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른 반에 갈 거야.”장소월이 덤덤히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정수기 쪽으로 가 물을 받았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교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그중 누군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정말이야? 부정행위로 1반에 간다고 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1반은 공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3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거야.”“내 생각도 그래. 1반에 가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다니. 진짜 가소롭다니까!”“차라리 죽기보다 못해!”그 말을 들은 서민정은 씩씩거리며 장소월을 위해 반박했다.“소월이가 부정행위한 걸 너희들이 봤어? 너희들 조금 전 분명 소월이의 수학 시험지를 봤잖아! 모든 문제의 답은 정확했어! 너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죄 없는 다른 사람을 헐뜯는 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매한가지야!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파?”그녀의 수학 시험지?장소월의 시선이 강용의 앞자리에 앉은 백윤서에게로 향했다.백윤서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후 다른 반으로 갈 테니 그들과 부딪힐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서문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장소월은 자신의 물건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장소월!”백윤서가 일어서며 그녀를 쫓아가려고 했으나 짝꿍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상관하지 마. 곧 수업 시작해.”허철이 책상에 발을 걸고 몸을 뒤로 기대고는 방서연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를 들은 방서연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허철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진짜 1반으로 가는 거야?”방서연이 어깨를 슥 올렸다가 내렸다. 그녀가 어떻게 알겠는가.“시끄러워!”잠에서 깨어난 강용이 소리를 지르자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의 시선이 깨끗이 정리된 장소월의 책상에 향했다.강용은 뒷발로 의자를 뻥 찬 뒤 주먹으로 문을 힘껏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갔다.“용아, 너 어디에 가는 거야? 곧 수업 시작해!”
장소월은 네모 모양으로 박힌 대리석을 밟으며 걸어갔다.이제 눈은 모두 녹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니 또다시 기침이 새어 나왔다.그녀는 도서관에 들어가 항상 앉던 곳에 자리를 잡았다.지금은 오직 서울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만이 해외 교환생 자격을 얻게 된다. 이건 그녀의 유일한 기회이다.혹여 장해진이 그녀의 노력을 높이 사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딸이 혼약을 맺는 도구를 넘어서 장씨 집안을 일으켜 세울 인재일 가능성도 있다.커다란 창문 넘어 또다시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고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청순했다...시험지 몇 장을 푸니 배가 고파왔다. 핸드폰을 보니 마침 식사 시간이었다.그때 돌연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소월아, 나 널 위해 생일 선물을 준비했어. 네가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어.」장소월은 전연우의 충고 때문에 강영수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와 나누었던 대화기록을 모두 삭제하기까지 했다.그녀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를 알아봤어야 했다.강영수,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적어도 장소월은 그를 구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그의 생명이 끝나지 않게 목숨을 구해준 건 그녀의 이번 생에서 가장 행운스러운 일이다.강영수는 그녀에게 크나큰 따뜻함을 주었다. 그녀는 분명 그렇게 느꼈다.그녀와 이야기를 나눠주었고, 매번 그녀가 괴로워할 때면 나타나 위로해줬으며, 그녀와 함께 전시회에 가기도 했다.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비밀까지...전연우는 마음이 좁고 어두우며 극히 지독하다. 예전 장해진과 함께 지하 세계 일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끊었는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강영수는 이제 겨우 다리를 치료했다. 아무리 대단한 서울 명문 집안인 강씨 가문 자제라고 해도 전연우는 아무도 모르게 강영수의 다리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수업은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다. 장소월은 이제 감기가 거의 나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코가 조금 막히는 것 외 한결 나아졌다.다행인 건 장해진은 그녀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여섯 시 무렵, 장소월은 학교 문을 나섰다. 그때 백윤서와 기성은을 만났다.기성은과 백윤서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를 발견할 때까지 기성은은 약간 짜증스러운 얼굴로 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성은이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장소월 또한 그에게로 걸어가 말했다. “비서님, 무슨 일 있으세요?”기성은은 전연우의 충실한 부하직원이다. 전생에서 바로 그가 이혼합의서를 그녀에게 전해줬었다.“정 집사님이 안 계셔서 제가 대신 윤서 아가씨를 모시러 왔어요. 왔던 김에 소월 아가씨도 함께 모시려고요. 제 기억으론 두 분은 같은 반이었던 것 같은데 왜 소월 아가씨는 더 늦게 나온 거예요?”전연우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기성은은 이제 웬만한 일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연히 처리한다. 또한 누군가를 싫어하더라도 절대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장소월은 정 집사에게 일이 생긴 게 아니라 전연우가 떠나라고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기성은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대체 무슨 목적일까?아무튼 그녀는 절대 기성은의 차에 앉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오빠는 비서님에게 백윤서를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 제가 아니라요.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아요. 죄송하지만 전 혼자 버스를 타고 갈게요.”기성은이 살짝 이마를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소월 아가씨, 최근 서울은 뒤숭숭해 혼자 다니면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변고라도 생기면 안 되잖아요. 차에 오르십시오.”그 말투는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단호했다.백윤서는 장소월보다 몇 배는 더 착하다. 장소월의 까칠하고 막무가내인 성격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할 줄을 모른다. 하여 그녀를 대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만약 전연우의 분부가 아니었다면 그 역시
