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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Author: 차라
병원 건물 아래, 무성히 자라난 오동나무 가지에 참새 몇 마리가 지저귀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모두 머리를 날개에 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바깥 온도는 강영수가 발산하는 분위기와 똑같이 차가웠다.

“난 헤어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장소월이 팔짱을 끼고 시선을 거두었다.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 그저 시간을 갖자는 거야. 이번 일은 반드시 분명히 해야 하니까. 우리가 서로에게 정말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생각해야 돼.”

“감정이라는 것은 절대 제3자를 용납할 수 없어. 김남주 씨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넌 그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걸 선택했어. 난... 네가 아직 김남주 씨와 함께했던 시간을 놓지 못했다는 거 알고 있어.”

“나도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야. 너와 똑같아. 상대방의 눈에 자신만 담겨 있기를 바라지.”

장소월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먼저 남주 씨한테 가서 물어봐. 대화를 나누면 네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질 수도 있잖아. 어떻게 되든 우린 처음처럼 지낼 수 있을 거야.”

그의 시선은 장소월에게 머무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장소월 또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말은 자신과 강영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직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지나간 일을 말끔히 해결하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김남주가 그들 사이에 끼어있으면 매일매일 불편할 것이고 장소월의 입장 또한 곤란해질 것이다.

그녀를 좋아하는 동시에 김남주도 놓지 못한다면 바람을 피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진봉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열었다.

“소월 아가씨, 그게 아닙니다. 대표님께선 지나간 일에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대표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정말 그래요?”

장소월의 그 한마디 말에 모든 것이 꿰똟어보일 듯한 맑은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 다 알고 있어요. 설 연휴 급히 해외에 간 것, 깊은 밤에 김남주 씨를 찾아간 것, 이것들이 그분을 놓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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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4화

    장소월은 장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셋방으로 향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풀냄새와 흙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었다.장소월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베란다에 심어두었던 식물엔 이미 꽃이 피어나 있었다.방안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하늘색 소파 위엔 그녀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교복이 놓여있었다.장소월이 강용을 떠올리며 교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돌이켜보면 이곳엔 강용과의 기억이 가득했다. 그는 주방에서 요리를 했고 책상에서 공부를 했고, 피곤할 때면 소파에 누워 할아버지처럼 오후 첫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자곤 했다.눈 깜빡할 사이에 어느덧 한 주가 지났다.그동안 장소월은 핸드폰을 줄곧 꺼놓았다. 또한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채 지냈다.그녀는 자신을 이 작은 방 안에 가두고 그림을 그리며 신경을 마비시켰다. 어떤 날엔 밤새 쉬지 않고 그리기도 했다.피곤하면 자고, 배가 고프면 대충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공부에 관한 건 손조차 대지 않았다.유리병을 들어보니 물을 다 마셔 비어있었다. 그녀는 소파를 짚고 일어서며 며칠 감지 않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평소엔 보기 힘든 꾀죄죄한 모습이었다.뜨거운 물을 끓인 뒤에야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밥상 위엔 절반가량 먹은 우울증 약봉지가 놓여있었다. 대체 언제 이 병이 낫는 걸까...자신을 포기한 걸까? 장소월 그녀 또한 알 수 없었다.쾅쾅쾅.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가 약을 입에 넣지도 못한 채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약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장소월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을 주운 뒤 물감이 가득 묻은 옷에 슥슥 닦고는 물과 함께 삼켰다.전연우가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커튼이 닫혀 있는 데다 조명도 켜지 않아 어두운 방 안은 어지럽기까지 했다. 주방 싱크대엔 설거짓거리도 가득 쌓여있었다.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하던 장소월도 이렇게 지저분할 때가 있다니.전연우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5화

