어졌다.그것은 유영의 눈물이었다.“뭐야? 고작 이런 거로 감동했어? 그 눈물 닦아두고 너 스스로 일어서. 그 인간들에게 우리 유영이가 남자한테만 기대는 못난 여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풉….”슬픔에 잠겼던 유영은 마치 웃어른처럼 자신을 가르치는 말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이제 기분이 좀 풀렸어? 거봐. 웃으니까 예쁘잖아. 남자 하나 때문에 눈물 흘리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야.”“그럼!”유영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와의 10년이 아까워서 눈물을 흘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소은정은 유영을 끌고 거실로 가서 앉았다.사실 직접 요리를 할 기분은 아니었기에 배달을 시켰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소은지는 깁스를 하고 있는 유영의 팔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별거 아니야.”“빨리 말해!”소은지가 정색하며 말했다.유영은 다가온 강아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강이한 때문이지 뭐. 네가 로펌에서 잘린 것도 그 인간이 한 짓이고.”“그건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유영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이미 알고 있었어?”“뻔하잖아. 너랑 소송하기 싫으니까 로펌에 수를 써서 날 내치게 한 거지.”소은지는 이혼

    Last Updated : 2024-01-0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2화

    유영은 최근 해외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소은지에게 얘기해 주었고 소은지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그리고 막장 드라마를 봤을 때나 짓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변호사 일로 바쁜 몸이지만 일이 없을 때 소설을 보는 게 소은지의 취미였다.그리고 유영이 겪은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소설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외삼촌이라고?”“맞아. 해외 언론에 보도된 사진에서 나랑 같이 있었던 분은 내 외삼촌이야.”“강이한은 그걸 모르고 그 난리를 피운 거고?”“알았으면 파리까지 찾아가서 외삼촌한테 달려들지는 않았겠지.”“왜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오해가 이대로 쌓이는 건 너한테도 불리할 텐데?”“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해야 이혼을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만약 이런 오해로 그 사람이 이혼할 결심을 내린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소은지에게도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믿기지 않았다.유영도 마찬가지였다.지난 생의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하늘이 그녀를 불쌍하게 여겨서 없던 외삼촌을 보내준 걸까?그래도 지난 생처럼 신변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그때는 강이한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를 잃으면 세상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강이한한테 배신을 당해서 안타까워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대단한 외삼촌이 나타났으니 내 도움도 필요 없겠네?”소은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로열 글로벌, 우리 로펌에서 금융 소송 전담인 진금용 씨라고 있는데 그분 큰아버지가 그 회사에 계시잖아. 연봉만 해도 20억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대단한 회사 회장님이 네 외삼촌이라는 거 아니야?”소은지는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유영이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그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오늘부터 네가 내 여신님이야.”소은지가 정색하며 말했다.그러면서 예전에 불쾌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너희 시어머니 있잖아. 만

    Last Updated : 2024-01-0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3화

    그날의 사고는 유영에게 지우지 못할 악몽이 되었다.“네 말이 맞아. 아이가 없을 때 끝내는 게 깔끔하지.”그녀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세강 오너 일가가 그들의 아이를 원치 않았다.임신한 그녀를 끝까지 몰아세워 유산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빌미로 그녀를 그 집안에서 밀어내려고 했다.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처음 아이를 잃었을 때, 유영은 그 사실을 강이한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멍청한 결정이었다.그들이 언젠가는 자신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덮은 일이었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유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소은지가 소송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유영은 법률대리인을 양승호 변호사로 변경했다. 소은지는 소송에서 손을 떼게 되었기에 원래 로펌으로 출근했다.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 소식은 강이한에게 전해졌다.이날은 유영과 조민정이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그들은 조민정이 새로 구한 사무실에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강이한의 세강바이오 건물 바로 옆 건물이었다.물론 세강바이오는 건물 전체가 세강 소유였고 유영의 사무실은 옆 건물의 한 층만 차지했다.조민정이 유영에게 말했다.“관련 서류는 다 준비되었고 오후에 고객사 미팅이 있어요. 내일에도 있고요.”“알겠어요.”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조민정이 말했다.“일이 조금 많기도 하고 새로 창설된 집단이라 서로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그래도 유영 씨한테 돌아가는 일은 제가 특별히 신경 썼으니까 너무 조급할 건 없어요.”“고마워요.”처음부터 미팅이 잡혔다는 게 중요했다.조민정은 참 능력 있는 직원이었다.청하에 도착한지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을 따냈다는 게 그 증거였다.아마 해외에 있을 때부터 청하시 상황에 대해 공부했을 것이다.첫 시작은 유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조로웠다.오후가 되자 유영은 조민정과 함께 고객을 만나러 건물을 나섰다. 건물 대문을 나서는데 하필이면 회사로 돌아오는 강이한의 차와 마주쳤다.남자가 차를

