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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장소월은 어젯밤 먹고 남은 물로 약을 삼켰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참고 마실 수밖에 없었다.

“전 이미 오빠와 충분히 멀어졌어요.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음 학기엔 학교 기숙사를 신청할게요. 됐어요. 나갈 때 문을 잘 닫아주세요. 전 쉬어야겠어요.”

기진맥진한 그녀는 힘없이 말하고는 침대에 축 늘어져 버렸다.

보아하니 전연우는 아직 그녀의 몸 상태를 장해진에게 말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면 이미 아래층으로 끌려가고도 남았을 테니 말이다.

이제야 사람 노릇을 하는 건가. 장소월은 그가 또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젯밤 충분히 자지 못한 탓에 그녀는 베개에 머리를 묻고 이불을 푹 덮어썼다.

보고 싶으면 보라지.

전연우는 나무 옷걸이에 걸린 외투 두 개를 발견했다. 다른 옷과 함께 걸려있으니 강한 이질감이 들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남자가 못마땅한 듯 이마를 찌푸렸다.

장소월은 전연우가 언제 나갔는지도 모른 채 잠이 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듣지 못했다.

전연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은경애가 주방에서 나와 물었다.

“도련님, 아가씨는 약 드셨어요? 이건 생리통에 아주 효과 좋은 약이에요. 제 며느리도 생리 기간에 꼭 이 약을 먹는다니까요. 도련님은 몰라요. 여자들이 이 시기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말이에요. 이 약은 절대 부작용 같은 거 없을 거예요!”

“...”

은경애는 대꾸도 하지 않고 차갑게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입을 삐죽거렸다.

“왜 사람을 무시하는 거야! 짜증나!”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위층을 쳐다보고는 또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나쁜 사람이야...”

볼수록 좋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이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전연우는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아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머지않은 곳을 바라보았다.

장소월...

그의 머릿속에 고통 때문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아랫배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장소월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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