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소리를 야무지고 탄력도 좋았는데 순간 박재형도, 김지유도, 반유정도 모두 놀라서 얼굴이 굳어버렸다. 김지유는 감전된 것처럼 몸이 떨렸고 목에서부터 귀까지 주홍빛이 솟아 올라왔다.‘나쁜 놈,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거기에 손을 대!’그녀는 충격과 분노와 수줍음 등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라 최서준을 당장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박재형 씨 그러니 이제 저를 포기해요.”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게 손을 올려 최서준의 팔을 360도 돌려가며 꼬집었다.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써서 꼬집었지만, 최서준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했다.“이건 아니야, 절대 믿을 수 없어!”박재형은 소리를 지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지유 씨, 말해봐요. 제가 이 자식보다 정확히 못 한 게 뭐예요?”“간단해, 나 그거 잘하거든.”최서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재형에게 답하고는 고개를 돌려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김지유를 보며 물었다.“맞지, 지유야?”‘미친놈!’김지유는 피를 토할 뻔했다. 그 순간 그녀는 최서준을 끌어들인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박재형으로 하여금 두 사람이 침대에서 뒹구는 화면을 상상하게 했다. 박재형은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고는 손을 흔들어 뒤에 있는 4명의 건장한 경호원에게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거기서 뭐 해? 당장 이 자식 죽여버려! 뒷감당은 내가 책임져!”솨! 네 명의 경호원은 아무 말도 없이 곧바로 몽둥이를 들고 최서준에게 달려들었다.“당장 멈춰!”김지유가 네 명을 제지시키고 차갑게 말했다.“박재형 씨, 감히 저 사람 건드리면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죽여!”박재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재촉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몽둥이를 들고 최서준을 향해 휘둘렀다.김지유는 안색이 변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최서준 앞에 막아서려고 했는데 반유정이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붙잡았다.“대표님, 대표님이 막을 수 없어요.”“최서준 씨, 미안해
박재형은 그가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더욱 의기양양해 했다.“그래, 이제 조금 무서워? 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머리 세 번 조아려, 그리고 지유 씨 며칠 좀 데리고 놀게 나한테 넘겨, 그럼 너를 풀어줄게, 어때?”“이 파렴치한!”김지유는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몸을 덜덜 떨었다. 비록 말은 이렇게 내뱉었지만, 그녀는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박씨 일가는 남양시의 소문난 재벌가로, 그 힘은 예전의 김씨 집안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할아버지 김호석이 루게릭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지자, 김씨 집안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박씨 일가에게 역전당하고 말았다.이것은 박재형의 거듭되는 괴롭힘에도 그녀가 밉보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짝!갑자기 최서준이 손을 들어 박재형의 뺨을 내리쳤다.그 바람에 박재형의 반쪽 얼굴이 부어올랐고, 몇 개의 이빨은 선혈과 함께 공기 중에 뿌려졌다.“이 자식, 너... 너...”박재형은 충격과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최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박씨 일가의 신분을 댄 다음에도 최서준이 감히 손을 댈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곧이어 그는 살의 충만한 눈빛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격분하며 말했다.“이 자식, 너... 너는 날 건드리면 안 돼, 그러면... 박씨 일가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그렇다. 박재형은 무서웠다.최서준이 정말 자신을 죽일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때, 김지유가 황급히 말했다.“최서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박씨 일가는 네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그러자 최서준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좋아,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게. 지금 박씨 일가에 전화해서 부상병을 옮겨달라 해. 그럼 내가 너를 놓아줄지도 몰라.”박재형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어리둥절했다.‘이 자식이 미쳤나? 나더러 박씨 일가에 전화를 걸라고? 박씨 일가 사람들이 오면 자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는 건데, 설마 그걸 모르는 거야?’“왜? 내가 다시 한