    Last Updated : 2024-01-0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4화

    예전에 그와 사이가 좋았을 때 야근하는 직원을 챙긴다고 직접 도시락을 싸서 직원들에게 돌린 적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기억하는 유영은 온화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최근 도는 소문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었다.사무실로 들어간 강이한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유영과 마주 앉았다.커피잔을 쾅 소리 나게 테이블로 내려놓은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홍문동으로 들어가. 거기가 당신 집이야.”“나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어.”“여자 둘이서 20평도 안 되는 좁은 오피스텔에서 비집고 사는 게 편하다고?”남자가 차갑게 물었다.유영도 온기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랬다.소은지가 사는 오피스텔은 그의 기준에서 크지 않았다.거실 하나 방 두 개 딸린 작은 오피스텔이었다.물론 큰 집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이 보기에 좁은 건 맞았다.유영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래. 당신을 만나고 내 삶의 질이 풍족해진 건 사실이야. 먹는 거 입는 거 사는 곳, 모두 최상을 누렸지.”“하지만 좁은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하고 옷방도 따로 없는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아침은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우는 이런 생활이지만 자유롭고 만족해.”“뭐라?”“인정해. 당신이 사는 세상에는 모든 게 완벽하고 안일했지. 하지만 한번이라도 나한테 물어본 적 있어? 지금 사는 삶에 만족하냐고?”강이한은 침묵했다.“당신이 사랑하는 바깥의 애인을 위해 나한테 시망막을 기증하라고 하면 내가 얼마나 아파할지는 생각해 봤어? 아니면 당신은 나를 그저 당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거야?”강이한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 그녀가 자신의 입장을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유영이 계속해서 말했다.“당신하고 결혼하고 세강의 며느리로 살아온 3년이 내 인생에서는 가장 비참한 경험이었어. 당신은 나한테 풍족한 물질적 삶을 줬지만 당신 옆에 있는 난 사람들의 냉대를 받아야 했고 수많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어.”“난 당신이 기르는 강아

    Last Updated : 2024-01-0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5화

    지금 뭘 들은 거지?너무 화가 나서 환각이 들린 게 틀림없었다.그는 유영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면서 만족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니었다고 말한다.“젠장! 정말 미쳤네!”잘 달래서 홍문동으로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모든 게 틀어져 버렸다.아무리 생각해도 한지음 일 때문에 그녀가 성질을 부리는 게 틀림없었다.예전처럼 생각할 시간만 주면 알아서 다가와줄 줄 알았다.이제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망막 기증에 관한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없었다.건물을 나오자 조민정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 잠시 고민하던 유영이 말했다.“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 인간이 방해를 놓지 않을까요?”청하시에서 강이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유영이 가장 잘 알았다.로펌의 최고 에이스인 소은지마저 퇴사를 시킬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지금도 그들의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이러다가 새로 생긴 사무실마저 영향을 받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조민정이 말했다.“회장님도 그 부분을 걱정하셔서 유영 씨에게 주는 의뢰는 전부 회장님과 친분이 두터운 분들로만 선별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럼 그분들도 저와 외삼촌의 관계에 대해 안다는 얘기예요?”“그건 아니고 회장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잘 부탁한다고 미리 말씀하셨을 거예요.”유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다른 걱정이 떠올랐다.최근 그녀와 정국진의 스캔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그런 연락을 받고 의뢰인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기업과 기업 사이에 얽힌 것도 많고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한의 귀까지 들어간다고 봐야 했다.그렇게 된다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기분이었다.고객 미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들은 그녀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기로 했다.그런데 다음 날 만나기로 예정된 고객은 만만치 않았다.청하시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가 세강타워라는 강이한의

