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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Author: 차라
“아가씨가 오시니까 잠이 다 깼어요. 우리 노가리나 깔까요?”

장소월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노가리... 노가리가 무슨 뜻이죠?”

은경애가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

“어머, 그걸 모르는 거예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노가리를 깐다는 건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에요.”

장소월이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은경애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까 제가 집을 나설 때에도 소리를 들었어요. 제가 보기에 어르신이 곧 아가씨의 동생을 만들어줄 것 같아요.”

은경애는 어느 쪽 사투리를 쓰는지 알 수 없으나 꽤 재밌었다.

그녀의 말투는 너무나도 호탕했다.

장해진은 적지 않은 여자와 관계를 가졌지만 외부에 아이를 남겨놓는 법이 없었다. 설사 생겼다고 해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언젠가 서른 살 남짓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찾아와 난리를 피웠지만, 그 후 장소월은 단 한 번도 그녀와 아이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일 또한 한 번밖에 없었다.

책상 위에 희미한 등불이 놓여있었고 방 안엔 목탄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은경애의 코 고는 소리와 손목의 통증 때문에 장소월은 전혀 잠들지 못했다.

좁은 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깨어났을 때 햇빛이 창문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장소월은 은경애를 깨우지 않으려 조용히 일어나 담요를 몸에 덮은 뒤 조심스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밤새 눈이 내린 터라 밖엔 눈이 꽤나 두껍게 쌓여있었다.

어젯밤 젖었던 슬리퍼도 이제 완전히 말라 발에 신어보니 보송보송 산뜻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젯밤 이곳에서 잤다는 걸 숨기기 위해 그녀는 뒷문으로 에돌아 들어갔다.

마당에선 도우미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녀를 본 도우미들이 소리쳤다.

“아가씨.”

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관으로 들어갔다.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고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욕실에 들어가 상처를 피해 샤워를 하고는 목에 난 흔적을 몇 번이고 연속 닦아냈다. 당시 그녀는 남자 두 명에게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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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1화

    그녀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자신의 실력으로 서울 대학교에 입학해야 한다.연성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장소월은 더는 전생처럼 남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장소월이 병원에 간다고 하자 정 집사는 그녀를 강남 병원에 데려다주었다.“아가씨, 도착했어요.”“네.”장소월은 차에서 내린 뒤 응급실로 들어갔다.간호사가 손에 감았던 붕대를 풀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불편한 곳 있으세요? 다시 상처를 봉합한다면 감염될 수도 있어요.”장소월이 대답했다.“상처가 좀 간지러워 혹시 다른 원인이 있나 해서 왔어요. 감염된 건 아닐까요?”“그럴 수도 있어요. 붕대가 상처에 붙어버렸어요. 조금만 참으세요.”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장소월 씨? 여긴 무슨 일이에요? 어디 다쳤어요?”시선을 돌려보니 서철용이 두 손을 하얀색 가운 호주머니에 넣고 거들먹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불편했다.전연우와 어울려 다니는 그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서철용은 손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뒤 간호사의 손에서 가위를 건네받고는 여자보다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한테 맡기고 가봐요.”간호사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보며 발그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급실을 떠났다.서철용은 장소월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기름진 눈빛으로 말했다.“소월 씨, 왜 이제야 병원에 온 거예요? 상처에 염증이 생겼잖아요. 오빠가 알았다면 엄청 마음 아파했을 거예요.”장소월은 전생에서도 서철용에게 조금의 호감도 갖지 않았다. 여자만 보면 스킨십을 해대고 군침을 흘리는 그 버릇은 이번 생에도 여전하다.그가 엄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문질렀다. 마치 발정 난 짐승처럼 말이다.장소월은 자신의 손을 빼내려 했으나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작업을 마치자 서철용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이렇게 예쁜 손에 앞으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2화