오부연은 살짝 뒤에서 장소월을 따라갔다.“소월 아가씨는 장씨 가문의 큰따님으로서 더 강경한 태도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아가씨를 이용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아가씨가 쉽게 손해를 봅니다.”오 집사는 역시 예리했다. 그를 속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장소월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 집사님 말씀이 맞습니다.”“도련님도 저도 소월 아가씨가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자신을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그 순간 장소월은 가슴이 조여 왔다. 그의 말은 무슨 뜻일까?설마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걸까?백윤서는 사이드미러로 장소월이 고급 카이엔에 타는 것을 보았다. 그 차의 번호는 네 자리 모두 1로 되어 있었다. 이런 차는 서울에서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기성은이 운전석에 타자 백윤서가 물었다.“소월이는 우리랑 같이 안 가요?”기성은은 안전벨트를 매고 대답했다.“소월 아가씨는 다른 일이 있어서 가셨어요. 윤서 아가씨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그럼 부탁드려요, 기사님.”“당연한 일인걸요.”장소월이 백윤서만큼 철이 들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의 미움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고, 전연우도 걱정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차는 20분 정도 달렸고, 시간은 벌써 거의 6시 30분이 되어갔다. 이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거리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장소월은 조용한 거리를 바라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오 집사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거의 도착합니다. 곧 알게 될 거예요.”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한 곳에 멈췄다.운전기사가 차 앞쪽을 돌아서 조수석 뒷좌석의 문을 열어 주었다.오부연이 말했다.“소월 아가씨, 이쪽으로 쭉 걸어가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야시장과 광장 거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고 맛있는 간식거리도 많은 곳이다.장소월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차에서 내렸고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제야 장소월은 야외 광장 레스토랑에서 눈에 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 사람은 조명 아래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부드러운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멀리서도 그의 손등의 문신과 옷깃 아래에 숨겨진 문신을 볼 수 있었고, 눈매는 온화하고 훤칠한 몸매에 꼿꼿이 서 있었으며, 풍채가 아름다운 데다 동작 하나하나에 타고난 고귀함이 배어 있었다.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질은 사람들 속에 서 있어도 시선이 그에게 가장 먼저 쏠리게 한다.이때 웨이터가 와서 말했다.“강 선생님이 기다리시는 손님 맞으시죠? 이미 자리를 예약해 두었으니, 저를 따라오세요.”장소월은 손에 화려한 색의 장미 다발을 들고 걸어갔다. 작은 룸처럼 유리로 덮여 있는 작은 공간을 보았고, 유리 너머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었다.눈이 내리는 날이면 밖의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강 선생님이 곧 오실 거예요.”“소월아.”맑은 실루엣이 그녀의 뒤에서 나왔고, 등을 지고 있던 장소월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달빛 아래 서 있는 그를 보았고, 그 순간 맑은 바람이 불었으며 그는 한 걸음씩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웨이터는 눈치껏 자리를 떠났다.장소월의 마음은 왠지 저절로 긴장되었고, 이 순간 그녀는 강영수가 매우 잘생겨 보였다. 장소월의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떨렸다. 그는 두 다리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사실, 그녀는 이미 짐작했었다... 병원에서 그가 치료받는 동안 장소월은 그가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소월은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전에는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런 걸까?오늘 아파서 그런 걸까?“어... 나... 고마워...”장소월은 한참을 참다가 마침내 그 단어를 내뱉었다.남자는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건드리고 총애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감기 걸리겠다. 안으로 들어가자.”이 남자가 바로 자신이 구한 강영수라는
