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강이한은 정말 완벽해 보였다. 이유영은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지금 박연준의 모습이 딱 그때의 강이한 같았다. 앞으로 누가 될지 몰랐지만, 그에게 반한 여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평생을 걸어버리게 되리라.“무슨 생각 해요?”이유영이 한참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 때, 박연준이 잘린 스테이크 그릇을 내밀며 물었다. 그제야 이유영은 정신을 차리며 다급히 말했다.“죄송해요!”“아니에요.”박연준이 답했다.본래 이 자리는 이번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따낸 것을 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둘의 미묘한 분위기 때문에 서재욱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유영이 무언가 다시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저장된 번호는 아니었으나, 쌓인 세월이 있으니 이름이 없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건 이혼 후, 삭제했던 강이한의 번호였다.이유영은 전화를 받는 대신 화면을 뒤집어 통화를 거부했다.그 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세 사람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이유영이 맡고 있어 업무 부담이 컸다.서재욱은 그녀의 작업을 도울만한 사람을 파견할 거라 말했다. 이유영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막 시작한 터라 사무실에 인원이 부족하던 차였기 때문이다.“그러면 당연히 감사하죠. 외부에서 디자이너를 찾으려니 실력이 보증되지 않아 걱정이었거든요. 대표님께서 보내주신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이 말과 함께 이유영은 샴페인잔을 서재욱과 맞부딪혔다.안 그래도 조민정이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그런데 서재욱 덕분에 간단히 해결되었다.이유영이 한참 사교활동에 열중하던 도중, 강이한 쪽에선 열불이 나고 있었다. 그는 한 통, 또 한 통, 끊임없이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도무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이미 조형욱을 통해 이유영의 위치를 보고받은 후였다.박연준과 서재욱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박연준은 강이한을 한번 쳐다본 후 자리를 떠났다. 강이한은 화가 났지만, 박연준을 굳이 잡지 않았다. 왜냐면 이유영은 이제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박연준을 잡아 세웠다면, 이유영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병원 앞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강이한은 다시 열이 솟구쳤다. 이때 이유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따라와.”하지만 강이한이 가만히 자리에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이유영이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녀의 말에 강이한의 몸에서 다시 싸늘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따라오라고? 감히 나한테?“이유영!”“왜!”“너의 시어머니,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강이한이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그의 말에 이유영은 자리에 멈칫했다. ‘너의 시어머니’, 그의 입에서 나온 인물이 누구인지 잘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어찌 보면 당연했다. 회귀 후, 그녀는 진영숙을 시어머니로 대접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강이한이 ‘너의 시어머니’라고 했을 때, 정확히 누구인지 인식되지 않아 한참 떠올려야만 했다. 그녀의 멍한 표정을 본 강이한이 더 크게 분노를 표출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야 당연히….”“우리 이혼했어. 도대체 누가 내 시어머니라는 거야!”강이한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이유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 순간 강이한은 숨이 멎은 것 같았다.이혼!그래 둘은 이혼했다!이유영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그였다. 그는 둘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가 진영숙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이유영을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과거, 집안 어른들한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나섰던 것은 이유영이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고 퇴원할 때까지 이유영이 직접 챙겼었다.그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본 이유영이 어깨를 으쓱였다.“정말 잊고 있었나 보네.”그녀의
집안에 들어가자 긴장된 분위기가 겉돌았다. 사용인들 모두 바쁘지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이런 그들을 보며 정국진은 이리저리 손짓하며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삼촌.”이유영의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사용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이유영은 모시기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쉬운 편에 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평소에 이토록 긴장할 일이 없었다. 정국진이 이유영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비록 중년에 접어들며 나이가 들었지만, 그 특유의 신사적이고 품위 있는 모습은 여전했다. 젊은 시절 그는 분명 여러 여자를 홀리고 다녔으리라!이유영은 비록 작은 체구지만, 아주 힘찬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와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삼촌, 뭐 하세요? 오신 김에 아주 집을 뒤엎으려고요? 밤도 늦었는데, 사람들 힘들어해요.”“뒤엎다니! 내가 언제? 너야말로 집안 꼴이 이게 뭐니?”“….”“가구들끼리 톤도 안 맞고, 엉망이잖아!”“됐어요, 됐어. 로열 그룹 회장님이 왜 이런 것까지 신경 써요!”“네가 불편할까 봐 그러지!”“여기 정말 편해요! 그리고 전 이런 거 신경 안 써요!”강이한과 함께 있던 시절 그녀는 나름 자신이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국진 앞에 서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가 괜히 대기업 회장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매사에 모든 사람, 모든 것에 철처하고 깐깐한 사람이었다. 이유영은 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리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여긴 어쩐 일이예요?”“회사에 여기에도 지사가 있는데, 요즘 좀 문제가 있어서 확인 좀 하러 왔지.”“지사요?”“그래.”“….”로열 글러벌 그룹이 청하시에도 지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놀란 그녀의 표정을 본 정국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괜히 불필요한 소리가 나올까 봐 우리 회사 이름을 쓰지 않았어. 여기 사람들은 그 지사가 우리 로열 글로벌 그룹 거라는 것도 모를걸.