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을 금치 못했다.“대표님, 그냥 빨리 갑시다.”반윤정이 옆에서 재촉했다.그러나 김지유는 다시 최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던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 곧 확고함으로 뒤덮였다.“아니! 나는 안 갈래!”결국 이 일은 김지유 때문에 일어난 것인데, 그녀가 어찌 무책임하게 최서준을 내팽개칠 수 있겠는가.게다가 최서준은 명의상 그녀의 약혼자인데!곧 10분이 지나고, 더할 나위 없이 음침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멀리서 들려왔다.“누가 감히 우리 박씨 일가 사람을 건드린 거야?”이윽고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이 10여 명의 경호원을 거느리고 살벌하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무뚝뚝한 표정을 한 노인의 눈빛은 마치 송골매처럼 날카로워서 감히 눈을 마주칠 수 없게 했다.그는 바로 박씨 일가의 도집사, 박운호였다.그리고 그의 뒤에 서 있는 10명의 경호원은 모두 살의를 띤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운호 삼촌, 이 녀석이 저를 때렸어요.”박재형은 구원자를 본 듯 황급히 손을 뻗어 최서준을 가리켰다.“하하하, 개자식, 박씨 일가 사람들이 왔으니 이제 네 놈이 어떻게 죽나 한번 보자. 나한테 전화할 기회를 주다니,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그는 피식 냉소를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보았는데, 이전의 소심함에서 벗어나 잔뜩 우쭐거리며 비아냥대는 모습이었다.“어이, 젊은이. 감히 우리 박씨 일가에 밉보이다니,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야?”박운호가 어두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주시했다.“저는 당신들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입니다.”최서준이 이렇게 말하며 씩 웃자, 가지런한 하얀 이가 훤히 드러났다.그의 말에 박운호가 순간 격분하며 말했다.“이거 아주 완벽히 미친 녀석이구먼? 과연 네 뼈가 그 입만큼 단단한지 어디 한번 보자고! 어서 죽여!”그가 손을 크게 흔들자 뒤에 있던 10여 명의 경호원이 일제히 최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던 그때, 김지유가 갑자기 최서준 앞을 막으며 나섰다.“아저씨, 저 혹시 기억하세요?”
“예!”10여 명의 경호원은 순간 한꺼번에 몰려들어 아무런 군소리 없이 최서준을 포위 공격 하기 시작했다!‘오합지졸들이구먼.’최서준의 눈빛에 하찮은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그는 손을 쓸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어디선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들려왔다.“모두 그만해!”다음 순간. 제복 차림의 한 여자가 자신과 똑같이 제복을 차려입은 남자 7~8명을 데리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여자는 가느다란 긴 다리를 내보이며 차가운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간땡이가 아주 부었나 봐? 이렇게 시퍼런 대낮에 사람들 끌고 와서 난투극 벌이는 걸 보면.”“희은 언니.”김지유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여자는 김지유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최서준을 바라보자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최서준이라고 했던가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길래, 매번 만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예요?”“지난번에는 단속용 커터칼을 가지고 있어서 나한테 잡혀가 한참을 교육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무리 싸움을... 내가 다시 잡아가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여자는 다름아닌 바로 최서준이 막 남양시에 도착했을 때, 기차역에서 그를 경찰서로 데려간 윤희은 여경이었다.그녀의 질문에 최서준은 두 손을 들고 무고하다라는 표정으로 말했다.“경찰관님, 저는 사람을 모으지 않았습니다. 혼자 저 열댓 명을 상대하려고 했던 거예요.”그 말을 듣고 옆에 있는 건장한 열댓 명의 사내들을 본 윤희은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혼자 상대하려 했다고? 만약 내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너는 쟤들한테 맞아 죽었을 거다.’“나한테 변명 늘어놓지 마세요.”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일부러 위엄을 드러내며 말했다.“모두 즉시 해산하도록! 시원한 곳에 알아서들 찾아가!”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박운호에게 향해있었다.박운호의 안색도 한껏 음침해 있었다.“경찰관님, 이건 저희 박씨 일가의 일이니 참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그러자 윤희은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