    “앞으로 내 일에 간섭하지 마. 이렇게 찾아오지도 말고.”전연우의 시선이 붓이 꽂혀있는 필통으로 향했다. 안엔 핸드폰이 물에 잠겨 있었다.남자가 일어서 창가로 가 커튼을 열자 햇살이 안으로 들어왔다. 연속 며칠 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던 장소월은 눈이 부셔 손으로 빛을 막았다.“뭐 하는 거야! 얼른 닫아!”그녀가 벌컥 화를 냈다.“한 시간 줄 테니까 깨끗이 정리하고 날 따라와. 집에 가자.”“전연우, 너 미친 거 아니야? 내가 거길 왜 가? 거기가 내 집이야? 너와 백윤서의 집이잖아. 내 생각이 맞다면 오 아주머니도 네 사람이지? 내가 먹는 우유에 아무도 모르게 약을 넣은 걸 보면 말이야.”그녀는 전연우만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떠올랐다. 장소월은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던져버리고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녀는 탁자 앞으로 걸어가 우울증약 몇 알을 삼키고는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탁할게. 다신 오지 마.”“난 널 증오해. 전연우! 증오한다고!”넌 내 모든 것을 망가뜨렸어. 대체 왜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전연우가 어두운 눈동자로 굳게 닫힌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의 마음속은 한데 엉켜버린 수만 갈래의 실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장소월은 방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 숨어버렸다. 깊은 미로에라도 갇힌 듯 아무리 걸어도, 어떻게 걸어도 출구에 다다를 수가 없었다.예전엔 울다가 힘들어지면 잠을 청했다. 꿈에서 엄마를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갑을 잃어버리고 사진이 없어진 뒤엔 엄마는 한 번도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장소월은 침대 옆에 놓아두었던 약 다섯 알을 삼켰다. 지금은 오로지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만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오늘 그녀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난 것 같았다. 희미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도 들었다.그녀는 하얀색 치마를 입고 우아하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6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소월은 가운데 처진 추한 것을 보지 않으려고 황급히 시선을 옮겼다.“옷 입고 나가.”전연우는 바닥에 놓은 시트를 주워 하반신을 감쌌다. 탄탄하고 완벽한 상체의 남자는 묵묵히 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오늘 왜 이렇게 말을 잘 듣지?’장소월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잠그고 옷장으로 가서 자신의 옷을 챙겨입었다.그녀가 수면제를 먹고 약효가 발작한 순간, 전연우가 어떻게 자신을 침대에 올렸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뭔가 떠올리더니 옷을 입은 후 거실로 가서 미완성 그림을 계속 그렸다.며칠 전, 그녀는 그림 대회 푸시 메시지를 보고 지원했다.오늘이 원고 마감일이었고, 저녁 7시에 주최 측에서 사람을 보내 그림을 가져갈 것이다.아직 1시간 30분이 남았다.전연우는 베란다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고, 장소월은 그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그녀는 옆에 있는 토스트를 먹었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다행히 마지막 30분을 남겨 놓고 그녀의 그림은 완성되었다.창문 밖에서 연기가 날아들었다.전연우는 줄곧 그녀의 그림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림을 잘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녀의 그림이 햇빛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장소월은 주최 측 사람인 줄 알고 손으로 그림을 말린 후 조심스럽게 말았다.문을 열고 보니... 기성은이었다. 그는 손에 봉지를 들고 있었다.그녀를 본 기성은은 덤덤한 표정이었다.“아가씨, 안녕하세요.”“여긴 어쩐 일이세요?”“대표님 옷 가져다드리러 왔습니다.”“이리 주세요.”기성은은 미간을 살짝 치켜올렸다. 두 사람의 사이가 언제 또 가까워졌는지 의아했다.하지만, 역시나... 장소월은 옷을 받아들고 3층에서 바로 던져버렸다.기성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가씨...”장소월은 별말 없이 문 앞에 걸려 있는 열쇠를 들고 그림을 챙겨 그대로 떠났다.‘옷은 천천히 찾으라고 해.’마침 전연우가 나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7화