저녁 식사 후, 두 사람은 거리를 구경하러 나갔다. 지나가는 커플들을 지켜보았는데, 둘 사이는 너무 조용했고 분위기는 기이할 정도로 부자연스러웠다.그때야 그녀는 무심코 물었다.“다리는... 어떻게 된 거야?”강영수는 고개를 들었고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눈 밑으로 스쳐 지나갔다. “교통사고 때문이야.”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심을 담아 당부했다.“앞으로는 운전할 때 조심해.”강영수는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뱉었다.“알았어.”장소월의 오지랖 넓은 습관이 또 도졌다.“나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었는데 다리는 아프지 않아? 아니면 우리 어디 좀 앉아 있자! 혹시 몸이 불편하면 꼭 바로 말해줘.”강영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좋아.”장소월은 입술을 깨물었다. ‘강영수, 넌 왜 모든 것에 좋다고 대답해!’장소월은 감히 그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한 곳을 가리키며 뻣뻣하게 말했다.“나 저거 먹고 싶어.”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노점에는 산타할아버지 모양으로 조각된 탕후루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장소월은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가자, 내가 사줄게.”강영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그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그는 뒤에 있는 장소월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심장은 마구 뛰었고 얼굴은 뜨거웠다.두 번의 생을 살았다.장소월은 강영수가 그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그녀는 그것을 콕 집어 언급하지도 않았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었는데, 전연우든 장해진이든 상관없이 가장 큰 장애물은 장소월 자신이었다. 그녀는 전생에서 너무 깊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감히 이 진심 어린 감정을 다시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감히 그와 같은 진심을 내보일 수 없었다...아마도 그녀에 대한 강영수의
“뭐?”그 말을 하자마자 장소월은 강영수가 주머니에서 작은 검은 벨벳 상자를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초승달 모양의 멋진 흰색 목걸이를 꺼냈고 얇은 은 사슬은 빛나는 별처럼 보였다.그는 서서히 다가왔고 장소월은 그를 밀어냈다.“안 돼. 이건 너무 비싸서 난 받을 수 없어.”강영수는 처진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실망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소월아, 이 목걸이는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준비한 선물이야. 오늘은 네 생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해. 우리가 아직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거절하지 마, 알았지?”목걸이는 흠잡을 데 없이 정말 아름다웠고, 누가 봐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그의 시선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장소월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하지만 난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상관없어. 오늘 네가 와준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해.”장소월의 깃털 같은 속눈썹이 떨렸고, 그녀는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동의했다.강영수는 항상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모든 일은 천천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 경고했지만... 마음속의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영수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어린 소녀가 자신의... 라고 생각했다.그는 몸을 숙여 직접 그녀를 위해 이 목걸이를 걸어주려고 했다. 그는 그녀의 긴 머리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는 가까이서 그녀의 눈처럼 희고 섬세한 목을 볼 수 있었고, 마치 백조 같았다. 그 외에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딸기 향은 그를 사로잡았다.장소월은 매우 예민했고, 아마도 자기 보호 의식 때문에 누군가가 그녀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전생의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뜨거운 숨결이 목에 닿자 장소월은 다소 당황한 듯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다... 다 됐어? 좀 춥네.”“됐어.”강영수는 목걸이를 걸어주었고 그녀의 가슴 앞에 있는 초승달은 어둠 속에 있을 때 그를 비추는 빛줄기 같았다.그 빛줄기
전연우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까지 쓰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만약 강영수의 인맥을 이용해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어떨까?그러면 서울에서 매년 실시하는 유학생 선발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더 좋을 것 같았다.“영수야...”장소월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강영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응?”“나...”장소월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번쩍였다.“위험해요. 대표님 조심하세요!”신준수는 재빨리 핸들을 돌렸고 오부연은 조수석 위쪽 손잡이를 꽉 잡았다.장소월은 몇 톤이나 되는 대형 트럭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충돌하려는 순간 장소월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강한 손이 그녀를 끌어당겨 장소월을 그의 몸 아래로 보호했다.강영수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진정제 같았고, 장소월은 그의 가슴에 눌려 있었다. 그녀는 강영수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것을 들었다.사실... 그도 두려웠던 것이었다...분명히 그도 똑같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는데, 그도 전연우처럼 가장 위험한 순간에 그녀를 보호했다.장소월은 어렸을 때 티베탄 마스티프 한 마리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전연우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보호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 그도 개에게 물려서 지금도 팔에 깊은 이빨 자국이 남아 있다.그때 전연우의 품에서 장소월은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는데 평소와 같이 평온하고 매우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었다.전연우는 무슨 일을 하든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그를 함부로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전생에서 서울 사람 모두가 서울이 아무리 크게 변해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전연우가 가장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그의 아내 전씨 부인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