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이제 그와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라리 그럴 바에야 디자인 도면 하나 더 그리는 게 나았다.예전에 강이한만 쫓아다니던 그녀와는 완전히 상반된 태조였다.이번 입찰 경쟁은 지난번과 조금 달랐다.지난번에는 단순히 디자인 도면만 보고 심사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었다면 이번에는 입찰에 참여한 회사 대표가 나와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했다.대기실.유영은 서재욱과 마주 앉았다. 서재욱이 따뜻한 커피를 그녀에게 건넸다.“추운데 몸이라도 좀 녹여요.”“감사합니다.”강이한은 옆 대기실에 자리했다.그는 지나가면서 여자와 서재욱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서재욱이 어떤 사람인가?겉으로는 부정적인 스캔들이 한 번도 난 적 없지만 사실 그는 이 업계에서 바람둥이로 유명했다.유영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인간과 저렇게 가깝게 지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의 강이한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그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만 봐도 둘이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대표님? 대표님!”조형욱이 뒤에서 조심스럽게 강이한을 불렀다.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 보니 유영과 서재욱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아까 저기 있던 인간들 어디 갔어?”“이미 들어가셨습니다.”조형욱이 말했다.유영이 서재욱에게 어떤 방안을 제시했는지 궁금했다.강이한은 짜증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갔다.안에서 뭘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프리젠테이션을 한 시간이나 진행하다니!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이 강이한의 신경을 건드렸다.“대표님.”“가자!”강이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조형욱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유영을 지나치는 순간, 그는 걸음을 멈추고 곁눈질로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유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평한 표정으로 갈 길을 갔다.반면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던 서재욱이 웃음을 터뜨
서재욱의 말처럼 박연준은 철저한 효율주의자였다. 그는 절대 친한 지인이나 협력사 사장을 위해 누군가를 추천해 주지 않았다. 그들 사이의 의뢰나 계약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었다.게다가 더 놀라운 건 오로라 스튜디오 같은 시설 디자인 작업실에서 올라온 작업물을 박연준이 직접 심사하고 그녀의 실력을 인정해서 절친인 서재욱까지 연결해 주었다는 점이었다.이번 입찰 경쟁은 소리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강이한에게는 이번 프로젝트가 매우 중요했다. 세강 전체가 신경을 도사리고 입찰 결과를 지켜보았다.유영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이번 의뢰 때문에 3일간 밤을 새워 일해서 그런지 화장으로 가린다고 했지만 안색은 창백했다.하지만 결과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서원이 이번 입찰 경쟁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그 순간 현장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강이한이 부들부들 떨며 지켜보는 가운데, 서재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유영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수고했어요.”“대표님도 수고 많으셨어요.”유영도 작은 손을 내밀어 예의 바르게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녀의 팔목을 가로챘다.갑작스러운 공격에 유영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강이한이었다.그녀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유영은 그에게서 위험한 기운을 느끼고 다급히 말했다.“강이한, 이거 놔.”하지만 이성을 잃은 강이한에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유영을 질질 끌고 주차장으로 가서 억지로 차에 밀어넣었다.차에 오르자마자 유영이 반대쪽 문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운전기사가 빠르게 문을 잠갔다.그들이 나올 때부터 운전기사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고개를 돌리자 남자가 씩씩거리며 차에 오르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아 뒷좌석에 고정했다.남자의 실성한 모습에 유영이 당황했다.“왜 이러는 거야?”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유영은 남자의 매서운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또 나를 병원에 끌고 가려고?”“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강이한이 음산한 얼굴로 말했다.유영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강이한이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병원으로 바로 가.”“강이한!”겁에 질린 유영이 소리쳤다.진심이야?진짜 나를 병원에 끌고 가려고?이번 생에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지난 생에도 싫다는 그녀를 구슬려서 억지로 수술대에 올린 사람이었다.지난 생에 겪었던 화면들이 유영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우리 이제 남남이잖아. 못할 건 또 뭐 있어?”유영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한지음을 위해 굳이 이렇게까지 한다고?그는 거침없이 우리는 남남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유영은 지난 생의 강이한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때의 그 역시 이렇듯 잔인한 사람이었다.유일하게 지난 생과 달라진 점이라면 둘이 이혼했다는 사실이었다. 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강이한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리고 곧장 병원 의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기증자 찾았으니 지금 당장 수술 준비하세요. 지금 가고 있어요.”