    학교에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고, 며칠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담배 연기가 가득한 쓰레기 거리를 보면서 장소월은 기분이 훨씬 밝아졌다. 휴대폰이 없으니 걱정거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주변에 연락할 친구도 없고, 그녀의 세상은 아주 고요했다.어느덧 장소월은 익숙한 골목에 다다랐다. 저번에 강용이 그녀를 데리고 왔던 식당이었다.장소월도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몰랐다.몸을 돌려 떠나려는 데, 40~50대 아주머니가 손에 물 한 대야를 들고나와 단번에 장소월을 알아보았다. “왠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아가씨 강용 친구죠?”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잘됐네요. 저번에 나에게 물건을 맡기면서 아가씨에게 주라고 했어요. 제가 바로 가서 가져오죠.”장소월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지난번 식사 때 사장님만 뵙고 사모님은 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어떻게 장소월을 알아봤을까?곧 그녀는 핑크 리본을 묶은 검은색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이건 강용이 떠나면서 아가씨에게 주라고 한 거예요. 계속 보이지 않아서 가지러 안 오는 줄 알았어요.”장소월은 말의 핵심을 알아챘다.“강용이 떠났다고요? 어디로요?”“어머니를 데리고 러시아에 가서 병을 고친다고 하던데, 아마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모르고 계셨어요?”장소월은 확실히 몰랐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가게 손님이 소리쳤다.“사장님, 면 추가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장소월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근처 노인 공원에 가서 나무 벤치에 앉아 상자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았다. 안에는 분홍색 털장갑이 있었다. 라벨이 없는 것을 보니 직접 짠 것인 듯했다.장소월은 분위기 있고 온화한 심유를 생각하며 그녀가 짠 것이라 예상했다.이것은 그녀가 두 생애 동안 받은 가장 따뜻한 선물이었다.그녀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더니, 자신이 실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올림피아드 시험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고, 강용이 서울대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8화

    아버지 장해진의 꾸지람을 들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집에 없었다.강만옥이 임신했기 때문이다...임신한 지 두 달이 넘었고, 장해진은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했다.장해진은 이미 강만옥을 데리고 싱가포르로 가서 휴식 중이었고,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이 집에는 그녀 혼자만 남게 된다.아버지는 역시나 장소월의 생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원래 있었던 일말의 기대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익숙하지만 또 낯선 거실에 들어서자 오 아주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다가왔다.“아가씨, 그동안 밖에서 고생 많았어요.”장소월은 차갑게 오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정말 아끼고, 친자식처럼 여긴다면 어떻게 그녀의 우유에 약을 넣을 수 있을까?그런데 지금 또 그녀를 아끼는 척 관심하고 있다니!대체 무엇 때문일까?오 아주머니는 전연우의 사람이었다. 주위에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있는지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 아주머니의 손을 피했다. 아주머니의 눈빛마저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 장소월은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을 가족처럼 여기던 오 아주머니까지 배신했다는 사실을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전연우는 떠나기 전 은경애에게 장소월이 지금 심경이 불안정하니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다.그리고 전연우와 오 아주머니는 가든 아파트로 돌아갔다.장소월은 배를 채울 간식들을 가득 안고 방에 들어가 방문을 잠갔다. 누군가 들어올까 봐 침대 옆 탁자와 의자로 문을 단단히 막았다.장소월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의 행동을 자각했고, 이런 자신이 싫었다.이러다 미치광이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 단지 이런 방식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싶었을 뿐이다.마음속 어두운 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지금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커튼을 닫고 방이 캄캄해지고 나서야 그녀는 안정감을 느꼈다.식사 시간이 되자 은경애는 음식을 들고 위층으로 올려와 몇 번이나 문을 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39화