”강이한과의 일은 더 이상 마음에 두지 마. 진짜 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널 전적으로 믿을 테니까!”전적으로 믿는다. 이유영은 순간 마음이 찌릿했다.“저 이제 신경 안 써요.”이 말 할 때, 이유영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이때 정국진이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전에 알아보라고 했던, 그 한지음이랑 연관된 일 말이야, 결과 나왔어!”“진짜요?”“하지만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닐 거야.”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정국진은 이유영에게 말하지 말지 고민했었다.하지만 전에 조민아가 이유영이 개인 탐정까지 고용해서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들 듣고 마음을 굳혔다. 얼마나 이 일이 이유영에게 절실한지 느꼈기 때문이다.그리고 정국진이 말해주지 않아도, 언젠간 이유영이 알아낼 일이었다.이유영이 침을 꼴깍 삼키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정국진이 앞에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사실 한지음이 미워하는 건 너의 엄마야.”“….”‘엄마를 미워한다고?’“삼촌.”그녀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딱딱해졌다.이유영을 바라보는 정국진의 눈빛에 안쓰러움이 스쳤다.이 소식은 절대 이유영에게 좋은 얘기가 될 수 없었다.“내 생각에 이 일은….”“말씀해 주세요!”정국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이유영에게 알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자 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한지음이 그녀에게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회귀 전에 한지음한테 빼앗긴 망막은 그렇다 쳐도, 마지막 순간 그녀의 목숨을 앗아간 그 화재도 한지음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엔 씻을 수 없는 악연들이 쌓여 있었다. 그러니 그 근원의 뿌리를 알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유영아.”“말씀해 주세요. 저 강해요. 잘 버틸 수 있어요!”이유영은 어쩌면 한지음과의 관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이 그 깊은 내막을 알게 되고 견디지 못할까 봐
“그만해!” 강서희는 그의 화난 목소리에 순간 멍해졌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오빠?”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한테 어떻게 화를 내....'강이한은 평소 강서희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유영이 강씨 집안의 며느리로 있을 때도 그랬다.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그는 항상 강서희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번 상황은 강서희에게 충격이었으며, 그녀는 강이한의 변화된 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넌 이만 돌아가.”강이한의 짜증은 강서희의 서운한 표정을 보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는 과거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강서희를 예전처럼 바라볼 수 없었다. 여전히 동생으로서의 애정은 있지만,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인내심은 소진되었다. 강이한은 강서희가 이유영에게 저지른 일을 알고 있었다.강서희는 강이한의 눈빛에서 분노를 감지하고 억울함을 느꼈지만,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통제하며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나 엄마 옆에 있을래.”강서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누구라도 연민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애처로웠다. 하지만 강이한은 그녀의 감정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강이한의 무반응은 강서희를 더욱 흔들었다.그녀는 강씨 집안에 처음 입양되었을 때의 두려움을 떠올렸다. 당시 그녀는 매일 밤 버림받을지, 상처받을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다. 현재는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씨 집안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이 항상 그녀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강이한의 냉담한 태도는 강서희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럼 넌 여기 있어. 난 지음의 병실에 좀 다녀올게.”강이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서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마음속은 폭풍이 몰아치듯 혼란스러웠다. 강이한이 한지음에게 부드럽게 ‘지음’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강서희는 자신의 가슴
“그렇다는 건 결국 너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거잖아.”강이한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불확실한 정보와 추측에 기반한 정보는 강이한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였다. 기업의 총수로서 활동하며, 그는 불확실성이 어떻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몸소 경험했다. 그러한 정보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항상 확실하고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원칙은 그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전화를 끊은 강이한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그는 한지음이 어떻게 시력을 잃게 되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한지음의 깊은 아픔이 느껴져 가슴이 저렸다. 그 아픔은 이유영에 대한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병실로 돌아온 그는 한지음이 자신을 향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상처는 이미 새로운 붕대로 다시 감싸져 있었다. 