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그는 사실대로 말하며 허탈하게 웃었다.“그런데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당분간은 없어요.”“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지금 저를 협박해서 어부지리를 누리려는 거예요?”송준도 고청민의 꾐수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자기 능력만으로 방매향을 데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성연신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데다가 수년간 비밀 조직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부터 방매향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청민이 제안한 방법에 대해서도 실험해 보았었다. 먼저 성우주를 유괴하여 성씨 집안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때가 되면 방매향이 반드시 아이를 찾으러 나올 것이니 그들은 부근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그녀를 잡아들일 준비를 하면 됐다.정 안 되면 목숨을 목숨으로 바꾸자고 협상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방매향을 넘기는 대신 아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성연신도 분명 동의할 것 같았다.방매향은 어쨌든 죽지 않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주가 인질로 잡혀있게 된다면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고청민은 모자를 눌러쓰고 한쪽 입꼬리를 피식 치켜올렸다.“제게 어부지리를 누리려고 하는 거냐고 따져 묻기 전에 당신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오히려 이 상황에서 가장 활용할 만한 묘책을 바쳤을 뿐이에요.”송준도 반론하지 않았고, 오히려 턱을 만지며 말장난을 이어갔다.“계획대로라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변혜영을 이 일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변혜영의 성격은 송준도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데이트할 때도 변혜영에게 순순히 양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연애에서 여전히 을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송준은 자신이 없었다.“충분히 할 수 있어요. 변혜영이 심지안에게 아버지를 뺏길까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 보세요.”고청민의 손가락으로
변혜영의 곁에 있던 이유비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하자, 듣고 있던 변혜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난 그저 붉은 빛이 도는 비취를 보고 싶을 뿐이야, 심지안을 보러 온 게 아니라고!”“하지만 심지안이 아버님의 사랑을 빼앗아 갈까 두렵지 않으세요? 요즘 왕자님도 임시연 씨의 주변만 맴돌고 계시잖아요. 어제 공주님께서 목이 아팠을 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죠...”이유비가 일부러 리액션을 크게 하며 말을 덧붙였다.“제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탓하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서 임시연 씨의 존재는 공주님께 그렇게 해롭진 않아요. 기껏해야 공주님의 새언니가 될 여자니까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지안에게 공주라는 타이틀이 붙여진다면, 공주님의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충분히 공주님을 압도할 수 있다고요...”“말도 안 돼! 아버지는 심지안을 공주로 삼을 리 없어!”변혜영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컸다. 그녀는 분노로 인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생에서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왕실 가문과 사랑하는 부모님이었다. 누군가가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상대방을 해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지만... 붉은빛이 도는 비취와 같은 귀중한 물건을 심지안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분명 심지안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변혜영은 심호흡하고 나서 간신히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더 이상 말하지 마!”“이것이 바로 유명한 붉은빛이 도는 비취군요. 전에는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실물을 처음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그러게요, 저도 똑같이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조선 왕조 시기, 청나라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하던데요? 꽤 오래된 보물이네요.”“모르겠어요. 저는 전해 듣기만 했지,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어요.”“오늘이야말로 진정한 눈 호강이네요. 세움은 역시 업계 큰손이네요.”“붉은빛이 도는 비취와 세움은 아무 상관 없거든요?”“쯧쯧... 심지안 씨가 인생 승
“오늘 바쁜 와중에도 세움의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움을 대표해서 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조언해 주시며, 지적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능숙해지고 발전하여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심 이사님, 너무 겸손하십니다.”“맞아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기회가 되면 다음에 만나요.”“지금까지의 경영진들을 능가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세요.”변혜영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 귀에 들리는 심지안에 대한 찬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전혀 즐겁지 않은 듯 교만한 표정을 지었다.“만약 문제가 있다면 정말 고칠 수 있나요?”이 말이 나오자, 장내 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돌려 변혜영을 바라보았다. 변혜영은 목을 길게 빼고 그들을 훑어보았다.심지안은 입꼬리를 올리며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눈가에서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물론입니다.”“그렇다면 이리로 와봐요, 내가 개선할 점을 말해줄 테니까...”“거기서 말씀하셔도 잘 들려요.”“아니, 이리 와보라니까요? 누가 들으면 듣기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겠네요.”