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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장소월은 장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셋방으로 향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풀냄새와 흙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장소월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베란다에 심어두었던 식물엔 이미 꽃이 피어나 있었다.

방안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하늘색 소파 위엔 그녀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교복이 놓여있었다.

장소월이 강용을 떠올리며 교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돌이켜보면 이곳엔 강용과의 기억이 가득했다. 그는 주방에서 요리를 했고 책상에서 공부를 했고, 피곤할 때면 소파에 누워 할아버지처럼 오후 첫 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자곤 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어느덧 한 주가 지났다.

그동안 장소월은 핸드폰을 줄곧 꺼놓았다. 또한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채 지냈다.

그녀는 자신을 이 작은 방 안에 가두고 그림을 그리며 신경을 마비시켰다. 어떤 날엔 밤새 쉬지 않고 그리기도 했다.

피곤하면 자고, 배가 고프면 대충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공부에 관한 건 손조차 대지 않았다.

유리병을 들어보니 물을 다 마셔 비어있었다. 그녀는 소파를 짚고 일어서며 며칠 감지 않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평소엔 보기 힘든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뜨거운 물을 끓인 뒤에야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밥상 위엔 절반가량 먹은 우울증 약봉지가 놓여있었다. 대체 언제 이 병이 낫는 걸까...

자신을 포기한 걸까? 장소월 그녀 또한 알 수 없었다.

쾅쾅쾅.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가 약을 입에 넣지도 못한 채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약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장소월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을 주운 뒤 물감이 가득 묻은 옷에 슥슥 닦고는 물과 함께 삼켰다.

전연우가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커튼이 닫혀 있는 데다 조명도 켜지 않아 어두운 방 안은 어지럽기까지 했다. 주방 싱크대엔 설거짓거리도 가득 쌓여있었다.

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하던 장소월도 이렇게 지저분할 때가 있다니.

전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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