    장소월은 첫 번째로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니 어디가 그녀의 자리인지 알 수 없었다.본래 한 줄씩 앉았지만 이제 짝꿍과 함께 두 사람이 앉게 된 것이다. 장소월은 하나하나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운도 없이 그녀의 짝꿍이 되었을까.장소월의 자리는 항상 마지막 줄이었다. 하여 뒤쪽에 가서 살펴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고 책상 위 물건도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라면 책상 서랍 안에 분홍색 편지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봉투 위 하트 안에 그녀의 이름까지 쓰여있었다.장소월은 책가방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녀는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많은 남자아이들의 고백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남학생들은 모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호되게 당했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감히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남학생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장소월은 한 번도 연애해본 적이 없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전연우와 결혼했고 그 후 그녀는 매일같이 새벽까지 일 때문에 바쁜 전연우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하여 그녀는 매일 밤 그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다.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아주 단조로웠다. 장소월은 연애의 설렘을 종래로 느껴본 적이 없다.지극히 일반적인 손을 잡고,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장소월은 편지를 뜯어보지 않고 책 속에 끼워 넣었다.그녀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어쩌면 주인 없는 빈자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8시 30분.책상에 엎드려있던 장소월의 귀에 시끌벅적거리며 교실에 들어오고 있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저 뒤에 앉은 학생 누구야?”“세상에, 장소월 아니야?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다시 돌아온 거지?”“왜긴 왜겠어. 쫓겨나온 거겠지.”“불길해.”“모르면 말이나 하지 마. 아무도 널 벙어리라고 하지 않으니까!”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그녀의 입꼬리가 차갑게 위로 곡선을 그렸다.“그리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3화

    백윤서가 망설인다는 건 그 대답은 이미 정해졌다는 걸 의미한다.오 아주머니는 그녀의 집에서 많은 일들을 도맡아 한다. 빨래, 청소 등...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때문에 절대 쉬이 아주머니를 보내줄 수 없을 것이다.장소월이 몇 번 기침을 하자 백윤서는 교묘하게 화제를 돌렸다.“소월아, 말을 하면 목이 더 아플 테니까 하지 마. 내가 약을 사 올게! 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따뜻한 물을 마셔.”백윤서는 재빨리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바깥으로 달려나가 뜨거운 물을 받았다. 교실마다 정수기가 놓여있었는데 그 아래엔 일회용 컵도 준비되어 있었다.“소월아, 물 마셔.”“일단 놔. 나 아직은 마시고 싶지 않아.”“그럼 조금만 기다려. 내가 양호실에 가서 약을 받아올게.”“그럴 필요 없어. 곧 괜찮아질 거야. 어젯밤 충분히 쉬지 못해서 그래.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백윤서는 장소월의 옆에 붙어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월아, 오빠와 함께 나간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설마 오빠가 널 혼낸 거야? 그래서 병이 난 거고?”백윤서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장소월은 이를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백윤서는 장소월이 전연우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두 사람이 단둘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전연우만 생각하면 악몽이 떠오른다.그녀가 못마땅한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알고 싶으면 전연우한테 직접 물어봐. 난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괴로워서 말하고 싶지 않아.”백윤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젯밤 일이 찝찝하게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으니 말이다.어젯밤 집에 돌아온 전연우의 얼굴은 너무나도 어두웠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그녀를 휘감았다.그녀는 전연우가 또다시 장소월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화