변혜영의 표정은 애교가 넘치고 익살스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도를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심지안과 변혜영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개입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심지안은 변혜영에게로 다가가다가 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멈추었다.“이제 얘기해도 되겠습니까?”변혜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싱긋 웃으니, 한쪽 발을 내밀며 느슨해진 신발 끈을 가리켰다.“느슨하게 묶여 있네요?”“후...”관객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고, 공공연히 도발하는 변혜영의 모습에 놀랐다.아무리 공주라고 해도 어떻게 이러한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심지안도 저항하지 않고, 그저 참고 넘기려는 듯했다.변혜영은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심지안에게 실제로 신발 끈을 묶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 신발 끈을 묶
변혜영이 어떻게 심지안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겠는가? 변혜영의 얼굴은 창백해지다 못해 붉으락푸르락하였다.‘정말 말주변이 좋다!’변혜영은 뭇사람의 시선에 눈을 질끈 감고는 발끝을 이유비에게로 돌렸다.“뭘 꾸물거리는 거야!”이유비는 대단한 배경이 없었지만, 이렇게 굴욕을 당한 적도 처음이었다.“공주님... 저는...”변혜영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싫다고 말하려는 거야?”“아닙니다, 바로 묶어드리겠습니다.”이유비는 마지못해 허리를 굽히고 주저앉았다.타이트한데다 짧은 드레스를 입은 이유비가 바닥에 주저앉아,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느 각도에서나 속바지가 노출되었다.심지안은 냉정하게 쳐다보며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이유비는 서둘러 변혜영의 신발 끈 묶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체면이 깎일 대로 깎인 상황이 되자,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했다.변혜영은 뒤돌아 출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지안에 대한 원망만 늘려갔다.“거기 서.”변혜영이 고개를 들자, 성연신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변혜영은 가슴이 철렁했고, 목이 뻣뻣해졌다.“뭘 어쩔건데요? 폭력이라도 행사하실 생각이세요?”“아니요...”“그런 것이 아니라면 빨리 비켜줄래요?”변혜영은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성연신은 여전히 아버지에게 약간의 체면을 세워 주네?’“배가 좀 고픈데 먹을 것 좀 가져다주세요.”성연신은 빤히 쳐다보며 분명하게 변혜영에게 말했다.변혜영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용히 이유비에게 눈짓했다.“빨리 안 가, 꾸물대지 마.”일이 일찍 끝나면 일찍 갈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여기에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이유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면 성연신은 정말 잘생긴 남자인 것이 확실했다.‘나한테 반한 거 아니야?’그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과자 코너로 가서 작은 케이크와 나이프, 포크를 가져왔다
“놓아줄 수는 있지만, 그 전에 일러둘 게 하나 있습니다.앞으로 심지안에 대해 아무 짓도 하지 마세요. 그녀의 명예나 안전을 위협한다면,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줄 거니까요. 당신 아버지가 나서서 부탁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오늘은 단지 간단한 경고일 뿐이지만, 이 경고를 무시하고 심지안에게 해를 끼친다면, 다음번에는 이렇게 신사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성연신의 눈빛에서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풍겨 나와 주변에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손에 쥔 포크는 이미 이유비의 손을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성연신은 마침내 싫증이 난 듯 포크를 휙 던져버렸다. 이유비는 고통을 참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변혜영은 몸을 떨며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남자가 왜 심지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실 변혜영이 처음부터 심지안을 싫어한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성연신과 일부러 엮으려 했었을 때, 성연신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 그럼에도 항상 오만했던 변혜영은 상처받거나 그에게 매달려 슬퍼하지 않았었다.그러나 심지안이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질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녀는 늘 심지안에게 기회를 줬지만, 심지안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임시연이 임신한 사실을 감추며 자신을 바보로 만들려고 했다고 생각했다.아버지가 무조건 심지안을 믿고 감싸고, 오히려 그녀의 오빠가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임시연과 아이를 가졌다고 꾸짖는 상황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다.이제 그녀는 성연신이 심지안의 안위를 자신의 안위보다 우선으로 본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변혜영은 절대로 성연신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아버지가 그녀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지안이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녀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변혜영은 자신이 어떻게 세움 전시회를 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이유비를 상관하지 않고 궁으