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말투에 유영의 마음도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다.비록 지난 생에 한번 경험한 일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강이한이 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20분 뒤면 도착하겠네요. 일단 환자 상태 체크하고 도착하면 바로 수술 들어갈 수 있게 조치하세요.”유영은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귀에는 더 이상 그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다.남자의 두 눈에는 잔인함이 가득했다.전화를 끊은 강이한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유영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 동요나 다른 감정은 없었다.유영은 온몸에 오한이 돌았다.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수술한다고?”“이유영 네가 지음이한테 빚진 거야.”남
병원!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배준석은 신속히 한지음에게 일련의 검사를 진행했다.소식을 접한 한지음은 가장 먼저 조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조형욱으로부터 강이한이 유영을 끌고 병원으로 오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한지음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피어났다.유영, 이제 이 어둠은 네 거야!유영의 처참한 미래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당연하게도 유영이 원해서 왔을 리는 없었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자존감 높은 그녀가 스스로 이런 선택을 했을 리 없었다.하지만 이건 한지음이 원하던 결과였다.사랑하는 남자의 강요로 다른 여자에게 시망막을 빼앗기는 기분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한지음은 지금 당장 울부짖는 유영의 비명소리를 듣고 싶었다.병원 입구.유영은 남자에 의해 강제로 끌려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강이한, 꼭 이렇게 해야겠어?”결국 여기까지 온 건가?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강이한이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마음속 한구석에서 제발 이러지 말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한지음의 처참한 흉터를 떠올리고 생각을 바꾸었다.그 잔인한 모습들이 결국은 그의 이성을 집어삼켰다.“걱정 마. 나중에 내가 꼭 당신에게 맞는 시망막을 찾아줄게.”“수술 끝나면 내가 항상 옆에 있을 거야. 내가 직접 당신을 간호할게. 아프지 않을 거야.”남자의 목소리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싸늘하기만 했다.유영의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죽어버려!”그녀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며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 남자는 가볍게 그 손목을 가로채고 잡아당겨 품에 안은 뒤, 그대로 그녀를 질질 끌고 병원 안으로 향했다.유영이 발버둥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을 집어 강이한의 머리에 엎었다.안에서 쓰레기가 쏟아지며 남자의 온몸에 오물이 묻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고 뭇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그녀가 눈물을 훔쳤다.그 모습은 완벽한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소녀가 재벌가에 시집 가서 갖은 고생을 하고 결국 재벌 남편에게 버려진 모습 그 자체였다.누군가가 벌써 핸드폰을 꺼냈다.강이한은 모이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그는 당장 이 자리에서 이 여자를 찢어 죽이고 싶었다.유영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울며 말했다.“강이한, 우리 이혼했잖아. 세강의 안주인 자리도 그 여자한테 양보했어. 그런데 또 뭐가 부족하대?”“내 말을 안 믿어도 돼. 하지만 그 여자가 시력을 잃은 시점이 언제인지, 조금만 신경 써서 알아보면 알게 될 거야. 아직 검진도 안 했지?”강이한이 입을 열었다.“닥쳐, 이유영!”“대표님!”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형욱이 다가와서 강이한을 말렸다.유영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강이한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이게 날 건드린 대가야, 강이한!’그녀는 이번 기회에 남자에게 제대로 된 교훈을 주고 싶었다.강이한은 분노를 꾹 참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지만 사납게 일그러진 표정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노려보는 가운데, 유영은 도망치듯 병원 반대방향으로 뛰었다.원래 저런 여자였나?오스카 연기상을 줘도 될 만큼, 완벽한 연기였다.유영이 입구에서 오열하는 모습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한지음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강이한은 어찌하여 현모양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가?’ 등 온갖 타이틀이 인터넷 기사를 타고 돌아다녔다.“하하! 너무 고소해!”그 시각, 유영의 사무실에서 기사를 확인한 소은지는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게다가 달랑 기사만 올라온 게 아니라 동영상까지 첨부되어 있었다.영상 속 유영의 모습은 누가 봐도 버림받고 힘들어하는 피해자의 모습이었다.유영이 친구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만 웃어. 그거 보고 웃은지 벌써 10분 됐어.”“부족해. 강이한 그 표정 봤어? 너무 웃기잖아!”강이한이 누군가!청하시에서 이 정도
