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그의 품에 있던 여인도 무서워서 아무런 소리도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있어 그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서로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남양시 시장이라고 해도 최우빈의 취임 그날 직접 그에게 찾아뵙곤 하였다.“걱정하지 마,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줄 테니까.”최우빈은 천천히 일어서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자, 레지던트 룸으로 가자.”한편, 레지던트 룸안.진해천이 나간 뒤 도현수는 여전히 느낌이 좋지 않았고, 재촉하며 말했다.“서준아, 우리 빨리 가자.”하지만 최서준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앉아 테이블 위에 준비된 풍성한 요리를 먹으며 답했다.“아저씨, 급해 하실 거 없어요. 어찌 됐든 간에 이 차린 건 먹고 가야죠. 아니면 이거 다 너무 아깝잖아요.”도연우는 그의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지금이 언제라고 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아직도 모르겠어? 진해천이 사람 부르러 간 거잖아?”“네 말이 맞아, 연우야. 내가 봤을 때 이놈 미친 것 같아.”옆에 있던 오민욱도 차갑게 그녀의 말에 응했다.“아빠, 최서준이 안 간다면 쟤는 그냥 여기 놔두죠.”도연우가 아빠를 데리고 떠나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룸 문이 열렸다.“쿵!”“너희 오늘 누구도 여기 못 떠날 줄 알아!”이윽고 진해천이 열몇 명의 건장한 남성들을 데리고 들어와 윽박질렀다.그 모습에 도현수 등 일행은 삽시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중 오직 최서준만이 마치 눈앞의 현재 상황은 보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여유롭게 앉아 닭 다리만 뜯고 있었다.“이봐 도씨. 내가 오늘 당신들 죽으라고 하면 당신들은 죽어야 할 거야.”진해천은 의기양양해 하며 말했다.이윽고 그들은 갑자기 옆에 한 줄로 서더니 문 앞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빈이 형님, 들어오십시오!”그 열몇 명의 건장한 남성들도 한 줄로 서더니 문을 향해 90도 인사를 올리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빈이 형님?”오민욱은 일단 멈칫하더니
최우빈은 참지 못하고 눈을 비비더니 순간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진해천이 말한 가해자가 최서준이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최서준은 그의 도련님이었고 진해천을 때린 건 물론이고 자기를 죽인다고 해도 눈 하나 꼼짝하지 않을 것이다.그때 최서준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최 대표? 사람은 내가 때렸어. 이제 어떡할 거야? 때리든지, 죽이든지 맘대로 해봐.”최우빈은 그의 말에 피를 토할 뻔했다.‘죽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도 감히 그런 짓은 못하지.’최우빈은 땀을 닦고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도...”그때 갑자기 도현수가 최서준 앞에 나타났다.“최 대표님, 실제 상황은 저 사람들이 말한 것과 달라요. 내가 설명할게요...”도연우가 깜짝 놀라며 도현수를 불렀다.“아빠...”오늘 운이 좋아서 최우빈이 살려주겠다는데 어떻게 최서준도 살려달라고 부탁할 수가 있단 말인가?하지만 도현수는 여전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최서준을 보호하려고 했다. 최우빈은 심호흡한 뒤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설명할 필요 없어요.”“도현수, 오늘 당신이 아무리 애써도 이 자식을 구할 수 없을 거야.”진해천이 경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비웃었는데 그의 눈에는 분노와 승리의 기운이 가득했다. 그는 최서준을 무자비하게 괴롭혀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만들고 도연우도 짓밟으려 했다.퍽!순간 최우빈이 돌아서서 진해천의 뺨을 후려쳤는데 어찌나 셌던지 몇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귀뺨 한방에 진해천의 멀쩡하던 얼굴 반쪽이 퉁퉁 부어서 돼지머리가 됐다. 갑작스러운 귀뺨에 모두 놀라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특히 진해천은 맞아 얼얼한 얼굴을 붙들고 최우빈을 바라봤다.“대표님?”최우빈은 달려가서 그를 다시 집어 들더니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이 개자식아, 회사를 잘 관리하라고 했더니 맨날 바짓가랭이 일만 생각한 거야?”최우빈의 주먹에 진해천의 코가 비