    서철용이 전화 받는 틈을 타 배은란은 허리춤의 치마를 서둘러 잡아당기고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밀어내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서철용은 떠나는 여자를 바라보더니 사무실 책상으로 가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애써 타오르는 화를 억눌렀다.“상황에 따라 달라. 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가 있지만, 대부분은 환자 자신에게 달렸어. 본인이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약을 먹고, 아무리 큰 노력을 해도 소용없어.”“그래서... 맘이 약해졌어?”서철용은 조롱하듯 말하더니 상대방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방자하게 웃었다.“너 이 자식 이 꼴 날 줄 알았어. 전연우... 너의 목적을 잊지 마! 이제 와서 그만두려고? 넌 장소월에게 12년 동안 약을 탔어. 그런데 이제 와서 잘해준다고 과연 널 용서해줄까? 그동안 네가 어떤 짓을 했는지 내가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지? 이제 와서 후회한다면 오히려 네 발등을 찍는 격이야.”전화를 끊은 전연우는 어느새 장소월의 방문 앞에 이르렀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소월아!”장소월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릎을 감싸고 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칠흑 같은 벽면을 향해 멍하니 있었다.그녀 자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지저분한 방 안, 그림 종이에는 한 여자의 윤곽이 그려져 있었다. 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온화하고 고급스러웠다. 아쉽게도 여자는 이목구비가 없었다.이것은 장소월이 꿈에서 본 엄마의 모습이었다.“우리 소월이 힘들어?”어둠 속에서 장소월의 귓가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한 줄기 빛이라도 본 듯했다. 한 여자가 침대에 앉아있었고,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졌지만 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분명 그녀가 낸 것이다.장소월은 어둠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은 듯 무릎을 꿇고 앞으로 다가가 머리를 젖히고 눈물을 흘렸다.“엄마, 드디어 소월이 보러 온 거예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 나도 데려가요, 네?”“엄마도 우리 소월이 보고 싶었어. 하지만 소월이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40화

    “엄마... 어디 갔어요? 소월이 버리고 가지 마...”전연우는 눈앞의 장소월이 이미 미쳐버린 것 같았다.남자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더니 천천히 다가갔다.“바닥에서 뭐 해? 일어나.”“왜 왔어? 엄마가 놀라서 도망갔잖아.”장소월이 차갑게 말했다.전연우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잘 봐. 이 방에는 너랑 나 둘뿐이야.”“헛소리. 방금 엄마가 나랑 말도 했어. 정말 힘들면 날 데리고 여길 떠나겠다고 했단 말이야.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엄마가 도망갔잖아! 왜 들어왔어!”전연우는 또 한 번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깨달았다.자신은 점점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장소월은 미쳐가면서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감정은 있어서도 안 되고, 더더욱 선을 넘어 그녀에게 쉽게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전연우가 ‘물건’을 몸에 지니고 총상을 입은 채로, 총알이 빗발치는 와중에 몇 번이고 위험에 처했지만, 그는 당황하거나 두렵지 않았다.무엇을 하든 목적이 명확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었다.그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많은 일을 하면서 그는 늘 여유로움이 넘쳤다.유독 그녀에게 한 일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그녀가 점점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마음속에 브레이크가 생겼다. 이것도 후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전연우는 그녀를 어깨에 메고 마음껏 울고 미쳐 날뛰게 했다. 조용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한 모습보다는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좋았다.“이거 놔. 엄마 찾으러 갈래. 이거 놓으라고!”장소월은 발이 묶여서 움직일 수 없었고, 남자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남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녀가 화를 분출하게 내버려 두었다.장소월은 있는 힘껏 깨물었다. 입안에 피비린내가 가득 찼지만 그녀는 죽어도 입을 떼지 않았다.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어깨에서 뜨거운 열기와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10분 후, 장소월이 조용해지자 전연우는 고개를 숙여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441화

