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자신의 실력으로 서울 대학교에 입학해야 한다.연성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장소월은 더는 전생처럼 남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장소월이 병원에 간다고 하자 정 집사는 그녀를 강남 병원에 데려다주었다.“아가씨, 도착했어요.”“네.”장소월은 차에서 내린 뒤 응급실로 들어갔다.간호사가 손에 감았던 붕대를 풀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불편한 곳 있으세요? 다시 상처를 봉합한다면 감염될 수도 있어요.”장소월이 대답했다.“상처가 좀 간지러워 혹시 다른 원인이 있나 해서 왔어요. 감염된 건 아닐까요?”“그럴 수도 있어요. 붕대가 상처에 붙어버렸어요. 조금만 참으세요.”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장소월 씨? 여긴 무슨 일이에요? 어디 다쳤어요?”시선을 돌려보니 서철용이 두 손을 하얀색 가운 호주머니에 넣고 거들먹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불편했다.전연우와 어울려 다니는 그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서철용은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뒤 간호사의 손에서 가위를 건네받고는 여자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한테 맡기고 가봐요.”간호사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보며 발그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급실을 떠났다.서철용은 장소월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기름진 눈빛으로 말했다.“소월 씨, 왜 이제야 병원에 온 거예요? 상처에 염증이 생겼잖아요. 오빠가 알았다면 엄청 마음 아파했을 거예요.”장소월은 전생에서도 서철용에게 조금의 호감도 갖지 않았다. 여자만 보면 스킨십을 해대고 군침을 흘리는 그 버릇은 이번 생에도 여전하다.그가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문질렀다. 마치 발정 난 짐승처럼 말이다.장소월은 자신의 손을 빼내려 했으나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작업을 마치자 서철용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이렇게 예쁜 손에 앞으론
장소월은 첫 번째로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니 어디가 그녀의 자리인지 알 수 없었다.본래 한 줄씩 앉았지만 이제 짝꿍과 함께 두 사람이 앉게 된 것이다. 장소월은 하나하나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운도 없이 그녀의 짝꿍이 되었을까.장소월의 자리는 항상 마지막 줄이었다. 하여 뒤쪽에 가서 살펴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고 책상 위 물건도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라면 책상 서랍 안에 분홍색 편지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봉투 위 하트 안에 그녀의 이름까지 쓰여있었다.장소월은 책가방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녀는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많은 남자아이들의 고백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남학생들은 모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호되게 당했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감히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남학생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장소월은 한 번도 연애해본 적이 없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전연우와 결혼했고 그 후 그녀는 매일같이 새벽까지 일 때문에 바쁜 전연우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하여 그녀는 매일 밤 그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다.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아주 단조로웠다. 장소월은 연애의 설렘을 종래로 느껴본 적이 없다.지극히 일반적인 손을 잡고,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장소월은 편지를 뜯어보지 않고 책 속에 끼워 넣었다.그녀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어쩌면 주인 없는 빈자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8시 30분.책상에 엎드려있던 장소월의 귀에 시끌벅적거리며 교실에 들어오고 있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저 뒤에 앉은 학생 누구야?”“세상에, 장소월 아니야?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다시 돌아온 거지?”“왜긴 왜겠어. 쫓겨나온 거겠지.”“불길해.”“모르면 말이나 하지 마.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하지 않으니까!”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그녀의 입꼬리가 차갑게 위로 곡선을 그렸다.“그리고.