“더군다나 곧 박씨 일가에서 경매가 열릴 거야, 나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 현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일이 끝나면 다시 기회를 봐서 그 녀석을 죽여도 늦지 않아.”박운호는 마치 백치를 보는 것처럼 박재형을 바라보았다. 만약 그가 박씨 일가의 자식이 아니었다면, 박운호는 진작 박재형의 뺨을 후려쳤을 것이다.이 말을 듣자 박재형은 그제야 빙긋 미소를 지었다.“그래, 경매가 끝나면 다시 그 자식을 괴롭혀주는 거야. 그리고 김지유 그년도, 반드시 내 몸 아래에 깔아 밟아줄 거야.”한시도 지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의 눈에는 온통 흥분으로 가득 찼다.옆에 있는 박운호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멍청한 놈, 종일 이런 엉뚱한 생각만 하고... 도저히 큰 그릇이 될 감이 아니군.’...군청 대호텔은 남양시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5성급 호텔이며 다름아닌 박씨 일가의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권위 인사들의 관심을 끌었다.오늘, 박씨 일가는 군청 대호텔에서 옥 펜던트 하나를 경매로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거의 전 도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할 수 있다.박씨 일가의 이 옥 펜턴트가 수명을 연장해주는 신기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졌기 했다.하여 남양시 전체의 크고 작은 상류층 인사들이 거의 다 모였고, 나머지 4대 재벌가들조차도 자신의 젊은 후계자들을 참석시켰다.호텔은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면 다 들어갈 수 있다.그래서 최서준은 조금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곧장 호텔 5층, 즉 경매가 열리는 곳으로 올라갔다.넓은 홀 안은 동시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눈을 돌려보니 전부 양복에 화려한 치장을 한 인사들이 술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었다.최서준이 막 들어오자 옆에서 잔뜩 놀란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최서준?”그가 불쾌해하며 고개를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김지유와 반윤정이 서 있었다.“최서준 씨가 여긴 왜 왔어요? 오늘 경매는 그쪽이랑 상관 없을 텐데.”반윤정은 아직도 조금 전의 일로 그
호텔 8층 CCTV실 내부.양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CCTV 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최서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박재형에게 말했다.“이게 너를 때린 놈이야?”그는 바로 박씨 일가의 셋째 박성태로 이번 경매의 책임자이다.“네, 셋째 삼촌!”박재형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이 녀석 정말 담이 크구나. 우리 박씨 일가 사람을 때린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 구역에 와서 밥까지 얻어먹어?”박성태는 화가 난 나머지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의 옆을 지키던 박운호도 서둘러 말했다.“형님,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 저놈을 제압하겠습니다!”“됐어!”박성태가 고개를 저었다.“인차 경매가 열릴 테니 주의 깊게 잘 관찰하도록 해. 신원이 의심스러운 사람, 그 누구든 반드시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셋째 삼촌, 이 경매는 우리 박씨 일가가 주최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설마 감히 깽판 치러 올 사람이 또 있겠어요?”박재형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말하자 박성태가 크게 호통을 쳤다.“이 멍청이야, 네가 뭘 알아? 이번 경매는 우리 박씨 일가가 낚시를 하기 위해 쓴 수단에 불과해.”‘낚시?’박재형은 박운호와 함께 어리둥절해졌다.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멍해 있자 박성태가 느릿느릿 말했다.“우리 박씨 일가가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너희들도 다 알고 있지? 모두 12년 전 한성 보육원 부지 때문이야. 당시 한성 보육원 옛 원장 정석우는 우리 박씨 일가의 매입을 거절했다. 그래서 네 할아버지는 아예 한밤중에 불을 질러 보육원 모든 사람을 태워 죽이고 나서야 그 땅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그 말을 들은 박재형은 매우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박운호는 마치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박성태가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들은 한성 보육원 아이들이 전부 불에 타 죽은 줄 알아. 