    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아래층에 도착한 그는 은경애에게 말했다.“닭고기 수프를 끓여서 소월이 깨어나면 마시라고 하세요.”“네, 알겠습니다.”백윤서는 전연우의 팔을 잡고 물었다.“오빠,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소월이 대체 왜 저래요? 올림피아드 시합 때문에 아직 슬퍼하는 거예요? 아직 기회는 있어요.”“그만해. 소월이 일은 오빠가 알아서 할게.”원래 심란했던 전연우는 옆에서 누군가 떠들어대니 더욱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파 났다.백윤서는 흠칫 놀라더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어려서부터 전연우는 한 번도 그녀에게 이렇게 매섭게 말한 적이 없었다. 설령 백윤서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는 한 번도 꾸짖은 적이 없었다.“오빠, 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요. 전 그저 소월이가 걱정돼서...”전연우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밥 다 먹었으면 가서 공부해. 오 아주머니는 이미 아파트에 가셨어. 앞으로 내가 널 여기로 데리고 오지 않는 이상, 오지 마.”말을 마친 전연우는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백윤서가 뒤쫓아갔다.“왜 오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가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오빠가 있는 곳이 곧 제집이죠. 저도 진작 여기를 제집으로 여겼어요.”“내가 소월이 올림피아드 팀 티오를 뺏어서 그래요? 오빠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 이번 경기에 참여하지 않을게요.”전연우는 걸음을 멈추고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지만 애써 자제하려고 노력했다.“윤서야, 너도 이제 세 살짜리 어린애가 아니야. 내가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해?”“철 좀 들어. 장씨 가문은 성이 장씨야. 전씨도 아니고 백씨도 아니야. 네 위치를 잘 알고 있어. 앞으로 이런 말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은경애는 벌벌 떨며 뒤돌아보았다.‘아이고, 어쩜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어? 여길 자기 집으로 여긴다고? 좋은 마음으로 입양해서 키워주니 진짜 자기가 재벌가 아가씨인 줄 알아? 염치도 없지!’“오빠는 절대 날 버릴 수 없어요!”“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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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3화

    의사가 들어와 손이준을 진찰했다.장소월은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다. “어때요? 괜찮은가요?”의사가 대답했다.“상처 회복은 잘 되고 있습니다. 휴식만 잘 취하면 됩니다.”“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떠나자, 장소월은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때 갑자기 강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이, 전 씨, 그 총알 맞고 왜 안 죽은 거요.”“무... 무슨 소리야?” 이불을 덮어주던 장소월의 손이 경직되어 멈춰 섰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강용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거두려던 순간, 돌연 그의 손에 잡혀버렸다.“언제 알아차린 거야? 눈썰미 꽤 쓸만하네.”정... 정말 그 사람이었다!장소월은 충격에 휩싸여 병상에 누워 있는 낯선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잠시 저항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강용은 재빨리 그들을 떼어놓았다. 전연우가 일어나려고 하자 강용은 순식간에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접근하려고 정말 애썼네요.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 누구예요?”강용의 손은 전연우의 상처 부위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전연우 씨, 내 손에 잡히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죠?”장소월은 여전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전연우였다니.그를 본 순간 도망쳤어야 했지만, 그녀의 발은 납덩이라도 매달린 듯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네가 어디에 있든, 찾아낼 거라고 했었잖아.”“소월아, 넌 내 아내야.”그 애절한 말에 장소월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고,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아... 아니에요. 당신이 전연우일 리 없어요...”장소월은 뒷걸음질 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악마와 마주치기라도 한 듯, 강력한 충격이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급기야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소월아...”강용이 그녀를 재빨리 붙잡았다.전연우는 애타게 그리고 그리던 아내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2화

    강지훈이 명령했다.“말해.”부관은 손에 든 정보를 강지훈에게 건넸다. “최근 근처 도시에 세 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현재 저희가 일차적으로 걸러낸 상태이고, 곧 시스템으로 소현아 씨의 사진을 인식할 겁니다. 30분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강지훈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권총을 건네며 말했다.“지금 호텔로 간다.”“알겠습니다, 주인님.”거꾸로 매달려 있던 흑인 남자는 그야말로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곳은 사막과 가까운지라 지면에서 뜨거운 열기까지 올라오고 있었다.“가지 마세요! 형님!”“저 혼자 여기 두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빠!”옆에 있던 규영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 저 사람 풀어주는 게 어떠십니까.”“현아 아가씨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 덕을 쌓는 셈 치는 거죠.”“제가 옛날 어르신께 듣기로는...” 그 순간 규영은 자기도 모르게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말을 바꾸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어르신의 말을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강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 계속해!”규영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집안에 임신한 사람이 있을 때는 피를 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재앙이 닥친다고요.”강지훈은 그 말을 듣고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미신은 대체 어디에서 주워들은 거야? 북경 감옥에서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그럼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키지 못한다는 거야?”“주인님,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혹시 모르니 믿는 게 좋습니다.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아 아가씨 배 속에 있는 작은 주인님을 위해서라도요.”“주인님께서 좋은 일을 하시면 자연히 작은 주인님에게 복이 쌓일 겁니다. 또한 현아 아가씨께서 순산도 하실 수 있을 거고요.”강지훈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예전에는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1화

