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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30초 뒤, 소민아는 모든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천추 산장에서 나올 때부터 신이랑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올 때까지...

소민아는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의 옷을 헤집고 농락했던 것까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민아, 너 그렇게 남자가 고파? 드라마 주인공들은 술에 흠뻑 취하면 이튿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던데 난 왜 이렇게 하나하나 뚜렷하게 생각나는 거야. 세상에. 다 끝났어, 끝났어...”

소민아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술에 취하면 그렇게 미친 듯이 날뛰는 타입이었을 줄이야.

신이랑이 그녀에게 따지고 들면 무릎 꿇고 싹싹 빌어야 할 정도로 추태를 부렸다.

같은 아파트 맞은편 오피스텔이라 방 구조는 그녀의 집과 아주 흡사했다.

소민아는 침대 옆에서 가방을 들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어둡게 조명이 꺼져 있는 거실을 보니 신이랑은 아마도 자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려는 순간, 돌연 옆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신이랑이 하얀색 잠옷을 입고 앞머리를 이마에 늘어뜨린 채 걸어 나왔다. 소민아를 본 순간 그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담배를 등 뒤에 숨겼다.

소민아는 그의 행동을 포착했다. 또한 그의 방에서 풍겨 나오는 담배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몇 초간 멍하니 시선을 맞추었다. 소민아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이랑 씨... 깼어요?”

신이랑이 담담히 대답했다.

“아니요. 오늘 소설 올려야 해서요. 집에 가려고요?”

소민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약간 마음이 저려왔다.

“아직까지도 안 잔 거예요? 오늘 제가 실수해서 시간을 지체한 거죠? 미안해요! 클라이언트들이 자꾸 술을 권하는 바람에 취해버렸어요. 저 평소엔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아요.”

신이랑이 눈동자를 내리뜨렸다.

“괜찮아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 이제 이랑 씨도 자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신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소민아가 나가자 복도 센서 등이 켜졌다. 그녀는 빠르게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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