    오전 첫 두 교시 모두 수학 수업이었다.장소월은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백윤서는 장소월의 시험지를 가지러 그녀의 자리로 갔지만 그때 장소월은 이미 교실에서 나가 양호실로 향하고 있었다. 백윤서가 가져다주었던 물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처음 그 상태였다.백윤서는 식은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넣었다. 그 후 책상 위 시험지를 본 순간 다섯 개의 선택문제 중 두 문제의 답이 자신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백윤서는 B와 C를 선택했지만 장소월은 두 문제 모두 A를 선택했다.‘내가 틀린 건가?’백윤서는 자신의 답을 의심했다.백윤서는 같은 반 2등이자 반장인 성윤선을 찾아갔다. 장소월이 2등까지 올라오기 전에도 성윤선은 항상 1등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이 1등이 된 이후엔 그녀와 많은 성적 차이가 났다. 성윤선은 항상 1반에 가고 싶어 했지만 지금 정도의 성적이라면 별로 가망이 없다.기말시험 기간 단시간 내에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말이다.대기업 가문 딸이 근본도 모르는 시골 촌뜨기에게 밀리다니, 그녀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백윤서가 다가가 물었다.“윤선아, 마지막 두 개 선택문제에서 어떤 걸 선택했어?”성윤선이 두꺼운 안경을 위로 올리며 말했다.“시험도 다 끝났는데 뭣 하러 답을 확인해. 그리고 너 수학과 대표잖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그녀의 말투엔 짜증이 가득 섞여 있었지만 백윤서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저번 내 성적은 네 성적보다 낮았었잖아. 그래서 물어본 거야.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성윤선은 책상 위의 펜을 필통에 넣으며 말했다.“4번 문제는 몇 번 계산한 끝에 A를 선택했고 5번 문제는 잘 몰라서 그냥 제일 답에 가깝다고 생각한 B를 선택했어.”“그래? 답이 좀 다르네. 알았어... 난 이제 선생님의 사무실로 갈게.”그때 성윤선이 백윤서의 손에 쥐어져 있는 시험지를 발견했다.“이거 장소월의 시험지야? 부정행위로 시험에서 1등을 한 거잖아. 그런 사람은 앞으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5화

    성윤선은 종이 한 장과 펜 하나를 갖고 왔다.“그럼 내가 볼게.”...바닥 위 눈이 아직 녹고 있는 중이라 날씨는 너무나도 으스스했다. 나뭇잎 위에 앉아있던 이슬이 바람에 밀려 장소월의 코끝에 내려앉았다. 장소월은 너무 추워 부들부들 떨었다.장소월은 스카프 안에 목을 쏙 집어넣은 채 양호실에 도착했다. 체온을 재보니 37.8도였다.의사가 말했다.“미열이 있어. 다른 아픈 곳은 없어? 콧물도 나와?”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요.”“약을 줄 테니까 잠시 기다려. 며칠 먹어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도록 해.”“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장소월은 약봉지를 교복 호주머니에 넣은 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 돌연 그녀의 앞에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누군가가 나타났다.“안... 안녕.”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1미터80의 키에 두터운 살집을 가진 건장한 몸집의 남학생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며칠 감지 않았는지 잔뜩 떡져있었다. 장소월이 물었다.“무슨 일이야?”그가 장소월을 향해 빙그레 웃고는 쭈뼛거리며 말했다.“헤헤... 넌 너무 예뻐! 너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하하하하...”그때 옆쪽 농구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모르는 학생 한 무리가 그곳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장소월이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시험이 곧 다가오는데 공부를 해야 하지 않아?”“난 괜찮아. 우리 아버지가 석유 회사 회장이라 성적으로 대학에 붙지 못한다면 돈으라로도 넣어준다고 했거든. 내 여자친구가 되어줘. 돈은 네가 얼마를 원하든 다 줄 수 있어. 또한 앞으로 간식은 다 내가 사줄게, 예쁜 옷도 사주고...”“미안해. 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장소월이 그를 거절한 건 그의 외모나 어리숙한 성격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쓸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학교엔 예쁜 여학생들이 많아. 난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남학생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6화

    그는 수업 시간이 거의 다가올 때까지 장소월을 물고 늘어져서야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담임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사무실에 가니 부담임이 서랍에서 무언가 찾고 있었다.“앉아!”장소월이 옆에 놓여있던 의자를 갖고 와 앉았다.부담임이 지원서를 한 장 꺼냈다.“왜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오지 않은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소월아.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부담임 채서연은 6반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강만옥이 학교를 떠난 뒤 이어 6반을 맡은 것이다. 예전에도 거의 모든 일들은 채서연이 도맡아 했었다.장소월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집안의 권세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대했다. 최소한 강만옥처럼 다른 마음을 품고 장소월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장소월이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선생님, 왜 절 부른 거예요?”채서연이 장소월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학생들은 거의 모두 지원서 작성을 마쳤어. 저번 내가 직접 너희 집에 가기도 했었는데 사람이 없더라고. 이렇게 학교에서 만날 기회도 흔치 않으니 지금 지원서를 써. 우리 반은 너를 제외하고 모두 다 완성했거든. 교감 선생님도 계속 날 재촉하고 있어.”“이번 중간시험을 마치고 학부모 회의를 열었는데 그때도 네 아버님은 오지 않으셨어.”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해진은 이렇듯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때로는 자신이 정말 그의 친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전연우에 대한 마음이 도리어 훨씬 더 크다. 하여 그녀는 심지어 장해진의 친자식은 자신이 아니라 전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선생님은 네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네 운명은 네 손에 달렸다는 걸 기억해야 해. 이렇게 집안 지시대로 움직이는 건 정말 애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넌 예뻐서 선생님도 많이 좋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화

