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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기성은이 전화를 끊자마자 장소월이 그를 확 밀치고 나갔다.

“당신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아가씨!”

기성은은 손에 반지를 들고 있어 돌연 나가는 그녀를 막지 못했다. 장소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전연우는 그녀를 쫓아 나온 뒤 별이를 경호원에게 넘겨주었다.

“장소월은?”

기성은이 말했다.

“이미 나가셨습니다.”

겨우 잡은 촬영 일정이 망가져 버렸다.

전연우가 돌아왔을 때, 다행히 장소월도 남원 별장에 돌아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불과 몇 분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전연우가 차에서 내리자 경호원은 그와 함께 들어가 아이를 도우미에게 넘겨주었다.

은경애는 연이어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두 분 웨딩 사진 찍으러 간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신 거지?’

전연우가 물었다.

“소월이는요?”

은경애가 대답했다.

“사모님은 위층에 올라가셨어요.”

전연우도 위로 올라가 침실 문을 열었다. 날아온 건 베개가 아니라 화장대에 놓여있던 꽃병이었다. 그 꽃병은 저번 전연우가 자선 파티에 갔을 때 경매로 사 온 헤아릴 수 없는 값어치의 물건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 침실 안 가구와 장식품은 모두 직접 주문 제작한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었다.

정면으로 꽃병을 맞은 전연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실크 잠옷을 줍고는 툭툭 털어 한쪽에 걸어놓았다.

“아직도 송시아의 도발에 넘어가는 거야? 소월아... 대체 언제 좀 영리해질래.”

장소월은 눈을 감고 애써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다리 위에 올려놓은 손은 얼마나 힘주어 말아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온몸을 집어삼킬 듯한 심장의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송시아 외국으로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또 돌아온 거야?”

전연우는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꽉 쥔 주먹을 풀어주고는 깊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소월의 내리뜨린 눈동자에서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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