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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앞으로 내 일에 간섭하지 마. 이렇게 찾아오지도 말고.”

전연우의 시선이 붓이 꽂혀있는 필통으로 향했다. 안엔 핸드폰이 물에 잠겨 있었다.

남자가 일어서 창가로 가 커튼을 열자 햇살이 안으로 들어왔다. 연속 며칠 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던 장소월은 눈이 부셔 손으로 빛을 막았다.

“뭐 하는 거야! 얼른 닫아!”

그녀가 벌컥 화를 냈다.

“한 시간 줄 테니까 깨끗이 정리하고 날 따라와. 집에 가자.”

“전연우, 너 미친 거 아니야? 내가 거길 왜 가? 거기가 내 집이야? 너와 백윤서의 집이잖아. 내 생각이 맞다면 오 아주머니도 네 사람이지? 내가 먹는 우유에 아무도 모르게 약을 넣은 걸 보면 말이야.”

그녀는 전연우만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떠올랐다. 장소월은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던져버리고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녀는 탁자 앞으로 걸어가 우울증약 몇 알을 삼키고는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부탁할게. 다신 오지 마.”

“난 널 증오해. 전연우! 증오한다고!”

넌 내 모든 것을 망가뜨렸어. 대체 왜 날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전연우가 어두운 눈동자로 굳게 닫힌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은 한데 엉켜버린 수만 갈래의 실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장소월은 방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 숨어버렸다. 깊은 미로에라도 갇힌 듯 아무리 걸어도, 어떻게 걸어도 출구에 다다를 수가 없었다.

예전엔 울다가 힘들어지면 잠을 청했다. 꿈에서 엄마를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갑을 잃어버리고 사진이 없어진 뒤엔 엄마는 한 번도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다.

장소월은 침대 옆에 놓아두었던 약 다섯 알을 삼켰다. 지금은 오로지 이런 방법을 사용해야만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

오늘 그녀는 꿈속에서 엄마를 만난 것 같았다. 희미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도 들었다.

그녀는 하얀색 치마를 입고 우아하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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