    그렇다면 전연우도 더는 장해진에게 복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에게도 별다른 행동을 가하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장소월은 무언가 깨달았다.예전 그녀는 서울시의 울타리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줄곧 껍데기뿐인 결혼 생활에 갇혀 전연우에게만 의지한 채 살았다. 하여 우물 안 개구리처럼 너무나도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고 지식은 더더욱 부족했다.이건 어쩌면 그녀의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장소월은 선생님과 함께 서울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대학 졸업 전, 반드시 장해진 몰래 해외 교환 학생으로 나가 3,5년 정도 지난 뒤 다시 돌아올 것이다.장해진이 그녀의 경제 래원을 끊는다 하더라도 그때가 되면 그녀는 이미 홀로서기 할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올 때쯤 장해진은 이미 자신의 딸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장해진은 이미 죽고 장씨 집안은 전연우의 손에 넘겨졌을 수도 있다.이곳 상황이 어떻든 그녀는 아마 플로리다나 로마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전생에서 채 선생님은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전생에서 일어난 일은 현생에서도 무조건 반복되지는 않는다.아마... 그녀의 운명은 이미 바뀌었을 것이다.백윤서도 장소월의 방해가 없으면 이렇게 평온히 살아가다가 전연우와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것이다.그녀는 3년을 더 참아내야 한다...전생에서 십여 년의 고통도 참아냈는데 고작 3년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장소월이 교실로 돌아왔을 땐 수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마지막 줄은 본래 텅 비어있었는데 지금은... 강용 등 학생들이 에워싸고 있어 아주 시끄럽고 복잡해 보였다.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누군가 자신의 책상에 손을 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번 수업 때 썼던 곱게 정리했던 공책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던 것이다.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른 반으로 옮겨질 것이다.이건 그녀가 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8화

    “나 다른 반에 갈 거야.”장소월이 덤덤히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정수기 쪽으로 가 물을 받았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교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그중 누군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정말이야? 부정행위로 1반에 간다고 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1반은 공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3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거야.”“내 생각도 그래. 1반에 가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다니. 진짜 가소롭다니까!”“차라리 죽기보다 못해!”그 말을 들은 서민정은 씩씩거리며 장소월을 위해 반박했다.“소월이가 부정행위한 걸 너희들이 봤어? 너희들 조금 전 분명 소월이의 수학 시험지를 봤잖아! 모든 문제의 답은 정확했어! 너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매한가지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파?”그녀의 수학 시험지?장소월의 시선이 강용의 앞자리에 앉은 백윤서에게로 향했다.백윤서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후 다른 반으로 갈 테니 그들과 부딪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서문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장소월은 자신의 물건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장소월!”백윤서가 일어서며 그녀를 쫓아가려고 했으나 짝꿍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상관하지 마. 곧 수업 시작해.”허철이 책상에 발을 걸고 몸을 뒤로 기대고는 방서연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방서연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허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진짜 1반으로 가는 거야?”방서연이 어깨를 슥 올렸다가 내렸다.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시끄러워!”잠에서 깨어난 강용이 소리를 지르자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의 시선이 깨끗이 정리된 장소월의 책상에 향했다.강용은 뒷발로 의자를 뻥 찬 뒤 주먹으로 문을 힘껏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갔다.“용아, 너 어디에 가는 거야? 곧 수업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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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21화

