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은 씨,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당신의 이런 다른 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오만한 태도예요. 왜 그렇게 사람을 깔봐요!”기성은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있었다. 소민아는 그가 준 야식을 보니 끓어오르던 화가 적잖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날이 거의 밝아오는데 무슨 야식이란 말인가. 곧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다.소민아는 화가 나 버리려고 했지만, 구영관의 음식인 걸 보고는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다.“됐어. 공짠데 그냥 먹어보지 뭐.”“쿵...”집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소민아는 신이랑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로 알고 곧바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이랑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침대 옆에 두었던 유리컵이 떨어져 산산조각나 있었다.“이랑 씨, 어떻게 된 거예요!”소민아는 얼른 넘어져 있는 신이랑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신이랑은 힘없이 쿡쿡 기침했다.“난 괜찮아요. 바깥에서 말 소리가 들리던데 누가 왔어요?”소민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도둑이에요. 놀라서 도망치더라고요.”“민아 씨는 괜찮은 거죠? 신고할까요?”“괜찮아요. 얼른 쉬어요. 물이 다 끓었네요. 컵에 따라줄게요.”“네. 고마워요.”“고맙긴요.”소민아는 그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본 뒤 이불을 덮어주고는 말했다.“푹 쉬어요. 난 더 귀찮게 하지 않고 이만 돌아갈게요.”신이랑은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은 그녀의 옷깃에 스쳐 지나갔고, 그의 얼굴엔 실망의 감정이 피어올랐다.소민아는 집에 가자마자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기성은이 보낸 문자와 부재중 통화가 한 통 와 있었다.기성은은 늘 똑같다. 용건이 뭐든 짧게 몇 글자만 보내면 끝이다.조금만 더 길게 쓰면 죽기라도 하는지.“전화 몇 번 더 걸면 어디가 덧나요? 이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난 왜 찾은 거예요!”그녀는 분노에 차올라 핸드폰 화면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식탁에 올려져 있는 음식은 확실히 그녀 입맛에 맞는 것들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기성은이 왜 야식을 가져다주었는지
마침 잘 되었다. 그녀도 어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순조로웠던 식사 자리였는데 하마터면!어쩐지 마음껏 쓰라며 카드까지 주더라니, 역시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정말 역겹다.소민아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송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요.”소민아가 사무실에 들어갔다.“부대표님, 부르셨어요. 오늘 아침 핸드폰이 배터리가 없어 꺼지는 바람에 출근이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다음엔 절대 지각하지 않겠습니다.”송시아가 들고 있던 서류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네? 걱정하지 말아요. 기성은이 민아 씨 반차 내줬어요. 이 인사발령 통지서를 주기 전에 개인적인 일에 관해 묻고 싶어요. 기성은과 지금 어떤 관계예요? 숨길 생각하지 말아요.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소민아는 송시아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부대표님, 저와 기 비서님은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또한... 심지어 친구조차도 되지 못합니다.”송시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친구도 안 된다고요? 내가 알기로 소민아 씨는 기성은이 전연우 외에 유일하게 자원해 도운 사람이에요. 기성은은 자기 부하직원들에 대한 요구가 엄청 높은 사람이에요. 업무에 관해선 더더욱 엄격하죠. 누가 한번 사소한 거라도 빼먹으면 바로 해고시켰어요. 하지만 민아 씨는... 저번 회의 자료를 잘못 가져와도 하루 치 월급을 깎았을 뿐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확실히... 민아 씨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소민아는 연신 부인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절대요. 부대표님, 그 사람은 그야말로 정신병자예요. 사람 마음 갖고 장난이나 치고!”소민아는 홧김에 마음속에 있는 말까지 해버렸다.그녀는 이렇듯 가끔씩 자신의 입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송시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네?”“저번엔 저랑 사귀자고 했다가 바로 주가은인지 뭔지 하는 여자한테 가더라고요. 이런 바람둥이 남자 전 싫어요. 그래서 하루 사귀고 헤어졌죠 뭐.”송시아는
