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침대에 누워있던 장소월이 돌연 깨어나 연이어 기침했다. 전연우는 곧바로 벨을 눌렀다.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검사를 진행했다.전연우가 걱정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어때요?”의사가 각종 수치를 본 뒤 청진기를 내려놓고는 많이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사모님께선 이미 위험한 고비를 넘기셨습니다. 며칠 더 입원해 있다가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전연우가 물었다.“그럼 언제 다시 깨어날 수 있는 거예요?”의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사실 지금쯤 깨어나셨어야 합니다. 하지만 예전 앓았던 병 때문에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재 검사 결과로 봐선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며칠 더 지나면 아마 깨어나실 겁니다.”전연우는 지금까지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그의 굳은 얼굴에 의사는 더는 말하지 못하고 바로 병실을 떠났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장소월이 의식을 되찾았다.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전연우.”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던 전연우가 그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 여기 있어.”장소월은 손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나 너무 괴로워.”당장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힘없는 목소리였다.“괜찮아. 오빠가 있잖아. 내가 의사 불러올게.”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나 죽을 것 같아.”전연우는 심장에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의식을 잃은 채 몇 년을 누워있는 그녀를 지켜보던 예전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잃을까 봐 너무나도 겁이 났다.전연우가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넘겨주고는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내가 너 잘못되게 놔두지 않아. 조금 더 자.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장소월은 며칠 동안 줄곧 흐리멍덩한 상태였지만, 자신이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다.“그래.”장소월이 눈을 감자 전연우는 자리에서 일
회의가 끝난 뒤.송시아의 귀에 아직 회의실에 남아있는 임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은 점점 더 회사에 소홀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비서한테 다 맡기다니요.”“그러니까요.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어요.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회사까지 내팽개치고 있어요.”소민아는 최근 며칠 동안 너무 바빠 조금도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었다.송시아를 따라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업무상 배운 것이 꽤나 많았다.저번의 그 교훈을 잊지 않고 술자리에 나갈 때마다 사전에 숙취 해소제를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시는 그때처럼 술에 취해선 안 된다.기성은은 연속 며칠 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소피아도 오랫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소민아가 송시아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송시아가 말했다.“나 바깥에 나갈 거예요. 이제 따라올 필요 없어요.”“네, 부대표님.”“요즘 힘들었죠.”“아니에요, 부대표님. 확실히 많이 배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부대표님 옆에서 잘 해낼 거예요.”송시아는 보라색 정장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소민아를 향해 빙그레 웃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부대표님, 조심히 가세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소민아는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신경을 드디어 조금이나마 풀어놓을 수 있었다.송시아는 사무실에 돌아가 차 키를 챙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주차장엔 거의 사람이 없었다.송시아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려고 한 순간, 어둠 속 코너에서 돌연 한 남자가 튀어나와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송시아는 발버둥 치다가 예전 배웠던 호신술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상대방은 그녀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한 듯 가뿐히 공격을 피했다. 송시아는 곧바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약효가 오래 가지 않는 약이라 몇 분 뒤 송시아는 의식을 되찾았다. 손발이 모두
오후 3시, 소민아가 병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천추 산장에서 예식장 준비를 하고 있던 그녀는 송시아가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소민아는 차에서 내린 뒤 송시아의 병실로 향했다. 한 걸음만 더 일찍 들어갔다면 침대에서 날아오는 컵에 가격당했을 것이다. 병실 안에서 분노하는 송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꺼져! 다 꺼져버려! 쓰레기 같은 놈들. 아기 하나 못 지켜? 꺼지라고!”아기? 송 부대표님이 임신했었나?’그럼 누구 아이란 말인가?소민아는 얼마 전 송시아가 왜 입원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직장 상사의 사적인 일이니 깊게 파고들 수가 없었다.소민아는 문 앞에서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그래서 최근 헐렁한 옷을 자주 입고, 그녀에게 새콤한 맛의 블루베리를 사 오라고 시켰던 것이다.소민아 역시 송 부대표님이 임신을 한 건 아닌지 의심했었다.그 예측이 정말 맞을 줄이야.절대 대표님의 아이일 리는 없다.소월 언니를 목숨처럼 아끼는 대표님은 결코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월 언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면 왜 이토록 몸과 마음을 다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하겠는가. 간호사가 의료품을 들고 급히 안에서 나왔다. 소민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안으로 들어갔다.소민아가 오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닥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송... 부대표님, 괜찮으신 거죠.”소민아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송시아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같이 분출했던 분노를 감추며 억지웃음을 지었다.“놀랐어요?”소민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부대표님. 얼굴... 다치셨어요? 무슨 일 있으셨던 거예요? 제가 신고해 드릴까요?”송시아는 입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왼쪽 다리는 붕대에 감겨 걸려 있었다. 결코 가벼운 상황은 아니었다.오른팔 소매 안으로 커다란 멍이 보이기도 했다.“이