    Last Updated : 2024-01-05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56화

    “들어보니 그렇네요.”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사무실의 명성을 알릴 수 있는 큰 계약이니 만큼, 그녀는 신뢰를 보여줘야 했다.그녀는 속으로 예상 질문을 복기하며 어떻게 대화를 끌어나갈지 집중해서 생각했다.엘리베이터를 나선 유영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하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강이한의 회사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만큼 큰 회사라는 것이 느껴졌다.“긴장 풀어요.”“네.”유영은 여전히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을 본 비서실 직원이 공손히 인사했다.“일단은 손님 접대실로 가셔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대표님은 지금 회의 들어가셨습니다.”“네.”두 사람은 함께 직원을 따라 접대실로 갔다.비서가 차를 내왔다. 그러는 모습조차 평소에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동작 하나하나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대기업 출근 경험이 없는 유영이었지만 강이한의 회사에서 직원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은 있었다.어제 만났던 고객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분위기와 품위가 느껴졌다.잠시 후, 접대실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경을 착용하고 머리는 왁스를 발라 깔끔하게 넘긴 모습으로 서늘하면서도 차분한 매력을 풍기는 남자였다.“문 비서님, 안녕하세요. 저는 로열 글로벌의 조민정입니다.”“대표님께서는 사무실로 가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네.”자리에서 일어선 유영은 문 비서라는 사람을 따라 안으로 이동했다.남자의 걸음걸이는 차분하고 흔들림 없었다.저런 사람을 부하 직원으로 부린다는 건 대표의 취향도 깐깐하고 신중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조금 풀렸던 긴장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문 비서가 가볍게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목소리가 참 매력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이게 박 대표에게 느낀 유영의 첫인상이었다.조민정이 말했다.“들어가시죠.”말을 마친 그녀가 걸음을 옮기려는데 문 비서가 불러세웠다.“이유영 씨만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당황한

    Last Updated : 2024-01-05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7화

    엔데스 명우는 떠났다.소은지는 주위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소은지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요?”소은지의 말투엔 불만이 희미하게 묻어나왔다.소은지는 누구에게도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기 일에만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길 바랐다.심지어 이유영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그런 소은지가 아무런 잘못 없이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며 조용히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은 만나지 마요. 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해요.”현우의 말투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엔터스 가문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엔데스 명우의 주변에 모든 일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특히 그것이 소은지와 연관된 문제라면, 그 관심은 배가 되었다.설유나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소은지 역시 알고 있었다. 설유나가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그렇기에 현우의 경고가 더 깊게 와닿았다.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명우가 강압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현우의 말에 담긴 경고를 느낀 소은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현우는 바빴다.엔데스 명우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우도 반산월을 떠나야 했다. 현우는 소은지 곁에 한 사람을 남겨두고 갔다.“추민기!”현우는 늘 곁을 지키던 추민기를 소은지의 보호자로 남겨두었다.그것은 명우로부터 소은지를 보호하려는 현우의 세심한 배려였다.떠나기 전, 현우는 추민기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소은지가 어디를 가든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고 따라가라고....벽산 별장.이유영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장혜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제서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6화