하지만 당시 8명의 아이들이 도망쳤다는 걸 우리 박씨 일가만 알고 있지. 이제 12년이 지났으니, 그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이 옥 펜던트는 일찍이 제가 우연하게 얻은 것으로, 항도 법술대가이신 주 대사님께서 검정한 적이 있으며, 수명을 연장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이 옥 펜던트를 착용한 지 10년이 넘으셨는데 동안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정정하셔서 확실히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의 손에 있는 옥 펜던트 위에 떨어졌다.삽시에 홀 안에는 여기저기서 귓속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울렸다.의심, 충격, 감탄과 희망에 찬 호언장담...옥 펜던트를 뚫어져라 보고있는 최서준의 얼굴에는 감격이 솟아났다.그것은 정석우가 생전에 최서준을 위해 보관한 것이므로 매우 확신할 수 있다.사람들의 반응에 박성태는 매우 흡족해하며 즉시 알렸다.“허허, 이 옥 펜던트의 경매가는 20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추가 금액은 1억보다 낮게 불러서는 안 됩니다... 자, 경매 시작합니다!”곧이어 무대 아래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22억!”많은 사람의 시선을 따라 가봤더니, 가격을 제시한 사람은 뜻밖에도 김지유였다.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은 하나둘 궁금해하기 시작했다.“김지유 씨, 아무리 이 옥 펜던트가 장수를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지만, 그건 지유 씨한테 쓸모없는 거 아닌가요?”그 순간, 김지유를 바라보는 박성태의 눈에 이색적인 빛이 스쳐 지나갔다.뒤이어 김지유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옥 펜던트는 저에게 확실히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할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셔서 줄곧 병상에 누워계신다는 걸, 다들 아실 거예요. 그래서 손녀인 저는 이 옥 펜던트를 손에 넣어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예로부터 옥은 사람 몸에 좋다고 알려졌잖아요.”김지유가 이렇게 말하자 많은 사람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효심을 칭찬하기 시작했다.김씨 집안의 김호석이 불치병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은 진작에 퍼졌으니 말이다.그러니 김지유가 이 옥 펜던트를 사 불치병을 고치려 한다는 이유는 누구든 쉽게 이해할 만했다.
갑자기 날아든 소리에 시끄러웠던 현장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20원이라고?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박씨 일가가 주최한 경매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부른 거야?!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김지유도 예외는 아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청동 가면을 쓴 남자가 다리를 꼰 채 유유하게 찻물을 들고 들이키고 있었다. 마치 뭇사람들의 시선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대체 어떤 간땡이가 부은 놈이 감히 경매장에서 장난질이야?"박재형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 반면 박성태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곧 최서준을 향해 물었다."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번 말해보시죠."박성태는 지금 비단 화가 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눈에는 희열이 가득 차 있었다.한성 보육원의 생존자, 기어코 나타났구나!"왜요? 너무 적어요?"청동 가면 아래의 최서준의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 서려 있었다."그럼 20원 더 추가. 더는 안 돼요."사람들은 그의 말에 또 한 번 어안이 벙벙해졌다.대체 저놈은 누구지? 이거 완전 소란을 피우려고 작정을 했구만!사람들 틈에 있던 김지유도 얼떨떨한 얼굴로 가면을 쓴 남자를 바라봤다.박씨 일가가 남양시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저 남자는 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거지? 혹시 박씨 일가와 무슨 원수라도 졌나?박성태는 지금 당장이라도 최서준을 잡고 싶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억누르고 차갑게 읊조렸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내 정체가 알고 싶다고 하니 친절하게 대답해드려야죠."최서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지옥에서 막 기어 올라온 사람의 목소리를 하고는 큰소리로 외쳤다."나는 12년 전 있었던 한성 보육원 화재사건 ‘망령’ 중 한 명으로 오늘 모든 망령을 대표하여 박씨 일가가 진 빚을 대신 받으러 왔다. 당신들은 그 당시 화재에 생존자가 있었을 줄은 아마 꿈에도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