    “우리 둘 다 옷도 입고 있었어. 그냥 너무 추워서 그랬어. 강용 몸은 뜨겁고 따뜻하더라고.”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횡설수설 변명하는 소현아의 모습이 귀여워 장소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 나는 단지 강용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야. 그 강지훈이라는 사람은 아주 나쁜 놈이거든. 혹시 그 사람이 강용에 대해 물어보면 모른다고 해야 해. 강용과 모르는 사이인 척, 전혀 개의치 않는 척해야 해. 알았지?”“그럼 소월이랑도 모르는 사이라고 해야 해?”장소월은 소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내가 방법을 알려줄게. 나중에 돌아가서 강지훈의 입에서 남자 이름이 나오면 무조건 모른다고 해야 해. 여자는 괜찮아.”“그리고... 혹시 다른 사람이 널 괴롭히면 울면서 그 사람이 너를 때렸다고, 욕했다고 말해야 해. 강지훈한테 전부 고자질해.”소현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떡해? 꼭 울어야 해?”장소월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현아야, 넌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나중에 나한테도 딸이 생기면 너처럼 귀엽고 천진난만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그녀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다.사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신을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감옥에 가두기 십상이니까.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다가 결국 그녀처럼 되어버리고 만다.소현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소현아는 장소월의 손을 잡고 북경 감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장소월은 강지훈이 소현아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아직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사랑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어오르는 감정이다.왜 하필 강지훈이란 말인가!장소월은 잠들어 있는 소현아를 보며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었다.강지훈 같은 사람은 무해하고 천진난만한 소현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꺼려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0화

    수술실 문밖에 돌아와 보니, 강용은 여전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에게 음식을 챙겨주었다.“수고했어. 먼저 가서 쉬어. 나랑 현아가 근처에 방 두 개 잡아놨어. 현아는 당분간 나랑 같이 잘 거고, 이건 네 방 카드야. 현아랑 같이 먼저 가 있어.”“됐어, 너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잖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나중에 그 사람이 나오면 내가 도와야할 일이 있을 거야. 여자인 너 혼자서는 불편해.”장소월은 화장실에서 꾸물거리며 나오는 소현아를 바라보았다. 손에는 간식 두 봉지도 들려 있었다. “그래... 알았어. 나는 옷이라도 좀 사러 가야겠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옷을 많이 못 챙겨왔거든.”“그래, 갔다 와.” 강용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모두 비웠다.장소월이 물었다. “옷 말고 또 필요한 거 있어?”“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강용은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 하나를 꺼냈다. “여기에 돈 좀 있어. 내 걸로 결제해.”“됐어. 이 돈은 나중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너는 남자니까, 나중에 뭐라도 하려면 돈이 좀 있어야지”무거워진 장소월의 말투를 눈치챈 강용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쳇, 네 그림 한 점이 몇천만 원이나 된다고 지금 날 비웃는 거지? 어휴. 아가씨, 절 키워주시는 건 어때요?“계속 아가씨의 개가 될게요.”장소월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개는 무슨.”장소월은 소현아와 함께 쇼핑몰에 가서 옷을 몇 벌 구매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신분증을 등록하려고 프런트에 선 순간, 장소월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 하여 새로운 신분증을 꺼내 등록 정보로 사용했다.“미카엘 씨, 여기 객실 카드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감사합니다.”원래는 저렴한 호텔에 묵을 생각이었지만, 소현아가 불편해할까 봐 걱정되어 이곳으로 결정했다. 10층에 위치한 방에 들어가 커튼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강 풍경이 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9화