    그때 엔데스 명우는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그가 말했던 ‘결혼’이란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소은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은지!”엔데스 명우의 눈빛에는 위험한 기운이 번뜩였다.소은지는 담담히 말했다.“윤아를 구하는 건 내겐 어렵지 않은 일이야.”“조건은?”소은지가 입을 떼려는 순간, 명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소은지는 그 짧은 눈빛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설유나의 상황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해졌다.소은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부탁해 봐.”주변의 공기가 순간 멎어버린 듯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숨을 멈췄다.배천명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더욱 위험한 기운을 드러냈다.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은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아니고서야, 파리의 엔데스 가문 여섯째 도련님에게 이런 무모한 요구를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이건 너무도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 순간,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의 눈빛에는 위험을 넘어선 야수 같은 날카로움이 담겼다.당장이라도 소은지를 산산이 조각낼 기세였다.하지만 소은지에게선 위협의 기색조차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명우를 직시하며 여유롭게 비웃었다.긴 시간이 흘렀다.모두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드디어 명우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정말 뻔뻔하군.”“뻔뻔한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지. 여섯째 도련님, 그래서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여섯째 도련님의 ‘무릎’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그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명우가 과거에 자신에게 저지른 일을 떠올리면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물론 소은지도 알고 있었다. 그가 소은지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을.설유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아무리 소중한 존재라 해도 무릎을 꿇는 일만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이곳 파리에서 엔데스 명우가 그런 굴욕을 당한다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5화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마당에 강이한은 이유영이 전기봉을 찾아낸 후 자신이나 박연준에게 넘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이유영은 자신과 박연준에게 끝없는 증오를 품고 있었다.“나가봐!”강이한의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문제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이유영은 ‘연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감정이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 박연준과 자신의 사이에 어떻든 간에, 이제 이유영은 더 이상 둘 중 누구도 믿지 않았다.신시욱이 나갔다.서재에 홀로 남겨진 강이한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반 갑 넘게 태웠지만 마음속 불안과 짜증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이유영...”강이한은 이유영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깊은 상처가 묻어 있었다.이유영을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인가?가슴속 공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유영이 남긴 모든 말은 이미 충분히 명확했다.이유영은 말했다.지난 생 마지막 순간 무슨 일이 있었든, 설령 한지음이 모든 대가를 치렀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한지음이 이유영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해도 이유영에게는 여전히 용서란 존재하지 않았다.이유영은 전혀 주저 없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과거에 자신이 이유영에게 준 상처만큼 지금의 이유영은 잔인했다. 이 또한 당연했다.잔인함...사실 따지고 보면 이유영을 탓할 자격도 없었다. 강이현 역시 과거 이유영에게 품었던 증오 이상을 느꼈으니까.하지만 적어도 이유영의 눈엔 잔인함으로 비췄다.그러나 이유영이 본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이제 이유영은 무슨 말을 들어도 더는 믿지 않을 것이었다.이유영은 이제 강이현을 자신의 세계에서 철저히 끊어내 버렸다.그야말로 냉정하고 단호하게.어두운 서재에서 강이한의 눈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파리의 상황 역시 심상치 않았다.이유영은 뒤에 정씨 가문이 있었기에, 이유영은 돌아온 후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반면 소은지 쪽은... 엔데스 명우가 다시 반산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4화

    전기봉.지금은 아주 중요한 때다.‘전기봉’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 이유영의 눈빛에 살벌한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그 차가움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듯 날카로웠고 그 서늘한 기운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전기봉.서주에 있을 때, 이유영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박연준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이유영이 박연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전기봉이 박연준의 손에 있었다면 지금쯤 강이한을 상대로 이미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서주에 머물렀던 그 시간 동안, 박연준은 강이한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이는 전기봉이 아직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전기봉은 결정적인 인물이 분명했다. 이유영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서주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유영은 지금 백산 별장에 머물고 있었지만, 결코 한가롭게 있을 수가 없었다.특히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 모두가 문서의 절반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더욱 그랬다.엔데스 명우와 엔데스 현우뿐만 아니라 엔데스 가문의 다른 몇몇 주요 인물들, 예를 들어 엔데스 운빈조차도 강이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박연준은 아직 전기봉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박연준은 전기봉을 찾는 와중에도 강이한과 엔데스 가문을 예의주시해야 했다.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영이 신지수에게 대체 무엇을 줬길래 강이한 곁에 있기도 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이한은 문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에 신씨 가문까지 경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서주 전체가 떠들썩했다.신씨 가문의 아가씨가 곧 강이한과 결혼할 거라고.크리스탈 별장의 서재.신시욱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전기봉을 찾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찾더라도...”신시욱은 말을 차마 끝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 의미를 충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3화