백윤서가 망설인다는 건 그 대답은 이미 정해졌다는 걸 의미한다.오 아주머니는 그녀의 집에서 많은 일들을 도맡아 한다. 빨래, 청소 등...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때문에 절대 쉬이 아주머니를 보내줄 수 없을 것이다.장소월이 몇 번 기침을 하자 백윤서는 교묘하게 화제를 돌렸다.“소월아, 말을 하면 목이 더 아플 테니까 하지 마. 내가 약을 사 올게! 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따뜻한 물을 마셔.”백윤서는 재빨리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바깥으로 달려나가 뜨거운 물을 받았다. 교실마다 정수기가 놓여있었는데 그 아래엔 일회용 컵도 준비되어 있었다.“소월아, 물 마셔.”“일단 놔. 나 아직은 마시고 싶지 않아.”“그럼 조금만 기다려. 내가 양호실에 가서 약을 받아올게.”“그럴 필요 없어. 곧 괜찮아질 거야. 어젯밤 충분히 쉬지 못해서 그래.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백윤서는 장소월의 옆에 붙어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월아, 오빠와 함께 나간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설마 오빠가 널 혼낸 거야? 그래서 병이 난 거고?”백윤서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장소월은 이를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백윤서는 장소월이 전연우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두 사람이 단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전연우만 생각하면 악몽이 떠오른다.그녀가 못마땅한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알고 싶으면 전연우한테 직접 물어봐. 난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괴로워서 말하고 싶지 않아.”백윤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젯밤 일이 찝찝하게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으니 말이다.어젯밤 집에 돌아온 전연우의 얼굴은 너무나도 어두웠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그녀를 휘감았다.그녀는 전연우가 또다시 장소월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오전 첫 두 교시 모두 수학 수업이었다.장소월은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백윤서는 장소월의 시험지를 가지러 그녀의 자리로 갔지만 그때 장소월은 이미 교실에서 나가 양호실로 향하고 있었다. 백윤서가 가져다주었던 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처음 그 상태였다.백윤서는 식은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넣었다. 그 후 책상 위 시험지를 본 순간 다섯 개의 선택문제 중 두 문제의 답이 자신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백윤서는 B와 C를 선택했지만 장소월은 두 문제 모두 A를 선택했다.‘내가 틀린 건가?’백윤서는 자신의 답을 의심했다.백윤서는 같은 반 2등이자 반장인 성윤선을 찾아갔다. 장소월이 2등까지 올라오기 전에도 성윤선은 항상 1등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이 1등이 된 이후엔 그녀와 많은 성적 차이가 났다. 성윤선은 항상 1반에 가고 싶어 했지만 지금 정도의 성적이라면 별로 가망이 없다.기말시험 기간 단시간 내에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말이다.대기업 가문 딸이 근본도 모르는 시골 촌뜨기에게 밀리다니, 그녀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백윤서가 다가가 물었다.“윤선아, 마지막 두 개 선택문제에서 어떤 걸 선택했어?”성윤선이 두꺼운 안경을 위로 올리며 말했다.“시험도 다 끝났는데 뭣 하러 답을 확인해. 그리고 너 수학과 대표잖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그녀의 말투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지만 백윤서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저번 내 성적은 네 성적보다 낮았었잖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성윤선은 책상 위의 펜을 필통에 넣으며 말했다.“4번 문제는 몇 번 계산한 끝에 A를 선택했고 5번 문제는 잘 몰라서 그냥 제일 답에 가깝다고 생각한 B를 선택했어.”“그래? 답이 좀 다르네. 알았어... 난 이제 선생님의 사무실로 갈게.”그때 성윤선이 백윤서의 손에 쥐어져 있는 시험지를 발견했다.“이거 장소월의 시험지야? 부정행위로 시험에서 1등을 한 거잖아. 그런 사람은 앞으로
성윤선은 종이 한 장과 펜 하나를 갖고 왔다.“그럼 내가 볼게.”...바닥 위 눈이 아직 녹고 있는 중이라 날씨는 너무나도 으스스했다. 나뭇잎 위에 앉아있던 이슬이 바람에 밀려 장소월의 코끝에 내려앉았다. 장소월은 너무 추워 부들부들 떨었다.장소월은 스카프 안에 목을 쏙 집어넣은 채 양호실에 도착했다. 체온을 재보니 37.8도였다.의사가 말했다.“미열이 있어. 다른 아픈 곳은 없어? 콧물도 나와?”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요.”“약을 줄 테니까 잠시 기다려. 며칠 먹어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도록 해.”“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장소월은 약봉지를 교복 호주머니에 넣은 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 돌연 그녀의 앞에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누군가가 나타났다.“안... 안녕.”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1미터80의 키에 두터운 살집을 가진 건장한 몸집의 남학생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며칠 감지 않았는지 잔뜩 떡져있었다. 장소월이 물었다.“무슨 일이야?”그가 장소월을 향해 빙그레 웃고는 쭈뼛거리며 말했다.“헤헤... 넌 너무 예뻐! 너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하하하하...”그때 옆쪽 농구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모르는 학생 한 무리가 그곳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장소월이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험이 곧 다가오는데 공부를 해야 하지 않아?”“난 괜찮아. 우리 아버지가 석유 회사 회장이라 성적으로 대학에 붙지 못한다면 돈으라로도 넣어준다고 했거든.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 돈은 네가 얼마를 원하든 다 줄 수 있어. 또한 앞으로 간식은 다 내가 사줄게, 예쁜 옷도 사주고...”“미안해. 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장소월이 그를 거절한 건 그의 외모나 어리숙한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쓸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학교엔 예쁜 여학생들이 많아. 난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남학생이