송시아가 말했다.“여자도 돈이 많이 있으면 남자랑 똑같아요.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죠. 이 인사발령... 민아 씨 생각을 듣고 싶어요. 여기 남아서 나랑 계속 있고 싶어요, 아니면 일개 산하 그룹에서 비서로 일하고 싶어요?”소민아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전 부대표님의 옆에 남아 성심성의껏 제 모든 걸 바쳐 일하고 싶습니다. 연봉을 2억이나 받으니 머지않아 저도 부자가 될 테니까요.”“그 각오 좋아요. 연봉 2억은 그리 많은 게 아니에요. 날 위해 일만 잘해주면 더 올려줄 수도 있어요.”송시아는 서랍에서 차 키를 하나 꺼냈다. 그 위 람보르기니 표식을 본 순간 소민아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어제 새로 뽑은 차예요. 하지만 컬러가 나한텐 어울리지 않아요. 앞으로는 민아 씨가 몰아요.”소민아는 바로 그 묵직한 차 키를 받아들었다...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멍한 얼굴로 송시아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복도에 서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술이 아직 덜 깬 건가? 아니면 꿈이라도 꾸는 건가? 스포츠카를 이토록 쉽게 준다고? 세상에... 송시아에게 돈이 이렇게 많았다니.”볼이 얼얼해 나서야 소민아는 결코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이 모든 건 허상이 아니라 진실이다.소민아는 사무실에 돌아오기 전 차 키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필경 이 일이 알려지면 또 사람들의 의심과 질투를 받게 될 테니 말이다.요즘엔 조용히 다니는 게 좋겠다.“저기요, 뭐 하는 거예요? 왜 마음대로 내 물건 만져요?”소피아가 말했다.“소민아 씨는 이제 우리 비서실 직원이 아니에요. 몰라요? 기 비서님이 부대표님한테도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내가 물건 정리해주고 있는 거예요. 한시라도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해서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뒷배를 믿고 뻔뻔하게 다른 사람 정직원 자리 빼앗아가는 민아 씨 같은 사람은 이곳에 있을 자격 없거든요.”소민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쾅 두드렸다. 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소피아는 순간
기성은의 사무실에서 나온 소피아가 서류 하나를 소민아의 얼굴에 휙 던졌다.“심심해 죽겠죠? 마침 여기 소민아 씨가 흥미를 느낄만한 일이 있어요.”소민아가 말했다.“미안해요! 저 지금 좀 바빠서 다른 일 맡을 시간 없어요. 다른 사람 찾아봐요.”“비서실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민아 씨잖아요. 그리고 민아 씨 사모님과 친하다면서요. 기 비서님이 나한테 얼마 후 있을 결혼식 예식장 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싫으면 그만둬요.”소월 언니와 대표님의 예식장 준비라...소민아는 바로 서류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어려운 일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맡아야죠.”소피아는 입꼬리를 슥 올리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소민아는 자신이 소월 언니 결혼식 준비를 맡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결혼식 장소는 천추 산장이었다.세상에, 여길 다 빌리면 대체 얼마야!소민아는 빙그레 웃으며 서류를 안고 조용한 베란다로 뛰어갔다.그러고는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남원 별장.장소월은 서철용이 놓아준 링거를 맞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려서 살펴보니 소민아였다.“소월 언니, 좋은 소식 있어요.”장소월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정말 좋은 소식인가 보네요.”소민아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니까요! 언니, 저 언니와 대표님의 결혼식 예식장 준비를 맡았어요. 제가 총 책임자예요. 예상 못 하셨죠! 시간이 나면 와서 봐주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있으면 바로 수정해 드릴 수 있어요. 반드시 언니가 좋아할 수 있게 준비할게요.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언니 마음에만 들면... 대표님께서 분명 저한테 큰 상을 내리실 거예요.”소민아가 잔뜩 흥분한 채 말하고 있던 그때, 남자가 어느새 등 뒤에 나타나 장소월을 끌어안았다.전연우 역시 소민아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장소월의 얼굴에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서렸다. 