    아이...지금 세 사람은 확실히 아이를 키울 여유가 없다.전 부인이 말했다. “절대 월이 돌려주지 않을 테니까 내 아이 뺏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강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우리 셋 다 당신 아이 봐줄 시간 없어요. 당신이 준다고 해도 우리가 싫어요.”“참, 그리고 전 남편 치료비도 잊지 말고 내줘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때 부부였는데 너무 매정하게 굴지는 말아야죠.”그녀는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던졌다. “그동안 아이를 키워준 양육비와 예전 나한테 줬던 돈 전부 갚았어요. 이제 각자 갈 길 가고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요.”별이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 서럽게 엉엉 울고 있었다. 장소월은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다. 필경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니 왈가왈부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아이의 엄마다. 엄마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아무에게도 막을 권리가 없다.그들이 위풍당당하게 떠난 후, 강용은 돈을 세어보았다. 몇백 달러 정도였다. “제기랄, 몇만 달러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전 남편에게는 쥐꼬리만큼도 안 주다니. 빨리 죽으라고 고사라도 지내는 건가. 이 돈으로는 수술도 못 하겠네.”장소월이 말했다. “됐어, 강용. 사람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는 거야. 일단 이준 씨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보자.”“그래.”소현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월아, 아기가 배고픈 것 같아. 들어봐... 얘네 둘이 소리치고 있어.”강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배고픈 거면서 무슨 엉뚱한 소리야. 밥 먹을 시간이긴 하네. 넌 소현아 데리고 근처 식당에 가서 밥 먹어. 이준 씨한테는 내가 가볼게.”며칠 동안 강용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먹고 포장해서 갖다 줄게.”“그래.”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소현아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로 향했다. 30분 후, 결과가 나왔고 예상외로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의사는 검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8화

    바로 맞은편 길에서 또 한 무리의 차량이 웅장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규영이 돌연 즉시 차를 세우라며 소리쳤다. “...저... 현아 아가씨 목소리 들은 것 같아요.”강지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그 말에 번쩍 눈을 떴다. “확실해?”규영은 확신할 수는 없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정말 현아 아가씨 같았어요. 소월이라는 이름을 부르기도 했고요. 현아 아가씨 친구분이 장소월 씨잖아요. 그냥 우연인 걸까요?”강지훈은 마지막 남은 인내심까지 바닥난 듯 말했다. “얼마나 남았지?”운전석에 묶여 있던 남자는 강지훈이 꽤 많은 힘을 들여서 찾아낸 인물이었다. 소현아의 행방을 쫓다가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이 남자가 소현아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강지훈의 정보 조직이 오랫동안 소현아의 소식을 찾지 못했던 이유였다.강지훈은 항공편 정보를 토대로 소현아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그녀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이곳 사막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곳에서 얼마 전 폭동이 일어났고, 소현아는 무사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흑인 남자가 한 민박집 앞에 차를 세웠다. “여깁니다, 바로 여기예요.” 사투리가 가득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강지훈이 차에서 내리자, 곧이어 뒤따라오던 몇 대의 검은색 승용차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잠겨 있는 대문을 본 강지훈은 그대로 발로 쾅 하고 걷어찼다. 몇몇 사람들이 신속하게 위층으로 올라갔고, 강지훈도 천천히 소파 옆으로 걸어갔다. 규영과 미경은 주방으로 향했다.2분 후, 위층으로 올라갔던 흑인 남자가 보고했다. “위층에는 세 명이 살고 있고, 옷가지도 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물건들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떠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규영이 말했다.“주인님, 냉장고에 현아 아가씨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와 포도가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아궁이에 불을 지폈던 흔적도 있습니다. 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강지훈은 베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7화