    두 남녀의 뜨거운 열기에 달도 부끄러운 듯 구름 뒤에 몸을 숨겼다...소민아는 숨을 헐떡이다 배에 통증이 느껴져 그를 멈춰 세웠다. “이랑 씨, 나 배가 너무 아파요. 생리 시작하려는 것 같아요.”신이랑은 그 순간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내가 약 가져다줄게요.”소민아는 이불 속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침대 무드등이 켜져 있어 상반신을 벗고 있는 신이랑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소민아는 얼굴이 화끈거려 시선을 바로 돌렸다. “괜찮아요. 프런트에 전화해서 생리대 좀 가져다 달라고 해줘요. 화장실 한 번 가야겠어요.”“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봐요.”소민아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입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괜찮아요. 그냥 생리 날짜가 다가와서 그래요.”하지만 흘러나온 피를 보니 생리혈 같지는 않았다.화장실에서 다시 소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죠?”소민아는 변기에 앉은 채, 잠옷 차림으로 생리대를 들고 다가오는 신이랑을 바라보았다. “내가 도와줄까요?”“괜찮아요. 들어오지 말아요. 부끄러워요.”“그래요.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요.”신이랑은 발코니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여우림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여우림은 컴퓨터로 메일을 보며 말했다. “이랑 씨가 보낸 메일 봤어요. 그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 줄은 몰랐네요. 이랑 씨,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건 거짓말이에요. 민아 씨가 이 일을 알면 이랑 씨를 원망할 거예요...”“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진실을 말해줘요.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민아 씨에게 맡겨야 해요.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어떻게든 만회할 여지가 있을지도 몰라요.”소민아는 물을 마시고 싶어 불편한 배를 움켜쥐고 방에서 나왔다. 진실, 여지 등 단어들이 그녀의 귀에 흘러들어왔다.신이랑과 그녀의 시선이 마주쳤다. 소민아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부엌에 들어가 컵에 물을 따랐다.하지만 물의 온도가 차가워 전기 포트 전원을 눌렀다.“많이 아파요? 병원에 가볼까요?”소민아는 거절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20화

    소민아가 혼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방 키를 들고 문을 열려고 할 때, 돌연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소민아는 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이미 떠난 줄 알았던 그 사람이었다.눈앞에 기성은이 나타난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아까 가지 않았어요? 여기엔 왜 또 나타난 거예요.”기성은이 말했다.“축하해요.”그에게서 축하 인사를 받으니 우습기도, 슬프기도 했다. “축하할 게 뭐가 있어요. 오히려 내가 축하해 줘야죠. 곧 시장님의 사위가 될 거잖아요. 앞으로 우리는 같은 계층의 사람이 아니겠네요.”“저 피곤해서 쉬러 올라온 거예요. 빨리 가요. 이랑 씨가 올라와서 당신을 보면 안 되잖아요.”“그리고 앞으로는 오지 말아요. 그 사람이 오해하는 거 싫어요.”기성은이 말했다. “나랑 주가은 씨는 민아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그 입 다물어요!” 소민아는 갑자기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뒤돌아 그의 코앞까지 다가가 말했다. “이제야 변명하는 거예요? 기성은 씨, 내가 신이랑 씨와 결혼하기 전엔 대체 어디에 있었어요?”“내가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 하나 없었잖아요. 송시아가 당신이 죽었다고 말했을 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당신이 정말 죽었다면 나도 같이 죽으려고 했단 말이에요. 휴대폰 메시지로도 다 이야기했잖아요, 이랑 씨와 결혼한 건 그냥 속임수일 뿐이라고. 근데 기성은 씨는요? 나한테 신경도 안 썼어요!”“기성은 씨, 일이 이미 벌어진 뒤엔 후회하고 변명한다고 한들 되돌릴 수 없어요.”“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앞으로 난 이랑 씨와 잘살아 볼 생각이니까 또다시 나타나 내 삶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기성은은 더는 말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텅 빈 복도 안 희미한 조명이 그의 어두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알겠어요.”기성은은 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9화