최우빈은 최서준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이니, 제가 여기서 사과드립니다.”최서준 옆에 서 있던 오민욱은 자기한테 한 말인 줄 알고 황급히 손을 저었다.“아닙니다. 최 대표님,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민욱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천하의 최 대표가 그에게 사과하니 체면이 서는 것 같았다.최우빈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도현수와 도연우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이 자식이 다시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도현수와 도연우는 아직도 어찌 된 일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와서 이 자식 끌어가. 오늘부로 지오 그룹 총경리가 아니야.”최우빈이 진해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진해천은 곧 죽은 개처럼 큰길에 던져졌다.최우빈은 잠깐 생각하더니 바로 테이블 안에서 골든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며 최서준에게 말했다.“이건 저의 남양 대호텔의 지존 킹 회원카드입니다. 이 카드를 소지하고 계시면 저와 같은 의미로 지오 그룹의 모든 매점이나 가게에서 무료로 소비하실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말을 마친 최우빈은 조금이라도 늦을세라 발검을 재촉해서 정중하게 물러갔다.집에 도착해서도 도현수와 도연우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지오 그룹 최 대표 사람을 때렸는데 보복은커녕 극진한 대접을 받고 또 지존 킹 회원카드도 받다니, 그들은 대체 어떻게 남양 대호텔을 나왔는지 기억도 없었다. 그때 집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하은숙이 그들에게 다가오며 물었다.“현수 씨, 어땠어요? 진해천이 뭐라고 해요?”“다 해결됐어. 오늘부터 아무 일도 없을 거야.”도현수가 심호흡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고, 도연우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하은숙에게 설명했는데 그 말을 듣고 하은숙은 너무 흥분되어 벌떡 일어날 뻔했다.“잘 됐다, 그 최 대표라는 사람 사리가 밝은 사람이었네.”도
오민욱이 웃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면요, 최 대표가 서준 씨 얼굴을 봐서 우리를 살려줬겠어요?”최서준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하죠, 최우빈은 내 부하니까요.”그의 말이 끝나자, 오민욱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도현수 가족도 놀랐다.“뭐라고요?”오민욱은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귀를 후비고 다시 물었다.“최우빈 대표가 서준 씨 부하라고요?”“네, 맞아요.”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푸하하하!”오민욱이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도저히 못 참겠어요.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없어요.”“아저씨, 연우 씨, 모두 들었죠? 최서준 씨가 글쎄 최우빈 대표가 자기 부하라고 하네요. 허풍쟁이를 보긴 했지만 이와 같은 뻥 치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그는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하은숙 역시 웃으며 말했다.“쓸모없는 놈, 허풍을 치려거든 상황을 보면서 해야지, 최 대표가 네 부하라는 게 말이 돼? 최 대표가 네 부하이면 미국 대통령은 내 양아들이다.”도현수도 최서준이 허풍을 친다고 생각하고 난감했는지 헛기침했고 도연우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최서준, 그만해. 최 대표가 우리를 살려준 건 오민욱 씨 공로야. 갑자기 튀어나와서 남의 공로를 뺏지 마, 역겨워. 내가 네 속마음을 모를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를 잘 봐줄 거라고 생각했지? 확실히 말하는데 꿈 깨.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 싫어지니까.”최서준은 차갑고 혐오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연우를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옛말에 한 사람에게 편견이 생기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불합리화 시킨다고 했기에 최서준은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민욱아, 이 카드는 최 대표가 너한테 준 거니까 네가 가져.”도현수가 지존 킹 회원카드를 오민욱에게 줬고 오민욱은 카드를 받고 꼼꼼히 살펴보더니 흥분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아저씨, 최 대표가 이 카드만 있으면 지오 그룹 모든 매점에서 무료로 소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 킹스 레스토랑