강이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의 눈빛은 미안함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 일어났어...” 강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지음은 약간 힘겨워 보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서글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가 전화하는 소리에 깨어났어요. 오랜만에 듣는 소리라서...”그녀의 말에 강이한은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한지음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물 마실래?”“아니요, 괜찮아요.” 한지음이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강이한은 그녀의 태도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한지음의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그는 마치 불안한 물결에 휩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심란해진 그는 담배를 찾으려 했으나, 한지음의 모습을 보고 손을 멈추었다.강이한의 복잡한 마음을 눈치챈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늘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곧 수술이 가
강이한이 한지음을 바라보며 말했다.“곧 좋아질 거야. 나 믿지?”곧이라고 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누가 아는가? 머뭇거리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렇게 있는 것도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어둠도 생각만큼 그리 무섭지 않고… 오빠, 저….”“한지음!”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끼어든 강이한, 그는 이런 한지음의 모습이 너무나도 속상했다.“일단, 잘 쉬고 있어.”강이한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가 병실문을 나가기 직전, 뒤에서 한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지금 낮이에요? 아니면 밤이에요?”강이한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는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상황은 그에게도 너무나 버거웠다. 어둠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한지음을 생각하며, 그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평범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한지음이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은 상황, 그 고통의 크기가 그는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한지음에게 이제 밤과 낮의 차이가 느껴질까? 그런 생각이 들며, 강이한의 마음은 먹먹해졌다. “약속할게, 얼마 남지 않았어. 곧 좋아질 거야.”강이한은 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한지음의 귀에 닿자, 조금 마음의 안정이 되찾아졌다. “오빠만 믿을게요.”한지음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강이한의 감정을 교묘하게 조종했다. 그녀의 계획대로, 강이한은 점차 그녀의 함정에 빠져 뜻대로 움직이게 되었다.강이한은 병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조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한지음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병실 앞에 경호원 두 명을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보도의 출처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누구든 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으리라! “알겠습니다, 대표님.”조형욱이 전화 너머에서 답했다.단 몇 분 만에 강이한은 한지음에게 견고한 보호막을 구축했다. 이유영이 위험에 처했을 때보다 훨씬 빠른 행동이었다. 한편, 병실 안에서 한지음은 강이한이 남긴 말을 곱씹고 있었다.
한지음은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점점 더 초조해졌다.한편, 순정동에서 이유영은 정국진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때로는 놀라움, 때로는 분노, 때로는 두려움이 그녀의 얼굴에 드러났다.마침내 모든 사실을 들은 이유영은 큰 혼란에 빠졌다. 깊은숨을 내쉰 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정국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한지음이 아빠가 불륜으로 낳은 딸이라는 거예요?”“그래.”이유영은 말문이 막혔다.“엄마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결국 이것 때문이에요?”“그렇지.”이유영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엄마의 죽음이 아빠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드러난 진실은 충격적이었다가족을 모두 잃고 남겨진 이유영은 홀로 남겨진 재산으로 학업을 마쳤다. 그녀는 부모님의 사랑을 믿으며 외로움과 고난을 이겨냈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폭풍우처럼 격동하는 그녀의 감정을 앞에 두고, 조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안 그래도 너의 숙모가 알리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했는데, 나는 네 고집을 아니까….”정국진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유영은 너무 어렸고, 별도의 조사가 없었다면 평생 이 진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더 컸다.이유영은 멍하니 정국진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는 충격과 혼란이 서려 있었고,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먼저 외도한 건 아빠인데. 겨우 엄마가 그 여자한테 따졌다고 이러는 거예요?”그녀는 마음이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다. 정국진은 이유영에게 한지음의 대한 남은 이야기를 계속 들려줬다. 그는 이유영이 어차피 직접 조사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기로 결정했다.이유영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상대는 과부였다. 그 과부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