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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당시 난 목숨을 끊는 것으로도 부모님의 사이를 되돌릴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그 자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어.”

장소월은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서울의 피라미드 가장 높은 곳,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위치에 강림해 있는 그에게 장소월과 같은 망가진 가정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 불행해질수록 더더욱 안정된 가정을 갖고 싶었다.

“하느님은 공평해. 너에게 재부를 줬으니 다른 것은 빼앗아간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과 비교하면 우린 운이 좋은 편이잖아.”

장소월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자유와 선택권만 갖는 것으로 충분했다.

강영수의 크고 두꺼운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제... 나한텐 너밖에 없어. 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야. 그렇지?”

그 말에 장소월은 부담감에 숨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의 주변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녀 한 명뿐만은 아니다.

장소월은 당시 깊은 지하의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강영수를 꺼내 그의 세상이 되어준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김남주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해도, 그를 구원해준 일은 결코 쉬이 잊혀지는 게 아니다. 때문에 그녀는 강영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강영수에게 있어 김남주는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그들 사이의 감정은 아무나 대체할 수 없다.

김남주가 떠나가고 강영수가 다시 어둠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순간, 장소월이 마침 그곳에 나타난 것뿐이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김남주가 돌아왔으니 장소월은 본의 아니게 그들 세상의 제3자, 방해꾼이 되어버렸다.

장소월은 강영수의 마음에 자신이 있다는 것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김남주 역시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두 사람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드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장소월은 자신을 빨아들일 듯한 소용돌이가 일렁이는 그의 눈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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