    월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얌전한 아이였다.임소미는 월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집안의 보물인 월이는 집안 사람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고 말투까지 귀엽기 그지없어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여진우는 이유영을 서재로 데려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앞으로 무슨 계획이야?”여진우가 입을 열었다.계획. 그 한마디에 이유영은 고요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이유영은 눈앞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유영의 마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변화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유영의 인식 전체가 송두리째 뒤흔들렸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이유영이 차분히 여진우의 물음에 답했다.“난 계획이 있어.”이 일은 이유영이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그게 박연준의 일이든, 아니면 강이한의 일이든.여진우의 얼굴에 순간 심각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유영은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 차분함 속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했다.“오빠.”“응?”“오빠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강이한은 예전에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박연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정씨 집안으로 돌아오고 여진우는 또다시 한번 이유영에게 경고했었다. 강이한도 좋은 사람이 못 된다고.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두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이유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고 뒤에 이렇게 거대한 비밀과 음모가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10년... 그 오랜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떻게 그런 치밀한 계획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여진우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한 여자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줄은 나도 몰랐어.”여진우는 담담히 사실을 말했다.사실, 모두가 서주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서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만났었다면 박연준과 강이한의 정체는 의심받았을 거고 두 사람에 대한 이유영의 믿음 또한 계속 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2화

    “네, 유영이가 전한 바로는 그래요.”“...”그렇다면 지금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과거에는 알 수 없던 진실이 눈앞에 명확히 드러난 지금, 그 혼란스러움이 어찌 가슴을 뒤흔들지 않을 수 있을까? 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강이한과 백연준, 이유영에게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그 10년 동안 소은지는 늘 궁금했다. 강이한이 이유영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왜 그의 곁에 있을 때 이유영은 늘 그렇게 힘들어 보였는지.당시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상황을 이제야 모두 알게 되었을 때, 소은지의 마음 또한 고통스러웠다.강이한은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10년이라는 세월은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해 흘러간 게 아니었을 거야.”현우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어조로 답했다.“아니라고요?”“그러기엔 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에요.”만약 단지 대체품으로 삼으려는 목적이었다면 그 긴 세월 동안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소은지는 아마 지금과 다른 상황을 목격했을 것이다.강이한은 한지음을 위해 이유영에게 상처 줬고 박연준은 이유영에게 잘해줬지만, 이유영과 결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그렇다.정말로 사랑했다면 어떻게든 이유영과 결혼하려고 했을 것이다. 몇 년간 파리에 머물렀던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결혼하려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박연준은 결혼을 강행하려 하지 않았다.백연준은 이유영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실을 알고 나니 모든 의미가 변했다.이제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취하든 아무 의미도 없었다.단지 이유영을 대체품으로 여겼기에 박연준은 누구보다도 이성적일 수 있었다. 그는 이유영이 연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유영과 결혼하려하지 않은 것이었다.“맞아요, 10년은 너무 긴 시간이죠. 그동안 분명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강이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유영이한테 상처를 줄 수 있었던 거예요.”한지음을 위해서, 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1화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배천명은 불안한 눈길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음울하게 빛나며 더없이 어두웠다.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며 권수미의 말을 모두 들은 것이 분명했다.“여섯째 도련님!”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얼음처럼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손에 담배를 물고 연달아 깊은 연기를 내뿜었다. 설유나의 상태는 이미 위험한 상태에 다다랐지만, 소은지를 제외하고는 이식할 수 있는 사람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은 이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소은지는 차를 몰아 반산월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엔데스 현우의 차는 넓은 마당에 주차되어 있었다. 소은지는 차 문을 힘차게 닫고 밖으로 내려섰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엔데스 현우가 잠이 덜 깬 듯한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집에 있었던 모양이었다.소은지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얼굴에 드리웠던 표정을 조금 거둬들이며 말했다.“왔어요?”“네.”“아침은 먹었어요?”“아직이에요.”소은지는 고개를 흔들며 엔데스 현우 쪽으로 걸어갔다.자연스레 현우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집사들은 서둘러 소은지 앞에 식기를 차려냈다.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를 바라보던 소은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없더라도 이곳 사람들은 이미 습관적으로 소은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엔데스 현우는 조용히 식사를 이어 나갔다.현우가 아무리 그렇게 엄숙한 분위기를 풍겨도 소은지는 그에게 겁을 내지 않았다. 엔데스 명우와는 달랐다.2년간 엔데스 명우와 대립하며 소은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소은지는 단 한 번도 엔데스 명우 앞에서 그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래서 매번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보며 이를 갈아도 결국 실패로 끝나곤 했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미워하는 만큼 마찬가지로 엔데스 명우도 소은지를 증오하고 있는 게 아닐까?“설유나는 어때요?”남자가 무심하게 물었다.소은지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50화

