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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절 미워하지 마요

그 말에 성연신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이 돈 가지고 남은 생 행복하게 보내. 네가 레오를 위해 한 희생이 너무 많아. 이제 편히 쉬면서 즐겨.”

소민정이 루갈에서의 지위는 원로급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의 공로는 최고의 존경을 받을 만했다.

그리고 루갈의 현재 의료 수준은 거의 완벽했기에 소민정이 있으나 없으나 크게 상관없었다.

“싫어요. 전 계속 루갈에 남아 있을 거예요. 절 미워하지 마요. 제발...”소민정이 눈물을 쏟아내며 측은하게 성연신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용모는 임시연이나 심지안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으나 평범한 집안의 예쁜 딸처럼 친밀감을 주었다.

성연신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손을 뗐다.

“미워하는 게 아니야.”

“그럼 왜 쫓아내려고 하는 건데요?”

“조기 퇴직이라 생각해. 이제 미용도 하고 영화도 보고,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도 이뤄야지. 어떻게 되든 여기에 있는 것보단 나을 거야.”

루갈의 99%는 모두 남자였다. 여자인 그녀가 혼자 남자 소굴에 있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었다.

“아니요. 가고 싶지 않아요. 쫓아내지만 말아 주세요...”

소민정은 빨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울먹였다.

“남아서 청소하라고 해도 괜찮아요.”

“저 고아예요. 가족도 친구도 없다고요. 오빠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

“루갈을 떠나면 소속감도 없이 제가 어떻게 살아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공허할 텐데.”

성연신은 눈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안철수와 그녀의 처지가 똑같다는 것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보육원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하고는 카드를 소민정의 손에 쥐여주었다.

“너 스스로 결정해. 미리 말해두지만 남는다 해도 루갈의 모든 외출 임무에는 참가할 수 없어.”

“좋아요. 약속할게요. 오빠.”

소민정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녀는 눈물을 쓱쓱 닦고는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성연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간단히 몇 마디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몇 걸음 걸어 나왔을 때, 심지안의 메시지가 왔다.

[민수 씨 당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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