아무튼 별로 기뻐 보이지는 않은 표정이었다.그녀가 덤덤히 말했다.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 전연우는 절대 소민아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소민아를 상대하는 건 전연우에게 있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결혼식이 완벽하게 끝나면 절대 해치지 않을 거야.”부드러운 말투에 협박과 경고가 담겨 있었다.전연우가 화제를 돌렸다.“내려가서 내가 새로 만든 국수 먹어봐.”“싫어. 입맛 없어.”그날이 오기 전에는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요즘 전연우는 또 그녀에게 음흉한 행동을 시작했다. 또 그녀에게 매번 다른 맛의 반찬과 국수를 만들어줬다. 맛이 나쁘지는 않아 먹을 수는 있었다.“네가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아?”전연우는 바로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주방에서 일하던 도우미는 그들이 내려오자 음식을 장소월의 앞에 가져다주었다.친밀한 자세로 그의 무릎에 앉아 있던 장소월이 몸부림쳤다.“나 내려줘.”전연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감쌌다.“이대로 내가 너한테 먹여줄 거야.”장소월은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전연우에게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다. 도리어 귀엽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그였다.이어 도우미가 삶은 새우를 가져왔다.전연우가 말했다.“먼저 국수 먹고 새우 먹어봐. 내가 껍질 발라줄게.”장소월은 해물 국수를 한 입 맛보았다. 밖에서 파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꽤 맛있었다.전연우는 그녀에게 반 그릇만 먹였다. 그가 껍질을 바른 새우도 먹여야 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새우 3개를 먹으니 배가 불러왔다.“이제 더는 못 먹겠어. 여기서 더 먹으면 얼마나 살찔지 몰라.”전연우의 손에 기름이 묻어 있어 장소월은 이미 그의 무릎에서 내려왔다.“앞으로는 기름 많이 넣지 마. 위장이 불편해.”“더 먹으면 살쪄.”전연우가 느릿하게 휴지로 손가락을 닦았다.“살쪄도 괜찮아.”“짜증 나 진짜.”장소월은 바로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때, 도우미가 전연우의 곁으로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대표님, 인씨 성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일곱 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그때, 복도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나가시려고요?”그 말에 장소월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문밖으로문 밖으로 나가보니 전연우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서 소매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정말 외출할 모양이다.지금은 전연우가 별로 밖에 나가지 않는 시간이다. 장소월은 분명 무슨 큰일이 생겼을 거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소월이 물었다.“시간이 늦었는데 이렇게 급하게 어딜 나가는 거야?”전연우가 몸을 돌려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이라 못 피해. 착하지. 집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 최대한 일찍 올게.”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몇 분 뒤, 마당에서 출발한 차가 남원 별장을 나서는 순간, 장소월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떠올랐다.어제 점심, 2층으로 올라올 때 전연우에게 전화기를 건네주는 도우미의 목소리를 들었었다. 분명 인정아가 걸어온 것이라고 했었다.설마... 지금 인정아를 만나러 나가는 건가?장소월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엔 기필코 전연우가 뭘 하는지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도우미가 당황하며 말했다.“사모님,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대표님께서 나가지 말라고 하셨는데...”장소월이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려던 그때.어두컴컴한 밤하늘이 번뜩이더니 보라색 번갯불이 두꺼운 구름층을 찢고 지나갔다.문을 나서던 검은색 차량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연이어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내 집 안에서 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은 문 앞에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굵은 빗줄기가 그녀의 정교한 얼굴을 내리쳤다. 도우미가 재빨리 우산을 들고 달려와 장소월의 머리에 씌워주었다.“사모님, 얼른 집에 들어가세요.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면 도련님께선 너무 우셔서 달래기도 힘들잖아요. 그리고 이 추운 날에 나가시면 감기