    “...”“뭐, 그래도 괜찮아.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테니까.”“넌 정말 잔인한 여자야!”명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차 있었다.이것이 바로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소은지의 모습이었다. 더없이 잔인한 여자였다. 과거엔 설선비에게, 그리고 지금은 설유나에게...“그래, 나 잔인해.”소은지가 담담히 인정했다.그렇다면 엔데스 명우는 어떤가? 엔터스 가문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누리며 자랐고 가문의 권력을 가지지 않아도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스스로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쟁취해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 건지 알 리가 없었다.그가 망쳐버린 건 단순히 누군가의 사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은지가 잃어버린 건 자신이 온 마음을 쏟아 쟁취해낸 그녀의 삶 그 자체였다.“그러니까 앞으로 조심해. 알겠어?”소은지가 가볍게 경고했다.“꺼져!”“...”소은지는 차분한 표정으로 명우를 바라보더니 옷을 단정히 여미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내리기 직전,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설유나를 잘 숨겨.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조차 내가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폭풍이 일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차에서 내려 사라졌다.좁은 차 안에 차가운 기운이 짙게 드리워졌다. 소은지... 좋아.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소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배천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소은지는 옷의 주름을 정리하며 배천명에게 위태로운 미소를 던졌다.그리고 자신의 차로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은 마치 불태우려는 듯 강렬했다.차 안.배천명은 잠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여섯째 도련님.”“설유나는 어때?”엔데스 명우는 설유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소은지의 말처럼 엔데스 명우는 어쩔 수 없이 설유나를 파리 밖으로 내보내 숨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사람이 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949화

    이번 일로 인해 엔터스 회장님이 엔데스 명우를 혐오하게 되더라도 소은지 또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간신히 얻어낸 기회마저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이 남자의 차가운 위협에도 소은지는 여전히 태연하고 당당했다. 소은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전혀 상관없어!”“...”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뻔뻔한 태도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가는지 알아? 잘살아 보겠다고? 우스운 소리 하지 마.”그랬다.‘잘살아 본다’는 말은 소은지의 세계에서는 그저 우스운 농담일 뿐이었다.소은지는 느릿하게 손톱을 살피며 남자의 날카로운 얼굴선을 손끝으로 천천히 훑었다.“예전에 말하지 않은 건 내 실수였어.”“...”“엔데스 명우, 넌 내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망가뜨렸어! 네 곁에 있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네가 있는 한, 난 한순간도 평온할 수 없어. 내가 죽는다 해도 네 가죽 한 겹은 벗기고 갈 거야!”소은지의 말이 이어질수록 명우의 눈빛은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남자의 손아귀는 점점 강해졌고 소은지는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소은지는 목이 조여오는 고통 속에서도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지금 당장 날 죽여봐. 장담하건대, 내일이면 넌 파리에서 쫓겨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야.”지금은 엔터스 가문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파리를 떠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남자의 손에 더 강한 힘이 실렸고 눈빛은 더욱 잔혹해졌다.소은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도발적인 웃음이 가득했고 그 도발은 처음 조은지를 곁에 둔 순간부터 계속되어 왔다.무엇이 소은지를 이렇게 끈질기고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길들이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어떤 방법을 써도 무용지물이었다. 소은지가 질식으로 정신을 잃어가던 순간, 명우는 소은지를 세게 밀어냈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