“언니, 우리 곧 괜찮아질 거예요. 언니 몸이 다 나으면 이 돈 다 써서 맛있는 거 사줄게요.”송시아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중요한 클라이언트와의 일이에요. 민아 씨... 약 가져온 다음 컴퓨터도 가져도 줘요.”소민아는 더이상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네, 부대표님. 알겠습니다.”소민아는 송시아에게 약을 가져다준 뒤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송시아가 핸드폰 버튼을 누르자 소민아는 순조롭게 송시아 사무실 문을 열었다. 책상에 가보니 확실히 그 위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컴퓨터 가방을 찾고 전원선을 뽑은 순간, 돌연 화면이 밝아졌다. 컴퓨터 바탕 화면을 본 소민아는 화들짝 놀랐다. 대표님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는 창가에 서서 한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리 창문에 침대 하나가 비쳐 보였다. 주위 시설들을 보니 서울 고급 호텔 스위트룸인 것 같았다. 침대 위엔 섹시한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가 누워있었는데,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송시아였다.소민아는 너무 놀라 손이 덜덜 떨려 마우스까지 떨어뜨렸다. 주우려 허리를 굽힌 순간 반쯤 열린 서랍 안 사진 한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호기심이 솟구쳐 오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망설여지기도 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큰일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소민아는 결국 그 사진들을 꺼냈다.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경악과 분노가 차올랐다. 소월 언니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그곳에 있는 모든 사진에 대표님과 송시아가 담겨 있었다.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사무실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재빨리 사진을 도로 넣어놓고 일어섰다...병원으로 돌아가는 내내 소민아는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가는 도중 죽 한 그릇을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병실 안, 송시아가 바삐 움직이는 소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져올 때 다른 거 남겨두지 않았죠? 아니면... 사무실에서 내 물건 본 건
송시아는 너무나도 지독한 사람이다. 아니면 그 역시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일적으론 충분히 차분하지만 감정 면에선 조금 강압적이다. 절대 단 한 순간의 배신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만이 적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남자에 대한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소민아는 하루종일 바삐 돌아치는 바람에 장소월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장소월에게 전화를 걸기로 마음먹었다.전화기 너머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소월 언니,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무슨 일 있어요? 어디가 아픈 거예요? 어느 병원에 있어요? 제가 갈게요.”장소월은 고열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가 4시간 전 다행히 열이 내리고 큰 고비를 넘겼다.장소월은 자신을 위해 핸드폰을 들어주고 있는 전연우를 쳐다보았다. 소민아는 전연우에게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와 마주칠 때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덜덜 떠는 소현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장소월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네. 엘리트 개인 병원에 있어요. 오고 싶으면 와요. 운전 조심하고요.”“걱정 마세요, 언니. 저 할 수 있어요.”전화를 끊은 뒤 장소월이 전연우에게 말했다.“민아 씨가 날 보러 올 거래. 네가 여기 있으면 분명 무서워할 거야. 잠깐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와줄 수 있어?”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하지만 딱 10분 만이야. 뭐 먹고 싶어?”장소월이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영관에서 파는 죽 먹고 싶어.”“그래. 기다리고 있어.”전연우는 병실에서 나간 뒤 정장 재킷을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옆에 서 있는 기성은을 쳐다보았다.“잘 지켜보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소민아는 참 배짱도 크다. 장소월이 말하지 않았다면 대표님이 어떻게 그녀를 병원에 들이는 걸 허락할 수 있