“강이한은 지금 혈압 올라 죽으려 하겠지?”“아마도?”아까 병원에서 봤던 울긋불긋한 얼굴만 생각해도 그가 얼마나 화가 많이 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우선 해야 할 것은 한지음을 실드 치는 일이겠지.”지난번에 앞장서서 유영을 비난했던 언론사 기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아마 한지음 쪽에서 뒤를 밟힐까 봐 처리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 중에는 한지음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굳이 유영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나서서 불을 지필 사람들은 많고도 많았다.그들은 강이한을 공격하진 못해도 한지음은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었다.게다가 한지음이 전에 했던 일들이 유영에 의해 전부 가짜라는 게 까발려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음 쪽 입장을 믿지 않게 되었다.“너는 괜찮아?”소은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영에게 물었다.강이한이 한지음을 감싸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한지음이 나타난 뒤로 강이한은 한 번도 유영의 편에 서서 문제를 해결해 준 적 없었다.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어? 아마 한동안은 조용할 거야. 내가 바라던 바고.”오늘 있었던 일로 하여 강이한도 유영이 만만히 당하기만 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상황에서 당한 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강이한도 참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유영의 예상은 맞았다.기사를 접한 강이한은 치미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배준석도 같이 있었다.배준석은 무시무시한 기에 눌려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었다.“조 비서!”지옥사자를 연상케 하는 싸늘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이번 유영의 행보는 완전히 그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조형욱이 다가와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예, 대표님.”“이유영에게 의뢰를 맡긴 회사들에 전달해. 당장 계약을 중지하지 않으면 우리 세강을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강성건설과 서원그룹이 널 먹여살릴 수
강이한은 담배연기를 길게 들이마시고 뱉었다.“꼭 그렇게 해야겠어?”배준석이 물었다.“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강이한이 이를 갈며 말했다.병원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일 때, 그녀의 입가에 피어난 의기양양한 미소를 그는 똑똑히 보았다.어쩌다가 저런 여우를 10년이나 옆에 품고 산 걸까?배준석은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선배가 분노에 이성을 상실하고 후회할 일을 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음. 그냥 겁만 주는 정도면 나쁘진 않지.’유영이 다시 예전의 얌전한 유영으로 돌아오면 어쩌면 모든 게 잘 풀릴지도 모른다고 배준석은 생각했다.하지만 유영의 입장은 달랐다.강이한은 배준석의 의견을 결국 받아들이고 나서원에게 연락했다.나서원은 한지음 납치 사건 때 유영이 사람을 사주했다는 증거를 최단 시간에 잡아낸 실력자였다. 그렇다면 유영과 정국진의 관계를 밝혀내는 일도 쉽지 않을까?“최대한 빨리 알아봐줘.”“그 여자랑 정국진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내야 해!”둘이 대체 어떤 연유로 얽히게 된 건지 강이한은 무척 궁금했다.자신을 떠나면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유영이 순정동에 입주하고 포르쉐를 끌고 다닐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하지만 배준석의 말을 들어보면 둘의 관계가 생각보다 더 복잡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그가 전화를 끊자 배준석이 말했다.“서원이 형은 이런 일은 전문가니까.”“그래.”“그런데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배준석이 물었다.강이한의 두 눈에 다시 분노가 스쳤다.정국진 얘기만 나오면 둘은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싸웠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답변은 듣지 못했다.비록 기분은 나쁘지만 배준석 덕분에 집 나간 이성을 조금 되찾을 수는 있었다.“네 말을 들어보니까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기는 해.”정국진은 소문난 애처가였고 아내와의 사이도 무척 좋았다. 만약 정국진이 유영과 바람이 나고 대놓고 유영에게 돈을 쓴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의 정실부인 쪽에서 이렇게 조용한 게 이
강이한이 초라해진 모습을 보자, 이유영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졌다. 소은지를 꽉 껴안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진짜 고마워.”아직 정국진도 만나지 못한 채 힘들어하던 시절, 그녀의 옆에서 누구보다 의지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 주었던 존재. 소은지는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바보, 우리 사이에 이런 말이 왜 필요해?”소은지는 매번 이유영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여자가 너무 강해도 시집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여자는 가정에 소홀하다는 말도 있지. 이유영도 어느 정도 이 말에 공감했다. 강이한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결국 오늘의 그녀를 만들어낸 것도 있으니까.한편, 강씨 집안에서는….이번에도 또 중요한 부지를 잃어버린 강이한, 그의 집안은 아주 뒤집어졌다. 다름 아닌 한 사람한테 두 번이나 무언가를 빼앗기다니! 진영숙은 이번에도 이유영이 그 원인제공자라는 것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이 비열하고도 악독한 여자!”진영숙은 화가나 욕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어떻게 또 이유영이란 말인가?옆에 있던 강서희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이유영이 아닌 한지음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진영숙이 옆에서 아무리 화를 내도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저년은 이한이가 자기한테 아무 짓도 못 할 거라고 날뛰는 거라고!”진영숙은 지금 화가 주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유영이 떠오르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결국 참다못한 진영숙은 분노에 호흡곤란을 일으키다 쓰러졌다. 놀란 강서희와 사용인들이 몰려들어 그녀를 부축하곤 구급차를 불렀다.또 다른 곳도 지금 난리였다.한때 이유영을 공격하기에 바빴던 언론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이젠 모든 이들이 몰려가 한지음을 비난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다른 점, 이유영의 공격은 한지음이 돈으로 고용한 댓글부대나 기자들이 저지른 직이었다면, 한지음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진짜였다. 이유영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