최서준 곧바로 근처에서 제일 큰 꽃 가게에 가서 카네이션 한 다발 샀다. 오늘이 바로 보육원 화재가 발생한 지 열두 해가 되는 날이자, 고인이 되신 원장님의 기일이기도 했다.약 30분 후, 남원 추모공원B구역의 제일 가운데 있는 무덤 앞.적막과 추위 속에서 한 젊은 여성이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원장 할아버지, 오늘 할아버지 기일이어서 지유가 왔어요.”그녀의 앞에는 7개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죄송해요. 저 아직도 도담이와 6명의 언니들도 찾지 못했고 할아버지와 우리를 이렇게 만든 박씨 가문에 복수도 못 했어요. 저 12년 동안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계속 노력했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할아버지, 박씨 가문에서 오늘 경매를 하는데 그중에는 할아버지가 보관하고 계시던 도담이의 옥 펜던트도 있다고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유가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하지 않을 거예요.”한참 후,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묘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떠났다.그 후로 시간이 흐른 뒤, 묘비 앞에 최서준이 나타났다. 그는 묘비에 새겨져 있는 한성 보육원 원장 정석우라는 글자를 보고는 ‘쿵’하고 무릎을 꿇고는 더 이상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이 빨개졌다.“할아버지, 도담이가 왔어요. 이제야 찾아봬서 죄송해요.”그는 카네이션 꽃다발을 내려놓고 온몸을 흐느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사내대장부는 쉽게 우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가장 아픈 상처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원장은 그때 쓰레기통에서 그를 주워다가 자식처럼 사랑하고 친절하게 키웠는데 박씨 가문에 의해 불에 타 사망했다. 그때 한성 보육원에는 원장 외에도 108명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7명의 누나들 외에 101명이 같이 숨졌다. 이 피로 물든 원수는 반드시 피로 갚아야 한다!하늘이 최서준을 그 화재에서 살아남게 한 것은 101명의 사망자의 원수를 갚으라고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할아버지, 그리고 그 많은 친구들의 원수는 이 도담이
남원 추모공원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반윤정이 차 안에서 시간을 보며 창밖을 주시하다가 김지유가 내려오는 걸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눈이 왜 이렇게 빨개졌어요?”“괜찮아.”김지유는 황급히 눈을 비비며 억지로 웃음을 보였다“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참 박씨 가문의 경매가 언제 시작한다고 했지?”그녀는 말을 바꿨다.“이제 반 시간도 남지 않았어요.”“출발해.”김지유가 재촉하자 반윤정은 시동을 걸었는데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최서준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반윤정이 먼저 불렀다.“최서준 씨.”김지유가 살짝 놀라 하며 차창을 내리고 최서준을 차갑게 바라보자, 남원 추모공원에서 금방 내려온 최서준은 힘없는 목소리를 말했다.“김지유 씨, 남양시가 작은 도시도 아닌데 왜 어딜 가든지 만나는 거지? 만약 혼약을 취소해달라고 할 거면 포기하지.”최서준의 말에 김지유는 화가 치밀어서 차에서 내려 차갑게 말했다.“여기는 뭐 하러 왔어?”최서준이 답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마이바흐 한 대가 요란하게 와서 옆에 주차했다. 온몸에 아르마니를 걸치고 손에는 999송이 장미꽃을 든 젊은 청년이 경호원 몇 명과 같이 차에서 내리더니 김지유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신사답게 말했다.“지유 씨, 당신을 정말로 좋아해요. 저와 함께해요.”“박재형 씨, 제가 말했잖아요.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포기해요.”김지유는 뒷걸음질 하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지만, 박재형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지유 씨, 무정하게 그러시지 말아요. 전 남양시를 통들어 나 박재형 말고 당신과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요.”김지유가 웃으며 말했다.“박재형 씨, 저는 이미 약혼자가 있으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그게 누군데요? 죽이지 않을 거니까 누군지 얘기해 봐요.”박재형이 순간 사나워지는 모습을 보고 최서준은 안색이 변하며 도망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김지유는 그의 팔짱을 끼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얹더니 사랑스럽고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소개할게요. 이쪽은 제 약혼자