서철용이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소월 씨, 전연우와 싸우기라도 했어요?”그가 가볍게 농담 식으로 질문을 던졌다.장소월은 그의 장난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오늘 점심 전연우가 인정아의 전화를 받았어요. 지금은 밖에 나갔고요. 평소대로라면 전연우는 절대 비 오는 날에 나가지 않거든요. 또 나쁜 짓을 벌일 것 같은데 서 선생님이 미행해서 도대체 뭘 하는지 보고 저한테 알려줬으면 해서요.”서철용은 병실에 누워 있는 사람을 쳐다보고는 말했다.“전연우가 어디에 갔는지 알아요? 소월 씨... 전연우가 뭘 하든, 난 설사 그곳에 있다고 해도 막을 수 없어요.”장소월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난 막을 수 있어요!”장소월은 자신이 현재 전연우의 약점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가 뭘 하려는 것이든, 심지어 살인이라고 해도... 그녀는 그를 제지할 수 있다.전연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제멋대로 일을 저지르지만, 항상 뒤처리가 깔끔해 조금의 단서도 남기지 않는다.그는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온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겨눠오는 복수의 칼날을 견뎌야 할 것이다.장소월은 그가 계속 잘못된 길로 가게 놔둘 수 없었다.그녀가 말을 이어갔다.“이런 날씨에 나가는 건 분명 좋은 일 때문이 아니에요. 저번 비슷한 상황에서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 냄새 저한텐 아주 익숙해요. 예전 장해진과 함께 파티에 갔을 때 어떤 사람이 뭘 피우는 걸 똑똑히 봤거든요. 그날 전연우의 냄새가 그 사람의 냄새와 똑같았어요.”서철용이 단호히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전연우는 이미 그쪽에서 깨끗하게 손 뗐잖아요. 절대 그런 물건에 접촉했을 리가 없어요. 누가 무언가로 전연우를 협박한 게 아니라면요.”서철용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그래요. 알았어요. 내가 전연우 위치 찾아볼게요. 소식 있으면 소월 씨한테도 바로 연락하고요.”“찾을 필요 없어요. 어디에 있는지는 제가 알아요.”전연우가 그녀의 핸드폰에 GPS 기능을 설치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전연우와 장소월의 결혼 소식...간단히 손을 잡는 모습을 보고서도 인시윤의 눈동자엔 증오와 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수술을 집도하고 있던 외국인 의사가 말했다.“아가씨,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흰 지금 얼굴에 남은 흉터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한테는 아주 작은 수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수술 뒤에 치료만 잘하면 본래 미모를 찾을 확률이 5, 60퍼센트는 돼요.”입을 움직일 수 없는 인시윤은 그 말을 듣고선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녀의 얼굴은 지금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사람을 대면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이 자신을 저며오든, 또 어떤 잔혹한 대가를 치르든 그녀는 반드시 본래의 얼굴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전연우와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을 해보지도 못했다.장소월... 장소월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녀는 기필코 자신의 것이었던 전부를 다시 가져오리라 마음먹었다.문밖 도우미가 집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위층으로 올라가 보고했다.“사모님, 큰일 났어요. 저번에 왔던 그 사람... 사위분 같았어요. 그분이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요!”인정아는 곧바로 도우미에게 따귀를 날렸다.“닥쳐. 그놈은 이제 우리 인씨 집안 사위가 아니라 내 원수야. 여기나 잘 지치고 있어. 아무도 이 문을 열게 하면 안 돼.”그 소리를 들은 인시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취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떨려왔다.“안... 안 돼. 이런 꼴을 보게 할 수는 없어.”“아가씨,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에요. 함부로 움직이면 지금까지 했던 게 모두 무너질 수도 있어요.”인시윤의 거칠고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사람이 왔어요. 그 사람이 왔다고요. 그 사람에게 이런 모습 보이면 절대 안 돼요.”“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얼른요!”“절대 안 됩니다. 기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