심지안은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성연신을 째려보았다. 어린 꿈나무에게 타격을 주는 행동은 질타받아 마땅하기에 힘껏 성연신의 발을 밟았다.“그만 떠들어요, 피아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지금 내가 피아노에 대해 모른다고 단정 지은 거예요?”성연신은 오만하게 턱을 올리며 말했다.“나 피아노 실기 급수 10급을 딴 사람인데요?”“그래요? 대단하네요!”심지안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얼버무렸다.그러자 성연신이 얇은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가 냉소적으로 물었다.“믿기 어렵나요?”“믿기 어렵네요.”지안은 솔직히 대답했다. 피아노 10급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사실을 그녀가 인정하기 어려웠다.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인정할 수 있어도, 예술적 재능까지 겸비하다니!“오늘 귀 호강 제대로 하는 줄 아세요.”성연신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긴 다리를 내딛고 높은 무대로 올라갔다.심지안은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심지안은 이 사람이 진심인지 의아해했다.꺼져 있던 무대 조명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성연신을 비추었고,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침착하고 매력적이며,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마치 왕자와 같은 태생적으로 고귀함을 풍겼다.심지안은 마음이 움직이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정말로? 좋아, 돈 내고 듣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무료로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안철수는 바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기념했다. 대표님이 심지안 씨를 위해 이렇게 힘을 쏟다니, 몇 년 동안 피아노에 손도 대지 않았을 테지만 기본기가 탄탄해서 걱정할 건 없었다.‘와이프를 되찾기 위해 정말 가지가지 하시네요.’무대 위의 남자는 심지안을 깊게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날카롭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그녀만을 위해 이 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성연신의 뜨거운 시선에 심지안은 안절부절못했고, 헛기침하며 입 모양
심지안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요? 특효약인가요?”“완치는 아니고, 예방 차원입니다.”“머리가 왜 아픈지 잘 모르겠어요. 완치는 안 되겠죠. 그래도 감사합니다.”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이라,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성연신의 눈은 흐려졌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을 거예요, 다 잘될 거예요.”성연신은 심지안과 함께 고비를 넘기고 그녀와 함께 세월을 보내고 싶었다.한편, 회의를 마친 고청민이 라이브 방송을 켜자, 성연신이 무대에 올라 심지안을 위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나왔다. 고청민이 주먹을 꽉 쥐자, 팔뚝에는 힘줄이 드러났다.‘정말로 잠깐의 기회도 놓치지 않고 지안 씨에게 달려가네. 철면피 같던 대표님이 순정남이 되다니. 지안 씨의 매력이 정말 대단한가 보네.’고청민이 송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변혜영 쪽은 다 해결했어요?”“거의 다 됐어요, 오늘 밤에 그녀를 설득해서 심지안을 만나게 할 거예요. 성동철을 잘 지켜보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게만 해주세요. 심지안은 그저 미끼일 뿐이니까요.”“알겠어요.”전화를 끊은 후, 고청민은 인사 담당자를 사무실로 불렀다.“중요한 고객 몇 명의 자료에 대해서 방매향 씨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이네요. 연락해서 회사로 와서 처리하라고 하세요. 처리 못 하면 당신이 책임져야 할 겁니다.”“네, 대표님.”...저녁쯤 심지안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변혜영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가 낮에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심지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그냥 두고 자동으로 꺼지기를 기다렸다.변혜영이 더 이상 전화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무슨 용무가 있으십니까?”“오전엔 내가 잘못했어요. 기분이 안 좋아서 엄한데 화풀이했나 봐요. 저녁에 시간 되시면 제가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요.”심지안은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사과
심지안은 고청민에게 저녁에 밥 먹으러 안 갈 거라고 미리 말했지만,고청민은 바빠서 바로 답장하지 못했다.그녀는 그룹과 아래층에서 택시를 잡고 호텔의 주소를 알렸다. 그러자 기사가 투덜거렸다.“한 시간 걸릴 만큼 외진 곳이에요.”심지안은 흠칫했다. 기사의 말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정말 그렇게 멀어요?”“그렇다니까요. 이 식당은 최근에 문을 오픈했어요. 이틀 전에 다녀왔는데, 예약해 놓으니까 하루 종일 손님이 끊이질 않더라고요.”심지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렇군요, 저는 외진 곳이라 안전하지 않은 줄 알았어요.”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큰 제경, 안전하다고 하면 안전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하면 위험할 수 있죠. 아가씨처럼 예쁘면 조심해야 해요.”“네, 그럴게요.”심지안은 식사 자리가 끝나면 성씨 가문에 연락하여 픽업을 부탁하려고 했다.한 시간 후, 한 시간 후, 심지안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새로 개발된 땅이었는데, 황량하고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로 상업용 건물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았다.식당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옥이었는데, 주변 경치가 아름다웠다. 변혜영이 밖으로 나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여기에요.”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지금 갑니다.”문득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발걸음 소리가 나는 것을 느끼고 심지안은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뒤에서 손을 뻗어 약 냄새가 진동하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삽시간에 고약한 냄새가 뇌에 가득 차서 그녀는 눈이 어두워졌다.의식을 잃기 전, 심지안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퍼부었다.“숨어서 뒤통수치는 건 능력이 아니야!”송준은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나,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심지안을 바라보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고청민에게 보냈다.임시연은 그녀를 발로 차며, 살기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드디어 우리 손에 들어왔네요.”“잠시만요!”변혜영이 앞을 가로막고 그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약속한 대로 해요.