찰싹!소리를 야무지고 탄력도 좋았는데 순간 박재형도, 김지유도, 반유정도 모두 놀라서 얼굴이 굳어버렸다. 김지유는 감전된 것처럼 몸이 떨렸고 목에서부터 귀까지 주홍빛이 솟아 올라왔다.‘나쁜 놈,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거기에 손을 대!’그녀는 충격과 분노와 수줍음 등 여러 감정이 북받쳐 올라 최서준을 당장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박재형 씨 그러니 이제 저를 포기해요.”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게 손을 올려 최서준의 팔을 360도 돌려가며 꼬집었다.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써서 꼬집었지만, 최서준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했다.“이건 아니야, 절대 믿을 수 없어!”박재형은 소리를 지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지유 씨, 말해봐요. 제가 이 자식보다 정확히 못 한 게 뭐예요?”“간단해, 나 그거 잘하거든.”최서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재형에게 답하고는 고개를 돌려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김지유를 보며 물었다.“맞지, 지유야?”‘미친놈!’김지유는 피를 토할 뻔했다. 그 순간 그녀는 최서준을 끌어들인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박재형으로 하여금 두 사람이 침대에서 뒹구는 화면을 상상하게 했다. 박재형은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고는 손을 흔들어 뒤에 있는 4명의 건장한 경호원에게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거기서 뭐 해? 당장 이 자식 죽여버려! 뒷감당은 내가 책임져!”솨! 네 명의 경호원은 아무 말도 없이 곧바로 몽둥이를 들고 최서준에게 달려들었다.“당장 멈춰!”김지유가 네 명을 제지시키고 차갑게 말했다.“박재형 씨, 감히 저 사람 건드리면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죽여!”박재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재촉했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몽둥이를 들고 최서준을 향해 휘둘렀다.김지유는 안색이 변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최서준 앞에 막아서려고 했는데 반유정이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붙잡았다.“대표님, 대표님이 막을 수 없어요.”“최서준 씨, 미안해
박재형은 그가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더욱 의기양양해 했다.“그래, 이제 조금 무서워? 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머리 세 번 조아려, 그리고 지유 씨 며칠 좀 데리고 놀게 나한테 넘겨, 그럼 너를 풀어줄게, 어때?”“이 파렴치한!”김지유는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몸을 덜덜 떨었다. 비록 말은 이렇게 내뱉었지만, 그녀는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박씨 일가는 남양시의 소문난 재벌가로, 그 힘은 예전의 김씨 집안보다 결코 작지 않았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할아버지 김호석이 루게릭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지자, 김씨 집안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박씨 일가에게 역전당하고 말았다.이것은 박재형의 거듭되는 괴롭힘에도 그녀가 밉보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짝!갑자기 최서준이 손을 들어 박재형의 뺨을 내리쳤다.그 바람에 박재형의 반쪽 얼굴이 부어올랐고, 몇 개의 이빨은 선혈과 함께 공기 중에 뿌려졌다.“이 자식, 너... 너...”박재형은 충격과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최서준을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박씨 일가의 신분을 댄 다음에도 최서준이 감히 손을 댈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곧이어 그는 살의 충만한 눈빛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격분하며 말했다.“이 자식, 너... 너는 날 건드리면 안 돼, 그러면... 박씨 일가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그렇다. 박재형은 무서웠다.최서준이 정말 자신을 죽일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때, 김지유가 황급히 말했다.“최서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박씨 일가는 네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그러자 최서준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좋아,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게. 지금 박씨 일가에 전화해서 부상병을 옮겨달라 해. 그럼 내가 너를 놓아줄지도 몰라.”박재형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고 어리둥절했다.‘이 자식이 미쳤나? 나더러 박씨 일가에 전화를 걸라고? 박씨 일가 사람들이 오면 자기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는 건데, 설마 그걸 모르는 거야?’“왜? 내가 다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