    “집이 작다고 생각되면, 결혼식 끝나고 신혼집 구하러 가요.”소민아는 그의 다리 위에 누워 감자칩 봉지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건 됐어요. 이 아파트 조용하고 환경도 좋잖아요.”“그래요, 민아 씨 말대로 해요...”그때, 무언가 냄새를 맡은 소민아는 신이랑의 옷에 코를 가까이 가져갔다. “담배 피웠어요? 안 피우는 거 아니었어요?”“이제 안 피울게요.”신이랑은 정직하게 주머니 속 담배와 지갑 속 돈 전부를 소민아에게 건넸다.“앞으로 내 재산은 민아 씨가 모두 관리해요. 은행 비밀번호는 민아 씨 생일이에요.”“저 돈 관리 못 해요... 망쳐버릴지도 몰라요...”“괜찮아요. 천천히 해나가면 돼요. 출근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동안 민아 씨랑 같이 집에 있을게요.”“그래요.”또 한 주가 지나 소민아의 결혼식이 다가왔다.결혼식은 교회에서 5개 테이블 정도만 차려놓고 소규모로 진행되었다.그때,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 찾아왔다.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이랑의 팔짱을 낀 채 경건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소민아의 눈에 기성은과 주가은이 들어왔다.주가은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초대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일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왔어요.”“민아 씨, 내가 준비한 신혼 선물이에요.”주가은은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옷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목소리까지도 기품 있게 부드러운 것이 한눈에 봐도 명문가 귀한 아가씨임을 알 수 있었다. 예전 기성은도 주가은과 그녀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랬다. 주가은이 나타나기만 하면, 기성은의 시선은 언제나 그녀에게 향했었다.신군회는 묘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 주 시장님 몸은 괜찮아지셨는지요?”주가은은 신군회가 다가오자 두려운 듯 몸을 부르르 떨며 기성은 뒤로 숨었다.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저 고마움을 전하고자 선물을 드리고 싶어 온 것이니 더는 방해하지 않고 가보겠습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8화

    신이랑은 많은 식재료를 사 들고 아파트에 들어왔다.소민아는 완전히 신이랑의 집으로 이사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슬리퍼를 갈아 신고 겉옷을 가지러 안방에 들어갔다. 옷장을 열어보니 안엔 그녀의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이랑의 옷은 평소 자주 입는 셔츠와 긴 바지 몇 벌뿐이었다.그 아래 열려있는 서랍을 살펴보니 그녀의 속옷들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소민아는 옷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연 밀려오는 답답함에 들고 있던 잠옷을 침대에 던져버리고 머리를 움켜쥔 채, 불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텅 비어버렸다.그때 신이랑이 들어왔다. “민아 씨, 왜 그래요?”소민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래요. 괜찮아요. 좀 쉬면 나아질 거예요.”“잠깐 눈 좀 붙여요. 밥 다 되면 깨워줄게요.”신이랑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민아는 돌연 몸을 돌려 신이랑의 무릎 위에 올라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한바탕 격렬한 키스가 끝난 뒤.“이랑 씨, 우리 한 번 더 할까요?”“민아 씨, 이런 식으로 그 사람 잊으려고 하지 말아요. 후회할 거예요.”소민아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듯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내 자신에게 후회할 여지조차 남기고 싶지 않아요. 이랑 씨, 난 어렸을 때부터 반항아였어요. 부모님이 늘 옆에 안 계셔서, 그분들이 날 버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듣지 않았어요.”“이랑 씨는 부모님이 나를 위해 신중하게 골라주신 남편감이에요. 이번에는... 한 번 부모님의 말씀대로 해보고 싶어요.”“기성은 씨... 단순히 그 사람을 잊기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진심으로... 이랑 씨와 안정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나 거절하지 말아요. 네?”신이랑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소민아와 코를 맞대고 눈을 감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내가 민아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소민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7화