    장소월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드리웠다. “강용, 우리 가보는 게 어때? 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는데, 그 전 부인 쪽 사람들이 또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죽을지도 몰라.”“젠장, 그럴 수도 있겠네.” 강용이 곧장 뒤쫓아갔지만, 어디에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 앞,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줄지어 정차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거만하고 제멋대로였던 여자가 한없이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힘을 너무 많이 주었어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죠?”그녀는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조금 전 사나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잘했어.”“됐어, 그만 울어!” 전연우가 호통을 치자 옆에서 울고 있던 별이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도로록 굴러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을 삐죽 내밀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더니, 바로 꺄르륵 웃고 있었다.“어머, 너무 귀여워. 안아주고 싶네.”“다른 사람들은?”리샬이 대답했다.“안심하세요, 보스. 시장 사람들은 모두 괜찮습니다. 그냥 연기였으니까요. 제가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다친 사람은 보스뿐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총까지 맞다니요.”전연우는 팔과 어깨에 일부러 총상을 입었다. 더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진통제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일반인이었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심하게 매질까지 당했으니... 그의 검은색 옷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 일에 신경 쓰지 마.”그 강인한 의지력은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보스. 사모님이 쫓아오고 있습니다.”장소월과 강용이 걱정되어 달려왔을 때, 손이준은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장소월이 소리쳤다.“강용, 빨리 저 사람들 말려.”“오빠, 괜찮아요?” 장소월이 상처를 확인하려고 손을 뻗었다. 몸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이어 손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6화

    “아주 흥미진진했어. 두 부부가 오붓하게 얘기하는 거 방해하지 않도록 안 가는 게 좋을 거야.”장소월은 평소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 사람... 와이프가 돌아왔다고?”강용은 웃으며 말했다. “응. 어젯밤 네가 쓰러졌을 때, 그 사람 보러 병실에 갔다가 부부가 크게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아이 양육권 때문인 것 같더라고.”“지금도 계속 싸우고 있어서 가면 괜히 불똥이 튈지도 몰라.”그녀는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부가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 끼어들었다가 전 부인이 오해라도 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그래. 남의 일에 우리가 간섭할 수는 없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분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응.”지금은 이게 최선이다.이곳에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집에 돌아온 장소월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이 옷 몇 벌과 화구 상자가 전부였다.“내일 차 오는 거 확실하지?”강용이 대답했다. “응, 현지 사람 중 한 명에게 말해놨어. 돈만 주면 내일 아침에 차로 시내까지 데려다줄 거야.”“떠나기 전에 현아를 병원에 데려가 봐야겠어.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현아와 배 속의 아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잖아.”강용은 그녀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딴생각을 하며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소현아도 마침 잠에서 깨어났다.장소월은 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에 내려갔다. 그때 문밖 길 건너편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별이를 안은 채 여행 가방을 끌고 가려고 하고 있었다.입에서는 험한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 뒤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은 손이준을 밀쳐 넘어뜨렸다.그녀는 또다시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장소월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남의 집안일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저 여자가 바로 손이준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그를 빈털터리로 만든 사람인 걸까?확실히 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05화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1분 1초가 그녀에겐 더없는 고통이었다. 왜 멀쩡하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날이 거뭇하게 어두워졌을 때, 몽롱한 정신의 장소월의 귀에 강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살았다...”장소월이 소리쳤다.“나 여기 있어.”휴대폰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강용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부축해 나왔다.“이준 오빠부터 먼저 살펴봐. 많이 다쳤어.”강용은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넌?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장소월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난 괜찮으니까 얼른 오빠부터 병원에 데려가. 얼마 버티지 못할지도 몰라.”강용이 손이준을 안에서 끌어냈을 때 그의 몸은 그야말로 온통 피투성이였다. “괜찮아. 과다 출혈일 뿐이야. 밖에 의료진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강용은 그를 업고 나갔다. 장소월의 눈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부상자들이 들어왔다. 바닥은 금방 청소를 마쳤는지 흥건히 젖어 있었고, 사방에는 경비대가 배치되어 있었다.눈 앞에 펼쳐진 아찔한 광경에 장소월은 순간 현기증이 느껴졌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소월아.”장소월이 다시 눈을 뜬 곳은 한 허름한 병실이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옆에는 강용이 지키고 있었다.“깼어? 괜찮아?”장소월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용은 그녀가 너무 무서웠다는 것을 알고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안전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장소월은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까지 쉬어 있었다. “손이준 씨는 괜찮아?”강용이 대답했다. “와이프가 데리러 왔으니까 괜찮을 거야.”장소월이 물었다. “죽은 사람 많아?”강용은 그녀가 놀랄까 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 내가 차 불러뒀어. 집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현재 해외 시국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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