소민아가 말했다.“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언니, 저 똑똑해요.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기성은이 팔을 들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시간 됐어요. 소민아 씨, 이제 나가야 해요.”“싫어요. 아직 소월 언니랑 얘기 안 끝났단 말이에요.”“급할 필요 없어요. 전연우가 오려면 아직 한참 더 걸릴 텐데 그동안 나랑 같이 있게 해줘요.”“그러니까요.”지금 소민아의 얼굴엔 기성은이 보기에 적의가 가득했다.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절 부르세요. 문밖에 있겠습니다.”“그래요.”기성은은 득의양양한 소민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시해버리고 자리를 떴다.이 층 전체에 빌려 경호원을 배치했기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 기성은의 귀에 병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소민아는 확실히 아부를 떠는 데 능한 것 같았다.30분 뒤, 소민아는 대표님이 돌연 돌아올까 봐 얼른 물건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복도에서 기성은이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나쁜 놈.”기성은이 손을 뻗어 그 기고만장한 여자의 뒷덜미를 잡았다.“이번 일은 일단 그렇게 처리해. 가봐.”“네.”소민아가 물었다.“날 왜 잡은 거예요? 놓아주지 않으면 소리지를 거예요!”기성은이 이마를 찌푸리고 씩씩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대체 언제 그 왈가닥 성격 고칠 거예요? 너무 시끄러워요.”“그래요. 저 목소리 높고 시끄러워요. 그게 뭐요? 기 비서님한테 손해 끼친 거 있어요? 그래요! 기 비서님 여자친구처럼 부드럽고 친절하지 못해요. 됐죠!”그녀는 기성은의 구두를 쾅 밟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구두에 찍힌 신발 자국을 보는 기성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소민아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죽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소민아는 온몸이 얼어붙었다.“대표님! 안녕하세요.”전연우는 여전히 강렬한 분위기를
“송시아는 이간질을 하려는 거예요. 이번엔 잘했어요.”뭐라고?대표님이 지금 그녀를 칭찬한 건가?소민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대표님은 이미 저 멀리 가 있었다. 이게 진짜라고?세상에, 소민아는 처음으로 대표님이 가까이 다가가기 편한 사람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기성은의 밑에서 일할 땐 하루가 멀다 하고 꾸지람을 들었었는데 대표님에게 직접 칭찬받는 날이 다 오다니.너무 감동적이다!장소월은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전연우를 보고는 소민아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그녀 손에 들려있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본 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리고는 바로 빼앗아갔다.“의사 선생님 말 잊었어? 지금은 이런 거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그냥 조금 맛만 봤어. 문밖에서 민아 씨 만나서 무슨 얘기 안 했지?”전연우는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약 먹고 조금 더 자. 어디 불편하면 나 부르고.”전연우는 줄곧 사람들의 우러러보는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살아왔다. 그의 권력과 지위에 눌려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한 명을 보살피기 위해 침대 옆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전연우 정도의 사람이라면 손가락만 한번 까딱해도 수많은 여자들이 흔쾌히 그의 침대에 오를 텐데 말이다. 심지어 전연우가 원하는 것 모두 해줄 수 있을 것이다.장소월은 이미 그의 약점이 된 거나 다름없었다.그녀를 담보로 협박한다면 전연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것만 같았다.사람들은 그들의 다정한 모습에 부러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소위 말하는 사랑이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오직 장소월만이 전연우가 얼마나 악마 같은 인간인지 알고 있다.장소월이 보기에 그가 이토록 잘해주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전연우는 뼛속까지 장사꾼인 사람이라 이익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전연우도 그녀처럼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
여자는 나가다가 중간에 멈춰선 뒤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서철용이 물었다.“더 할 말 있어?”배은란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없어.”사실 그녀는 줄곧 꿈에 나오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익숙한 느낌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게 만드는 그 사람 말이다. 배은란은 자신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서철용이 걱정할까 봐 줄곧 마음에 담아놓고 말하지 않았다.어쩌면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모두 이유 없는 환각일 수도 있다.며칠 뒤, 장소월은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아래로 내려가 햇빛 쪼임을 했다.지금 그녀는 많이 건강해졌다. 이틀 뒤면 퇴원해도 될 것이다.장소월은 병원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저 몸조리를 하고 있는 것뿐이니 어디에서 해도 무방할 것이다.경호원이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일이 생겨 잠시 병원을 나가셨습니다. 한 시간 뒤면 돌아오실 겁니다.”“그 사람이 어디에 가든, 뭘 하든, 언제 돌아오든,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경호원은 더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장소월은 인공 호수 위에서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는 백조 두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태양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보기 드문 날씨였다. 몸이 살짝 따뜻해지는 것이 춥지도 덥지도 않게 알맞았다.이제 두 달만 더 지나면 봄이 온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그녀가 떠나온 지도 5년이 지났다.머지않은 곳, 한 사람이 자신을 꽁꽁 감싼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녀 뒤에 서 있던 간호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자리를 떴다.장소월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한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호원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바짝 따라갔다.장소월이 병실에 돌아가 점심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깨어난 뒤에도 전연우는 돌아오지 않았다.아마... 송시아한테 갔겠지.며칠 동안 전연우의 핸드폰은 쉴 새 없이 울렸었다.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을 전연우는 받지 않았지만 장소월은 누가 걸어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