그는 수업 시간이 거의 다가올 때까지 장소월을 물고 늘어져서야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담임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사무실에 가니 부담임이 서랍에서 무언가 찾고 있었다.“앉아!”장소월이 옆에 놓여있던 의자를 갖고 와 앉았다.부담임이 지원서를 한 장 꺼냈다.“왜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오지 않은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소월아.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부담임 채서연은 6반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강만옥이 학교를 떠난 뒤 이어 6반을 맡은 것이다. 예전에도 거의 모든 일들은 채서연이 도맡아 했었다.장소월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집안의 권세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대했다. 최소한 강만옥처럼 다른 마음을 품고 장소월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장소월이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선생님, 왜 절 부른 거예요?”채서연이 장소월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학생들은 거의 모두 지원서 작성을 마쳤어. 저번 내가 직접 너희 집에 가기도 했었는데 사람이 없더라고. 이렇게 학교에서 만날 기회도 흔치 않으니 지금 지원서를 써. 우리 반은 너를 제외하고 모두 다 완성했거든. 교감 선생님도 계속 날 재촉하고 있어.”“이번 중간시험을 마치고 학부모 회의를 열었는데 그때도 네 아버님은 오지 않으셨어.”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해진은 이렇듯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때로는 자신이 정말 그의 친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전연우에 대한 마음이 도리어 훨씬 더 크다. 하여 그녀는 심지어 장해진의 친자식은 자신이 아니라 전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선생님은 네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네 운명은 네 손에 달렸다는 걸 기억해야 해. 이렇게 집안 지시대로 움직이는 건 정말 애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넌 예뻐서 선생님도 많이 좋
그렇다면 전연우도 더는 장해진에게 복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도 별다른 행동을 가하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장소월은 무언가 깨달았다.예전 그녀는 서울시의 울타리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줄곧 껍데기뿐인 결혼 생활에 갇혀 전연우에게만 의지한 채 살았다. 하여 우물 안 개구리처럼 너무나도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고 지식은 더더욱 부족했다.이건 어쩌면 그녀의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장소월은 선생님과 함께 서울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대학 졸업 전, 반드시 장해진 몰래 해외 교환 학생으로 나가 3,5년 정도 지난 뒤 다시 돌아올 것이다.장해진이 그녀의 경제 래원을 끊는다 하더라도 그때가 되면 그녀는 이미 홀로서기 할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올 때쯤 장해진은 이미 자신의 딸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장해진은 이미 죽고 장씨 집안은 전연우의 손에 넘겨졌을 수도 있다.이곳 상황이 어떻든 그녀는 아마 플로리다나 로마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전생에서 채 선생님은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전생에서 일어난 일은 현생에서도 무조건 반복되지는 않는다.아마... 그녀의 운명은 이미 바뀌었을 것이다.백윤서도 장소월의 방해가 없으면 이렇게 평온히 살아가다가 전연우와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것이다.그녀는 3년을 더 참아내야 한다...전생에서 십여 년의 고통도 참아냈는데 고작 3년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장소월이 교실로 돌아왔을 땐 수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마지막 줄은 본래 텅 비어있었는데 지금은... 강용 등 학생들이 에워싸고 있어 아주 시끄럽고 복잡해 보였다.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누군가 자신의 책상에 손을 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번 수업 때 썼던 곱게 정리했던 공책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던 것이다.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른 반으로 옮겨질 것이다.이건 그녀가 담
“나 다른 반에 갈 거야.”장소월이 덤덤히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정수기 쪽으로 가 물을 받았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교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그중 누군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정말이야? 부정행위로 1반에 간다고 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1반은 공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3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거야.”“내 생각도 그래. 1반에 가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다니. 진짜 가소롭다니까!”“차라리 죽기보다 못해!”그 말을 들은 서민정은 씩씩거리며 장소월을 위해 반박했다.“소월이가 부정행위한 걸 너희들이 봤어? 너희들 조금 전 분명 소월이의 수학 시험지를 봤잖아! 모든 문제의 답은 정확했어! 너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매한가지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파?”그녀의 수학 시험지?장소월의 시선이 강용의 앞자리에 앉은 백윤서에게로 향했다.백윤서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후 다른 반으로 갈 테니 그들과 부딪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서문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장소월은 자신의 물건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장소월!”백윤서가 일어서며 그녀를 쫓아가려고 했으나 짝꿍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상관하지 마. 곧 수업 시작해.”허철이 책상에 발을 걸고 몸을 뒤로 기대고는 방서연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방서연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허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진짜 1반으로 가는 거야?”방서연이 어깨를 슥 올렸다가 내렸다.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시끄러워!”잠에서 깨어난 강용이 소리를 지르자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의 시선이 깨끗이 정리된 장소월의 책상에 향했다.강용은 뒷발로 의자를 뻥 찬 뒤 주먹으로 문을 힘껏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갔다.“용아, 너 어디에 가는 거야? 곧 수업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