    신이랑은 사진작가들에게 촬영을 잠시 멈추라고 말했다.2층 휴게실로 돌아온 뒤, 소민아는 바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나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내가 도와줄까요?”소민아는 화들짝 놀랐다.신이랑도 별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이었다.“미안해요. 내가...”“괜찮아요. 그럼 와서 지퍼 좀 풀어줄래요? 손이 닿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잘됐네요.”이제 결심도 내렸고, 그녀와 신이랑은 엄연한 부부 사이다. 또한 지난번에 볼 것은 다 보지 않았던가?소민아는 신이랑의 손을 잡고 탈의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선 순간, 신이랑이 그녀를 문에 밀치고는 턱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민아 씨,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마음 변함없을 거예요.”소민아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요. 믿을게요. 이랑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변함없을 거라는 신이랑의 그 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 묻어나왔다.신이랑, 그는 분명 좋은 남편이 될 것이다...사실 모두의 말이 맞다. 신이랑은 분명 평생을 함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탈의실에서 나왔을 때, 소민아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개져 있었다.소민아는 화장실 위치를 묻고는, 그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도망치듯 달려나갔다.그렇게 침착하고 차분하고 선비 같은 사람이 이토록 낯 뜨거운 행동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민아는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씻었다. 이후 볼일을 보고 나와 세면대 앞에 서서 물을 끄고 고개를 들었을 때, 등 뒤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기성은은 예전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를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슴에서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소민아는 휴지 몇 장을 뽑아 손을 닦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당당하게 그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그때, 복도 반대편에서 주가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성은 씨... 저 반지 잃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6화

    소민아는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결혼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들은 서둘러 결혼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 결혼식은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는 않지만, 매우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었다.촬영 스튜디오로 가는 길, 소민아는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말했다.“이랑 씨, 우리 휴대폰 매장에 잠깐 들렀다 가요.”신이랑은 별다른 질문 없이 대답했다.“그래요.”휴대폰 매장에 들어간 뒤, 소민아는 새로운 번호를 받고 기존 번호는 해지해 버렸다.사직서를 내는 일은 이미 송시아의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절차에 따라 반나절 만에 짐을 정리하고 회사를 떠났다. 신이랑도 그녀와 함께 회사에 동행했다.휴대폰 매장에서 나오면서, 소민아는 최신 모델 휴대전화 두 개를 구입했다. 신이랑과 커플로 맞춘 것이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신이랑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이랑 씨에게 주는 신혼 선물이에요. 이랑 씨, 우리 결혼하면...나도 이랑 씨한테 잘해주도록 노력할게요...”신이랑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민아 씨는 그럴 필요 없어요. 결혼해 주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기뻐요.”“나한테 와줘서 고마워요!”소민아는 그의 품에 안겨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예전 사용했던 유심카드를 부러뜨렸다.‘기성은 씨, 이제 우린 완전히 끝이에요!’‘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요.’‘나는... 나대로 내 길을 갈게요.’‘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예요.’유심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 소민아는 완전히 마음을 비워냈다.스튜디오에 들어가 보니, 유리 진열장엔 신이랑이 준비한 웨딩드레스들이 가득 줄지어 있었다.소민아는 먼저 메이크업을 한 후, 탈의실로 가서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었다.신이랑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민아가 탈의실에서 나온 순간, 신이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소민아는 처음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지라 자신 없이 쭈뼛거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5화

    연락처를 삭제하고 한바탕 괴로움이 지나가고 나니, 이어 처음 가져보는 홀가분함이 느껴졌다.예전 기성은과 함께하고 싶어 했던 마음의 강렬함 만큼이나, 포기의 결심 또한 단호했다. 단 1초 만에 그를 놓아버린 것이다.그녀와 기성은은 이런 면에선 비슷한 사람이다. 쉽게 결정하지도,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만약 정말로 포기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돌아보지 않고 깨끗이 끊어낸다.호텔.“민아 씨가 오해하고 있네요. 기성은 씨, 제가 소민아 씨한테 가서 설명할게요. 당신이 나랑 약혼하는 이유는 그저 주 씨 가문을 노리는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함일 뿐이라는 걸요. 민아 씨도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도 민아 씨 많이 좋아하잖아요, 안 그래요?”기성은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주가은은 그의 온몸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억지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냉정하고 차갑기로 소문난 기성은이지만, 그 역시 사람이기에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다만 그들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됐어요.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아가씨, 편히 쉬세요.”기성은은 호텔 방을 떠난 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소민아는 신이랑의 품에 안겨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가만히 누워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신이랑은 지난밤 그녀를 밤새도록 간호했다.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자정 전까지 반복적으로 고열에 시달렸다.이제 그녀는 완전히 나았다.소민아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걸어갔다. 어지러웠던 거실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소파 위에 놓여 있던 담요도 정연하게 개어져 있었다.신이랑은 몇 시간 자지 못했음에도, 옆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다. 소파에 앉아 평소처럼 웃으며 TV를 보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신이랑이 비현실적인 느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소민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랑 씨, 방금 엄마한테 전화 왔어요. 점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4화

    그의 피부는 매끄럽고 부드러웠으며,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소 여드름이 자주 나는 소민아에겐 너무나도 부러운 피부였다.소민아는 한바탕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마음속 모든 것을 모조리 털어낸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침대에 올라와서 잘래요?”신이랑이 기쁨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소민아는 이미 이불을 들어 올렸다. 신이랑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민아 씨...”“싫으면 됐어요.”신이랑이 침대에 올라간 뒤, 두 사람은 나란히 함께 누웠다. 그의 팔에 기댄 순간, 감기에 걸렸는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아무리 자도 끝없이 잠이 쏟아졌다.“뭐라도 좀 먹을래요?”소민아가 목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먹고 싶지 않아요.”“좀 더 자고 싶어요.”“그래요, 자요. 내가 옆에 같이 있어 줄게요.”“그 사람이 주가은과 약혼을 한다고 하니, 예전 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겠어요. 이랑 씨, 미안해요. 여전히 날 받아줄 마음이 남아 있다면, 이랑 씨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이제 더 이상 불안한 삶은 살고 싶지 않아요. 한 사람과 안정적으로 조용히 지내고 싶어요.”“그래요. 우리 행복하게 잘살아 봐요.” 신이랑이 소민아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민아 씨, 어디 아파요? 이마가 왜 이렇게 뜨거워요?”신이랑은 자신의 볼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갔다. 그녀의 체온은 확실히 정상이 아닌듯했다.신이랑은 침대에서 내려가 체온계를 가져왔다. 체온을 재보니 38.5도로 펄펄 끓고 있었다.신이랑은 급히 물을 끓이고 그녀에게 해열제를 먹인 후 죽을 만들었다.그는 소민아를 부축해 자신의 품에 기대어 앉게 했다. “일단 이것 좀 먹어요. 뜨거우니까 조심하고요.”소민아는 힘없이 눈을 뜨고 천천히 한 입 삼켰다.그녀는 며칠 동안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데다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하여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13화

    “네.”그녀의 짤막한 대답에 백혜진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소민아가 정말로 신이랑을 받아들인 걸까?아니면 기성은에게 약혼녀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포기해버린 걸까?지금은 차가 막히는 시간이다.신이랑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30분이나 지나 있었다. 소민아는 쇼핑몰 입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신이랑을 기다리고 있었다.신이랑은 우산을 들고 소민아 앞에 섰다. “민아 씨,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자신을 향한 신이랑의 시선을 느낀 백혜진은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편집장님, 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이미 택시도 불렀어요. 바로 회사에 복귀할 거예요.”신이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동안 민아 씨 돌봐줘서 고마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해요.”백혜진이 말했다. “괜찮아요. 얼른 민아 씨 집에 데려다주세요. 또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요.”그때 소민아의 눈에 쇼핑몰에서 걸어 나오는 한 쌍의 남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영혼 없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신이랑을 따라 떠났다.신이랑은 그녀가 조수석에 올라탄 뒤에야 허리를 감싸 안았던 팔을 내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에 도착했다.거실은 평소처럼 약간 어질러져 있었다.신이랑은 우산을 접어 현관에 두고, 그녀를 방으로 데려갔다. 소민아는 초점 없는 멍한 눈빛으로 화장대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신이랑은 현관에서 깨끗한 슬리퍼를 가져온 뒤 그녀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신발 끈을 풀고 양말까지 벗겼다. 그리고 깨끗한 수건으로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소민아는 고개를 숙인 채 신이랑을 바라보며 억눌렀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잘해줘요?”“민아 씨는 내 아내니까요.”그 짧은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소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누군가를 진정으로 좋아하면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나타난다고 한다.신이랑은 그녀에게 정식으로 고백한 적이 없다. 심지어 ‘좋아한다’라는 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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